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2
제24화
신입생 파티의 당일이 되었다.
파티는 저녁때부터 시작되며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다행히 다음 날은 주말이지만 이 파티가 끝나고 약 일주일 뒤에는 중간고사가 있다.
마치 대학교 축제 일정 같은 악랄한 배치에 치가 떨릴 지경이다. 파티면 파티답게 즐기게 해 달라고.
“안녕.”
“어……. 그래, 안녕.”
이른 아침. 전날 [명왕]이 설치해 둔 흔적들을 확인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마리를 마주쳤다.
여전히 음울해 보여서 죽은 것처럼 느껴지는 소녀다.
그보다 먼저 인사를 건네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가끔 마주칠 때마다 내 쪽에서 인사를 건넸기에 지금 같은 상황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돌아다니며 만든 함정을 내가 스토킹하듯 확인하고 있는 게 아닌가?
만약 그게 들킨 거라면 그만큼 어색할 일도 없으리라.
신고당하지는 않겠지?
“이른 아침부터 순찰?”
“나는 선도부니까.”
“안 어울려.”
“그래? 다른 사람들은 어울린다고 해 주던데?”
주로 나한테 검거당한 엘레노아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친다.
내 눈빛은 사전에 범행을 저지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라던가?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도저히 저지가 안 되는 엘레노아의 기행에는 슬슬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제는 그녀가 사고를 치지 않으면 심심할 지경이다.
“오늘은 당신에게도 인사를 하러 왔어.”
“왜?”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인사를 하려고.”
노골적이다. 그래, 노골적으로 행적을 정리하고 있다. 마치 곧 죽을 것처럼 행동하는 꼴이 아닌가?
마리 역시 이대로 [명왕]의 계획을 따라가다가는 자신이 살해당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거다.
같잖다.
“그래? 앞으로 몇 명 정도 남았는데?”
“잘 모르겠어.”
“왜……?”
“잔뜩 있어.”
“친구가 많나 봐?”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은 많아.”
“그, 그렇구나.”
조금 놀랐다.
딱 봐도 말수 없고 친구도 없을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면서 나보다도 친구가 많다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되지만 뭔가 굴욕적이다.
“그 노아가 소개해 줬어.”
“그래?”
왜 나한테는 소개 안 시켜 주냐?
그보다 마리의 눈동자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총기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위기 메이커이자 최고의 인기인(예정)인 엘레노아였기에 그녀마저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리라.
아니, 아마 노아의 트롤 짓에 폭풍처럼 휩쓸렸겠지.
“당신 덕분이야.”
“도대체 뭐가 내 덕이라는 건지 맥락을 모르겠는데.”
“당신이 직접 말하라고 해 줬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잔뜩 아는 사람이 생겼어.”
“그래? 그럼 내 덕 맞네.”
“하하…….”
너스레를 떤다. 지금의 마리에게는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오히려 좋으리라.
그녀가 모처럼 용기를 냈으니 나도 그녀를 편하게 해 주는 거다.
“그러니까 당신의 이름, 가르쳐 줄래?”
“나는 상당히 유명한데 몰랐어?”
“자의식 과잉이야?”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다…….
거기서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예상외의 질타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오즈 쿼바디스야.”
“그렇구나.”
“너는?”
“응?”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치 인형처럼 보이기도 하는 광경이었지만 언뜻 인간미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이것도 엘레노아가 사전에 노력해 준 덕분이리라.
일이 한결 쉬워질지도 모르겠다.
“네 이름은 뭐냐고.”
“내 이름은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처음 만났을 때 분명…….”
“자의식 과잉이야?
“……하지만 저번에는 분명 그랬는데…….”
“농담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괴롭힘 받은 햄스터 같은 표정은 짓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내가 나쁜 놈 같지 않은가.
“그래도 이럴 때는 자기소개 해야지.”
“그런 거야? 그럼 나는 마리야. 마리 시스투스.”
