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07
제110화
엘레노아는 유스티티아의 질문에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걸 꼭 지금 말했어야 했을까? 조금만 더 여유를 가져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루. 아니, 하루도 아니다.
유스티티아가 눈을 뜨고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그런 결정을 내리라니 너무 야속하지 않은가.
눈을 뜬 직후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며 심한 말밖에 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안부를 묻지도 않았다. 남겨둔 후회가 너무 많다.
“…….”
하지만 엘레노아는 그걸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지금 그걸 말해봤자 어리광이 될 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조금 생각해봐도 될까요?”
선택의 순간을 뒤로 미뤘다. 어떻게 보면 도망치는 듯한 행동.
“그래…….”
하지만 유스티티아는 결의에 찬 엘레노아의 눈빛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건 도망치는 게 아닌 심사숙고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럼 나중에 봐요. 언니!”
엘레노아는 한 차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그대로 자리를 떠나갔다.
혼자 남은 유스티티아는 턱을 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밥은 먹고 가지……. 혼자서 3인분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렇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3인분의 식사가 보일 시점이었다.
“그럼 저도 같이 들죠.”
식사가 나올 무렵 비슷하게 도착한 오즈가 자리에 자연스럽게 착석했다. 유스티티아는 그런 오즈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이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엿듣는 건 별로 칭찬할 만한 행동이 아니네요. 오즈 씨.”
“그렇다면 사전에 막지 그러셨습니까? 알고 계셨을 텐데요.”
“당신도 들어야 할 얘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
오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 앉은 채로 자신 몫의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 뿐이었다.
그 모습에 유스티티아는 키득거리며 웃다가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노아에게 가보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지금 고민 중일 텐데.”
“노아라면 알아서 잘 하겠죠.”
오즈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이 식사에 집중했다.
그리고 유스티티아는 그런 오즈의 단호한 모습에 장난기라도 돋았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도발했다.
“호오!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만약 노아가 절 따라오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그게 문제가 됩니까? 저는 엘레노아를 믿고 있습니다. 그런 엘레노아가 믿는 당신이라면. 예, 분명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그 발언은 조금 훅 들어오네요. 감동이에요.”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유스티티아는 한 방 먹었다는 듯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엘레노아가 그녀를 따라간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믿고 있으니 상관없다는 일종의 신뢰 표현.
오즈의 여유는 그 당연하다는 듯한 신뢰에서 오는 것이었다.
“흠, 흠. 그래서 그렇게 편한 모습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거군요.”
“뭐, 그것도 있지만……. 유스티티아 씨와는 한 번쯤 따로 얘기해보고 싶었으니까요.”
“흐음, 그 말은 저한테 관심 있다는 거로 들리는데 제가 그렇게 알아들어도 문제는 없겠죠?”
“…….”
오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뉘앙스가 조금 그렇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오즈 씨……. 으음, 이건 불편하니까 편하게 불러도 될까요?”
“그러시죠.”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도록 할까? 오즈는 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거지?”
“예.”
유스티티아는 포크로 접시를 두드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빈말이라도 여기서는 그게 아니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유스티티아는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물론 제 개인적인 호기심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이면 어떤 거? 이 누나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다면야 뭐, 특별히 가르쳐줄게.”
“…….”
오즈는 묘하게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유스티티아의 행동에 엘레노아를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간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대화는 힘들다.
“노아와 친척이라고 하셨죠. 그렇다면 크리소스 사람인 겁니까?”
“그건 빙 돌려서 노아에 관해 묻는 거네. 그게 전부면 실망인데.”
“첫 번째 질문일 뿐입니다.”
유스티티아는 재미없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지만 오즈는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이어나갔다.
“뭐, 그렇지.”
“그럼 ‘열쇠’라는 것에 대해 들어 본적은?”
“……또 엘레노아와 관련된 질문이네. 슬슬 삐져버릴지도 몰라? 내가 삐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글쎄요?”
