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79)
다비드의 말에 나는 순간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이렇게 생도 사이에 소문이 도는 거야… 내가 감수할 수는 있다.
그냥 헛소문으로 치부하며 넘기는 그만이니까.
하지만.
꿀꺽. 침을 삼켜가면서도 저도 모르게 칼리가 떠올랐다.
글레시아와의 오해를 기껏 풀어 칼리와 관계를 개선하는 데 성공한 지금.
‘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여자랑 엮인다면….’
그녀가 정말 날 좋게 볼 수 있을까. 저도 모르게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늘도 마주하게 될 칼리가 내게 얼마나 차가운 시선을 보낼지.
나는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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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
“마나를 다룸에 있어 특성으로 인해 깨닫게 되는 이치도 중요하지만, 마나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한다면 더욱더 자연스럽고, 강하게 마나를 발현할 수 있…….”
지금은 점심을 지나 어느새 오후 강의 시간. 칼리의 음성은 청명하게 강의실 내부를 울렸다.
마나학개론 강의 도중. 나는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있었다.
“…”
나름 중요한 부분에선 필기하면서도 불쑥, 칼리를 바라보게 됐다. 그녀는 대체로 교단에 서서 말하지만, 때론 강의실 내부를 거닐며 가까운 곳에서 그녀의 음성이 들리기도 했다.
교단에 서 있는 지금, 칼리의 모습은 내 생각보다도 담담했다. 이전 강의에 비해서도 냉랭함이 줄어든 칼리의 모습에 이제 다른 생도들이 편하게 숨을 쉬는 것조차 느껴질 정도였다.
‘혹시 나에 대한 소문을 접하지 못한 건가?’
아침에 다비드에게서 들은 소문, 그 정도로 말이 떠돈다면 칼리도 분명 들었으리라 생각했지만 지금 모습을 보아 그건 아닌 듯했다.
우연히 시선이 마주칠 때면. 날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이전과 거의 차이가 없었으니까.
스륵.
“…”
불현듯 칼리가 나와 시선을 마주쳐오는데. 괜히 멈칫하면서도 필기에 집중하듯 시선을 내렸다.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잔잔하고 무난하게 흘러서, 그게 다행스러우면서도 내가 너무 과하게 그녀를 의식한 것 같기도 했다.
‘하긴 아무리 소문이 돌아봤자. 나는 일개 생도에 지나지 않는데.’
칼리가 일일이 나에 대해 반응하리라는 것도 생각하면 우스웠다.
“오늘 강의도 듣느라 수고했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끝을 고하는 칼리의 차분한 음성에, 생도들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강의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르륵.
이후 하나둘 생도가 자리를 벗어나면서도 한결 가벼운 표정에 나도 마음이 놓였다.
“뭐랄까. 오늘따라 칼리 교관님 강의가 되게 편하네.”
“그러게.”
“한천성. 오늘은 좀 편하게 지나가서 얼떨떨하지?”
다비드가 픽 웃으며 묻자, 따라 웃으면서도 솔직한 심정으로 다비드 말대로였다.
아무 일없이 지나가니까. 편하기만 했다.
“너는 나한테 무슨 일이 있길 바라는 눈치 같은데?”
“전혀~ 그럴 리가 있나.”
너스레를 떠는 다비드를 바라보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오늘은 칼리에게 다가서야 할 이유가 있었다.
‘카리테와는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지만.’
당분간은 개인 수련은 접어놓고, 첫 번째 에피소드인 ‘제물의 조건’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칼리와 약속 잡은 수련에 대해서 미리 말을 해놔야 했다.
“다비드. 넌 당분간 먼저 가라.”
“뭐야. 할 일 있어?”
“그냥 개인적인 사정이 좀 있어.”
“그러냐? 그럼 난 먼저 간다.”
쿨하게 자리를 뜨는 다비드를 배웅하며, 교단에서 교재를 정리하고 있는 칼리에게 걸음을 옮겼다.
