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52
제55화
아이라 교수님을 구슬려서 들어간 티아의 연구실.
그 연구실에 도착한 직후 느낀 감정은 경이로움.
“이상한데…….”
그리고 이질감이었다.
과연 자타공인 세계관 최강자라고 해야 할까?
티아가 급조해서 만들었다는 마법 방벽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상했다.
아직 메인 스토리는 고작 3장.
적들의 힘도 아직은 약할 때라는 소리다.
그런데 티아에게 붙잡혀 온 ‘바깥의 존재’는 어떻게 여길 탈출한 걸까? 그게 가능이나 한 건가?
안쪽에는 더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을 텐데?
“뭐,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는 건가요? 헛! 혹시 벌써 시험이 시작된 건…….”
“그쪽 얘기 아니니까 그렇게 떨지 마시죠. 아이라 교수님.”
“아뇨! 알아요. 찾을 수 있어요! 여, 여기죠? 여기가 이상한 거죠?! ……아, 아닌가?”
“제발 좀 가만히 있으시죠.”
아이라 교수는 아니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상한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정말로 여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없으니까 일단 들어가시죠.”
“한 번만! 부탁이니까 한 번만 더 기회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떠나지 않으려는 아이라 교수의 등을 억지로 떠밀며 연구소 안쪽을 향한다. 새삼 피곤한 사람이다.
* * *
현 세상에 다섯밖에 없다는 용.
그중에서도 규격 외라고 평가받는 마나의 화신.
[KP 용제]티아마트
그녀는 의 깊숙한 곳, 오직 그녀만이 아는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올해는 이상한 녀석들이 많이 입학했더라고. 그중에서도 특히 속을 썩이는 녀석이 있거든? 오즈라는 이름인데 하필이면 재능까지 있어서 말리기도 힘들다니까?”
그녀는 마치 술을 한잔 걸치는 것처럼 주저앉아서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입에 담았다.
“아리에타는 착한 아이지. 그런 애가 지금 교내 최고의 문제아 같은 놈을 좋아하게 돼서는…….”
티아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아직 이야깃거리는 많았다.
아리에타와 오즈, 알렉시오스 세 명이 엮여 있는 복잡한 일.
주기적으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 기이한 여학생의 일.
최근 들어서 초조해 보이는 어떤 마법학 교수의 일.
그리고…….
“하늘도 유리창처럼 깨지고…….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신화시대의 일이 지금 재현되고 있는 거 같아.”
누구나 다 아는 세상사까지.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티아가 말을 걸고 있는 대상은 다름 아닌 거대한 알.
그것도 용의 알이었다.
“……뭐, 그래도.”
티아는 한동안 그 알을 보며 멍하니 있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언니가 있으니까 별문제는 없을 거야. 내가 이렇게 작아 보여도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거든.”
퉁.
티아는 알에 기대듯 이마를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벌써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그녀의 여동생은 세상 밖으로 나올 줄을 몰랐다.
“많은 걸 바라지는 않을게. 그냥 얼굴만 보여 줘도 되니까.”
티아는 그게 자신 탓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그녀는 너무 뛰어났으니까.
과거 세상에 수많은 용이 태어나고 죽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처럼 강한 용은 없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이레귤러다.
혹여나 자신이 여동생의 힘까지 흡수한 채 태어난 게 아닐까?
그래서 여동생은 아직도 세상을 향해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언니 속 좀 그만 썩이고 그만 태어나 주면 안 될까?”
티아는 짊어질 필요가 없는 책임과 죄책감을 가슴에 품었다.
마치 가시가 틀어박힌 것처럼 따끔거리는 상처는 그녀의 내부를 헤집어 놨다.
“세상에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건 외롭잖냐…….”
오직 이 장소에서만 보이는 그녀의 숨겨진 진심.
세상의 수호자라고까지 불리며 그 힘을 과시하던 그녀였지만 도무지 외로움만큼은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벌써 태어날 시기를 한참이나 넘겨 버린 용의 알은 그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조바심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다른 용들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멍청하긴. 그 아이는 죽은 거다.
마왕과 계약을 나눈 [흑룡] 닉스가 그렇게 말했다.
“죽기는 무슨.”
티아는 자신의 이마를 통해 전해져 오는 동생의 맥박을 느꼈다.
살아 있다. 그녀의 동생은 아직 태어나지 못했을 뿐이다.
그녀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이미 시기를 한참 넘겼어. 그만 포기하는 게 좋을 게야.
경계의 바다에 둥지를 튼 [해룡] 하르바르트가 그렇게 말했다.
“죄다 노망이 난 거지.”