“부숴.”
“…….”
오즈는 방금 전 말을 통해 두 사람이 확실히 친척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저건 이미 의심의 여지가 없다.
“뭐, 그렇네. 그 질문에 대답해주자면 ‘그렇다’가 되겠네. 다음 질문은 나에 대해 해주려나?”
“그럼 그 열쇠는 어디서부터 이어진 겁니까? ‘헤로스’. 그 가문과 관련이 있습니까?”
“…….”
유스티티아는 곧장 몸을 일으켜 오즈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일순 가까워진 거리.
그럼에도 표정에 변화가 없는 오즈의 모습에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지금 여기서 내가 행동으로 옮기면 나에 대해서밖에 떠오르지 못하려나?”
“저는 이 자리에 앉고서는 당신에 대해서만 생각했습니다.”
“앗……. 그, 그 대사는 생각 이상으로 훅 들어오는데. 흠, 흠”
유스티티아는 오즈의 단호한 말에 멱살을 놓은 채 주춤주춤 자신의 자리로 물러났다.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미소 지었다.
간단한 말 한마디에도 기분이 풀리는 게 엘레노아와 판박이였다.
“결론을 내자면…… 그렇군요. 저는 왜 당신에게도 열쇠와 비슷한 힘이 있는지가 궁금한 겁니다.”
“으음……. 뭔가 내가 생각하던 거랑 다른데.”
유스티티아는 괜히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분명 그녀에 대한 화제인 건 맞다. 하지만 그녀가 기대한 것과는 어딘가 다르다.
유스티티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오즈의 의문에 답했다.
“그건 우리의 선조가 열쇠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야. 이른바 화신의 자손이라는 소리지. 그러니까 그 힘의 일부를 물려받았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않을까?”
“…….”
유스티티아의 가벼운 말에 오즈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잠시 후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심각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열쇠에서 태어나……?”
[이해자의 열쇠]가 지닌 [단절]의 힘과 유스티티아가 품은 [절단]의 힘. 그 힘은 열쇠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유사했었다.어쩌면 [명왕]의 열쇠가 그랬듯이 열쇠가 일부분 떨어져 나가 발현된 능력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열쇠 자체로부터 태어난 자손들이라면 그 힘이 그대로 유전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열쇠는 하나라고 해도 그 열쇠로부터 파생된 존재는 여럿인 거다.
“후후, 그 표정 뭔가 귀엽네. 완벽이 깨진 듯한 느낌……. 이건 정말 참기가 힘드네.”
유스티티아의 장난에도 오즈는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열쇠로부터 태어난 화신.
그 말에 담긴 뜻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너무 많아서 반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열쇠에 의지가 있다?”
열쇠라는 게 단순히 물건 수준으로 끝날 게 아니라는 것.
“그럼……!”
“우리 그 화제는 거기까지만 하자. 재미도 없고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거든.”
“…….”
유스티티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오즈는 그게 완곡한 거절의 의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이상은 무리다.
캐내려고 해봤자 대답해주지 않을 터고 괜히 관계만 나빠질 거다.
“그렇…… 군요. 그럼 다른 화제로 넘어가죠.”
“응응,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던가 옷이라던가 그런 걸 물어 봐줬으면 좋겠는데.”
“파란색 좋아하십니까.”
“응!”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응?”
너무 짧지 않나?
앞선 화제에 비해 노골적일 정도로 무관심한 오즈의 태도에 유스티티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
하지만 유스티티아의 당황은 다음 질문이 이어지자 한순간에 날아갔다. 아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고 하는 게 옳으리라.
“힘들다니?”
“그간 저주에 시달리기도 했고 요 며칠간 잠만 자느라 체력도 떨어졌을 거 아닙니까?”
“으응……. 괜찮아. 나는 용사니까 그런 것에 문제는 없어.”
“그럼 정신은? 불안하다거나 지친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유스티티아는 눈을 끔뻑거리며 질문의 의도를 헤아려봤다.