“그래, 마리 시스투스. 나한테 인사를 하러 와 줬으니 다음에는 내가 너에게 인사를 하러 갈게.”
움찔.
마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건넨 대답에 몸을 떤다. 그 속내가 너무 뻔해서 헛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리라.
당장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다. 중간고사가 시작될 시기를 생각해 보면 일주일은 있을 터다.
그럼에도 저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뻔하다.
이번 인사가 그녀의 마지막 신변정리였을 테니까.
“다음에 만날 때까지 어떤 대답을 할지 준비해 둬.”
“……대답?”
“어, 내가 너한테 인사를 건넸을 때 뭐라고 대답할지 미리 생각해 두란 소리야.”
마리는 침묵했다.
대답할 수 없는 거다. 그녀는 그 작은 거짓말조차도 힘들어할 정도로 솔직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안녕’이라는 단어로 대답해도 좋고 뭔가 특별한 대답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네.”
그렇기에 치마 밑단을 움켜 쥘 정도로 몸을 떨며 괴로워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
“다음을 기대하고 있을게.”
“…….”
그녀가 스스로 살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지금의 내 목표니까.
“그럼 다음에 보자. 마리 시스투스.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는 마리를 뒤로하며 나는 그녀가 아침 일찍이 뿌려 뒀을 [명왕]의 흔적을 찾으러 갔다.
* * *
모세의 기적.
지금 내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렇게 될 거다.
아니, 두 마디인가? 아무튼, 수많은 학생들이 내 주변 1~2m 간격으로 피해 다니고 있다.
마리가 설치해 둔 [명왕]의 흔적들을 확인하고 순찰을 돌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저녁.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을 향해 몰려가고 있는 상태였다.
평소에는 대부분 전투 계통의 학생들만을 봐서인지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은 걸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피해 가는 것 역시 본 적이 없다.
전생에서도 이런 경험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이거 의외로 상처받는데.”
솔직히 오즈는 미남이니까 인기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기대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기피당할 줄은 몰랐다.
사회적 지위라는 게 이토록이나 어려운 걸까? 아니면 [관조]의 눈빛이 마주치기조차 싫을 정도로 거북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제라드 교수를 쿠키 반죽하듯 반죽해 버린 게 문제인 걸까? 솔직히 어느 쪽이든 변명의 여지가 없다.
뭐가 됐든 [관조]를 비활성화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일단 선도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니까.
이렇게까지 모범생처럼 지낼 생각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면모를 보여 줘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우득─
티아에게 비틀린 목이 아직까지도 뻐근하다.
이번에 치게 될 사고를 생각해 보면 지금 점수를 따 놓지 않으면 진짜로 뽑혀 나갈 거다.
그나마 장점이라고 여길 부분은 수많은 인파 사이를 헤쳐 나갈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움직임이 편하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며 주변을 편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아…….”
그때 눈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푸른빛을 머금은 청은발과 하얀색을 기반으로 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사이사이에 그녀의 머리 색과 비슷한 푸른색으로 색조를 넣어 준 게 썩 잘 어울린다.
귀족이나 왕족이 입는 것과 비교하자면 다소 수수한 편이었지만 시선을 확 사로잡는 게 있었다.
그래,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녀에게 눈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저게 주인공의 저력일까?
아니, 결단코 아니다.
“저건 또 뭔데…….”
입고 있는 드레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울려서도 안 될 거대한 대검이 등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쟤는 이번에 또 뭔 짓을 저지를 생각이야?
* * *
엘레노아는 수많은 인파에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노아.”
“……?”
엘레노아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깨에 걸려 있는 완장. 그녀의 적인 선도부의 일원이다.
엘레노아는 거기까지 확인한 순간 도망칠 준비를 마쳤다.
“으엑?”
“……오늘도 노골적일 정도로 수상하구나.”
하지만 도망치려던 순간 어깨를 붙잡혔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대응에 엘레노아는 그제야 자신을 붙잡은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스승……?”
