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9)
***
“한천성. 넌 C1이라고?”
“어. C1 클래스야.”
답하면서도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다.
누군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A1 클래스인데. 나는 C1 클래스니까.
어떻게 보면 C1 클래스라는 건 중위권과 하위권 사이라 볼 수도 있었지만.
사실 A 클래스와 C 클래스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소설을 전부 읽은 나는 그걸 더욱 크게 느끼고 있었다.
“역시 B 클래스는 힘들었나 보네.”
“아무래도 커먼 등급이니까. B 클래스는 힘들었던 것 같아.”
담담히 답하면서도 그래도 생각만큼 화가 나진 않았다.
지금도 내 시야엔 아득바득. 서로를 밀쳐가며 벽보에 붙은 이름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보였다.
“좀 비키라고!”
“제발! 저 조금만 확인할게요.”
“진짜 좀 비켜봐! 아니, 누군 시간이 많은 줄 알아!”
“…진짜 D클래스에도 이름이 없는 거야?”
험한 말까지 오가며 그들은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으려 혈안이었다.
그런 그들을 이렇게 한 발짝 떨어져 보고 있자니,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았다.
지금 시야에 보인 사람 대다수는 C클래스는커녕 D 클래스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사람들.
한마디로 아카데미 ‘불합격자’들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들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편이니까.
그렇게 체념하게 되니까. 현실을 받아들이는 건 의외로 쉬웠다.
‘그래. 나는 커먼이니까.’
애초에 B 클래스를 바란 것부터가 욕심이었다.
칼리가 좋게 평가했다 해도 내가 과분한 꿈을 꾸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는 듯했다.
“그래도 한천성. C1이면 B 클래스로 금방 갈 수 있는 거 아니야?”
곁에서 들린 음성에 멍하니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금방…?”
“그래. 금방. 겨우 한 단계 차이잖아.”
시선을 마주치자, 그 정돈 쉬운 거 아니냐는 듯 말하는데. 순간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글레시아는 A 클래스. 그것도 ‘A1’라는 무척 높은 클래스에 속해 있으니, B 클래스를 쉽게 보는 것 같은데.
그녀의 기준에서 보자면… 그게 맞는 말이었다.
내겐 그게 마냥 쉽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나는 속으로 숨을 삼키곤 고갤 끄덕였다.
“그래. 노력해봐야지.”
어제 한 말이 있기에 축 늘어진 모습이라던가,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글레시아는 자신감 있고, 당당한 내 모습에 관심을 주는 것이니까.
나는 그녀의 앞이라면 어떤 때라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러면서도 곁에 있는 글레시아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
가볍게 불어온 바람에 흩날리는 푸른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글레시아는 새삼 꽤 아름다웠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녀가 얼마나 예쁜지 다시 느끼게 되면서도. 참 괴짜 같은 성격이라 생각했다.
이 여자는 지금 A 클래스. 그것도 A1라는 무척 높은 성적으로 합격해놓고, 정말 나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있었다.
직접 날 먼저 부르고, 내가 어디에 합격했는지도 물어올 정도로.
일반적으론 있을 수 없는 일.
그녀가 나와 시간을 보내겠다는 말이 이젠 확신이 들 정도로 믿음이 갔다.
그렇게 시선을 주면서도 마음 한편엔 조금 걸렸다.
‘A1 클래스라면 분명 레온하르트랑 엮이게 된다는 건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가 알기론 레온하르트.
글레시아가 지금 그 녀석과 같은 반이 됐으니. 아마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녀석과 얽히게 될 것이다.
‘그럼…’
내가 조언을 해준다든지,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생기게 된 거였다.
앞으로 일어날 사고. 사건들을 나는 모두 아니까.
물론 글레시아가 왜 A1에 배정된 건 예상에 없던 일이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변하진 않을 거라생각했다.
그럼 나는 간접적으로나마 글레시아를 도와줄 수 있다.
힘이 아닌 지식으로서.
생각을 정리하며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글레시아. 아카데미에서 얼마나 만날지, 빈도는 생각해왔어?”
어제 말을 나눴을 때. 우린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말을 마쳤다.
서로가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면, 언제 만날지도 제법 상세히 약속을 나눈 거였다.
아무래도 서로가 반을 찾아가는 건 좀 그러니까. 우리가 언제 만날지 글레시아에게 일임하고 그 결과를 오늘 답을 주기로 한 것.
“응. 정했어.”
그녀가 나와 시선을 마주치며 답하자, 조금 궁금했다.
“얼마나 자주 만날 건데?”
답하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가 내가 보기엔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A 클래스는 하위 클래스와 비교하면 특별한 관심을 받으니, 수업이라던가 과제도 해야 할 게 더 많았다.
어쩌면 주에 한 번도 아닌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만나게 될까 싶던 차.
“일주일에 3번.”
글레시아는 완전히 내 생각을 벗어난 답을 주었다.
“…일주일에 3번이나 만나자고?”
“응. A 클래스는 수업이랑 과제가 좀 많다고 들었으니까. 아마 그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
A 클래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은데도 글레시아는 너무 담담히 내게 말해왔다.
일주일에 3번이나 만나자고.
그리고 그녀의 눈빛에 장난기가 없자, 나는 되려 신기하기까지 했다.
‘날 그렇게나 이해하고 싶나?’
생각하면서도 나는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글레시아가 먼저 나와 자주 만나자고 말해준다면, 나로선 환영이었다.
레온하르트와 같은 클래스인 만큼 내가 도와줄 것도 더 많아지는 거니까.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콩고물도 분명 생길 것이다.
