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80)
“내가 제물의 사도를 마주한 때는 장교로 임관하고 불과 반년 정도 됐을 때였어. 그때의 나는 꽤 미숙했었어. 내 힘도 인격적으로서의 나도 정말 너무 많이. 그때 제물의 사도를 마주하고도 사도라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인지하지 못했다는 말에 의아함이 앞섰다.
사도는 여러 몬스터에 비해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대부분은 마주치면 바로 알게 되는 게 사도라 불리는 몬스터였다.
“죄송하지만 교관님. 사도라면 보통 직면하는 순간 구별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한천성 생도의 의문도 당연해. 용케 사도에 대한 느낌을 아는구나?”
“…사도라면 다른 몬스터와 크게 구별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말이 맞아. ‘보통의 사도’라면 그렇지. 대개 다른 몬스터와도 크게 구별되니까. 보이는 외형도, 지닌 기운도, 존재의 강함까지 멀리서부터 몸으로 느껴지거든.”
툭.
말을 잇던 칼리가 돌연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자, 그녀의 손에 시선이 갔다.
툭.
그리고 또다시 테이블을 두드리는 손짓.
그에 멍하니 칼리를 바라보자, 그녀는 옅게 미소 지었다.
“한천성 생도, 방금 내가 테이블을 두드리는 행동에 한천성 생도는 어떻게 반응했지?”
“…반응이라고 하셔도 교관님의 손에 시선이 갔습니다만.”
“그렇지? 지금도 이렇게 내 행동에 시선이 가잖아. 그리고 전장에 선 장교나 병사라면 그 누구 할 것 없이 감각이 한껏 예민해져 있어. 자신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극도의 긴장을 하게 될 수밖에 없지. 그런데 내가 방금처럼 내가 테이블을 두드린 손짓이, 만약 사도가 그랬듯 주의를 끌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
“사도가 주의를 끈다면 당연히 시선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설마….”
“그래. 제물의 사도가 나타났을 땐 우린 이미 다른 사도와 대치 중이었어. 그래서 우리의 신경이 크게 분산되어 있던 거야.”
…순간적으로 눈이 크게 떠졌다.
‘사도’란 그 존재 하나만 해도 전장에 있었을 장교와 병사에겐 재앙과도 같았다.
그만큼 너무나도 위협적인 몬스터로 분류된 게 사도.
‘그런 사도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 나타났다고…?’
그건 사실상 어떤 상황에서도 후퇴해야만 하는 상황과도 같았다.
“그렇게 놀란 한천성 생도를 보니, 나도 조금은 신기한걸.”
칼리가 무거워진 분위기를 조금은 환기하듯 웃자, 어색하게 나는 표정을 추슬렀다.
“사실 처음 존재가 드러난 사도는 마무리 단계였기에, 지금 생각하면 절체절명이라고 말할 상황까지는 아니었어. 다만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바람에 우리의 주의를 그만큼 크게 끌었지. 그래서 제물의 사도가 언제 나타났는지, 그 순간엔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어. 지금 생각하면… 그게 참상의 발단이었지만.”
…참상.
끝에서 칼리가 묘하게 말을 마치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장이 주는 무게감, 지금조차 제국의 국경에선 여러 사람이 분투하며 몬스터와 대치하고 있을 공간에 대해, 내가 감히 안다고 말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쉽사리 칼리의 말을 받을 수조차 없었다.
“우리가 괴력이란 이명이 붙은 사도를 마무리 지은 그때. 무수히 죽였던 몬스터의 사체가 갑자기 한 곳으로 뭉쳐 들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건 이내 우리가 죽였던 사도마저 빨아들여 기이한 형상을 취했지. 보랏빛의 형상을 띤 오우거라고 할까. 마치 또 다른 사도를 보는 것 같았거든. 우린 끝내 보랏빛으로 물든 사도조차 처치할 수 있었지만, 다소간의 희생은 감수해야만 했지….”
스륵.
그 당시에 관해 설명해가던 칼리는 돌연 짙은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건 제물의 사도 그 실체가 아닌 분신이었을 뿐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칼리는 조금은 후회하는 듯했다. 마치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처럼.
그리고 나 역시, 자연스레 상상이 갔다.
작중에서 레테이아가 등장하며 보이는 징조들.
그건 언제나 무수히 많은 피가 흐른 후였다. 결코, 레테이아는 자신의 실체를 먼저 드러내지 않는다.
실체를 드러내는 것조차 전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람쥐와 같은 작은 동물, 혹은 카리테에게 나타났던 것처럼 새의 형상을 취하거나, 그 외에도 다른 몬스터로 위장하여 여러 사체를 제물로 자신의 힘을 발현한다.
특징이라면 보랏빛의 흔적이 그 의태 어디에나 남아있다는 것.
