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5
제5화
오즈가 국경을 넘은 직후.
뒤늦게야 그 사실을 눈치챈 마법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마법을 전개하려던 자들도 있었다.
“후우……. 후우…….”
오즈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조금 전에 눈을 마주쳤던 소녀와의 일이 너무 섬뜩해서였다.
“스펠러지의 제군들. 설마 헬리오스 제국의 영토에 그런 위협적인 마법들을 쏠 생각은 아니겠지?”
국경을 마주한 긴장 상태.
오즈가 숨을 몰아쉬고 있는 가운데 뒤에서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즈는 그 목소리에 입꼬리를 슬며시 말아 올렸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멈추도록.”
쪽 습격자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마법을 전개하고 있던 부하들을 만류했다.
그의 표정은 짜증스럽다는 듯이 찌푸려져 있었다.
“하긴 설마하니 제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할 리가 없지.”
“뻔뻔하기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과 다리 사이로 보이는 살랑살랑 흔들리는 검은색 꼬리.
귀는 군모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수인족 특유의 짐승 귀가 있을 터였다.
[관조]를 활성화한 채 그녀를 올려다보는 오즈의 눈동자에 그녀의 정체가 문자열로 나타냈다.붉은색 고양이 눈이 잘 어울리는 제국 첩보부, 소속의 SR 등급 캐릭터.
[SR 섞여드는 고양이]루시아 퍼니셔
그녀가 팔짱을 끼며 경고했다.
그녀의 등 뒤로는 이미 수십의 제국군들이 모여 있었다.
“그자는 우리 스펠러지의……!”
“스펠러지의?”
루시아가 자신을 향해 분개하며 소리치는 마법사를 향해 권총을 겨냥하며 되물었다.
그 무표정한 얼굴에는 드물게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런 모습에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루시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둘은 국경을 가르는 선 앞에서 서로를 노려봤다.
“그자는 스펠러지에서 중죄를 범한 범죄자요.”
“글쎄? 내 눈에는 그렇게 나쁜 자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그자가 누군지 알고 있지 않소. 이번 일은 제국이라고 해도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무고한 피해자를 정치의 목적으로 공격하려는 걸 수도 있지 않나?”
“그건……!”
습격자들의 대장은 소리치려다가 일순 말문이 막혔다.
그제야 제국이 서전에 오즈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우리는 망명하려는 자들은 직위 불문하고 받아 주자는 주의라서 말이야. 불만이 있다면 뭐……. 따로 제국에 항의라도 하지 그래?”
웃기지도 않는 논리다.
하지만 오즈가 국경을 넘은 이상 주도권은 제국에 있었다.
나중에 추가적인 대화가 오간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오즈가 종적을 감춘 뒤일 거다.
‘그리고 제국은 성의 없는 사과의 말만 내뱉겠지.’
자주 있는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강대국이기에 할 수 있는 억지였다.
다만 이번 일은 물러날 수 없다.
그 대상이 너무나도 중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마법사들이 가지는 마나의 고유 성질로 증명해 보겠……. 아니, 잠깐만……. 설마?”
습격자들의 대장은 다급한 마음으로 어떻게든 수단을 생각해 보려다가 이내 다시 말문이 막혔다.
소속의 마법사는 모두 마나를 지문처럼 남겨 놓는다.
그건 [마도왕]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그걸로 상대가 오즈라는 점을 증명할 생각은 없었다.
시간 벌이를 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무슨 짓을 하더라도 상대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을 테니까.
그 사이 의 고위 권력자가 국경선으로 행차한다면 대화의 여지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 자는 포위망을 돌파할 때 마법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더군.”
오즈는 국경을 통과할 때 단 한 번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마나의 성질을 분석한다는 핑계로 시간을 벌기는커녕 그가 마법사라는 사실조차 주장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마법사도 아닌 것 아닌가? 그런데 뭘 증명한다는 거지?”
“그, 그건!”
“없나? 그럼 이 ‘민간인’의 신원은 일단 우리가 맡도록 하지.”
“……빌어먹을.”
짝짝짝짝──
“오오……. 과연 오즈 님이네요. 왜 맨몸으로 돌파하려는 건지 싶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 순간 뒤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붉은 머리의 소녀가 손뼉을 치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순수하게 대단하다는 듯이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기이한 이질감을 느끼며 소녀를 쳐다봤다.
그래, 모두가 이질감을 느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소녀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의 습격자들조차도.
“후훗.”
이 자리에서 가장 이질적인 소녀는 오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마치 인사를 하는 듯한 그 행동에 오즈는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끼며 손을 마주 흔들어 줬다.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봐야겠는걸? 할 일이 많거든. 이 소년에게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하는 게 어때?”
“……사양하지.”
루시아는 다시금 비웃음을 짓더니 오즈를 당당하게 인솔해 갔다.
