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95)
두 사람 사이엔 묘한 정적이 맴돌며 스튜를 뜨는 소리만이 아주 옅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식사속도는 무척 더뎠으며, 그런 천성을 바라보는 칼리의 마음도 그리 편하지 않았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노력하려 할까.’
노력, 의지, 불굴… 그 모두 정말 좋은 말이었다. 한창 성장할 시기의 생도에겐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그게 너무 과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를 보며 노력이 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수많은 생도 중 수련에 열중하는 생도야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한천성 생도는 너무나 특이했다.
수련에 대한 의지를 강렬하게 불태운다. 수련에 열중하는 한천성 생도의 눈빛은 단순한 열망, 나아가려는 의지를 품었다는 걸 넘어 이젠 ‘결연함’마저 느껴졌다.
자신의 향상심을 위해 의지를 다졌다고 보기엔… 믿기 힘들 정도로 진지한 눈빛이었다.
스륵.
지금도 스튜를 떠가며 흘깃 시선을 마주쳐오는 생도의 눈빛엔 짙은 고민이 보일 정도였다.
“비프 스튜. 되게 맛있네요.”
한천성 생도가 어색하게 정적을 깨트리자, 담담히 말을 받았다.
“가문 소속 쉐프가 만든 거니까.”
이슈타르 가문에서도 마음에 든 쉐프를 직접 저택으로 데려온 거니, 교관 식당 요리사보다 수준이 높으면 높았지, 낮을 리는 없었다.
“그…렇군요.”
놀란 듯한 생도의 표정을 보면서도 순간 고민이 일었다.
한천성 생도가 저토록 노력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체 무엇을 보고 있기에, 저렇게까지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걸까.’
작년 목숨이 달린 전장에서도 한천성 생도처럼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은 기억을 뒤져도 거의 없었다.
오히려 너무나 고된 전장에서의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 하나둘 의지가 깎여나가는 장교와 병사들이 떠오를 뿐.
“한천성 생도. 일단 식사하면서 가볍게 들어줘.”
“예. 알겠습니다.”
순순히 답하는 모습에 나는 일단 한천성 생도의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나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나아가려 해도 된다고 생각해. 한천성 생도는 지금도 충분히 빠르게 나아가고 있어. 스킬을 깨우칠 수만 있다면 다른 생도에 비해 몇 년은 우습게 앞서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아니, 앞서간다는 수준이 아니라 어쩌면 누군가는 평생을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스킬을 얻는 거기도 해. 그만큼 스킬에 대해선 년 단위의 시간을 들인다고 해도 전혀 성장이 늦다고 말할 게 아니야. 오히려 무척 빠르다고 말할 수 있지.”
차분히 말을 전하면서 나 역시, 현 상황에 대해 좀 더 차분히 바라볼 수 있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고작 2주가 지나가는 시점, 내일이 되어야 3주차에 진입하는 시기였다.
그런데 한천성 생도는 벌써 특성 4레벨에 도달해 있고, 믿기 힘들게도 스킬에 대한 단서까지 잡은 상태였다.
그것들만 하더라도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성장 속도였고, 이렇게 한천성 생도를 마주하며 다시금 깨닫고 있었다.
‘천재가 맞아.’
그것도 불세출의 천재가 지금 내 앞에 있다는 걸.
커먼 특성은 더는 한천성 생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그가 지닌 재능은 독보적이었다. 그리고 그 재능을 넘어설 정도의 의지마저 한천성 생도는 지니고 있었다.
단언하건대, 지금 한천성 생도처럼 의지를 불태우는 건 생도 시절 그 누구라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특별한 계기도, 이럴만한 위기조차 없는 초기에 한천성 생도는 이렇게까지 성장했다.
자신이 얼마만큼이나 강해질 수 있는지. 그 몸으로, 그 정신력으로 이미 증명하고 있는 거였다.