티아는 시기를 한참 넘긴 건 다름 아닌 그들이 관짝에 들어가야 했던 시기라며 욕했다.
그녀의 동생은 그저 늦잠을 자고 있는 것뿐이다.
-조바심이 난다면 차라리 내게 맡겨 보는 건 어떻겠느냐? 나와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주마. 끌끌.
요기로 물든 대지에 자신을 묶어 [요왕]이라는 이름의 현상으로 거듭난 강철이가 그렇게 말했다.
“미친 새끼.”
티아는 강철이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기가 무섭게 지웠다.
애초에 그런 놈에게는 찾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용도 아니고 요괴조차 아닌 그저 기이한 현상이 되어 버린 놈과는 연관되려 한 게 멍청한 짓이다.
-티아야, 불쌍한 아해야. 용은 애초에 고독한 존재가 아니더냐. 네가 그 아이에게 품고 있는 마음은 이해하나 그 사실에 집착하고 매몰될까 걱정이구나.
끊임없이 심신을 수행하며 고행을 자처하는 삶을 사는 [백룡] 진선(眞仙)이 그렇게 말했다.
“…….”
다른 이들의 말과 달리 진선의 말만큼은 티아의 머릿속에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용들과 달리 오직 그만큼은 태어나지 않은 알이 아닌 그 알을 부둥켜안고 있던 작은 용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소리다.
“……그래도.”
그럼에도 티아는 굽히지 않았다.
그녀의 태어나지 못한 가족은 아직도 맥박을 이어 가고 있으니까.
“네가 태어날 세상이니까.”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용이 원래 고독한 존재라 할지라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니인 내가 지켜 줘야지.”
그녀는 안다. 이번에 나타난 미완성의 존재는 세상에 혼란을 일으키게 될 거라는 걸.
지금에 와서 그녀가 그 자신의 여동생을 위해 직접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건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언젠가 태어날 그녀의 여동생을 위해 이 세상 전부를 그녀를 위한 아름다운 둥지로 만들기로 했다.
“네 언니가 세계에서 제일 강한 존재거든.”
그녀는 용을 대표하는 존재가 됐고 세상의 중재자를 자처했다.
가족이 살아가게 될 세상이다.
구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 이르지만, 슬슬 가 볼게. 언니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티아는 그 알을 한 차례 쓰다듬더니 이내 뒤돌아섰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마치 용의 꼬리처럼 흔들렸다.
“또 올게, 스피나(spīna).”
그건 티아의 죽음과 함께 각성하게 되는 SSR등급의 캐릭터.
[의지를 잇는 자]의 이름.그 이름은 그녀의 존재가 티아 자신의 가슴 한가운데에 틀어박힌 가시(spīna)처럼 신경 쓰이고 아팠기에 붙인 이름이었다.
티아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미 그렇게 말한 이상 뒤를 돌아볼 필요는 없었다.
티아는 넓은 공간을 거침없이 가로질러 갔다.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던 장소는 다시금 적막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적막한 세상 속에서 돌연…….
움찔!
───줄곧 침묵하고 있었던 생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상이 한 발짝 앞을 향했다.
* * *
스피나의 알이 있는 장소를 벗어난 티아는 이윽고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실험실에 당도했다.
“미안, 외부에서 온 손님도 있는데 내가 조금 늦었네.”
실험실 한가운데에는 검은색 관이 있었고 그 주위로도 터무니없는 마법들이 걸려 있었다.
티아가 몇 마디 말을 통해 만들어낸 난공불락의 요새. 그 요새는 제국이 작정하고 공략하려 해도 하루는 꼬박 걸릴 철벽이었다.
“나한테 출입 허가받은 사람은 다 왔네?”
하루도 지나지 않았건만 역시 인간이라는 종족들은 자신만큼이나 성미가 급하다.
티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연금술 교수들이랑 생물학 교수들도 전원 참석인 거 같고…….”
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따로 부른 교수들 전원이 참여했다는 건 희소식이었다.
그들은 티아가 인정할 정도의 인재들. 그녀가 놓치는 게 있더라도 그들이 있다면 괜찮을 거다.
티아는 계속해서 인원들을 확인했다. 일부 자신의 연구에 바빠 참석하지 못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참석한 거 같았다.
“마법학 교수들도 다 온 거 같은데 어디……. 하나, 둘, 셋, 넷, ……아니, 왜 넷이냐?”
티아는 혹시 자신의 눈이 잘못된 건 아닌지 눈을 매만졌다.
하지만 인원수에 변함은 없었다.
“……너 왜 여기 있냐?”
“반갑습니다. 학원장. 이런 기회를 얻게 돼서 영광이군요. 이번에 아이라 교수님의 조수로 참가하려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
티아는 침음을 흘렸다.