“그래, 노아. 너는 도대체 뭘 할 생각인 거야?”
이럴 수가, 배신이다.
분명 신입생 파티 때는 같이 놀기로 했을 터인 오즈가 선도부의 완장을 차고 있는 걸 보며 엘레노아는 충격에 빠졌다.
“스승이야말로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건가요……?”
“순찰. 여기는 내 담당이야.”
“당했다……!”
“당하긴 뭘 당해?”
엘레노아의 그 비장한 한 마디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있었다.
미리 확인해 뒀을 터인 선도부의 순찰 루트의 공백이 함정이었다.
더군다나 같이 놀기로 했던 오즈가 선도부로서 일하고 있었다.
이게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
‘설마 성녀님이 이런 음험한 수를 쓸 줄이야!’
안일했다. 그녀가 당하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됐다.
엘레노아는 자신의 안일함에 치를 떨었다. 먼저 선제공격을 했던 건 엘레노아였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만 따졌을 때 엘레노아는 아리에타에게 철저하게 당한 것이다.
오직 그 사실만이 중요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엘레노아에게 선택과 집중의 순간이 찾아왔다.
이미 오즈와 함께 논다는 계획은 망가진 상태다.
그녀가 아는 오즈는 자신의 해야 할 일에서는 투철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파티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계획만큼은 성공해야 해.’
엘레노아는 찰나의 순간 그런 계산을 끝마쳤다.
“노아, 허튼수작 부리지 마.”
“크윽!”
하지만 그보다도 오즈의 대응은 빨랐다. 다시 한번 도주를 시도하려 했던 엘레노아는 오즈에게 완전히 제압당했다.
이미 그에게는 레이디 퍼스트 같은 귀족 정신은 없었다.
오즈는 엘레노아를 범죄자 예비군으로밖에 안 보는 듯했다.
“……스승, 스승은 마법사인데 어째서 이런 관절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실 수 있는 건가요?”
“노아, 우리는 늘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법이야. 배움은 중요한 법이지. 교훈이 됐니?”
“제법 그럴싸한 말이지만 딱히 감동적이지는 않네요.”
엘레노아의 눈이 마치 물가로 튀어 올랐다가 그대로 붙잡힌 물고기의 눈처럼 급속도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완벽한 계획에 구멍이 생길 줄이야…….”
“어디가 완벽하다는 건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는데.”
엘레노아는 오즈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눈을 가늘게 뜨며 불만을 표출했다.
물론 그녀는 팔을 뒤로 꺾인 채 제압된 상태였기에 그 불만을 오즈에게 직접 보여 줄 수는 없었다.
“도대체 저는 어쩌다가 들켜 버린 걸까요?”
“아니, 네가 너무 눈에 띄니까 그렇지. 멀리서도 확연히 보여.”
“…….”
“뭐야, 삐졌어?”
“아뇨……. 그건 아닌데요…….”
엘레노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또 저번처럼 낯선 감정이 그녀의 몸을 간질이는 듯했다.
오즈의 말은 거대한 대검을 뜻하는 것이었지만 엘레노아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수는 없었다.
엘레노아는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 말은 늘 저를 보고 있다는 소리인 건가요?”
“응……?”
그 말을 꺼낸 엘레노아는 낯선 감정에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그 순간 자신의 다리 사이로 거대한 대검이 보였다.
“앗…….”
그제야 엘레노아는 오즈가 말하고 있던 게 무슨 뜻이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치욕적이다. 이토록 치욕적일 수가 없었다.
‘죽고 싶다!’
엘레노아는 자신이 했던 말과 오즈가 했던 말을 번갈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대로는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냥 죽여 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온갖 장난을 일삼으며 욕구를 채워 오던 엘레노아였지만 이와 같은 착각은 처음이었다.
“당연한 거 아니야?”
하지만 곧이어 그보다도 더한 감정이 그녀를 휩쓸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던 엘레노아는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발작하듯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너 같은 문제아를 평소부터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 네가 칠 장난들을 어떻게 사전에 방지하겠어?”
