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줄다리기 (2)
1943년 6월 29일
영국 옥스퍼드
미군이 도착했다는 소식에도 몽고메리는 좀처럼 웃을 수 없었다.
물론 미군의 도착으로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진 건 사실이다. 최소한 깃털만큼만.
미군이 영국에 도착했다곤 하나 그들이 전선에 투입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그리고 영국에 도착한 미군은 1개 군단에 불과했다.
병사 한 명이 귀중한 지금 1개 군단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지만, 전황을 바꾸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아무리 깨끗한 물이어도 흙탕물에 뒤섞이면 흙탕물이 되듯 1개 군단도 격전 속에선 금방 희석되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전황을 뒤집으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병사, 더 많은 무기가 필요했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 사이에는 대서양이 있고 대서양에는 망할 놈의 유보트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영국은 인도양 방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남겨두고 전 전력을 대서양으로 끌어와 영국행 수송선단을 보호하는 데 투입했다.
미 해군도 태평양 전선 지휘관들의 격렬한 항의에도 태평양에 배치된 해군 전력 일부를 대서양으로 배치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되니츠의 유보트 함대는 대서양을 제집 안방 드나들듯이 하며 영국의 목줄을 거세게 조였다.
아조레스, 카나리아, 카보베르데 제도에서 발진하는 유보트와 독일 해군항공대 소속 초계기들의 존재도 지원군의 영국 도착을 지연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히틀러의 목표가 중동과 인도가 아닌 본토라는 것을 본토에 독일군이 상륙한 후에야 깨달은 영국은 식민지 각지에 퍼진 병력을 도로 본토로 불러들였지만, 대서양에 자리 잡은 독일 해공군의 존재 탓에 하루면 갈 거리를 이틀에 걸쳐 이동하며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하게끔 했다.
그로 인해 미국은 대서양 한복판에 자리 잡은 추축국의 제도들을 점령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해당 작전이 끝나기도 전에 브리튼 섬 전체가 독일군에게 점령될 것이라는 암울한 결과만 나왔다.
이거야 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아닌가.
그렇다고 위험을 감수하고 연료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영국으로 직진하다간 현장에서 대기하는 21형 유보트와 Fw 200의 사냥감이 되기 일쑤였다.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와 연료와 시간의 소모를 감수하고서라도 대서양 가장자리를 빙빙 돌아 영국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반면 독일군은 하루만이면 영국 해협을 건너 브리튼 섬의 아군에게 병력과 물자를 제때 보급하는 게 가능하다.
배가 부족하면 수송기를 쓰면 되고.
이쪽이 병사 한 명을 보충받으려면 일주일이 걸리는데 저놈들은 하루, 혹은 6시간이면 된다. 이러니 싸움이 될 턱이 있나.
몽고메리는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어댔다.
런던과 함께 죽겠다던 총리는 어찌 된 영문인지 글래스고에 살아있었다.
총리 자신도 비난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인지 역겨운 나치 침략자들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어 의식을 잃었고, 자신이 의식을 잃은 사이에 밑의 부하들이 멋대로 글래스고로 빼낸 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글쎄올시다.
처칠의 행보를 두고 병사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었다.
행방불명된 국왕 폐하와 왕비 전하의 복수를 부르짖으며 전의를 불태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더 이상 영국에 가망이 없다며 의기소침해진 자들도 있었다.
몽고메리는 후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금의 상황을 퍽 긍정적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미군의 도착이 다행이긴 하나, 기껏해야 독일군의 진격을 사나흘 정도만 늦출 수 있을 뿐.
전선이 더 이상 뒤로 밀리지 않으려면 지금 도착한 숫자의 최소 10배는 되는 미군이 도착해야 하고, 적을 브리튼 섬에서 완전히 몰아내려면 다시 그 몇 배에 달하는 병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할 소총, 중화기, 전차, 대포, 트럭, 전투기도.
미국의 군대와 물자가 영국에 도착해 다시 전선으로 풀리기 전까지 최대한 독일군의 진격을 막아야 했다.
“놈들을 영원히 막지는 못해도, 최대한 오랫동안 발을 묶어야 해. 저 양키 친구들이 오기 전까지.”
“적의 공격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위 하나가 달려와 독일군의 공격 소식을 알렸다.
