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1
제23화
나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소녀(였던 것)들을 보며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데? 왜 성장을 안 하지?”
“……나는 오즈 왕자의 교육 방식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데.”
“할 때는 가만히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루시아가 쓰러진 두 사람을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면서 조용히 트집을 잡는다.
교육 방식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면 미리 말리지 그랬어? 나는 이 정도는 다 하는 줄 알았는데.
“스, 스승의 기준은 뭔가 이상해요. 저번에 자신한테 마법을 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런 짓을 한 건가?”
루시아가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아니, 틀린 말은 아닌데, 그 말만으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네.”
내가 한 건 어디까지나 실험일 뿐이었다.
한 번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던 실험이기에 그 고통은 아직 감수할 만했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생각해 본다면 이 정도 희생은 당연히 감수해야 했던 거다.
“어디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말만 들어도 오즈 왕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거 같군.”
알긴 무슨. 나는 이 세계에서 피랍된 지 아직 1년도 안 됐다.
역시 ‘바깥의 존재들’에 대한 설명을 빼니 이해시키기가 힘들다.
안타깝지만 그런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겠다.
“일단 이것들부터 내 눈앞에서 치워 줄래?”
“……물론 오즈 왕자가 애들을 치워서는 안 되기는 하지만 단어 선정이 너무하지 않나?”
“어디에 문제가 있다는 거지?”
“아니, 그…… 아니야.”
엘레노아는 고작 이 정도로 끙끙대면 안 된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서 최대한 상처받고 싶지 않다면 이렇게 무력한 채로 있어서 될 리가 없다.
적어도 자신이 가진 열쇠를 눈치챘으면 좋겠다.
내가 최대한 지원해 준다고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나는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얼간이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
“일주일 내로 사람답게 만들어야 할 텐데.”
엘레노아는 특유의 성미를 고치지 않는 이상 안 될 거다.
백양에 이르러서는 내게 접근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저번 일로 충격이라도 받은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수호자 직군으로서는 좋은 버릇이 아니다.
그녀는 파티의 벽이다. 그녀가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진다.
지금 잠시뿐일 관계라고 해도 그녀가 의 관계자인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
“……일단 당분간은 내가 어떻게든 해 볼 테니 당분간 일에서 손을 떼는 건 어때?”
“루시아.”
“…….”
“내가 했던 말 기억하고 있겠지?”
“물론이지…….”
“그럼 당분간은 맡길게.”
[관조]로 확인해 본 이상 거짓말은 없었다. 적어도 루시아가 엘레노아에게 수작을 부릴 일은 없을 거다.그렇다면 괜찮다.
나 같은 게임 기반의 지식밖에 모르는 녀석보다는 제국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 온 군인이 훨씬 더 잘 가르칠 테니까.
* * *
메인 스토리 2장은 의외로 티아가 에 있을 때 터진다. 가장 안전하다는 [용제]의 휘하에 있음에도 이번 사건을 온전히 막아 내기는 힘들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세계관 최강자라고 칭해지는 [용제]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존재는 누구일까?
세상에서 그나마 그녀와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적어도 내가 아는 녀석 중 ‘바깥의 존재’의 몇몇을 제외한다면 셋밖에 없다.
각각 [명왕(冥王)], [마왕(魔王)]. [요왕(妖王)]이다.
그래, ‘왕’이다.
애초에 나라나 영역을 이끌지 않는다면 그들은 티아와 대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개인의 무력을 따진다면 그들 중 누구도 티아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자신이 유리한 고지에서 부하를 부리며 나오지를 않으니 상당히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진다.
물론 상대가 티아의 영역에 발을 디딘다면 승산은 전무하다.
그래, 보통은 전무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무력만을 생각했을 때의 얘기다.
이번 상대는 감히 [용제]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그놈을 미리 눈에 담아 두는 것도 괜찮겠지.”
그게 이번 메인 스토리 2장에서 등장하는 Key Person이자 [명왕]인 타나토스다.
앞으로도 가끔 수작을 부릴 테니 미리 봐 두는 게 좋을 거다.
녀석은 티아가 에 악착같이 집착하고 있는 이유를 찾고자 일을 저지르며 그 여파에 엘레노아가 휘말리게 될 거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식으로 티아의 영역에 발을 디딜까?
