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55
제58화
아이라 멀린은 꿈을 꾸며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
-아이라 이것 보렴. 예쁜 구성 술식이라고 생각되지 않느냐?
그녀가 아직 어릴 때.
초급 마법조차 간신히 할 수 있었던 그런 시절.
-이 마법을 써 보고 싶지 않느냐?
늙은 스승과 함께했던 시절의 기억이었다.
그녀가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던 건 스승이 피워 낸 꽃과 같은 미완성의 술식에 매료됐기 때문이었다.
-스승님, 제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앞으로도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배워 가면 되지 않겠느냐.
-그래도 저는 최대한 빨리 그 마법을 완성시키고 싶어요!
아이라는 그때 꿨던 꿈의 환상을 보며 눈앞이 흐려지는 걸 느꼈다. 꿈에서 깨어나려는 걸까?
‘아니.’
그녀는 자신이 눈물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에 눈치챘다.
비록 꿈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이 스승이 옆에서 직접 도와줄 테니 같이 해 보겠느냐?
-네!
꿈은 그저 꿈으로 남았으니까.
결국 스승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으니까.
아이라는 아직도 그녀의 스승이 보여 줬던 마법을 쓸 수 없었다.
-너와 나. 앞으로 이 마법은 우리 둘이 함께 배워 가자꾸나.
스승과 함께했던 연구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꼭 완성시킬게요. 스승님.’
아이라는 눈물을 자신의 약한 마음과 함께 흘려내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우리의 마법을.’
세상이 반전됐다.
* * *
아이라가 꿈에서 깨어난 직후.
그녀는 젖어 있는 눈가를 비비며 주변을 확인했다.
책상 앞에 앉은 누군가가 그녀의 서류를 확인하면서 펜을 긁적이고 있었다.
“스승님……?”
“음? 일어나셨습니까?”
아이라는 상황 파악이 안 된다는 듯이 눈을 끔뻑거렸다.
“오, 오즈 전하? 왜 여기에?”
약 5초가량의 정적이 흐른 후 아이라는 뒤늦게 몸서리쳤다.
“헙……?!”
그리고 몸서리치던 아이라는 자신을 덮어 주고 있던 로브가 흘러내리는 걸 보고는 숨을 들이켰다.
[별하늘의 로브]였다.당연하지만 살렘에 버금가는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오즈가 평범한 로브를 쓸 리가 없었다.
당장 그녀가 스펠러지로부터 받았던 지원이라는 명목의 대출금 전부를 합쳐도 그 가치에는 미치지 못하리라.
“엇, 어어엇, 어어…….”
만약 잠들어 있던 자신이 뒤척이면서 로브를 훼손하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아이라 역시 [별하늘의 로브] 수준이라면 어지간한 충격에는 흠집도 안 난다는 걸 알고 있다.
다만 그 가치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세상이 노래지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피곤하셨나 보군요.”
“아, 아니에요! 저는 아직 더 할 수 있어요! 부탁이니까 버리지 말아 주세요!”
“애초에 버리고 말고 할 관계가 아니었…… 아닙니다. 인사차 한 말이니 신경 쓰지 마시죠.”
오즈는 실시간으로 창백해지는 아이라의 안색에 말을 정정했다.
“일단 이것부터 받으시죠.”
“이건……?”
아이라는 [별하늘의 로브]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은 후 오즈가 내미는 서류들을 받아 들었다.
“앞으로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아……!”
아이라는 오즈가 건네준 서류를 보며 짧은 탄식을 흘렸다.
[피나카]를 구성하는 것들은 수많은 기초, 초, 중급 마법과 오로지 [피나카]를 완성시키기 위해 만든 부품 역할의 술식들이 있었다.그리고 아이라는 그 부품에 해당되는 술식들을 만들 때 자신이 아는 마법적인 수식을 주먹구구로 넣으며 수많은 실험을 통해 완성시킨 것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편할 겁니다.”
오즈가 건네준 건 그 수식들을 엮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한 정리였다.
아이라가 고생하며 쌓아 온 것들을 오즈는 이미 공식화시켜 놨다는 뜻이었다.