오즈는 그 뒤로 뒷말을 덧붙였지만 이미 엘레노아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당연한 거 아니야?
그녀의 귓가에는 오직 그 문장만이 감돌고 있었다.
엘레노아는 자신의 팔목을 붙잡고 있는 오즈의 손에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뭐야 이거?’
낯선 감정이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다. 엘레노아는 아직까지도 그 감정에 대한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낯설고 기분 나빴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후우…….”
엘레노아는 한 차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지금 모습은 좋지 않다.
그녀는 늘 질릴 정도로 활기찬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편했으니까.
연기하는 건 그녀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는 심호흡이 끝나는 순간 정신을 다잡았다.
“후우……. 스승, 이제 놔주세요. 도망 안 갈게요.”
“그래.”
오즈는 엘레노아의 요청을 별다른 의심도 없이 흔쾌히 승낙했다.
그 아무렇지도 않은 신뢰에 엘레노아는 또다시 연기가 흔들릴 뻔했지만 괜히 손목을 매만져 보는 등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아…….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은 실패네요.”
엘레노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근처 벤치에 털썩 앉아 오즈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뜻이었다.
“일단 대검은 이리 내놔. 그런 흉흉한 물건을 파티장에 들여서는 안 되니까.”
“흉흉하다니……. 리본으로 장식도 했는데요? 봐요. 예쁘지 않나요? 디센트라가 그랬어요. 저한테는 푸른색이 어울린다고.”
“디센트라가 누군데?”
“제 시종…… 이 아니라 언니 같은 사람이요.”
“그래?”
엘레노아는 입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말을 정정했다.
하마터면 자신의 완벽한 연기를 들킬 뻔했다. 안타깝게도 엘레노아는 자신의 어설픈 연기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부류였다.
“아니, 그보다 장식할 거면 검에 묻은 피부터 좀 닦지 그랬니? 그보다 이거 누구 피야?”
“백양이요. 연습하다가 상처를 입혀 버렸거든요.”
“그래도 노력했나 보네? 백양에게 상처도 입히고.”
“읏…….”
엘레노아는 오즈의 오만한 태도에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어떤 의미로는 무시가 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점이 기분 나빠.’
그리고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는 자신이 기분 나빴다.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대검은 맡아 둘 거고……. 사고를 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으면 파티에는 가도 좋은데 어쩔래?”
엘레노아는 고민했다.
어차피 들킨 이상 그녀의 계획이 실현될 확률은 낮았다.
그렇기에 잡힌 시점에서 계획을 포기하기는 했다.
그러니 그 정도를 약속하는 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약속할 수 없어요. 저는 또 사고를 칠 거예요.”
“미쳤니?”
하지만 엘레노아는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에 자신도 놀랐다.
“저는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에 가면 100% 확률로 사고를 치게 될 테니까 스승이 저를 감시하셔야겠네요?”
“…….”
“이렇게 스승에게 붙잡혀 있는 시간에도 저를 향해야 했던 시선이 멀어질 텐데 이 손해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의 그 뻔뻔함은 이제 놀랍기까지 해…….”
“히힛.”
엘레노아는 벤치에서 발을 흐느적거리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오즈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그 차가운 뺨에 손이 닿았을 때는 한순간 움찔했지만 엘레노아는 이내 거침없이 오즈의 얼굴을 붙잡아 돌렸다.
“스승, 모르셨겠지만 저는 사람의 관심이 필요해요.”
엘레노아는 사람의 관심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었다.
왕국의 모두에게서 잊힌 이후 그녀는 타인이 향하고 있는 시선에 병적일 정도로 집착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녀를 보고 있어야 했다. 그녀를 기억하고 있어야 했으며 알아봐야 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사람이 오가며 수많은 시선이 교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오늘은 그 유명한 마도왕의 후계자인, 스승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거로 만족할게요.”
단 한 사람의 시선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