* * *
운이 좋았다. 그래, 운이 좋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건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어떤 마법이 튀어나올지도 모를 [마나의 지배자]로 이목을 끌 바에는 그나마 멀쩡한 두 다리를 믿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도 제대로 된 마법을 쓸 수 있었으면 썼을 거다.
못 쓰니까 무식하게 신체 능력만 믿고 달려간 거지.
마법을 사용했다고 해도 제국은 나를 품는 쪽으로 결단을 내려 줬겠지만 낙관할 수는 없었으리라.
“이번 일은 솔직히 놀랐어. 듣던 것과는 다른데? 오즈 왕자.”
“…….”
제국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루시아가 재밌는 경험을 했다는 듯이 팔짱을 끼며 말을 걸어왔다.
“소문의 ‘그’ 오즈 왕자가 마법을 사용하기는커녕 전력 질주를, 그것도 땅을 구르며 달려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
“……상상할 수 있는 일을 했다면 걸렸겠지.”
본의 아닌 일이었다고는 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말해 주는 게 좋다.
제국이 일단 내 존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했다고는 하지만 얕보여서 좋을 게 없다.
내 가치를 올릴 수 있다면 올려 두는 게 좋을 테니까.
나는 아직도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 올라탄 상태였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곤두박질친다.
“확실히 그랬겠지. 그래도 당신의 성격을 봤을 때는 당연히 정면 돌파로 넘어올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 그럼 내가 평소에 연기를 잘했나 보지.”
“흐응…….”
루시아가 나를 의심스럽다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포커페이스에는 자신 없지만 괜찮다.
[관조 – 활성화] [관조]를 활성화하자마자 루시아가 움찔거리기 시작한다.먹혔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그녀의 꼬리가 쭈뼛쭈뼛 솟아올라 있었다.
고양이 수인의 특징이다.
“나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조금……. 실망인데.”
“……그래, 인정하지.”
오글거리지만 이 정도가 좋다.
인상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눈빛이 내면의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 요는 그거다. 있어 보이는 게 중요한 거다.
“그, 그래서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거지? 당연한 말이지만 아예 제국 소속이 되겠다면 모를까 언제까지고 당신의 존재를 숨겨 줄 수는 없어.”
루시아가 팔짱에 이어 다리까지 꼬며 말을 이어간다.
그래도 쭈뼛거리는 꼬리는 그대로였기에 위엄은 없었다.
“어, 흠!”
그제야 루시아가 내 시선이 아까부터 꼬리에 향해 있었다는 걸 눈치챘는지 조용히 팔짱을 풀고서는 뻣뻣해진 꼬리를 주물럭거리며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나한테 눈치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닌가? 더군다나 모처럼 잡은 우위를 쉽게 양보해 줄 생각은 없다.
나는 물러나지 않는다.
“이, 이게 왜 이러지?”
자신의 육체인데도 통제가 안 되는 듯 꼬리를 만지고 있는 손길에서 다급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쯤 되면 기강은 충분히 다졌다.
이제 슬슬 그녀의 자존심을 위해서 슬슬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
“……나는 일단 스키엔티아로 갈 예정이야.”
“스키엔티아라고? 어째서? 교수가 되겠다는 뜻은 아니겠고 학생 놀이라도 할 생각인 건가?”
“필요하다면 그래야겠지.”
“‘필요하다면’인가? 뭔가 있다는 소리 같은데…….”
지금의 내게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라면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울 수 있을 테니까.
마법적인 지식은 이미 있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더군다나 그곳에는 주인공인 [망국의 공주]가 있다.
원작의 흐름을 곧이곧대로 따라갈 생각은 없지만, 주인공 캐릭터가 죽는다면 멸망 일직선이다.
가까이서 지켜보며 보조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작의 오즈조차 아카데미를 향했다는 점이다.
제국에 완전한 망명을 하는 게 아닌 그 장소를 선택했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 거다.
나는 게임의 결말을 모른다.
애초에 15장 업데이트 날에 게임 속으로 떨어졌다.
“추천장은…….”
“주면 고맙…….”
“아니, 필요 없겠군. 당신의 실력이라면 굳이 추천장이 필요하지도 않을 테니까.”
“그, 그렇지. 필요 없어.”
마음 같아서는 받고 싶지만 지금 내가 취하고 있는 스탠스를 생각해 보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지금 제국은 내게 호의적이지만 그 호의가 언제 갚아야 할 빚으로 변모할지는 모르는 거다.
“그럼 뭐, 앞으로의 돈독해질 관계를 위해서 스키엔티아까지는 안전하게 보내 주도록 할까.”
“어차피 너도 스키엔티아로 가야 할 테니 생색은 내지 말지.”
“뭐……?”
너도 게임 캐릭터인 이상 주인공과 엮여야 할 테니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루시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꼬리에 이어서 그녀의 군모 위로 귀까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놀랐던 모양이다.
“……방심할 수가 없군. 도대체 그런 정보는 어떻게 얻은 거지?”