저벅.
어제 수련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내 마음은 꽤 복잡했다.
창을 쥐는 그 순간엔 마음이 정리되지만 그건 그때뿐이었고, 당장 오늘 강의를 듣는 내내에도 여러 상념이 끊이질 않았다.
ㅡ제물의 조건.
사도 레테이아를 생각하며 그 해결 방법을 계속해서 강구하게 됐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지금. 내가 모른다고 해서 거기서 그치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더 생각하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좀 더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정보를 알아내든 더 노력할 필요가 있는 거니까.
적어도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저벅.
그렇게 칼리의 앞에 도달했다.
“칼리 교관님.”
“…어. 한천성 생도. 무슨 일이야?”
제 말에 물끄러미 교재에서 고개를 든 칼리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다름 아니라 혹시 이후에 시간 되십니까?”
“시간? 수련에 관해서라면 분명 내일 약속이었잖아. 오늘 수련하고 싶어서 그래?”
“그게 아니라. 제 개인적인 일로 교관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일….”
“예. 가능하시면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주셨으면 합니다.”
정중한 어조로 부탁했다.
그녀가 나에 관한 소문을 들었는지, 아닌지는 몰랐다. 다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나는 칼리에겐 최대한 좋게 보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조금 긴장하며 그녀를 바라보던 차.
칼리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한천성 생도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이것만 정리하고 바로 함께 이동하도록 하자.”
“예.”
그렇게 칼리가 정리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잠시.
나는 그녀와 함께 이동할 수 있었다.
…
명패에 적힌 ‘칼리 이슈타르’라는 황금빛 수실이 보는 것도 잠시.
철컥.
칼리가 거침없이 그 문을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조심스레 내부로 들어서자, 그리 넓진 않지만, 꽤 세련된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작중 붉은색을 좋아하는 칼리답게, 내실에 마련된 여러 가구나 소품도 붉은색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아마 그녀가 교관으로서 업무를 보는 곳처럼 보였다.
탁상과 서재 등. 책상 위엔 자료가 수북하게 쌓인 서류파일마저 보이는데 시선을 두면서도 신기하기만 했다.
“소파에 앉아 있어, 차라도 끓여올 테니까.”
“…감사합니다.”
“아니야. 뭘.”
옅게 웃은 칼리가 그렇게 차를 끓이러 가자, 새빨간 소파에 몸을 앉히면서도 등에 멘 창을 풀어놓았다.
스륵.
그렇게 한편에 창을 내려놓으면서도 차분히 숨을 골랐다.
일단 지금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금 칼리의 기분이 나쁜 것 같진 않았다.
당장 내일 수련도 수련이지만, 일단 레테이아에 관해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정말 혹시 모르는 거니까.
착.
이내 트레이에 찻잔을 담아온 칼리가 옅게 미소 지었다.
“내가 홍차밖에 마시지 않아서 그런데. 홍차 괜찮지?”
“예. 저도 홍차 좋아해요.”
“그럼 다행이네.”
스륵, 내 몫이란 듯 잔을 내밀자 조심스레 받아들였다.
은은한 홍차의 향을 느끼는 것도 잠시. 칼리가 자신의 찻잔을 기울이며 바로 물어왔다.
“그래서 내게 개인적으로 할 말이라는 건 뭐야? 꽤 진지해 보이던데.”
“…갑작스러운 말이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교관님이면 아실 것 같아서요.”
“내가 알 수 있는 거?”
“예. 사도에 대해서입니다.”
말을 꺼내면서도 조심스러웠다.
ㅡ사도.
현 제국의 국경을 지키기 위해 전장에 선 장교들이 주로 상대하게 되는 특급위험종으로 분류된 몬스터.
그들 이외의 존재가 사도를 마주한다면 백이면 백 죽었다고 봐야 할 정도로 위험한 존재였다.
“…”
내 말에 순간이나마 멈칫한 칼리가 신기한 듯 날 바라봤다.