재능의 차이. 아이라는 그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크고 격렬한 감정이 아이라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막혔던 연구의 활로를 되찾았다.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며 더디게 진행되던 실험은 이윽고 날개를 단 것처럼 빠르게 진행될 터다.
“감사…….”
아이라는 말문이 막히는 걸 느꼈다. 자꾸만 새어 나오는 눈물 때문에 고마움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오던 마법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비록 자신이 쌓아 온 노력을 뛰어넘은 재능이 질투가 나긴 했지만 그보다도 감사의 마음이 더 컸다.
“아니, 뭐 그렇게까지 좋아하실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고마우시다면야 나중에 완성된 마법을 보여 주시면 좋겠군요.”
“네!”
아이라는 오즈가 건네준 불과 몇 장 분량의 서류들을 소중하다는 듯이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 마법이 완성된다면…… 오즈 님에게 제일 먼저 보여 드릴게요!”
아이라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자신의 연구 일지를 펼쳤다.
지금부터 막혀 있던 실험을 다시 시작할 시간이다.
“……그전에 티아 학원장의 실험실부터 찾아가죠.”
“앗, 넵…….”
다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열기는 오래갈 수 없었다.
* * *
아이라 교수와의 일이 있고 난 뒤로 며칠이 흘렀다.
티아 주관의 실험은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법칙 자체가 달라서인지 그 흔한 채혈조차도 불가능했다.
차라리 피가 흐르지 않는 생물이었다면 모를까 ‘바깥의 존재’는 피에 대한 인식마저 바뀌었기에 확신을 내릴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무래도 샘플이 부족한가?”
“……몇 마리 더 잡아 오겠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티아는 교수와 연구진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비교할 대상조차 없으니 저 개체 고유의 능력인지 아니면 종족 자체가 가지는 능력인지조차 알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왜.”
“위험하니까요.”
“……?”
티아는 마치 평생 동안 처음 들어 보는 말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사실 말하고도 아차 싶었다.
그녀는 세상에서 위험과는 가장 먼 존재가 아닌가?
나중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그녀를 위협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래, 위험하긴 하겠지. 사실 나도 갈 생각은 없었어.”
“위험?”
“내가, 내 존재가 위협이라고.”
“아, 이해했습니다.”
한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각국에 비상이 걸리는 걸 보면 그럴 만도 했다.
얼마 전 티아가 기숙사 천장을 부수며 날아간 것만 해도 제국에 비상이 걸리지 않았는가?
비교적 고립된 에서도 떠들썩했을 정도니 바깥이 어땠을지는 짐작할 필요도 없다.
“그보다 네 말대로 개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거 같네.”
“실시간으로 인식마저 바뀐다면서 어떻게 아십니까?”
나야 [관조]가 있다지만 티아도 남들과 다를 게 없을 텐데 그 과정이 다 보인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면 용의 눈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특별함이 있는 걸까? 눈이 살벌하긴 하지만 특별함은 안 느껴지는데?
“내 의식을 나눠서 격리하고 있거든.”
“다중인격 같은 겁니까?”
“비슷하긴 하지. 엄밀히 말하자면 순간을 사진 찍듯 잘라 낸다고 하는 게 맞겠지만.”
“하긴 도마뱀도 자기 꼬리를 잘라 내니 특별할 것도 없겠군요.”
“너 지금 나보고 파충류라고 지껄인 거냐?”
“……비유였을 뿐입니다.”
살벌하기 그지없다.
언제는 어른스럽게 굴더니 역시 정신은 육체를 따라간다는 말이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음…….”
잠시간의 침묵이 지난 후.
티아가 시계를 확인하며 옅은 한숨을 흘린다.
“또 외출이십니까?”
원작과 마찬가지로 최근 티아의 외출이 잦아지고 있다.
“왜? 그동안 사고라도 치게?”
“……요즘 신경이 너무 날카로우신 거 같습니다.”
질문 하나 한 거 가지고 너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거 아닌가?
섭섭한데…….
“오즈.”
“사고 안 칩니다.”