에는 제법 강력한 결계가 걸려 있다.
[명왕]이라고 해도 그 마법을 단시간에 뚫어 낼 수는 없다.그리고 결계를 건드는 즉시 티아가 눈치채고 조치를 할 거다.
그렇기에 타나토스는 내부에서부터 공략하기로 할 수밖에 없다.
티아가 나한테 경고했던 것처럼 내부에서 수작질을 벌인 거다.
의 내부는 취약하다.
그건 학생이 저지르는 일 따위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티아의 오만함 때문이다.
물론 티아를 위협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갖춘 학생은 없다.
“만나서 반가워, 죽음의 딸.”
“……?”
티아는 자신의 영역에 들일 학생의 뒷조사를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자신감의 결과다.
실질적으로 그녀에게 위협이 될만한 존재가 없을뿐더러 만에 하나라도 그런 힘을 지닌 학생이 있다면 애초에 조사할 필요가 없다.
그 정도의 실력자가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까.
물론 재야의 숨겨진 고수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들이 있다고 쳐도 그들을 일개 버림 패로 쓸까?
그런 인재를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건 가성비가 너무 나쁘다.
그런 판단이 있기에 티아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거다.
그 편견 때문에 그녀는 엘레노아의 존재를 조사하지 않았고 제국 첩보부인 가 섞여 들어온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의 정체가 뭐가 됐든,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 선을 넘기라도 한다면 즉시 제국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거다.
그녀는 자신의 영역에서 수작질을 부리는 걸 싫어하니까.
[관조 – 활성화]그리고 그런 빈틈을 노린 존재가 하나.
벤치 의자에 앉아 있는 검은색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짙은 회색 눈을 지닌 암울함 분위기의 소녀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실습 때 느꼈던 커다란 세 존재감 중 움직일 생각이 없던 쪽이다.
“옆에 앉아도 되나?”
“…….”
[KP 명왕(침식)]마리 시스투스
세상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유능한 인재.
시스투스라고 불리는 [명왕]의 자식 중에서도 최고라고 평가받는 천재. 설마하니 그런 존재를 일개 버림 패로 쓸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자신의 후계자에 해당하는, 그것도 친자식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뭘 보고 있는 거지?”
“…….”
고개를 들고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마리에게 질문을 던져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메인 스토리 2장에서는 중간중간에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모습만 나왔고 대사도 없었으니까.
“…….”
[명왕]에게 명령이라도 받은 걸까? 그녀에게 몇 번이고 말을 걸어 봤지만 대답하지 않았다.마치 인형처럼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하늘.”
아무리 말을 걸어 봐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기에 슬슬 벤치에서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그때 마리가 돌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소극적인 그 목소리는 어딘가 처연하게 들려와서 기분 나빴다.
“여기 하늘은 맑아서 예뻐.”
“…….”
“구름이, 태양이, 무엇보다 맑은 저 푸른색이 정말로 예뻐서……. 응, 그래서 보고 있었어. 내가 살던 곳에는 없었던 것들이거든.”
“어, 그, 그래.”
생각보다 유창하게 잘 말하네.
나보다도 더 말 잘하는 거 아니냐? 나는 아직도 누가 말을 걸어오면 [관조]부터 활성화한다.
그럼, 말을 걸려던 사람이 조용히 입 다물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편하다.
“당신은 그 애랑 닮았네. 모두가 나를 꺼리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갑작스럽게 다가와.”
“누구 말하는 거야?”
“머리가 이상한 애였는데 이름이 분명…….”
“노아?”
“응, 그런 이름이었던 거 같아.”
그럴 줄 알았다.
이 학원에서 머리가 이상하기로 손꼽힐만한 존재는 엘레노아 정도밖에 없으니까.
그나저나 엘레노아를 닮았다는 건 상당히 굴욕적이다.
“갑자기 말을 걸더니 머리를 이렇게 묶어 주고 갔어.”
마리가 자신의 양 갈래머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엘레노아의 행동 패턴이 도저히 예측이 안 된다.
원래라면 둘 사이에 연관성도 없었을 텐데 내가 날뛴 것 때문에 일어난 나비 효과인 걸까?
