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93)
“한점을 찔러 비튼다라… 확실히 창술에 어울리는 개념이네. 혹시 간절히 바라거나 원한 현상이 따로 있었어?”
좀 더 구체적인 질문에 나는 잠시 내가 깨우친 개념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ㅡ한점을 찔러 비튼다.
그건 본래 내가 결코 받아낼 수 없는 힘. 강대한 힘을 받아내기 위해 바란 것과 같았다.
내 창으로 받아내고, 막을 수 없기에 찔러 비튼다.
그렇게 비틀어 상대의 힘을 무력화하며 힘을 지워낸다.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상대의 힘을 무로 되돌리길 원했어요.”
“무로 되돌리기 위해서.”
“예. 제가 처음 대련을 치렀던 레온하르트를 마주하면서, 더 나아가선 칼리 교관님과의 대련에서 전 불가항력을 느꼈으니까요.”
말하면서도 점점 더 개념이 구체화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왜 스킬을 바랐는지, 그리고 그러한 개념을 얻게 됐는지도 이해가 갈 정도로.
“불가항력이라면….”
“제가 차후 얼마나 노력한다고 해도 레온하르트나 칼리 교관님께는 결국, 닿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한천성 생도. 그 순간 그런 생각을… 했었어?”
“순간이나마 가졌었어요. 만약 제가 커먼 등급이 아니라, 유니크나 혹은 레어 등급의 특성이었다면 제 노력의 결과가 다르지 않을까 하고….”
차분히 그때 느낀 감정을 전하면서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레온하르트를 마주하며 벽이라고까지 생각진 않았었다.
물론 레온하르트가 전조도 없이 3레벨에 도달한 순간은 그런 감정도 일순 들긴 했지만, 진짜 벽이라고 느낀 건 바로 칼리였다.
초현상 계열에 속한 진동이란 능력.
그건… 가히 상대하는 자에게 있어 무력감. 격의 차이를 느끼게 하기에 압도적인 특성이었다.
물론 특성 9레벨이라는 말도 안되게 높은 레벨이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부여했다는 것도 있겠지만, 나는 그 특성 자체에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이어진 내 말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칼리를 보며 나는 오히려 담담했다.
“그래서 간절히 원했어요. 내가 쥔 창으로 그 무엇에도 닿을 수 있기를. 얼마나 강대한 힘이라 하더라도 창으로 받아칠 수 있기를.”
말하면서도 오히려 고마움이 일었다.
칼리가 있기에, 내가 그만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스킬에 대한 단서를 잡고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려 할 수 있으니까.
“…그랬었구나.”
“칼리 교관님과의 대련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앞으로 내가 더 나아가기 위해선 칼리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그건 한천성 생도의 의지가 이뤄낸 결과지. 내가 그렇게 큰 도움을 줬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칼리 교관님이었기에 가능했어요.”
그녀가 민망해하자, 나는 더욱 강하게 의견을 밀어붙였다.
그녀가 아니면 안된다고. 조금이나마 더 그녀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었다.
“…나라서.”
칼리가 순간 내 시선을 피하자, 무심코 내가 뭘 잘못 말한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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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을 쥔 손이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
미완성인 스킬을 전개하기 위해 숨을 죽여가면서, 마음은 날카롭게 벼려진 칼처럼 더욱 차갑게 가라앉혔다.
ㅡ한점을 찔러 비튼다.
일견 생각하기엔 너무나 단순한 이치와 개념이었다.
그동안 내가 창을 얼마나 휘둘렀을까, 어렴풋이 생각해도 나는 셀 수 없을만큼 창을 휘둘렀다.
수련 중 창으로 찌른 횟수는 가히 천 단위는 우습게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수련에 열중하면 하루에 수백 번은 찔러댔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천성 생도, 집중해.”
“예.”
정면에는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보는 칼리가 보였다.
언제나처럼 오연히 자리를 지킨 채, 창날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강의실에서 마주하던 것과도 달랐다.
무념, 무심, 지극히 현실을 보겠다는 그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며 다시 마음에 새겼다.
‘칼리의 존재, 그 자체를 내 의지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내가 이 개념을 완성하기 위해, 나는 그녀를 그렇게 바라본다.
내가 더욱 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내가 목표로 지향해야 할 최종적인 힘에 다다른 존재.
