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10
제113화
학생회장.
2학년의 SSR등급의 사수 캐릭터이자 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엘프.
[SSR 은하수의 엘프]라티아 피세아
국적 불명, 신원 불명.
어디에 사는지, 어디서부터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신비 종족.
그녀에 대해서는 게임에서도 드러난 바 없으며 그저 교류를 위해 찾아왔다는 설정밖에 없었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거라고는 그녀의 성격이 아리에타와 가까울 정도로 선량하다는 점. 그러니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는 없을 거다.
“그마저도 사고를 그렇게 치면 성격이 바뀌지 않으려나?”
“…….”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긴 하다. 나는 비교적 일을 원만하게 해결했다지만 내막을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이보다 더한 트롤러가 따로 없을 테니까.
“……그래도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
“으음, 하긴 나도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을 뿐이니까.”
“능력이라…….”
그러고 보니 그랬다.
문제는 어떻게 벽을 손상하지도 않고 통과했는지다.
“학생회장에게는 무슨 능력이 있는 거지?”
“알고 싶어? 학생회장에 관한 정보들이라면 꽤 많은데.”
울라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작은 쪽지를 꺼냈다.
아, 저거 본 적 있는 거다.
분명 예전에 루시아가 내게 보여준 황녀의 편지다.
마치 신용카드의 한도가 초과된 것처럼 조금만 무리한 부탁을 하려 할 때마다 저게 나오는 건가?
매달 청구되는 카드 명세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섭다.
“학생회장은 스키엔티아 내에서도 특출난 유명인이니까 직접 발품을 파는 것도 추천이야 오즈 왕자.”
“……그러는 게 낫겠네.”
선의의 조언인지, 뭔가의 꿍꿍이속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일하기 귀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울라의 말대로 스스로 발품을 파는 게 나을 거 같다.
“오오! 그렇구나! 그럼 이건 테네브리스가 아니라 내 개인으로서의 조언인데. 선도부에 가봐.”
“…….”
이 녀석이 내게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굴 이유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울라와 나는 친하지 않다. 그저 안면만 튼 정도.
지금 행동도 로서 나와 완만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개인적인 호의다.
이건 뭔가 꿍꿍이속이 있다.
“아, 참고로 이것도 개인적인 호의인데 말이야.”
울라는 방금 전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게 아닌 다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성녀님이 와있어. 오즈 왕자보다도 먼저 돌아오신 상태야.”
울라와의 교우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순간.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거 같았다.
“고맙지? 지금이라면 성녀님과의 밀회를 즐길 수도 있겠네~.”
이 녀석은 분명 성격이 나쁘다.
이건 100% 꿍꿍이속이 있다.
* * *
허허벌판이던 기숙사를 벗어나 숲을 넘어 선도부실을 향한다.
안 그래도 환상통 때문에 고역이었는데 마침 잘 됐다.
아리에타의 신술이라면 분명 이런 정신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을 거다.
그녀는 성녀님이 아닌가?
“오.”
다행히 울라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선도부에 가까워진 것만으로도 정신이 어느 정도 이완됐다. 아리에타에게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신성력의 영향이다.
오랜만에 도착한 선도부의 건물 앞에 멈춰 서 잠시 고민한다.
노크해야 할까?
나도 일단은 선도부지만 활동한 기억이 별로 없어서 망설여진다.
“흠…….”
“문 앞에 서서 뭐 하고 계신 겁니까? 오즈 왕자. 들어오시죠.”
“아, 응. 그래.”
그렇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던 상황에서 나를 구해준 건 올리비아 블루였다.
들어오라면 들어가야지 뭐.
올리비아의 뒤를 따라 선도부의 건물 내로 들어간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나를 아리에타의 집무실로 안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잠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 올리비아 블루.”
내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일단 학생회장인 라티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온 거다.
같은 2학년인 그녀라면 적어도 나보다는 많은 걸 알고 있을 거다.
“아뇨. 괜찮지 않습니다.”
“…….”
……이렇게 입구컷을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이제 보니 평소보다도 올리비아의 언행이 딱딱하다. 나한테 불만이라도 있는 걸까?
도대체 뭐가 문제지?
솔직히 문제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는 서로 싫다고 커밍아웃까지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냥 솔직해지려 하는 걸 수도 있겠다.
“오즈 왕자. 저는 당신을 싫어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자 노력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대견스럽군.”
“뭐, 많은 말은 필요 없겠죠. 그저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올리비아 블루는 내 쪽은 돌아보지도 않으며 아리에타가 있는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나타난 건 새하얀 머리카락. 부드러운 미소. 코끝을 간질이는 산뜻한 애플민트의 향기.