제라드와 싸운 게 엘레노아가 아니라서 일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결과는 나쁘지 않다.
엘레노아는 오늘 오전부터 방금 전까지 나한테 얻어맞고 있었다.
그럼 적어도 오늘 묶어 준 건 아니라는 소리다.
평소부터 저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거라면 묶어 준 머리가 마음에 든다는 뜻일 거다.
“혹시 다음에 만난다면 안부 전해 줄래?”
“직접 해.”
마리의 제안을 일고의 고민도 없이 거절하자 그녀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건 둘째치고 엘레노아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을 걸 생각하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메인 스토리 이외의 엘레노아 관련으로 들어 줄 말은 난동 부리는 엘레노아를 제압해 달라는 민원 정도밖에 없다.
“……그럴 수 있으면 그럴게.”
나는 마리와 마주치는 그 순간까지도 그녀를 어떻게 할지를 정하지 않았었다.
어차피 원작에서도 쓰임새가 다 하면 죽을 운명, 미리 죽게 만들어도 편했을 거다.
아마 티아에게 보고한다면 일사천리였을 거다.
그렇게 되면 티아는 마리를 에서 추방할 거고 쓸모가 없어진 마리는 [명왕]에게 버림받고 죽게 됐을 터.
마리가 [명왕]의 앞잡이로서 에 피해를 끼치려 하는 이상 티아가 그녀를 내버려 둘 리가 없다.
그녀는 인간의 가능성을 좋아하는 용이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사실에 있어서는 철저할 정도로 냉정하다.
살려 두는 게 오히려 드문 편이다.
사건을 수습한 뒤라면 늦다. 티아는 마리를 죽일 거다.
하지만 아직 일을 저지르지 않은 마리를 밀고해서 쫓아내는 것도 껄끄럽다. 결국, 그녀는 [명왕]에게 살해당할 테니까.
그리고 티아는 자신의 영역 밖에서 일어난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을 거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너 스스로 결정해.”
“…….”
마리에게 그런 말을 남기고 벤치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던, 그 뜻을 곡해하던 알 바가 아니다. 마리를 제거하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니 그 반대를 노릴 거다.
[명왕]에게서 그녀를 빼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그녀는 [명왕]에게 일부분이 침식당해 있는 만큼 제법 높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아마 캐릭터의 스테이터스로 생각하면 SSR등급에 해당될 거다.
물론 얼마 전처럼 혼자서 일을 멋대로 저지르면 이번에야말로 목이 뽑혀 나갈지도 모른다.
티아에게 언질은 해 둬야겠지만……. 어느 정도 손을 써 둔 뒤, 그러니까 티아가 마리를 살리고 [명왕]에게 엿을 먹인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두면 될 거다.
“……바빠지겠는데.”
동정 같은 같잖은 감정만으로 결정한 일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감성적인 사람은 될 생각이 없다.
[관조]를 통해 그녀를 쳐다봤을 때, 그녀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죽음 뒤가 기대되는 녀석이군. 이번 기회에 회수하면 좋겠어.』
그녀가 아닌 [명왕]의 눈을.
[명왕]의 눈은 나를 품평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마치 나는 아무것도 모를 거라는 듯이 초승달처럼 휜 눈매로 나를 낮잡아 보고 있었다.
건방진 새끼가…….
“꼴 받게 하네.”
감히 누굴 보고?
그러니까 그냥. 그래, 그냥이다.
그냥 그 [명왕]이라는 개 같은 새끼한테 최고로 엿같은 기분을 알려 주려는 것뿐이다.
그 새끼의 계획은 사전에 박살 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침식도 27%] [명왕] 그 건방진 새끼의 계획은 실패할 거다.내가 그렇게 만들 거다.
그것도 단 하나의 이득조차 허락하지 않을 거다.
그 새끼는 티아가 숨겨 둔 것을 발견하기도 전에, 그녀가 에 집착하는 이유를 유추할 새도 없이 실패하게 될 테니까.
* * *
중간고사가 다가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뭔가 수업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벌써 시험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내가 입원해 있던 동안 아이라 교수가 엄청나게 생기 넘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엘레노아와 백양은 나쁜 습관들을 고치기로 했다.