어쩐지. 하루가 멀다고 폭격 퍼붓는 놈들인데 너무 잠잠하다 했어.
“제리들이 어딜 공격했나?”
“래들리입니다, 각하.”
래들리 전방 방어선에는 육군 1개 대대와 홈가드 2개 대대가 배치되어 있다.
76mm 주포를 장착한 셔먼 3대와 그랜트 4대, 그리고 후방에 배치된 1차대전에 사용된 구식 18파운더 야포 5문이 보병들을 지원했다.
“적의 규모는?”
“아군의 보고에 따르면 1개 사단입니다. 그리고 킹타이거(King Tiger) 전차가 스무 대 가까이 목격되었다고…….”
몽고메리의 얼굴이 썩어들어가는 것을 본 중위는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킹타이거. 영국군이 티거 II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타이거도 아니고 킹타이거라니. 그것도 스무 대씩이나.
당황한 병사들이 판터를 킹타이거로 오인하고 잘못 보고했다고 쳐도 여전히 암울한 상황이었다.
셔먼이나 그랜트로 판터를 격파하려면 정면은 어림도 없고 측면과 후면을 노려야 하지만 판터는 2km 밖에서도 영국군이 보유한 모든 전차를 고철 더미로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숫자도 독일군이 더 많다.
“최대한 막으라고 전해. 지원은…… 병사들에게 대전차화기가 얼마나 있지?”
몽고메리는 기약 없는 지원에 대해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전차화기로 슬쩍 넘어갔다.
“바주카가 각 중대당 2문씩 있답니다. 화염병도 수량 자체는 넉넉하다고 합니다.”
“그럼 됐군. 전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측면이나 후면에 바주카를 쏘거나 화염병을 던지면 승산이 있을 걸세.”
최고의 방법은 독일군이 보유한 것처럼 강력한 전차의 지원을 받으며 싸우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영국군은 미국이 공여한 바주카와 화염병에 의존해야 하는 신세였다. 중위는 힘없는 표정으로 경례를 올린 뒤 회의실을 나갔다.
속이 쓰렸다. 영국의 아들들이 적에게 개죽음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의 목숨을 사지에 던져야 한다는 것에 구역질까지 느껴졌다.
부디 하느님, 영국을 도와주소서. 이 나라를 적에게서 구원해주소서.
***
독일의 전면적인 침공이라는 유례없는 대재앙을 맞이한 영국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미국도 더 이상 평화롭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전쟁을 멈춰라! 전쟁을 멈춰라!”
“지금 당장 유럽에서 손을 떼라!”
“정부는 국민에게 진실을 밝혀라!”
유럽 파병 반대, 대독강화를 부르짖는 시위대의 시위는 한층 더 격해졌다. 그러나 경찰들은 이에 대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화염병을 들고 다니는 흑인 시위대보다는 적어도 대응하기 수월했기에.
제시 오언스의 초상화를 든 흑인 시위대는 말로만 해서는 정부가 자신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전략을 바꿨다.
흑인들은 이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 시위를 열었다. 그리고 경찰이 조금이라도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라치면 주저 없이 그것을 사용했다.
-펑!
“와악! 아아아악!”
내던져진 화염병이 깨지고 옷에 불이 붙은 경관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흑인들이 던진 화염병에 동료가 다치는 것을 본 경찰들은 허공을 향해 공포탄을 쏘고, 진압봉을 휘두르며 돌격을 감행했다.
시위대 일부는 즉시 도주했지만, 쇠파이프를 든 이들은 도망치지 않고 경찰과 맞서 싸웠다. 욕설과 비명이 난무했다.
대도시의 사정이 이럴진대 중부와 남부의 시골 마을들은 더욱 심각했다.
“깜둥이들을 모조리 다 죽여!”
“이 개새끼들! 돼지 새끼들!”
KKK단이 선두에 서고 겉으론 점잔을 빼며 그들과 거리를 두는 척하던 백인우월주의자들도 지금은 손에 몽둥이나 쇠스랑, 산탄총과 엽총을 들고 다니며 ‘잠재적 위험분자’인 흑인들을 사냥하고 다녔다.