그러면서도 내 창이 그녀에게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내 창을 믿어야 했다.
차갑게 가라앉은 마음 사이로 여러 상념이 드리웠다.
‘지난 칼리와의 대련에서 나는 대체 몇 번이나 깨졌을까.’
아마 횟수로 따져도 수십 번은 족히 넘겠지.
그럼에도 계속해서 내 창은 그녀에게 향했었다.
아무리 쓰러져도 꺾이지 않았고, 나는 계속해서 마음을 강하게 두드리듯 단련해갔다.
ㅡㅡㅡㅡ!
그리고 어느새 내겐 보이기 시작했다.
오연히 선 칼리의 모습 위로 또 다른 칼리의 모습이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강렬하게 진동하며 공간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어느새 검을 쥐고 있었다.
귓가에 초현상 계열의 특성인 진동 특유의 강렬한 이명마저 들려오는 듯했다.
이전 레온하르트를 떠올리며 내 창날이 향한 것과 같이, 나는 이번엔 칼리를 대척점으로 생각하며 그녀의 강함을 연상할 수 있었다.
스륵.
창을 쥔 손이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만큼 무거워졌다.
창날이 자연스레 아래로 향한 거였다.
내가 레온하르트를 떠올린 것과는… 전혀 다른 위압감이 내 전신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강대하기 그지없던 창천일검의 기운에 내 창을 마주쳐갈 수 있었는데.
대척점을 칼리로 향하자, 나는 내 창을 마주쳐가는 것조차 너무나 큰 각오가 필요했다.
진동이 깃든 검을 든 칼리의 모습을 떠올리자, 창을 마주쳐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결과가 너무 뚜렷하게 그려졌다.
ㅡ필패.
내 절대적인 패배가 단숨에 떠올랐다.
내가 수백, 수천 번을 도전한다고 한들 내 창이 그녀에게 닿을 수 없다고.
칼리의 검에 마주친 순간 내 창날이 형편없이 부서져 나가며, 창날의 파편이 허공에 크게 흩날리는 모습이 수없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게 사실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가 얼마만한 기운을 창에 담는다고 하더라도 칼리를 대척점으로 지정한 순간, 결과엔 조금도 변함이 없으리란 것조차….
질끈.
입술을 깨물면서도 내려간 창대를 억지로 다시금 들어 올리려 억지로 의지를 다졌다.
그런데… 창날은 요지부동이었다.
한번 내려간 창대는 다시 들어 올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내 눈에 아른거리는 칼리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벽과도 같았다.
그것도 얼마나 견고하며 튼튼한지 내게 인지시켜주려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레 존재하고 있었다.
‘…창을 들어.’
억지로 마음을 다잡으며 계속해서 꺾이려는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이미 그녀라는 벽에 내 창을 마주쳐가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수십 번을 깨졌다.
그러면 지금도 어떻게든 나는 마주쳐야만 했다.
내 창날이 부러질 걸 알고 있음에도,
내가 다시 꺾일 걸 알고 있음에도,
그리고 너무나 허무하게 마음이 꺾인다 하더라도.
마주쳐야만 했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내가 나아갈 길이 평탄하리라 생각지 않았으면 지금도 마주쳐야 했다.
내딛기 힘든 가시밭길에 몸이 피투성이로 변할 것을 안다. 그런데 그걸 감수해야만 나아갈 수 있다.
계속해서 꺾이려는 마음을 다잡은 끝에, 내려간 창날은 드디어 서서히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내려간 속도에 비해 너무나 더디게 올라갔지만, 조금씩 본래의 궤도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꺾인다고 해서… 그대로 주저앉을 거 아니잖아.’
나는 이미 수없이 겪지 않았던가.
수련 당시 얼마만큼이나 내가 그녀에게 꺾였으며 또 쓰러졌는지.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다시 일어나 내가 지게 될 현실을 마주했다.
그녀와 나의 격차를. 눈으로, 몸으로 새기듯 계속해서 마주했다.
내가 아무리 닿으려 해도 닿을 수 없는 절대적인 벽을 계속해서 마주하며 나는 내 마음을 더욱 견고히 쌓아갔다.
내 창이 닿지 못할 현실에, 내 마음으로 그 간극을 채우듯 강렬하게 계속해서 의지를 다져왔었다.
스륵.