제 말을 담담히 받아들인 한천성 생도를 보며… 나는 한마디를 더 붙이고 말았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수련에 열중하려 하는 거야? ”
순간 말문이 막힌 그를 보며 다시금 말을 전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한천성 생도가 급하게 마음먹을 이유가 조금도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조금은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봐. 여유를 갖고 조금씩 나아가는 거야. 나는 장담할 수 있어.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한들 한천성 생도는 지금도 충분히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조금 전까지 내 눈을 힐끔거린 한천성 생도는 수련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아 보였다.
아마 내가 없다면 다시 스킬에 대해 수련하려 했을 모습도 불 보듯 그려졌다.
그게 한천성 생도를 양호실이 아닌 내 개인저택으로 데려온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나는 한천성 생도가 더는 무리하지 않게 제대로 막아야만 하니까.
“……”
내 말에 계속 고민하는 듯한 한천성 생도를 보며 이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기를 기다려주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 ‘여유’였다. 조금은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며 계속 나아가려 하기보단 그 자리에 멈춰서 몸을 정비할 여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천성 생도는 서서히 그 답을 알려주었다.
“제가 수련에 열중하는 이유라고 해도… 그렇게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단지 제가 너무 약하게 느껴져서 그렇죠.”
옅은 미소와 함께 체념 어린 음성에… 나는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해?”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높은 기준을 목표로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나아가려는 목표를 생각하면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시선이 올곧게 나를 담고 있자,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특유의 검은 눈은 내 시선을 사로잡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가 말한 목표. 그게 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연스레, 어젯밤이 떠올랐다.
개념을 전개하며 구현한 순간, 한천성 생도는 시선을 내게 고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을 떠올리는 것처럼. 그 스스로 번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조차 분명히 나를 목표로 삼은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할수록 말문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생도가 교관을 바라봐선 안됐다. 그건 말도 안되는 지향점으로 자신의 의지를 깎아먹을 뿐. 나아갈 수 없게 할 뿐이었다.
그가 바라봐야 하는 건 내가 아닌… 같은 생도여야 했다.
목표, 꿈이란 크고 원대할수록 흔히 좋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엄연히 ‘선’이라는 게 있는 거였다.
너무 큰 목표, 이룰 수 없는 지향점이란 오히려 시작부터 그 의지가 꺾이게 하는 거니까.
“…”
말없이 시선을 마주쳐가면서도 멍하니 생각하게 됐다.
이 세상엔 천재라 불리는 자는 수없이 많았고,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 자신만이 오롯이 하늘에 설 수는 없었다.
심지어 ‘제국의 축’이라 불리는 절대적인 위치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은 엄연히 존재하는 거니까.
그런데 한천성 생도가 나를 나아갈 지향점으로 삼는다는 건 정말….
나로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발상이었다.
“칼리 교관님께선 제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아무 답을 주지 않음에도 차분히 말을 잇는 한천성 생도를 바라보게 됐다.
“어쩌면 제 목표가 너무 과하다 생각하시고, 정말 무모하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제대로 현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더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쥔 이 창이 누군가에겐 허무하게 꺾이고, 도저히 마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제가 더 이상 창을 쥐는 것도, 휘두르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만 같았어요.”
한천성 생도는 그러면서도 진솔하게 그 뜻을 밝혀왔다.
왜 나를 목표로 하는지,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하지만. 그건 정말 많이… 힘들 거야.”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나는 해선 안될 말을 내뱉고 말았다.
생도를 격려하고 북돋아 줘야 할 교관이 되어서… 생도의 앞길이 힘들다고 말하다니 어불성설이었다.
“칼리 교관님.”
“…미안. 방금 말은 내 실수니까, 너무 크게 듣지 말았으면 해.”
뒤늦게 말을 바꾸던 차, 한천성 생도는 옅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았습니다. 힘든 길이라는 건 저도 알아요. 다만 그렇기에 더 칼리 교관님을 제 지향점이라 보고 있습니다.”
“지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