“사도를 죽이면 보통 이렇다 할 느낌이 있는데, 그 보랏빛 오우거는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었어. 죽는 순간조차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으니, 뒤늦게 제대로 조사하며 알게 됐어. 제물의 사도라는 게 존재하고 있고, 드물게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걸. 사실 워낙 예전 일이기도 하고. 그때 당시 내가 느낀 충격은 컸지만, 이후 마주친 사도들이 너무 많기도 했어.”
그렇게 말하는 칼리를 보며, 나는 몇 가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게 됐다.
‘시체….’
너무나 늦게 핵심을 깨닫게 된 느낌이었다.
여태 카리테가 첫 번째 에피소드. 제물의 조건에 희생당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정작 레테이아에 관련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제물’이었다.
자신의 힘을 발현한 ‘시체’가 없으면 레테이아는 절대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했다.
레테이아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 카리테를 죽여 힘을 발현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아니 그 습성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다.
작중에서도 레온하르트가 그로 인해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몰랐다.
…그럼 너무나도 이상했다.
‘대체 누가 카리테를 죽인… 다는 거지?’
레테이아가 나타나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거니까.
분명 레테이아는 시체가 없는 한 레테이아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 카리테를 죽일 존재 역시 레테이아가 아니게 된다는 결론이 도출되니까.
정말 레테이아가 카리테를 죽이지 않는 거라면 카리테를 죽일 존재가 따로 있다는 건데.
‘…대체 누가?’
다음 주 단체로 야외 강의를 떠나게 될 요일은 수요일.
카리테를 노린 원흉은 레테이아가 맞음에도, 또 다른 흉수가 존재한다고 봐야 했다.
“한천성 생도?”
나를 부르는 소리에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네. 칼리 교관님.”
“갑자기 왜 그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고….”
염려가 가득한 그녀의 모습에 그만 어색하게 웃었다.
“저도 모르게 무심코 전장의 모습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답하면서도 전신에 식은땀이 흐르는 듯했다.
작중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인 ‘제물의 조건‘은 그저 애꿎은 생도의 희생으로 끝난다.
그로 인해 나타난 사도 격의 몬스터는 교관으로 인해 금방 제압당하고 해결되지만. 단지 그뿐.
정확하게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다.
그전까지 잔잔한 로맨스물을 표방하던 그로아의 세계관이 돌연 긴장감이 불고, 분위기조차 무거워진다.
지금 생각하면 단순히 섬뜩한 첫 번째 에피소드라 치부할 만한 것조차 아니었다.
‘작중에서 밝혀지지 않은 존재가 있다.’
제물의 사도 레테이아와 연을 맺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게 같은 사도일지, 아니면 몬스터와 연관된 사고로 카리테가 죽음을 맞이하는지 알 수 없다.
작중에서 그게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까.
다만. 나는 그러한 흉수가 사도나 몬스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야외 강의는 철저한 교관 통제하에 이동하게 되어 있어.’
그럼 사도는 고사하고, 몬스터의 접근을 교관이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다.
그들의 레벨은 우리보다 월등하다. 적어도 야외 강의에 맞서게 될 몬스터는 절대 교관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
그럼 레테이아란 근본적인 원흉이 존재하되, 레테이라를 도울 존재가 명백히 존재한다는 건데.
같은 인간 중에서. 우리와 함께 이동할 생도 아니면….
‘교관…?’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이어지던 차.
덥석.
순간 손에서 전혀 다른 온기가 느껴졌다.
“한천성 생도.”
단호한 음성에 멍하니 상념에서 깨어났다.
너무나 충격적인 진실에 다가선 것만 같아. 현실마저 망각한 이때. 그녀가 나를 다시 현실로 불러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너무 그렇게 깊게 생각하진 마. 사도에 대해 알아두려는 건 분명 좋은 태도야. 하지만 지금부터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어.”
칼리의 말에 나는 뒤늦게 내 상태를 인지했다.
내 손을 잡아준 칼리의 손에서 온기를 느낌과 함께 물기가 느껴졌다.
그게 칼리의 손에서 난 것일 리 없으니, 당연히 내가 흘린 식은땀이었다.
나는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칼리 교관님.”
“어.”
“야외 강의를 하는 도중, 사도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까?”
…너무나 큰 위기감 속 칼리에게 묻게 됐다.
지금까지 그런 경우가 없었다는 건 나도 안다. 그럼에도 혹시 몰랐다.
내가 아는 그로아와 뭔가가 다른 이 세상이라면….