그리고…….
“들었어요. 용사님이라는 분은 여성이라고요. 오즈 님은 알고 계셨던 건가요?”
그녀가 꺼낸 첫 번째 말에서부터 숨이 막혀왔다.
* * *
“……이 쓰레기가.”
아리에타의 질문 뒤에 곧바로 들려온 올리비아의 말은 마치 비수처럼 내 심장을 찌르는 듯했다.
“꼭 구해내야 하는 분이라고, 저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도와달라고 그래서 저는…….”
“…….”
죄악감이 장난 아니다. 차라리 엘레노아처럼 대놓고 화를 내면 모를까 아리에타는 속으로 삭이는 타입이라 보고 있는 이쪽이 더 미칠 거 같다.
올리비아가 나를 쓰레기라고 한 이유도 이해가 간다.
지금 나와 아리에타의 관계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 그런데 그런 관계를 정립한 직후 다른 여자를 구하겠다고 달려간 거다.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그때는 여러모로 너무 바빠서 뒷일을 생각하지 않았던 감이 있다.
“오즈 님.”
아리에타가 마치 괴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많은 분이 오즈 님의 행동을 불평하고 비난했어요. 마치 오즈 님이 저를 일부러 속이고 도망쳤다고 평가했어요.”
“…….”
“저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오즈 님의 선의를 타인이 깎아내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어요.”
그녀는 내 행동이 아닌 그런 나를 평가하는 주변 사람 탓에 괴롭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상황이 아니라 내가 한 행동 그 자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오즈 님을 의심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싫어서…….”
전에 올리비아가 했던 말과 같다.
누군가를 의심해버리고 그런 자신을 혐오하고 만다.
“아리에타.”
차라리 비난을 해줬으면 좋겠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그때는 다소 오해가 섞여 있었다고는 해도 이번 일은 명확한 내 잘못이다.
“아리에타가 저를 의심하게 된 건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 내가 해야 할 건 어쭙잖은 변명이 아니라 정면돌파다.
이것도 쓰레기 같지만…….
“이건 제 잘못입니다. 정확한 설명도 없고 도망치듯 떠나버린 제 나약함이 잘못이었죠.”
조금 더 설명할 수 있었을 거다.
오해하지 않도록 그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냥 두루뭉술한 말로 아리에타의 협력을 받아냈을 뿐이다.
아무 상관도 없는 관계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와 아리에타 사이라면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이다.
“저를 용서해주시겠습니까?”
“…….”
아리에타는 내 진심 어린 사과에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그녀의 민트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타인의 앞에서 눈동자를 보이지 않으려는 그녀였기에 그녀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이 느껴졌다.
남을 비난하는 것.
그 사실 자체가 성녀로서 자라온 아리에타에게 있어서 낯선 거다.
“책망하셔도 좋습니다. 아리에타.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그렇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럼…….”
아리에타가 집무실 책상 앞에서 벗어나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내 정면에 마주 선 아리에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온다.
“오즈 님. 혹시 얼굴을 만져봐도 괜찮을까요?”
우리의 관계가 끊어졌던 날.
그때 그랬던 것처럼 아리에타가 내게 묻는다.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예, 얼마든지.”
그녀는 딱히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타인의 얼굴을 기억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때는 몰랐다. 이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하지만 지금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그녀는…….
“따뜻하네요.”
온기를 확인하고 있는 거다.
신성력을 통해 타인의 위치를 확인하는 그녀는, 얼굴을 만져본다고 해서 생김새를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닌 그녀는.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사람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끼려는 거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나보고 차갑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섭섭함을 표현한 것이리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따뜻하다고 말했다.
“오즈 님. 열이 있네요. 감기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요? 이 열기는 과연 누구 탓일까요?”
짓궂은 질문. 아리에타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자애로운 성녀님이지만 때때로 이렇게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한다. 물론 어린 시절과 지금은 여러모로 다르기에 곤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글쎄요. 아직 여름이라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네요. 그래도 차갑기만 하던 겨울보다는 훨씬 좋네요.”
그녀의 시원한 손이 열을 조금씩 식혀나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끈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리가 가깝다. 저번에도 가까운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정말…….”
줄곧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아리에타의 표정이 곧이어 엄격한 표정으로 변했다. 마치 장난꾸러기를 훈계하는 듯한 표정이다.
“왜 말 안 해주셨던 건가요? 혹시 저에게 켕기는 거라도 있었던 건가요?”
“업어읍이다.”
