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obsessed tyrant and a sleeping cat every night RAW novel - Chapter (149)
… 다른 것 같지 않아?”
어쩐지 드레스가 예상했던 디자인보다 조금 더 화려해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하젤과 그 옆의 몬티앙 백작 부인이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거의 비슷해요.”
“아주 흡사하죠.”
“그저 조금만 변형을 주면 어떨까? 하고 저희가 따로 언질을 두긴 했지만.”
“뭐 이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라고 볼 수 있겠네요.”
두 여인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한마음 한뜻으로 입을 모아 말했다.
음, 둘이 짠 건가 보다…….
하젤을 도와 나의 의전을 담당하고 있는 몬티앙 백작 부인은 캐번디시 부인의 추천으로 함께하게 된 여인이었다.
내가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자 눈총에 못 이긴 하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생일 연회 이후에 처음 무도회에 가시는 거잖아요? 성년이 지난 후 초대받은 첫 무도회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실 필요가 있죠.”
“그럼요. 이 정도 시도는 사실 시도라 보기도 어려워요, 폐하. 그저 약간의 새로움을 더하는 정도? 미모가 출중하시니 뭘 입어도 훌륭하시지만 이 정도 변화를 주시는 것도 필요한 일이죠. 구태여 과감하지 않게, 그렇지만 세련된 차이점을 주면서?”
“어쩜! 제가 방금 하고 싶었던 말을 부인께서 명확하게 짚어 주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아마 하젤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아닐까 하면서 덧붙인 말이었어요, 하젤.”
허어. 언제부터 이 두 사람의 쿵짝이 이렇게나 잘 맞았지?
하기야 딱히 모난 데 없는 성격의 소유자들이라 처음 봤을 때부터 무난하게 서로 어울리기는 했었다.
나는 실눈을 뜨고 미심쩍게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다시 드레스에 눈길을 던졌다.
“음……. 그런가?”
뭐 이렇게 보니 두 사람의 말처럼 내 예상과 조금 다를 뿐이지, 다른 귀부인들이 입는 디자인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보이기는 했다.
드레스에 관해서는 나보다 두 사람의 안목이 훨씬 뛰어날 테니, 전적으로 두 여인에게 의존해야 하기도 하고.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드레스를 보는데, 몬티앙 백작 부인이 나에게 한 발 조심스레 내디디며 말을 꺼냈다.
“그동안 말씀드리기 어려워서 그랬지, 여태껏 입으시던 드레스는 뭐랄까…….”
그녀는 단어를 고르기 어려운 사람처럼 잠시 미약하게 눈살을 찡그린 후 우아한 손동작으로 허공을 가볍게 내젓는 행동을 보였다.
“조금 답답해 보이는 경향이 있었답니다. 그렇지만 폐하는 이 위대한 제국 위페르의 황후이시잖아요? 이제 너어무 어려 보이는 드레스는 이제 조금 지양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내가 그랬었단 말이야? 귀여운 드레스를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물론이죠. 드레스가 귀엽지는 않았어요, 전혀. 제 말씀은 그러니까…… 소녀티가 나게 입어 오셨다는 뜻은 아니고 지나치게 수수했다, 라고 표현하는 게 좋겠네요. 도통 의복에는 관심이 없으셨으…….”
“없진 않았는데?!”
“오…… 이런.”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몬티앙 백작 부인이 곤란하다는 듯 코끝을 가만히 찡긋댔다.
“하지만 언제나 아름다우셨었답니다.”
“의복과 관계없이, 말이지?”
“호호, 전 거짓말을 못 한답니다, 폐하.”
몬티앙 백작 부인이 흔연스레 웃음을 터뜨린 후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내가 그동안 지나치게 꾸밈이 별로였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몬티앙 백작 부인의 말처럼 그녀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귀부인들 사이에서 가장 세련되기로 유명한 몬티앙 백작 부인이니 드레스에 대해선 그녀가 나보다 훨씬 더 잘 아는 건 당연지사.