“보면 알아.”
“말해 줄 생각이 없다는 건가?”
진짜로 그냥 보고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착각을 굳이 정정해 줄 필요는 없을 거다.
정정할 방법도 모르겠고.
“ 소속이면 알아서 찾아봐야지. 나는 이만 잘래. 목적지에 도착하면 깨워 줘.”
“……그러지.”
솔직히 잠을 잔다는 건 허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태평하게 잘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강심장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의외로 내 육신은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던 것 같다.
숙면이었다.
* * *
제국의 관저로 가서 이런저런 귀찮은 문답을 마치고 비밀리에 제국의 서쪽까지 들어왔다.
아직 에서는 별다른 대응을 취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긴 인접해 있던 크리소스 왕국이 하루아침 사이에 멸망해 버렸으니 다른 곳에 신경 쓰기도 힘들기도 할 거다.
“확실히 이질적이네.”
하늘이 무너지고 크리소스 왕국이 하루아침 사이에 망국이 된 일로 인해 각국이 비상사태에 빠진 가운데.
제국 한 서쪽 지역에 존재하는 독립기관, 만이 평화로운 분위기에 잠겨 있었다.
“……그래, [용제]가 터를 잡은 도시라 이거지?”
는 세상에 다섯 개체밖에 없다는 드래곤 중 하나인 [용제] 티아마트가 학원장으로서 군림하고 있다.
지금 와 보니 이해가 갔다. [관조]를 활성화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저 의 교정을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도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마나가 느껴진다.
터무니없는 마법 결계다.
여기는 하늘에서 비를 대신해서 메테오라도 내리는 걸까?
“후우…….”
그녀의 비호 아래에 놓인다고 생각하면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게임 스토리를 생각해 본다면 마냥 낙관하고 있기는 힘들다.
하늘이 무너진 건 용이라고 해도 쉽게 볼 일이 아니다.
늘 아카데미에 체재하고 있던 그녀 역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 외출이 잦아지기 시작하리라.
그리고 적들은 그 순간을 노릴 거다. 게임은 그렇게 시작될 거다.
“일단 움직일까.”
교정을 바라보는 걸 그만두고 접수처를 향한다.
일부러 제국의 비호를 받으며 입학시험 때를 노렸다. 뭐, 그것도 가시방석이나 다름없었지만.
아직 암살자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
지금이야 괜찮다지만 나를 습격할 암살자를 준비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거다.
제국과 깊게 연관돼서 좋을 건 없지만 별다른 힘이 없는 지금은 제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지원자가 많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겠죠.”
접수처 사람들이 조잘거리고 있는 얘기는 무너진 하늘에 대해서일 것이다.
는 지금 세간에서 가장 안정하다고 여겨지는 장소 중 하나다.
그야 사람들이 몰릴 만도 하리라.
“시험 신청하러 왔습니다.”
“아…….”
내 차례가 돼서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살짝 걷으며 말을 걸자 주변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오즈의 외모는 너무 눈에 띈다.
SSR등급 캐릭터라 그런지 개연성 있게 생겼다.
이런 관심, 솔직히 기분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즐겁다.
“저 사람 분명 그 사람 맞지?”
“스펠러지에서 탈출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개중에는 내 정체를 파악한 자들 역시 있었다.
하긴 평민보다 하위 귀족들이 더 많이 다니는 다.
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겠지.
“……시험은 3일 뒤입니다.”
접수처 사람이 제법 무덤덤한 표정으로 수험표를 건네준다.
내가 적은 인적 사항을 확인했을 테니 내 정체를 모를 리는 없다.
이건 놀라서 내 정체를 확실시시키지 않기 위한 그 나름의 배려이리라.
“그럼, 다음 지원자 오세요.”
“아, 네!”
접수처를 빠져나가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임을 하면서 수시로 듣던 익숙한 목소리다.
“…….”
“저기? 비켜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 그래. 실례했어.”
슬그머니 길을 비켜 주면서 곁눈질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인물에 대해 살핀다.
푸른빛을 머금은 청은발이 어깨높이에서 흔들린다.
눈동자는 사파이어처럼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고 걸음걸이에는 망설임이 없다.
다행이다. 그녀는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네! 이름은 노아라고 해요!”
“그렇게 크게 외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여기에 적어 주시기만 해도 되는데…….”
“네! 그럴게요. 여기다가 적으면 되는 건가요?”
불과 얼마 전에 나라를 포함한 모든 걸 잃었지만 활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소녀.
노아라는 노골적인 가명을 사용 중인 열쇠의 주인.
이야기의 중심인물(Key Person).
[KP 망국의 공주]엘레노아 폰 크리소스
[관조]가 시야 가장자리에 문자열을 새기며 그녀의 정체를 확실하게 단언해 주고 있었다.“이걸로 된 건가요?”
“아, 네…….”
비록 스쳐 지나가면서였지만 나는 마침내 게임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