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
제1화
[뉴비 SSR 나왔는데 이거 좋은 거임?]수집형 RPG 게임에는 소위 웃음벨이라고 불리는 캐릭터들이 있기 마련이다.
[마도왕의 후계자 오즈라는데 존나 세 보인다]웃음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은 많지만 게임에서는 대개 성능이나 취급에 문제가 있는 캐릭터들을 말했다.
그 중 웃음벨로 여겨지는 경우는 3가지 유형이 있다.
-만렙 찍고 전용 장비 맞춰 준 다음에 초월각성, 재능개화, 영혼해방, 한계돌파 다 해 주면 쓸 만함
└ 아니 가챠 게임 육성 수단 실화냐? 게임 수준하고는
└ 구캐릭 챙겨 주는 게임이 갓겜이 아니면 뭐임?
└ 사람이랑 대화하는 줄 알았는데 개돼지였잖아?
└ 꿀꿀
첫 번째로.
단순히 게임 내 인플레이션에 밀려나 더 이상 사용할 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딜, 탱, 힐, 유틸 다 하는 만능 캐릭임
└ 이도 저도 아닌 잡캐라는 소리 아니냐?
└ ㅇㅇ 잘 아네
스킬 메커니즘이 이상한 경우.
-그래도 오즈 나오는 거 보면 스토리는 재밌음.
└ 어떤데?
└ 아르마딜로처럼 잘 굴러다녀
└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게임 내 스토리에서도 안타까운 취급을 당하는 경우.
[마도왕의 후계자] 오즈라는 캐릭터는 놀랍게도 그 모두 해당되는 캐릭터였다.간단히 정리하자면…….
-예능 캐릭임
예능용 복불복 캐릭터.
게임 초창기에 나온 SSR등급 캐릭터라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
밸런스 패치를 하더라도 떡상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 웃음벨 캐릭터는 스킬의 메커니즘 자체가 꼬여 있었으니까.
패시브 스킬은 맵에 숨겨져 있는 보물 상자나 적의 약점을 알아내는 스킬인 [관조]
보물 상자를 찾아내는 능력은 애초부터 위치가 변경되지 않으니 쓸모가 없었고 적의 약점을 알아내는 것도 한 번 쓰고 버려졌다.
그마저도 공식 홈페이지에 몬스터 도감이 실리고 나서부터는 있으나 마나 한 스킬이 됐다.
[액티브 스킬 1]은 마도왕의 후계자라는 별명에서 착안한 건지 모든 마법사 캐릭터들이 가지는 액티브 스킬 중 하나를 무작위로 사용하는 [마나의 지배자].그렇다. 이 스킬이 오즈를 예능용 캐릭터로 만든 주범이다.
당연하지만 모든 마법사 캐릭터라는 건 N등급부터 SSR등급까지의 캐릭터들 전부를 의미한다.
보스전에서 이 병신이 뽑는 즉시, 상점으로 직행하게 되는 N등급의 마법사 캐릭터들이나 사용하는 [파이어 볼] 같은 걸 사용하는 걸 보면 열불이 터진다.
[액티브 스킬 2]는 자신의 전 방위를 막아 주는 방어막을 전개해 즉사기 수준의 데미지도 ‘무조건’ 1회는 막아 주는 [공간 방벽].그나마 쓸 만한 스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딴 일회용 유리 방패를 쓸 바에는 차라리 탱커를 기용하는 게 낫다.
필살기인 [신성에 도전하는 자]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가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법사, 그것도 포지션상 딜러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주제에 필살기가 회복기다.
제작진 새끼들이 돌아 버린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
더군다나 이 오즈라는 캐릭터는 게임 내 스토리에서마저 취급이 안 좋았다.
적이 나타나면 화려한 연출과 함께 등장, 자신만만하게 싸움을 걸고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얻어터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것도 메인 스토리 5장부터 13장 내내. 베지X도 그 정도 기간이면 한 번은 이겼겠다.
오즈라는 캐릭터에게는 제작진의 악의가 느껴진다.
있어 보이는 외견에 스킬 하나씩만 놓고 봤을 때는 좋은 건가 싶기도 해서, SSR등급이라는 허울뿐인 등급에 속은 뉴비들을 등쳐먹는 함정 캐릭터다.