그런 제 말에 칼리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천성 생도. 단언하건대 그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어. 사도와 생도를 마주하게 한다니, 그건 앞으로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
칼리는 내 눈을 마주하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마치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말하자, 나는 멍하니 고갤 끄덕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흐음… 나는 한천성 생도가 왜 이렇게 걱정하는지 모르겠는데. 제물의 사도에 대한 문헌이 그렇게 심각한 내용이 적혀 있었어? 분명 위험한 사도기는 한데, 한천성 생도가 제물의 사도를 볼 일은 아마 없을 거야. 제물의 사도란 한번 힘을 발현하고 나서 20년 이내에 다시 나타난 경우가 없다고, 내가 본 문헌엔 수차례나 적혀 있었거든. 그만한 힘을 발현하려면 제물의 사도에게도 큰 무리가 간다는 거겠지.”
칼리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하자, 나는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말을 바로잡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지금 칼리의 이런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야외 강의가 아예 제국 밖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제국 내 존재하는 있을 몬스터를 처치할 뿐이었다.
사도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 이유에 대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국 내부에서 사도가 나타난 경우는 지금까진 없었다.
드넓은 제국의 영지 내 위험종은 토벌했다고 봐도 무방했고, 당장 현재 진행형으로 토벌대가 제국 내부에 있는 영지의 몬스터를 착실히 지워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낱 생도에 지나지 않는 내가 갑자기 제국 내에서 사도가 나타나 사고가 터질 거라고, 대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확실한 근거도 이유조차 없는데….
“칼리 교관님.”
“말해.”
차분한 음색에 나는 착잡한 마음과 달리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자세히 말씀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궁금한 건 제물의 사도에 관한 걸로 끝이야? 다른 사도에 대해서도 더 알려줄 수 있는데.”
긴장한 내가 귀엽다는 듯 밝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역으로 희망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작중과 달라진 세상.
그만큼 변수가 있다.
‘칼리는 지금 C클래스 생도를 가르치고 있어.’
그럼 야외 강의에서도 그녀가 담당하는 건 ‘초현상 계열’이라곤 하나. 내가 있을 공간과 그리 멀지 않다는 소리였다.
그것만으로 작중에서 사고가 벌어졌을 때와는 상황이 정말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제국의 축 중 하나이며. 핏빛의 여명이라는 이명까지 보유한 칼리가 현장에 있다면. 금방 수습될 것이다.
어쩌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어.’
차분히 마음을 진정시켜나갔다.
“오늘은 충분히 들은 것 같아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니야. 교관으로서 생도에게 사도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거니까. 아, 그리고 있잖아.”
“네. 교관님.”
“나도 한천성 생도에게 하나 물어봐도 될까?”
그녀가 돌연 내 눈을 마주쳐오자, 나는 멍한 의식 속에서 고갤 끄덕였다.
“어제 카리테라는 생도와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카리테랑은 대화를 좀 나눴을 뿐입니다.”
그녀가 나와 카리테에 관한 것을 알고 있자, 순간 놀라면서도 답하는데 거리낌은 없었다.
“대화?”
“네. 어제 특성 강의를 듣던 도중… 같은 강의를 듣던 카리테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어요. 그냥 그녀를 지나칠 수가 없어서. 직접 그녀와 대화를 좀 나눴어요.”
사실을 전하며 날 바라보는 칼리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올곧으면서도 화를 내거나 차가움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인 시선.
“…그랬구나.”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칼리 교관님께서 오해하실만한 일은 전혀 없었….”
“아, 아니야! 나도 한천성 생도를 오해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나도 생도 간의 연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진 않기로 했으니까. 너무 그렇게 의식하지 않아도 돼.”
내 말에 칼리가 생각이상으로 허둥대자, 나는 그런가 하며 받아들였다.
오늘 난 기대하지 않은 질문에서 큰 수확을 얻었고, 해답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선 명확히 그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ㅡ카리테를 지킨다.
적어도 내가 그날 그녀의 곁에 있을 순 있었다. 그럼 내가 카리테를 직접 지킬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그것만으로 가장 큰 답과도 같았다.
가장 단순한 답은 내가 더 강해지면 된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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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문을 닫고 사라지는 천성의 모습에 칼리는 그 순간 입술을 머뭇거렸다.
ㅡ한천성 생도를 붙잡고 싶다.
순간 그러한 욕구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마음에 머물 뿐. 밖으로 표출되진 않았다.
“……”
홀로 남게 된 칼리는 멍하니 자신의 붉은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왜 그런 생각을….’
마음이 너무 이상했다. 갑자기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마음이 석연찮은 기분.
내가 한천성 생도를 편애하는 것 자체엔 문제가 없었다. 일찍이 그러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첫 교관으로 지내는 시기라 그럴까. 계속해서 과한 마음이 들었다.
내 생각대로 한천성 생도를 인도하고 싶고, 내가 그 길을 내어주고 싶은 욕구, 욕망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