그들은 흑인이라면 무조건 두들겨 패고 봤다. 린치를 막아야 할 경찰들은 사태를 방관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
흑인들도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BFR을 중심으로 모인 흑인 과격파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역으로 백인들을 공격하고 다녔다.
이들의 1순위 목표는 당연히 KKK단과 골수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집과 농장으로 경찰서도 공격 대상에 포함되었다.
주방위군과 연방군에 있던 흑인 중 일부가 무기를 챙겨 탈영, 흑인 민병대에 들어가는 일이 곳곳에서 보고되었다.
몇몇은 무장탈영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깜둥이라고 대놓고 멸시하며 모욕을 주던 동료나 상관을 살해하기까지 했다.
미국인들은 공포에 떨었다.
이제 사람들은 출근하거나 등교할 때, 장을 보러 나갈 때도 안전을 걱정해야만 했다.
총기 판매량이 급증했고, 집에 식량을 비축해두는 가족이 빠르게 늘었다. 식료품 가게와 총포상은 전례 없는 대호황을 맞이했다.
그저께는 조지아에서, 어제는 루이지애나에서, 오늘은 미시시피에서 폭동과 흑인 병사의 무장탈영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빗발치기 시작한 뒤로 루즈벨트는 얼굴에서 웃음을 잃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길게, 혹은 자주 하지 않았고 백악관에는 무거운 적막이 맴돌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그는 어쩌다가 미합중국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고민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미국은 민주주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영국을 도와 영국에 상륙한 독일군을 몰아낼 준비 작업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이 꼴을 보라.
연일 시위와 테러, 백인 민병대와 흑인 민병대의 총격전으로 남부는 사실상 내전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국민은 분열되어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다.
어찌어찌해서 영국에 겨우 첫 원정군을 보냈지만, 영국에서 독일군을 물리치려면 너무나 부족한 규모였다.
루즈벨트는 필사적으로 잡아뗐지만, 공화당은 폭로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고 확신하며-그게 또 사실이기는 했다-그를 대통령직에서 탄핵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다녔다.
여기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까지 가세해 그러잖아도 혼란스러운 정치판을 더욱 어지럽혔다.
그 망할 폭로만 없었다면 필시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터. 후버에게 독일 스파이 색출을 지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루즈벨트는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시가에 불을 붙였다.
최근 그의 주치의가 건강이 지나치게 나빠졌다며 이만 금연할 것을 권했지만 니코틴이라도 없으면 하루라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각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급한 일입니다.”
국무장관 헐의 다급한 목소리. 영문을 모르는 루즈벨트는 저 양반이 뭐 때문에 저리 급한 모습을 보이는지 의아해했다.
혹시 이번에는 어디에서 폭동이라도 일어난 건가? 텍사스? 혹은 테네시?
헐이 루즈벨트에게 전하러 온 소식은 그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한 소식이었다.
***
얼음 가득한 잔에 독한 꼬냑이 부어지자, 얼음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녹기 시작했다.
얼음이 녹아 연해진 꼬냑을 들이키자, 속이 화끈해지면서 취기가 올랐다.
후버는 녹다 만 얼음 알갱이와 꼬냑이 든 잔을 빙빙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은 건 기다림뿐.
과연 루즈벨트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끝끝내 대통령직에 올랐던 그가 스스로의 입으로 사임을 발표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렴, 기어이 3선에 도전해 당선됐고 내년 대선까지 생각하고 있는 그가 사임이라니. 말이 안 되지.
결국, 남은 건 탄핵이려나? 지금이라도 사임을 표한다면 공화당도 더는 공격하지 않고 넘어가겠지만, 끝까지 사임을 거부한다면 남는 건 그 방법밖에 없긴 하다.
탄핵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탄핵당한 뒤다. 제 입으로 사임하기 싫어 탄핵까지 당한 인간을 과연 검찰이 가만히 놔둘까?
어쩌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감옥에 들어간 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상 최초 3선에, 최초로 탄핵을 당하고, 거기다 감방까지 들어간 대통령이라니.
그거, 참 볼만하겠군. 후버는 웃으며 잔에 남은 꼬냑을 들이켰다. 얼음 알갱이는 완전히 녹아 꼬냑과 섞인 지 오래였다.
“어이, 같은 걸로 한 잔 더 주게.”
“예, 손님.”