그녀의 말을 따르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럼…… 폐하의 의상은 어땠었어?”
나는 문득 킬리언의 의상도 별로였나 싶어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내 눈에는 그의 옷차림은 늘 근사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말이다.
“완벽하시죠. 그분은 어린 시절부터 늘 그러셨어요.”
딱 잘라 완벽하다고 말하는 몬티앙 백작 부인의 어투는 과장이라곤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흠…….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씁쓸해지는 게…….
혹시 킬리언도 내가 지금껏 잘 꾸미지 못했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지만 차마 말을 못 꺼냈던 게 아닐까?
그는 내가 뭘 하든 잘했다고만 하는 남자이니까…….
“몬티앙 백작 부인.”
“네, 폐하.”
기젤라 부인이 권력을 잡고 황실을 장악하고 난 후 부인은 몬티앙 백작령에서 초대받는 파티가 아니고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부인이 지금까지 귀부인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가는 이유는 유행을 선두해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고민할 것도 없다.
“오늘은 부인이 원하는 대로 해 봐. 부탁할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여인의 입가가 기쁜 듯 힘껏 올라갔다.
“와…….”
이게 나야?
나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봤다.
츄릅. 내가 내 얼굴에 침을 흘려선 안 되겠지만, 정말이지 하마터면 그럴 뻔했다.
조명을 받아 금빛으로 물든 은은한 진줏빛의 실크 드레스에 보디스 앞부분에는 층층이 리본이 달려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퍼지는 파고다 형태의 소매 끝부분에는 여러 겹의 층을 이루는 오간자 레이스가 달려 있었다.
“화장을 짙게 하지는 않았어요. 폐하의 얼굴은 색을 짙게 하는 것보다는 장식품과 드레스로 화려하게 하는 게 훨씬 어울리시는 분이니까요.”
몬티앙 백작 부인이 덧붙이며 내 머리칼을 어깨 너머로 내려뜨렸다.
목걸이는 과감하게 생략하여 드레스의 네크라인에 더욱 눈이 갔다.
“확실히 조금 과감해 보이는 것 같은데.”
“전혀요. 이보다 더 깊이 파인 드레스가 사방에 넘쳐난답니다?”
타이트한 보디스 위 스퀘어 네크라인이 평소보다 깊게 파여 고민이 되는데, 몬티앙 백작 부인과 하젤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당장의 저들의 드레스만 보아도 훅 파여 있는 네크라인의 드레스였다.
새햐안 깃털 장식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헤어 밴드는 샹들리에 조명에 반사되어 끊임없이 반짝이고 있었고, 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 평소에 내가 하기 어려운 화장은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들었다.
“피로한 얼굴이 좀 가려진 것 같아. 그렇지, 하젤?”
내가 퍽 기쁜 듯한 어조로 말하자 하젤이 안쓰러운 눈길로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내려다봤다.
“어휴, 요즘 정말이지 일정이 너무너무 많으셨어요.”
“열흘씩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선 일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잖아.”
“물론 저도 그건 알지만…….”
“그래도 황제 폐하의 스케줄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었지, 뭐.”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자, 하젤이 한숨을 내쉬며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열흘간 시간을 비워야 한다는 이유로 나는 지난 여드레 동안 바쁜 나날을 보냈다.
성 곳곳의 보수공사에 대한 예산안을 따져 승인하고, 넉 달 후에 있을 황실 무도회 계획안을 확인하는 등, 궁내부 일에 박차를 가해야 했었다.
그사이, 이리나를 만나고 요양차 시골의 성으로 떠나 있는 엘리제와 담소를 나누는가 하면, 틈틈이 성향을 나눠 초대한 귀부인들과 티타임을 갖는 것도 잊어선 안 됐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폐하의 일정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은 저도 남편을 통해 듣기는 했답니다.”
몬티앙 백작 부인이 내 의견에 동의하며 내 머리를 한 번 더 신경 써 매만졌다.