꼬우면 리셋하고 다시 처음부터 키우라는 거겠지.
그렇기에 우리 같은 개돼지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게임, 는 불친절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래, ‘불친절’하다.
전조도, 밑밥도 없었다.
내가 뭐 오즈라는 캐릭터를 따로 욕한 것도 아니고 제작진들에게 시비를 건 것도 아니다.
정체불명의 업데이트를 한 적도 없으며 수신 불명의 메일 같은 걸 열어 본 것도 아니다.
──그저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신규 메인 스토리는 어떠냐고 물어본 게 전부였을 뿐이다. 그 결과 친구에게 도착한 답변 역시 별거 없었다.
[웃음벨 새끼 메인 스토리 시작하자마자 죽었는데? 어떻게 당했는지도 안 나옴 ㅋㅋㅋㅋ 지금 홈페이지 불탄다 ㅋㅋㅋ]그런데 그 답변을 보고.
실소를 흘렸던 순간.
“이게 뭔 개 같은…….”
시야가 달라져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건 싸늘한 느낌까지 드는 하늘색 눈동자와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
[SSR 마도왕의 후계자]오즈 쿼바디스
처음에는 창문인가 싶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가장자리가 화려하게 치장된 거울이었다.
그래, 나는 의 SSR등급 웃음벨 캐릭터인 [마도왕의 후계자] 오즈가 되고 말았다.
* * *
[마도왕의 후계자] 오즈는 어떤 캐릭터일까?우선 스토리에서의 모습만 따진다면 초반 취급은 나쁘지 않았다.
명칭부터가 [마도왕의 후계자]다.
그런 캐릭터가 초반부터 병신 같은 행보를 걸었을 리가 없다.
오즈의 초반 평가는 ‘전개를 억지로 바꾸는 데우스엑스마키나’ 포지션의 캐릭터였다. 그래, 등장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던 거다.
메인 스토리 3장에서 오즈는 위기에 몰린 주인공을 화려한 마법으로 구하며 등장한다.
그때 오즈의 등장 CG는 엄청나게 공을 들인 티가 났던지라 모두가 짐작할 수 있었다.
──오즈라는 캐릭터는 무조건 SSR등급 캐릭터로 나올 거다.
그 정도의 위엄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건 어땠나?
물론 등장 전 PV만 봤을 때는 모두를 열광하게 하기 충분했다.
온갖 화려한 마법을 적에게 차례차례 때려 박는 오즈의 모습은 소위 말해서 반드시 소지하고 있어야 할 인권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나온 건 인권 캐릭터가 아니라 예능용 광대였고.
가능성을 찾아보려던 유저들의 수많은 실험을 통해 내린 결과는 결국 ‘공격계수’만 높은 병신.
신 캐릭터에 대한 열광은 빠른 속도로 식어 갔다.
“문제는 그게 지금의 나라는 건데…….”
초반 스토리에서 오즈는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줬다.
개입하기만 해도 문제 대부분이 해결될 정도로 유능했다.
실제로 주변 인물들에게서의 인상은 그랬다.
과대평가가 아닐 수가 없다.
게임상 성능을 알고 있던 유저들은 웃을 수밖에 없는 평가였지만 스토리 초반부에서는 그만한 위용을 보여 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메인 스토리 5장까지의 이야기.
유저들은 스토리가 흘러가는 정황을 보며 짐작할 수 있었다.
오즈가 주인공 각성을 위한 제물로 쓰였다고.
‘오즈 씨가 당했다고……?’
무슨 모 캐릭터의 영압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가 비상식적일 정도로 충격을 받아 있는 가운데. 오직 주인공만이 투지를 불태우며 싸움을 이어 나간다.
그 결과 주인공 캐릭터는 스토리상으로는 아주 강한 편으로, 게임 캐릭터로 치면 R등급도 안 되는 허수아비에서 그럭저럭 쓸 만한 SR등급 수준의 캐릭터가 된다.
SSR등급 캐릭터를 희생시켜 얻어낸 SR등급 캐릭터다.
기적의 가성비가 아닐 수 없다.
오즈의 웃음벨 행보의 첫걸음은 어찌 됐든 그 에피소드는 그럭저럭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 캐릭터의 각성 장면이 나름 볼 만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하지만 우리 무능한 제작진은 다르게 생각했나 보다.