아리에타는 곧이어 내 얼굴을 매만지던 손으로 뺨을 잡아당겼다.
잠이 확 깨듯 얼굴에 올랐던 열기가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정말로?”
아리에타는 책망하기보다는 장난을 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입가에는 다시금 부드러운 미소가 맺혀 있었다.
“스킨십이라던가 그런 거 하나도 없었던 건가요?”
“예, ……아.”
한순간 머릿속으로 유스티티아와 키스했던 순간이 스쳐 지나간다.
분명 일순에 불과했지만 아무래도 아리에타는 그걸 포착해낸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가 훈계하는 수녀님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더 엄격한 교관의 모습이다.
“있었군요?”
“…….”
“오즈 님?”
“…….”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으실 건가요?”
뺨을 잡아당기는 세기가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은 귀여운 수준이지만 그녀가 얼마나 속상해하고 있는지는 뻔하다.
“제송, 제송합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죄뿐.
그녀에게 다른 누군가와 키스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아리에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내 뺨을 잔뜩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삐졌나 보다.
“오즈 님께서 그러셨죠? 오즈 님에게만큼은 책망해도 괜찮다고.”
“예에…….”
“그런데도 말해줄 생각은 없다니. 그건 조금 치사하지 않나요?”
“…….”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내가 그걸 어떻게 말하겠는가.
나도 기습으로 당한 거라고는 하지만 그걸 차마 그녀 앞에서 말할 정도로 나는 용기 있지 않다.
“고해 성사를 준비할까요? 아니면 이대로 벌을 줄까요?”
한참이나 내 뺨을 가지고 놀던 아리에타는 이내 자신이 잡아 당겨놓고도 미안한지 내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물론 내용은 부드럽지 않았다. 내가 책망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곧바로 거짓말 탐지기인 건가…….
“벌을 받겠습니다.”
솔직히 고해 성사를 선택하더라도 벌을 받는 미래는 피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럼 어떤 벌을 줘야 할까요?”
아리에타는 벌을 주겠다고 말했음에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은 건지 내게 의견을 구했다.
참 귀여운 사람이네.
“그, 그럼 일단…….”
잠시 고민하던 아리에타가 곧이어 얼굴을 붉게 물들이더니 조금씩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그분이 받은 것만큼은 저도 받아가고 싶네요……. 괜찮을까요?”
내 얼굴을 어루만지던 손은 내 목을 타고 넘어간 지 오래다.
대담한 행동이다.
반쯤 폭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말릴 필요는 못 느끼겠다.
그렇게 한층 더 가까워진 아리에타의 입술은…….
“그, 그래도 역시 입술에다 하는 건 부끄러우니까.”
입술이 아닌 내 뺨에 잠시 닿았다가 떨어졌다.
“아, 예…….”
맥 빠지는 기분이다.
아니, 뭐. 그래. 이해는 한다.
아리에타는 순수하니까 결코 일선을 넘을 수는 없었을 거다. 알고 있다. 더군다나 그녀는 성녀가 아닌가. 사실 기대도 안 했다.
정말이다. 진짜로 조금 아쉬웠을 뿐이다. 정말로……. 아쉽네…….
“눈꼴 시려서 못 보겠네!!”
하지만 그마저도 용납할 수 없는 듯한 사람이 나타났다.
문을 호쾌하게 발로 차 분위기 채로 부수며 들어온 건 청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푸른 눈의 소녀.
“하……! 하! 지금 뭐 하는? 뭐 하는 짓들이죠? 성스러운 선도부 건물에서 지금 뭐 하는 짓들이죠!! 어라? 거기 있는 거 성녀님 아닌가요? 성녀님이 그런 짓 해도 괜찮은 건가요? 말해봐요!!”
우리의 관종. 엘레노아다.
그녀는 반쯤 횡설수설하며 우리 사이를 거칠게 갈라놨다.
“아, 으아, 엑, 으으…….”
아리에타는 그런 엘레노아의 출현에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왔는지 주춤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그녀는 엘레노아의 비난에도 아무 말도 못 하며 얼굴을 감싸 안을 뿐이었다.
“스승도 스승이에요! 저한테는 늘 지켜보고 있겠다고 말한 주제에 지금 한눈을 파는 건가요?!”
“……나는 가끔 그렇게 일방적인 비난을 내뱉는 네가 좋더라.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는 거 같아.”
“스승은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엘레노아가 나를 향해 일방적인 분노를 내뱉을 때마다 나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곤 한다.
아리에타는 너무 섬세하고 엘레노아는 너무 거칠다.
두 사람이 서로의 반만 닮았어도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