물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다 같이 합동 훈련을 해야 할 테지만 아마 괜찮을 거다.
아리에타의 보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그리고 내 [관조]도 있으니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에야 우리가 패배할 일은 없다.
“오즈 님은 의외로 바쁘게 돌아다니시네요.”
“의외라는 말은 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리에타.”
그렇게 말하면 내가 꼭 백수 같아 보이잖습니까.
나는 퇴근 후 제법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훈련에 관해서는 루시아에게 떠넘겼으니 괜찮았지만, 여러모로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티아 학원장님의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위험한 일이라고 들었는데 괜찮았던 건가요?”
“저한테도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 괜찮습니다.”
우선 요일 던전에 대해서는 완전히 내 관할로 넘어왔다.
티아 역시 껄끄러울 터인 요일 던전의 존재를 내가 관리하기로 하자 만족스럽게 웃었다.
대화할 때 목 언저리가 뻐근한 느낌이 들어서 무서웠다.
뭐가 됐든 요일 던전을 꾸준히 드나들며 을 잔뜩 회수할 수 있었다.
[마나의 지배자 Lv. 1]Exp : 147/200
[공간 방벽 Lv. 1]Exp : 1/300
덕분에 [마나의 지배자]의 경험치를 많이 올렸다.
사실 저런 복불복 스킬보다 [공간 방벽] 같은 생존기에 투자하는 게 좋았을 거 같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걸 궁금해서 어떻게 참아?
레벨이 오르면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최근 선도부로서의 실적도 많았죠? 생각보다 진지하게 임해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문제아 한 명이 계속 사고를 치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문제아는 엘레노아다. 덕분에 이 짧은 시간 동안 3학점에 가까운 실적을 얻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엘레노아는 이번 중간고사를 망치면 곧바로 낙제가 확정될 거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순찰 돌고 계시는 걸 많은 분이 발견하셨다고 하던걸요?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으시네요.”
“……여기서는 제가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거 같으니 그런 거로 하겠습니다.”
“후훗.”
봐라, 벌써부터 그런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지 않나.
참고로 아리에타가 생각하고 있는 순찰은 [명왕]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돌아다닌 결과다.
[명왕]은 마리를 이용해서 학원 곳곳에 피나 살점 같은 자신의 흔적들로 술식을 새기고 있었다.사기로 만들어진 구성 술식이었기에 마나가 감지되지는 않는다.
이러니 티아가 눈치챌 수 없었던 것도 당연하다.
물론 [관조]를 지닌 나에게는 뻔히 보이는 수작질에 불과하다.
“죄송한데요, 오즈.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예? 아……. 네, 괜찮습니다.”
그렇게 [명왕]을 속으로 비웃어 주고 있는 가운데 아리에타가 돌연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호칭에 대해서는 완전히 존칭을 생략하게 됐지만, 아리에타는 아직 존칭을 고집하고 있었다.
“파티……. 그러니까 신입생 파티 때요. 그, 저는 티아 학원장님의 요청으로 인해서 기도를 올리기로 돼 있는데요.”
아리에타가 뭔가 굉장히 미안하고 죄책감이 느껴진다는 듯한 표정으로 조심조심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일이다.
애초에 엘레노아도 그 건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녀는 교단 소속의 성녀이기에 바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선도부에 결원이 생길 거 같은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선도부 쪽 일을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어차피 사람 많은 곳도 좋아하지 않으니 그리 어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리에타. 그날은 저도 순찰을 돌겠습니다.”
“아……. 그, 그게, 그건 아닌데…… 아니, 고마워요.”
아리에타가 당황해서 손을 파닥거리더니 이내 굉장히 죄책감 어린 듯한 표정으로 수긍한다.
아마 살면서 한 번뿐일 신입생 파티를 나가지 못할 나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걸 거다.
엘레노아가 그날 한가하다면 같이 놀자고 했지만 엘레노아에게는 친구도 많을 테니 상관없겠지.
애초에 전제 조건도 ‘한가하다면’이었으니 뭐…….
“아욱! 아파…… 거, 거짓말을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괴로워 보이는데? 누가 보면 대역 죄인이라도 된 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