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Academy Spearman RAW novel - Chapter (96)
“예. 제가 쥔 창이 언젠가 교관님의 검에 닿을 수 있다고 저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이어진 말에 무심코 옅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정말이지, 너무나 올곧다.
‘어떻게 이렇게 순수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나와 함께 전장에 선 이들조차도 나와 검을 맞대기를 두려워한다.
아니, 나와의 수련을 대놓고 피하려는 자들이 수두룩했다. 나와 검을 맞대는 순간 그 의지가 꺾일 것만 같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부여받은 특성의 차이, 그리고 특성이 얼마만큼 큰 격차를 만드는지 아니까.
그런데 지금. 이제 갓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생도가 내게 말해오고 있었다.
자신의 창으로 내게 닿아보겠다고.
창으로 내 검을 제대로 마주하겠다고….
자신감이 서린 그 음성에 나는 순간 도전장을 받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말이 나는 허언이 아님을 안다.
나와의 대련에서 수십 번도 넘게 꺾이며, 쓰러졌음에도 다시 일어나 나를 마주한 몇 안되는 사람.
같은 장교 병사들마저 나를 두려워한 것과 달리, 그는 올곧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대체 얼마나 마음이 강해야 가능한 걸까.
나조차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내 시선을 투명하게 마주하는 생도를 보며 자연스레 고갤 끄덕였다.
“역시 나는 좋아하는 것 같아.”
무심코 본심이 그대로 새어 나왔다.
“…네?”
“한천성 생도의 그런 마음가짐, 이런 태도가 너무 좋다고.”
말하면서도 제 마음은 후련했다.
나는 이 순간 그냥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저야 감사할 뿐이죠.”
“별로 감사하지 않아도 돼.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니까. 한천성 생도를 더 편애하고 봐주려 하는 것도, 순전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응, 그러니까. 정말 감사하지 않아도 돼.”
그래서 생도가 내게 그렇게 굽히지도 않았으면 했다.
지금처럼 올곧고 순수하게 나아가길 바랐다. 빛나는 이 모습이 차후에도 변치 않고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기를.
‘…진짜.’
왜 이렇게 한천성 생도가 기특하게 보이는지 몰랐다.
내 말이 의외였을까, 민망해하는 모습에 무심코 손을 뻗게 됐다.
“…미안한데. 조금만 쓰다듬어도 될까?”
스륵.
말한 순간 나는 이미 생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어… 그… 네. 알겠습니다.”
눈에 띄게 당황한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다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 이런 행동도 하나같이 다 귀엽게만 보였다.
‘내가 남자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날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았는데….’
스륵스륵.
조심스레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면서도 한천성 생도가 민망해하는 순간을 눈에 담았다.
“…교관님?”
“응.”
“그러면 저도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뭐든 말해도 좋아.”
답하면서도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었다.
“오늘 제가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에, 간밤에 조금이나마 스킬 수련을….”
“안돼.”
차갑게 말을 끊으며 나는 그대로 표정을 굳혔다.
훈훈하고 따스한 마음은 여전히 가슴에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건 들어줄 수 없었다.
“…교관님.”
너무나 간절하게 나를 올려다보는 생도의 모습에 마음이 순간 약해졌지만, 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큼은 무슨 말이 나와도 허용할 수 없었다.
“한천성 생도.”
“…예. 교관님.”
“수련은 고사하고, 오늘 하루는 나와 같이 있어야만 해. 알겠지?”
아예 단단히 한천성 생도에게 못을 박았다.
내가 없는 사이에 혹여라도 수련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끔.
한천성 생도를 아예 단단히 조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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