‘아직 희망은 있어.‘
바로 글레시아라는 희망이.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잠깐. 글레시아. 일주일에 2번 만나는 걸로 하자.”
나는 바로 말을 바꿨다.
글레시아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면 예스맨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면 조금 튕길 필요가 있었다.
“…왜?”
“왜라니….”
“3번 만나는 게 한천성. 너도 더 좋지 않아?”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 3번 만나는 게 더 좋지 않냐고 묻는데, 그런 글레시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주변을 살펴보게 됐다.
“…크흠.”
“큼.”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바로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
예상대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몇 사람들은 존재했다.
그래서 난 더 어이가 없었다.
‘누가 보면 연인끼리 하는 대화인 줄 알겠네.’
자주 만나자는 말이 미묘하게 그런 느낌이 드니까.
잠시 나도 헛기침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글레시아. 나도 내 수업이 있고, 따로 특성 수련도 해야 하니까. 물론 A 클래스인 너에 비하면 내가 널널하겠지만. 나는 커먼이잖아? 그럼그만큼 더 많이 노력해야하거든.”
거의 80% 정도 진실을 섞어 답하자, 글레시아는 불만족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지. 하긴. 넌 커먼이니까.”
내가 커먼이라고 말했다고 해도, 글레시아가 다시 커먼이라고 답하니까. 기분이 무척 묘하긴 했다.
…찝찝한 느낌.
“그럼 일주일에 2번으로 하는 거지?”
“그래. 알았어, 2번. 날짜는 화요일과 일요일. 오후 6시에 기숙사 앞. 한천성 잊지 마.”
“화요일과 일요일. 오후 6시 기숙사 앞. 알았어, 그렇게 알고 있을 게.”
답하면서 글레시아가 정말 세부적인 것까지 생각해왔다 싶었다.
‘적당하네.’
오후 6시면 수업을 끝마친 시간이라 문제는 없을 듯했다.
그렇게 잠시 그녀와 잡담을 나누다, 더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싶자, 나와 글레시아는 자연스럽게 어제의 카페로 향했다.
주변 시선이 알게 모르게 거슬리기도 하고….
아니꼽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몇몇 시선이 내겐 같잖기도 했다.
‘하여튼 예쁜 여자랑 있으면….’
필연적으로 여러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건 내가 지내던 세상이 현실에서 소설 속이 됐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진실 중 하나였다.
***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 입학식 당일이 되었다.
ㅡ그랜드 로얄 아카데미 입학식.
통칭 그로아에서 치러지는 수많은 행사 중. 최고의 행사 중 하나라고 알려진 것이 바로 입학식이었다.
그야 황족부터 시작해 공작가와 후작가에 해당하는 고위 귀족들. 그 외에도 수많은 귀족의 자녀가 모두 이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에 입학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입학하는 자녀를 따라 이름 있는 인사들이 참석하는 자리가 되는 만큼. 입학식은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 측에서도 최대한 화려하고 성대하게, 그리고 아카데미의 권위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무엇보다 황족이 다니는 아카데미가 보잘것없다는 인식을 보여줄 순 없으니까.
….
“실제로 보니까. 느낌이 많이 다르네.”
그랜드 로얄 아카데미의 대강당에 들어서던 천성은 감탄이 절로 새어나왔다.
현실로 따지면 어디 돔구장만 한 공간이라 부를 만큼 넓은데, 새삼 아카데미의 말도 안되는 규모와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륵.
괜히 옷매무새를 다듬으면서 복장을 살펴보게 됐다.
푸른 빛과 검은빛이 뒤섞인 묘한 디자인의 학생복.
지급받은 C클래스 학생복을 입고서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서게 됐다지만, 입학식부터 뭐가 이렇게 화려한가 싶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수많은 인파를 지나쳐 내가 앉을 자리를 찾아가면서도, 이곳저곳 시선이 갔다.
권세 높은 귀족들인지, 누가 봐도 화려한 복장을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무엇보다 황족을 호위하는 금빛을 띤 기사들이 보이자. 무심코 시선이 갔다.
‘그러고 보면 황자와 황녀조차 입학식에 있으니까.’
S클래스라는 평소엔 접근도 하지 못할 공간에 있을 그들이. 지금은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거였다.
그렇게 기세가 날카로운 금빛 기사들의 호위를 받는 두 성인 남녀가 보였다.
남매로 보이는데, 무엇보다 그들 모두 화려한 금발이 눈에 띄었다.
‘생긴 것도 핏줄이란 걸까.’
소설에서 한 설명보다도 진짜 귀티가 확 느껴지는데… 절로 감탄이 나오는 외모였다.
날카롭고 강인한 인상을 지닌 금발 남성의 이름은 ‘데르센 루아벨라’, 여리고 순한 인상을 띤 금발 여성은 ‘레시아 루아벨라’라는 이름을 지녔다.
나름 비중 있는 인물들이었기에 주의 깊게 바라보던 나는… 그만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무슨 시선이…’
황실 기사 중 한 명이 매섭게 노려보는데, 순간 전신이 오싹해져 차마 더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앉아야 할 자리를 찾자, C1이라 적힌 푯말이 있는 좌석이 보였다.
‘C클래스.’
B 클래스가 아닌 건 정말 아쉽긴 해도, 뱀의 머리도 괜찮지라는 생각으로 빈자리에 몸을 앉힌 그때.
”너. 뭔데 내 옆에 앉아?“
바로 곁에서 앙칼진 음성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