“사도라. 그래. 궁금할 수 있지. 물어봐도 돼.”
칼리가 태연히 답하자, 나는 그대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물의 사도…에 대해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십니까?”
작중에선 레테이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제물의 사도?”
“예. 사도에게 붙은 이명이 ‘제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잠깐만…. 잠깐 생각 좀 해볼게. 당장 떠오르는 건 없거든.”
칼리가 눈가를 좁히며 말하자, 나는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기대치는 낮았다.
혹시라도 레테이아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다면 가장 좋았다. 칼리가 모른다고 답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어느 정도 수확은 있었다.
작중에서도 카리테가 레테이아에게 당했다는 건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칼리도 모른다고 답하면 아직 레테이아가 다른 쪽으로 활동은 하지 않은 시기라고 볼 수 있었다.
그걸 단순히 ‘짐작하는 것’과 ‘확신’하는 건 비슷한 것 같아도 엄연히 달랐다.
“……”
칼리가 순간 눈을 빛내자, 나는 긴장하게 됐다.
“한천성 생도.”
“예. 교관님.”
“답하기에 앞서, 왜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는지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
칼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묻자, 나는 속으로 놀라고 말았다.
‘레테이아에 대한 단서가 있는 건가?’
나는 그녀가 분명 모른다고 답할 줄 알았는데, 지금 모습은 그런 기색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일단, 생각해둔 답을 내뱉었다.
“아카데미 입학하기 전 한 문헌에서 사도에 대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제물의 사도가 만들어낸 파멸적인 기록에 대해서요.”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예. 칼리 교관님께서 저에 대해 어느 정도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전 가족이 없기에 이곳저곳을 떠돌며 생활해야만 했고. 그리고 우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사도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문헌을 통해서 말이죠.”
말하면서도 내 말에 어색함이 없도록 극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내가 말한 것은 일단 모두 사실이었다.
이 세상에 내 가족이 없는 것부터, 문헌에 관한 것도 작중에서도 언급되는 레테이아에 대한 단서 중 하나였다.
차후 레온하르트가 우연히 접하게 될 문헌과 같았지만, 난 그걸 알고 있으니까. 문헌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정보긴 했다.
“어디서 그런 문헌을 본 건지 몰라도. 확실히 제물의 사도는 존재하는 사도이기는 해. 한천성 생도가 접한 문헌은 아마 어떤 장교가 사도에 대해 기록으로 남긴 것 같지만.”
“혹시 칼리 교관님께선 더 자세히 알고 계시는 겁니까?”
“어느 정도는 알아. 직접 제물의 사도를 마주한 적이 있으니까.”
그러다 뜻밖의 정보에 무심코 눈을 깜박였다.
‘칼리가 마주한 적이 있다고?’
그럴 리가….
‘그럴 수가 있는 건가?’
작중에서 레온하르트가 제물의 사도. 레테이아에 대한 단서를 찾을 때, 당연히 칼리에게도 자문을 구한다.
그녀는 제국의 축으로 다년간 전장에 선 베테랑 장교와 같았으니까.
하지만 작중에선 짤막하게 지나가듯 칼리가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지금 칼리는 내게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한천성 생도가 지금 이렇게 사도에 관심을 가지는 건 나도 좋은 태도라 생각해, 차후 장교를 꿈꾸는 생도의 태도로 너무 기특한 태도니까, 다만 조금 말이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겠어?”
미소지은 칼리가 부드럽게 말해오자, 나는 멍한 정신 속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괜찮습니다. 상세히 말씀해주신다면 저로선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답하면서도 내 가슴은 서늘했다.
ㅡ그랜드 로얄 아카데미.
‘이 세상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전부터.
이미 한참이나 어긋나 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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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물의 사도는 제물이란 이명을 지닌 사도답게, 몬스터의 사체, 혹은 그 외에도 여러 생물의 사체를 자신의 힘으로 치환하는 사도라고 할 수 있어.”
차분히 입을 연 칼리의 음성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