그녀가 비록 가벼운 화제를 원하기는 했지만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는 질문이었을까?
적당한 말을 한다기에는 오즈의 표정이 비교적 진지하다.
“저기, 질문의 의도가 뭐야?”
“딱히 특별한 의도는 없습니다. 저희와 헤어진다고 해도 중간까지는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여기는 국경 끝이니까 이동 방향이 겹칠 수밖에 없으려나?”
“그럼 동행하게 될 텐데 몸 상태를 묻는 게 딱히 이상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지.”
유스티티아는 담담하게 늘어놓는 오즈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딱히 질문에 숨겨진 의미는 없다. 그건 거짓말이 아닐 거다.
무거운 화제에서 이어진 시시콜콜한 잡단 수준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어색한 걸까?
“내가 중간에 뻗어버리기라도 하면 위험이 닥쳐왔을 때…….”
“딱히 위험하지 않더라도 뻗어버리면 안 되지 않습니까.”
“…….”
유스티티아는 오즈의 아무것도 아닌 말에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시시콜콜한 잡담일 뿐이었다.
다만 그 대상이 자신이었을 뿐이다. 그래, 그저 간단한 배려였다.
하지만 그 배려라는 게.
약자들의 편인 그녀에게.
용사인 유스티티아 헤로스에게.
너무나도 어색한 것이었던 거다.
“하하……. 배려해주는 거구나.”
딱히 없었던 건 아니다.
배려라는 건 딱히 사람을 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지 않은가.
그녀를 평범한 소녀로 봤을 사람에게 있어서 받는 배려와.
그녀를 완벽에 가까운 초인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의 배려는.
큰 차이가 있다.
검으로 바위를 벨 수 있을 정도의 고수에게 검은 위험하니 조심히 다루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과 마찬가지인 거다.
그녀는 지금 오즈에게 있어서 지켜져야 할 약자로 보이는 거다.
‘음, 낯설긴 한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
살짝 반할 뻔했다.
이번에는 비교적 진심으로.
그렇게 유스티티아가 혀를 내두르며 당황하고 있는 사이였다.
오즈는 또다시 화제를 옮겼다.
“이건 또 다른 얘기입니다만,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는 법입니다.”
“……응?”
유스티티아는 갑작스럽게 늘어놓는 오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무리할 필요는 없지 않았겠습니까?”
“…….”
유스티티아는 깨달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보다도 연하인 소년에게 혼나고 있는 거다.
이번 크리소스를 향해 움직인 무리한 여정에 대한 소리였다.
“당신이 용사라고 해도 딱히 당신이 모든 걸 배려하고 양보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
무거운 화제는 끝났다.
이어진 이야기는 가볍고 시시콜콜한 화제와 간단한 안부.
그리고 그런 화제에서 이어진 훈계가 무게가 있을 리가 없다.
저건 그저 투정에 불과하다.
‘아, 그런데 이건 진짜…….’
하지만 유스티티아에게는 달랐다.
어조는 가벼웠을지언정 그 말이 그녀의 심부를 찌르는 것 같았다.
배려와 양보.
용사로 살아온 그녀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상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배려와 양보를 한다.
언뜻 봐도 모순된 행동이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그녀에게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수많은 타인에게 배려와 양보를 일삼으며 살아온 그녀는 용사다.
그런 그녀를 배려하고 양보해주는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아, 이번 건 진짜로 못 참겠네.”
용사님의 용사님.
꿈에서 봤던 동화 속의 왕자님은 현실에서 그보다도 훨씬 더 멋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유스티티아는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오즈의 곁을 향했다.
그렇게 멱살을 틀어잡고.
이번에는 맨정신임에도 꿈을 꾸는 듯한 기분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때…….
“답을 내렸어요!!”
쾅!
엘레노아가 식당의 문을 화려하게 박살 내며 등장했다.
“엄멈머머…….”