더디게 올라가던 창은 어느새 본래의 궤도를 되찾았다.
칼리의 검으로부터 들려오는 이명은 더욱 사실적으로 변해 내 귓가를 연신 강타해왔음에도, 내 마음은 이제 고요하기만 했다.
흔들림 없이 그녀라는 벽을 마주할 수 있다.
내 창을 내지를 수 있는 전제가 드디어 완성된 것이었다.
그리고 내 창을 내지르며, 한점을 찔러 강렬하게 비튼다.
그리고, 반드시 그 힘을 지워낸다.
거대한 벽을 허물어 내 창으로 마주한다.
완전히 일념을 다지자, 창에 서서히 마나가 깃들기 시작했다.
ㅡㅡㅡㅡ!
공원에서 창에 담았던 마나보다도 더욱 찬란한 푸른 빛이 창대 전신에 깃들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내 그 푸른빛은 스스로 의지를 지닌 것처럼 서서히 회전하며 창을 자연스레 감싸기 시작했다.
창날로부터 시작된 푸른빛의 나선.
푸른빛의 나선이 서서히 대기를 갈라냈으며 그 끝에서 내 신체를 아우르듯 부드럽게 감싸자 전신이 한결 가벼워졌다.
보다 구체화한 개념이 머릿속을 상쾌하게 밝혀주듯 그 이치를 전해온다.
나선을 이룬 창이 어떻게 대기를 찢어발기며 나아가는지, 그리고 마주친 힘이 얼마나 강대해도 어떻게 해서 지워낼 수 있는지.
새하얀 벽지에 검은 먹이 새겨져 글씨를 새기듯, 계속해서 새로운 이치가 머릿속을 관통한다.
“……”
입가가 멋대로 올라가며,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상쾌했다.
지금도 내 시야엔 오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칼리가 보였다.
강렬하게 진동하는 검의 이명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으며, 아직도 사납게 내게 그 여파를 전해온다.
벽은 여전히 견고하며 높았다.
그런데 더 이상 그녀를 보며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다.
창을 들어 올려 겨누는 것이 힘들지 않고, 위압감에 더는 전신이 짓눌리지도 않았다.
‘닿을 수 있어.’
반드시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했다.
내 창날이 향하는 그 끝에 무엇이 있든 닿을 수 있다.
그래야 나는 완성할 수 있다.
앞으로 마주할 여러 위험 속에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힘으로 상황을 돌파하며 나아갈 수 있으니까.
생각한 순간 나는 어느새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사락.
그건 마치 소리 없는 걸음과도 같았다.
마치 나선이 내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듯. 방향을 알려 주는 듯했다.
저토록 거대한 벽에 어떻게 내 창이 도달해야 하는지.
…
푸른빛의 나선을 품은 찬연히 빛나는 창.
그것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쇄도하는 순간, 한천성 역시 푸른 나선을 이루는 창과 한 몸이 된 것처럼 빛과 같이 나아가고 있었다.
그 후.
일이 벌어진 건 정말 단 한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
푸른빛의 나선.
그것은 누구라도 황홀하게 빠져들듯 아름답게 공간을 수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심하게 시선을 주던 칼리는 한천성이 걸음을 내디뎠다 싶은 순간. 거의 동시에 발을 내디뎠다.
또각.
소리 없는 한천성의 걸음과는 전혀 다른 거대한 족적을 새기듯 붉은빛에 휩싸인 강렬한 기운이 그녀의 전신에 맴돌았다.
ㅡ!
단 한 순간에 모든 것은 끝났다.
창이 허공을 찢어발기며 쇄도한 순간, 칼리는 이미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빛과 같은 창이 쇄도하기도 전에 칼리가 한천성에게 먼저 쇄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창날을 마주한 칼리는 신기에 가깝게 창대를 잡아 그대로 강렬하게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콰아아앙!!!
전에 없던 폭음과 너무나 광대한 여파 속에서 칼리는 이미 창의 범위를 단숨에 벗어나 있었다.
그것도 그녀 혼자가 아닌 한천성과 함께.
착.
지면을 내딛는 걸음과 함께 칼리의 이마엔 작은 땀이 맺혀져 있었다.
긴장한 표정, 그리고 시리도록 무심한 시선으로 그녀는 멍하니 제 품에 안긴 한천성을 눈에 담았다.
이미 의식을 잃은 한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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