***
1943년 7월 1일
독일 바이에른 오버잘츠베르크 베르그호프
터스키기 매독 실험사건, 진주만 공습 폭로에 흑인 반군까지.
하나만으로도 수습이 힘든 악재가 무려 3개나 터졌는데 얼마 전에 하나가 더 터졌다고 한다.
소련이 백악관에 스파이를 심어놨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루즈벨트가 소련을 돕기 위해 비밀리에 물자를 공급해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었다.
미리 말해두는데, 이건 내가 한 짓이 아니다.
아마도 백악관이나 국무부 내부의 누군가가 저지른 일일 것이다.
평소 루즈벨트의 친소 행보에 불만이 많던 이가 이때다 싶어 폭로를 터뜨린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할 뿐이다.
어찌 되었든 해당 폭로까지 추가로 터지자 안 그래도 뜨거웠던 미국 내 여론은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루즈벨트를 탄핵해야 한다는 공화당 강경파들의 주장이 이제는 공화당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고 대중도 루즈벨트의 퇴진과 하야를 요구했다.
심지어 루즈벨트가 소련의 간첩일지 모른다며 그를 당장 체포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동시에 제기되었다.
루즈벨트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틀어박힌 채 외부로 어떤 모습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과연 루즈벨트가 어떤 선택을 할까?”
“그자에게 지능이란 게 남아있다면, 사임을 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괴링이 쿡쿡 웃으며 말했다.
사임이라. 미국 역사상 사임한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한 명뿐이다.
지금 닉슨은 대통령이 아니라 해군 소령이고, 닉슨의 대통령직 사임도 지금으로부터 31년 뒤인 1974년의 일이니 1943년 현재까지 자진해서 하야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
닉슨은 셀프 하야를 대가로 면책 특권을 요구해 대통령 퇴임 후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편하게 살다가 죽었는데 과연 루즈벨트는 어떨까?
닉슨의 경우처럼 자진해서 하야하는 대가로 의회와 딜을 하면 최소한 감옥에는 안 가겠지만 끝까지 버티기 전략을 선택한다면?
워싱턴, 링컨과 더불어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명에서,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감옥은 안 가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 해도 이미 최악의 대통령 직함은 따놓은 당상이겠지만.
“영국에 미군이 상륙했다고 하던데.”
“예. 하지만 겨우 1개 군단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고작 1개 군단으로 제놈들이 뭘 할 수나 있겠습니까?”
브라우히치는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듯이 여유로운 태도로 와인을 홀짝거렸다.
1개 군단이 작은 숫자는 아니지만, 전황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정도도 아니다. 게다가 상대는 유럽에서 지상전을 치러본 적이 없는 미군.
브라우히치가 자신만만한 것도 이해가 간다.
지휘관 이름이 조지 S. 패튼만 아니었더라면 나 역시 그처럼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미군 측 지휘관인 조지 S. 패튼은 미군 내에서도 손에 꼽는 맹장이라고 하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것이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듯 조심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는 법이다. 보르도 와인으로 입맛을 돋우고 카망베르 치즈를 한입 크게 베어 무는데 귄셰가 영국 소식이라며 급보를 들고 왔다.
“방금 버킹엄 궁전 지하에서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왕비로 추정된 시체 두 구를 발견했답니다.”
“……로 추정되는?”
귄셰가 말했다.
“시체의 상태가 너무 처참해 100% 확신할 수 없는지라 복장을 통해 추정만 하고 있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영국인들이 미쳐 날뛰겠지?”
“어…… 그렇지 않겠습니까?”
괴링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국왕과 왕비가 행방불명되었을 때도 영국군의 저항에 큰 변화는 없었다만, 잔해에 깔려 전신이 으스러지고 날씨 탓에 부패한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하면 또 다를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걸 전쟁 끝날 때까지 계속 숨길 수도 없고.
무슨 좋은 방법 없나?
“걱정 마십시오, 총통 각하. 제가 세워둔 계획이 있습니다.”
“힘러? 자네가?”
힘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보니 무언가 믿는 구석이 하나 있는 모양이었다. 브라우히치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하는 표정이었지만.
“그 계획이 대체 뭔가?”
“들어보시면 아주 깜짝 놀라실 겁니다.”
……왠지 더 불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