확실히 킬리언은 내 사정보다 더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야만 하는 그는 오늘도 국무회의를 마치고, 신전에 다녀와야 했으며, 아마 지금쯤은 접견실에서 대사들과 대화를 나눈 후 그들을 초대한 승마 경기를 관람하는 중일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우리는 침실에서 잠깐 마주치는 게 전부였는데,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곧바로 내가 잠이 드는 바람에 이야기도 거의 나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성공한 젊은 백작이 여는 무도회라니. 혼기가 찬 레이디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라 하더라고요?”
“데인! 아니, 브륀힐트 백작님의 무도회니 다들 그런가 보더라고요.”
몬티앙 백작 부인의 말에 하젤이 퍽 반가운 어조로 대답하며 나를 쳐다봤다.
며칠 전 킬리언과 나를 초대한 사람은 바로 데인 브륀힐트였다.
뇌물 수수와 탈세 혐의, 각종 범죄가 드러나 작위를 박탈당하고 재산을 몰수당한 헤밀튼 부부의 리트번은, 그간 훈련받은 이종족들을 이끌고 변방을 굳건히 지켜 온 데인 브륀힐트에게 하사되었다.
브륀힐트 공작 부부는 아들과 함께 데인버그를 떠나려고 했으나, 데인이 위페르 군대에 자원하겠다 하여 공작 부부는 킬리언 소유의 데인버그를 대신 경영하고 있는 중이었다.
“황후 폐하의 오라버니이니만큼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는 거겠죠.”
몬티앙 백작 부인의 말에 나는 빙긋 웃으며 오랜만에 만날 데인과 남매 연기를 어떻게 할지 잠시 생각에 잠겨야만 했다.
위페르의 국민들에게 나는 여전히 브륀힐트 가의 사람이니 데인이 황후의 남동생으로 알려져 있는 게 당연했다.
“자, 이제 모두 된 것 같은데요?”
“꺅!”
몬티앙 백작 부인의 말에 하젤이 박수를 치며 몹시 신이 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하젤 역시 내 드레스가 마음에 안 들긴 했었나 봐…….
두 사람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니 그간 내 옷차림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도 킬리언은 과연 이 모습을 어떻게 봐줄지 은근히 긴장됐다.
***
서서히 기우는 해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첨탑에 걸린 적란운이 느릿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황후 폐하께서 나오십니다!”
정원에 발을 내딛는 찰나 의전장관의 목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익숙해져야 할 호칭이겠지만 쩌렁쩌렁하게 울릴 만큼 큰소리로 나를 폐하, 라고 부를 때면 가끔 어색한 기분이 들며 언제쯤 익숙해질까 싶어진다.
여러 대의 마차들 중 태양의 문장이 새겨진 가장 크고 화려한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눈에 띈 건 단연 킬리언이었다.
검푸른색의 재킷에 화려한 견장과 수술이 달린 제복을 입은 그는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을 법한 큰 키가 어디에서든 돋보였다.
의전장관의 말을 들은 그가 곧바로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
그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켰다.
긴장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데 목이 좀 타는 기분도 드는 것 같았다.
나름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한 내 모습이 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싶은데 그는 별 차이를 못 느낀 것인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음…….”
남자들은 여자들이 뭐 달라진 거 없어? 하면 그것처럼 어려운 질문이 없다고 느낀댔으니까 킬리언도 그런 모양이었다.
칫,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안녕하십니까, 폐하.”
“좋은 저녁입니다, 폐하.”
은근히 서운한 마음과는 별개로 곧바로 킬리언의 주변에 서 있던 귀족들이 정중하게 건네오는 인사에 정신을 빼앗겼다.
마법부장관 바른과 흑마법 연구관리소장 해리드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리드야 순방을 함께했다지만 바른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바른 장관.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다들 바쁜 위치에 있다 보니 만나기가 쉽지 않은 탓에, 나는 잠시 긴장한 기분을 잊은 채 활짝 웃으며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