솔직히 오즈라면 나쁘지 않다.
그는 이미 대외적으로도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며 그 능력도 이 자리에 있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수준이다.
‘저 새끼 또 사고 칠 거 같은데.’
하지만 찝찝하다.
지금까지 오즈와 연관된 일은 모두 쓸데없이 일이 커졌다.
대부분이 불운한 사고였지만 그 불운 자체가 경계 될 정도로 오즈의 주변은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라.”
“네, 넵…….”
아이라의 조수 역할이라는 점이 이상했다. 반대라면 모를까 아무리 봐도 있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아직 심증일 뿐이다.
그렇기에 티아는 아이라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혹시 오즈 이 새끼한테 협박을 당하고 있는 거라면 다음 연구 때 당근을 지참해서 와.”
“네……?”
“그래, 당근이야. 잊으면 안 돼.”
“아, 네…….”
티아는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야, 오즈.”
“예, 학원장. 무슨 일이십니까?”
오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쫓아내려면 쫓아낼 수 있다.
애초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다만 쫓아내게 되면 그를 동행시킨 아이라의 입장이 난처해지게 될 확률이 높았다.
‘그걸 노린 거 같아서 기분이 나쁘긴 한데…….’
자신을 쫓아내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오즈의 뻔히 보이는 계획에 놀아나 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유능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오즈를 제외한 원로급 마법사는 에도 프루덴스 로아. 한 명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녀석의 눈이라면 내가 보지 못한 것까지 볼 수 있겠지.’
루치아와 같은 눈.
그녀가 인정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함이 오즈에게는 있었다.
“너 입은 조금 무겁냐?”
“저보다 입이 무거운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정말이지 신뢰가 가는구나.”
말은 청산유수다.
티아는 역시 오즈를 쫓아내는 게 맞지 않을까 고뇌했다.
하지만 결국 머지않아 모두가 알게 될 내용이다.
티아는 한숨을 한 번 푹 내쉬더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참석을 허가한다는 무언의 긍정이었다.
“미리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 일단 설명부터 할까?”
티아는 실험실 한가운데에 각종 마법으로 결박되어 있는 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안에는 얼마 전 크리소스 상공에 부서진 하늘에서 나온 걸로 추정되는 생명체가 있다.”
티아의 말이 떨어지자 국경에서 찾아온 연구원을 제외한 인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바깥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던 연구원들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괴물은 수시로 모습을 바꾸며 그 인식마저 조작한다. 너희들의 기억 말이야.”
티아는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 말뜻을 이해한 사람 중 당황하지 않는 사람은 이제 두 명밖에 없었다. 미리 그 존재를 알고 있었던 오즈와 또 다른 원로급 마법사 프루덴스 로아.
둘은 마법사 특유의 냉정함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엇, 어어, 무엇……?”
반면 아이라 교수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스케일이 큰 연구라는 사실에 패닉에 빠졌다.
그녀에게는 연구보다도 당장의 위기를 벗어날 수단이 더 중요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뭐, 원한다면 돌아가도 돼. 내가 생각해도 이번 일은 조금 규모가 커질 거 같거든.”
물론 그 말에 되돌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 티아의 조건을 받아들였던 시점부터 예상했던 일.
예상하지 못한 사람은 눈앞의 기회에 눈이 멀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 아이라 뿐이었다.
“그래, 잘 알아들었고……. 우선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교수와 연구진들을 한 차례 훑어보던 티아의 시선이 이윽고 오즈에게서 멈췄다.
“오즈랑 따로 나눌 얘기가 있으니까 잠깐만 나가 있어 줄래?”
티아의 다소 강압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교수와 연구진들은 불만 없이 방을 나섰다.
[마도왕의 후계자] 정도의 신분이라면 티아와 독대하는 게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자, 그럼…….”
그렇게 모두가 실험실을 잠깐 나간 걸 확인한 티아는 각종 마법 방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관이 열리지는 않았다.
다만 뻗어 나간 티아의 손이 그대로 관을 관통하며 작은 구멍을 만들어 냈다.
“오즈, 내가 너만 남겨둔 이유 정도는 추측할 수 있겠지?”
“예, 학원장.”
티아는 오즈의 담담한 태도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구멍 속에서 미완성의 존재를 빼 냈다.
티아는 여전히 자신의 형체를 정하지 못하고 변화하는 그 괴물을 들고 오즈에게 말했다.
“그럼 말해 봐. 네 눈에는 이게 어떻게 보이지?”
“…….”
티아는 오즈의 대답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길었다. 오즈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을 통해 티아는 한 가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개…… 로 보입니다.”
“그래?”
오즈는 거짓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