유스티티아는 즉각 오즈의 멱살을 내려놓으며 거리를 벌렸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도 없이 미친년이 될 뻔했다.
유스티티아는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뒤돌아섰다. 엘레노아의 자신만만한 표정이 보였다.
“언니!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역시 스키엔티아로 돌아가야겠어요.”
“흠, 흠……. 이유를 들려줄 수 있을까?”
“언니와 함께한다면 제 목적은 분명 빠르게 달성될 수 있겠죠. 하지만요. 거기에는 한 가지 부족한 게 있어요.”
“부족한 것?”
유스티티아는 검지로 자신의 입술을 두드리며 고민했다.
뭐가 있을까? 물론 두 선택지에는 각자의 장단점이 있을 거다.
하지만 엘레노아가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할 정도라면 제법 큰 단점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언니는 굉장하죠. 용사고 예쁘기까지 하니까요.”
“뭐, 당연한 소리네.”
두 사람은 상당히 닮았다.
그 방대한 자의식이 그렇다.
“하지만요 언니. 그러니까 안 되는 거예요.”
“어째서?”
“저는 언니를 따라나서면 들러리밖에 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 방대한 자의식은 어느 한쪽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엘레노아는 스스로 빛나는 태양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지 빛을 반사하는 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저는 주인공이 되고 싶거든요. 아니, 돼야 해요. 주인공조차 될 수 없는데 어떻게 만민의 사람을 받는 왕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네, 생각이 짧았어.”
유스티티아는 그런 엘레노아가 대견스럽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의 근거가 그거라면 조금 그렇지만…….”
적어도 한순간의 감정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면 그걸로 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가 말하는 건 옳지 않은가?
왕은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지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그녀의 도움이 있다면 목적은 달성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엘레노아 본인의 성장은 없을 거다.
“노아. 너는 분명 멋진 왕이 될 수 있을 거야.”
“그건 당연한 거죠.”
최근 여러 가지 일이 겹쳐 침울해하고 있었던 엘레노아는 활기를 되찾았다. 아니, 전보다도 더 밝게 빛날 수 있었다.
“흠, 뭐 그렇겠지.”
오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스티티아는 그런 오즈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당했다.
그는 결국 노아가 이런 선택을 내릴 거라는 걸 알았던 거다.
그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물론…….
“그런데 벽은 왜 부순 거야?”
“그야…….”
“그편이 멋있어 보여서?”
“그거죠.”
그녀만큼은 아니다.
유스티티아는 그 점에 만족감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그간 용사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걸 양보해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오늘은 드물게도.
양보해서 내어준 것보다도 얻은 게 훨씬 많은 날이었다.
“아니, 뭐, 그래. 멋. 좋지. 그런데 이건 누가 변상할 건데?”
“스승! 사랑해요.”
“참으로 가볍기 그지없는 사랑 고백이구나.”
“제 진심 어린 마음을 모르겠다는 건가요? 너무해요! 위로금으로 이번 변상은 스승이 대신 내주세요! 귀족이잖아요?”
“아니, 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너는 왕족이잖아.”
유스티티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엘레노아는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다만 그 진심을 장난기 어린 말투로 포장해 감추고 있었다.
비교적 적극적인 행동이었지만 여전히 부끄러움이 남아 있다.
‘뭐, 예전이라면 모를까 저건 굳이 지적해 줄 필요는 없겠네.’
유스티티아는 그런 엘레노아의 풋풋한 사랑의 형태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건 분명 방금 전과 같은 부드러운 미소였지만…….
‘그럼 다음에 만났을 때도 여전히 저 상태라면……’
어딘가 사냥감을 바라보는 맹수의 표정을 닮아있기도 했다.
‘한 번. 빼앗아 볼까?’
그녀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주고 싶지 않은 게 생겼다.
그녀는 용사. 착한 아이로 태어나 착하게 살아온 사람.
하지만 이번 한 번쯤은.
조금 짓궂은, 나쁜 아이가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