등장할 때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주던 오즈는 그 에피소드를 기점으로 웃음벨이 됐다.
정확히는 적에게 당해서 주인공들에게 적의 강함을 어필하는 전투력 측정기로 전락해 버렸다.
‘방심했나?’
같은 대사가 나올 때마다 웃음을 참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이제는 내 일이 된 이상 웃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아…….”
지금 상황이 답답해서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다시 확인한다.
“음, 그래. 잘생기긴 했네. 그건 마음에 들어.”
그렇게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갑작스럽게 생겨난 개연성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던 순간이었다.
“음?”
거울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하나를 발견했다.
“일정표? 세세하네.”
쪽지에는 내가 되기 전의 오즈가 적어 두기라도 한 건지 오늘 해야 할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각종 고위 인사들을 만나거나 사교계에 얼굴을 비추고 개인 연구를 진행하는 등 도무지 하루로는 할 수 없을 만한 빠듯한 일정들이 적혀 있었다.
“……그래, 너도 참 바쁘게도 사는구나.”
도무지 인간이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빼곡한 일정표를 보며 질려가던 가운데 포스트잇의 뒷면에도 글자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뭐……?”
평소라면 이런 걸 본다 해도 별다른 생각이 안 들었겠지만 지금 상황과 절묘하게 맞물리는 느낌 때문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왜 하필 인 걸까?
자신이 기억해야 할 문제라면 굳이 필독이라고 적을 필요는 없을 거다. 그런데 이건 다르다.
마치 내가 빙의하게 될 걸 알고 있었다는 느낌 아닌가?
1. [관조]하는 걸 멈추지 마라.
“관조면 분명 오즈의 패시브 스킬이었던 것 같은…… 윽?!”
[관조]에 대해 의식하는 순간.시야 자체가 뒤틀리기라도 한 것처럼 세상이 변화했다.
“으윽.”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가운데 거울에 비친 내 눈동자가 조금 더 날카로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토록 세상이 흔들리는데도 그런 정확한 관찰을 할 수 있다니.
말 그대로 [관조]가 아닌가?
“개사기 같은 능력이었잖아……?”
게임에서야 별 볼 일 없는 능력이었지만 이 정도 관찰력이라면 분명 엄청난 능력인 게 맞다.
지금 내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게 주변을 관찰하는 걸 테니까.
“후우…….”
고통을 참으면서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의식한다.
정확히는 내 눈동자를 의식하며 [관조]의 출력을 조절한다.
[관조 – 활성화]그렇게 한참 동안 감각에 집중하고 있자 고통이 줄어들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본디 내가 알고 있을 리 없던 마법에 관한 지식들이 머리에 새겨지는 것처럼 떠올랐다.
[침식도 7%]“…….”
그리고 약간 섬뜩한 정보를 발견했다. [침식도]는 또 뭐야?
[침식도]가 100%에 도달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지금의 나는 마법적인 지식이 생겨났다고 해도 어느 쪽인가 하면 원래의 나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7%라는 수치는 오즈의 지분일 확률이 높았다.
[침식도]가 100%가 된다면 나라는 존재가 지워지고 오즈에게 덮어씌워지는 건가?“이건 아주 개떡 같은 정보인데.”
빌어먹을 망겜 같으니라고.
[침식도 4%]“아니, 침식도라더니 이거 줄어들기도 하는 건가?”
희소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유동성이 장난 아니다.
3%라는 수치는 언뜻 작아 보일 수 있겠지만 넓게 봤을 때 그만큼 정신이 혼잡한 상태라는 소리니 좋은 일은 아니다.
“후우…….”
그런 식으로 [관조]의 출력을 거슬리지 않을 정도까지 조절하고 그 밖의 정보들을 확인했다.
[마나의 지배자 Lv. 1] [공간 방벽 Lv. 1]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역시 오즈가 가진 스킬들이었다.
게임에서는 스킬 레벨까지는 없었는데 이건 도대체 뭘까?
레벨이 오르면 계수나 확률 같은 게 오르나?
“흐음…….”
[관조]의 출력을 조금 높여서 오즈의 주력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마나의 지배자]에 집중한다. [마나의 지배자 Lv. 1] [★초회 한정 기념 SSR등급 마법 100% 등장!!]“장난하냐?”
이거 순 미친 새끼들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