“그건 별로 기대도 안 하고……. 프루덴스와는 너무 가까워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예?”
의외였다. 나야 원래부터 프루덴스를 의심하고 있었기에 상관없다지만 티아가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평소에 제대로 된 사람을 고용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의 교수가 되기 위한 조건은 결국 티아의 마음에 드느냐다.
제라드에 이어 프루덴스 로아까지. 이쯤 되면 그녀의 사람 보는 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프루덴스 교수님은 학원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겁니까?”
“글쎄……. 교수로만 따진다면 제 할 일을 하는 교수지.”
“그런 사람은 많지 않습니까.”
그보다 에 표면상으로라도 잠입할 생각이라면 교수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보통이다.
오히려 교수로서 제 할 일을 안 하는 쪽이 더 보기 드물 거다.
불 뿜는 도마뱀이 눈을 살벌하게 뜬 채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나태하게 굴겠는가?
“조금 엇나갔다고 해야 하나?”
“엇나간 사람이 한 둘입니까?”
“……하긴 너도 그러네.”
그렇게 벌레 보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봐도 나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 상처받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
“으음……. 굳이 따지자면 사상이 위험하거든.”
티아는 단어를 고민하는 것처럼 머리를 검지로 두들기더니 이윽고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도대체 그런 사람을 왜 받아들인 겁니까?”
“녀석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놈이었으니까.”
티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열성적으로 ‘바깥의 존재’를 살피고 있는 프루덴스 로아를 쳐다봤다.
“그래도 자신의 감정에는 한없이 솔직한 놈이었거든.”
그 눈동자에는 조금이지만 연민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그리고 그 시선의 방향은 이윽고 나를 향했다.
이해하지만 연민할 수밖에 없다는 듯한 그 시선은 상당히 안타까워 보였다.
“너는 프루덴스처럼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
티아는 그 말을 끝으로 실험실을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 * *
원래는 프루덴스 로아에게 접근해서 정보를 이끌어 낼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티아의 말이 걸린다.
그렇기에 당장의 접촉은 일단 삼가기로 하고 에게 연락해 정보를 부탁하기로 했다.
-정말로 프루덴스 로아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건가?
통신구 너머로 들리는 루시아의 목소리는 의아하다는 듯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건 우리보다는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원래 오즈는 어땠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나는 아는 게 없다.
내가 가진 정보의 기반은 대부분 게임에서 나왔던 부분 정도다.
“내가 타인에게 그 정도로 관심이 있는 걸로 보였나?”
-……관심이 꽤 많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특별할 정도가 아니면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지.”
-뭐, 그렇다면야.
이제는 질릴 정도로 익숙해져 버린 허세와 거짓말.
지금의 나를 포장하기 위해서라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흠, 그보다 프루덴스 로아……. 그 ‘빈민가의 마법사’ 말이지…….
그보다 뭐야 그 호칭은. 왜 그렇게 착해 보이는 건데? 의외다.
그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시아와 연결된 통신구에서는 그녀의 침음과 함께 서류 넘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정보와 관련된 서류를 뒤지고 있는 건가? 이 녀석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말해.”
아무래도 길어질 것 같아서 가장 간단한 개요부터 듣기로 했다.
사람의 본질은 겉으로 드러나는 데서 가장 많은 게 보이는 법이다.
-뭐……. 가장 중요한 정보라면 그가 혁명가였다는 것 정도겠지.
“혁명가?”
그 단어를 듣자마자 프루덴스가 말하던 투쟁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는 그저 격언을 말하려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
-그는 약 50년 전. 무법 도시나 다름없던 스펠러지를 바꾸려고 한 혁명가 중 한 명이야.
“바꾸려고 했다면 어떤 모습을 말하는 거지?”
-오즈 왕자, 자국의 역사 정도는 알아 두는 게 어떨까 싶어.
루시아의 핀잔은 한 귀로 흘린 채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나는 원래 세상에서도 역사에 자신이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원했겠지.
무신경하게 접근하지 않고 를 거친 게 정답이었다.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가정이 엇나갔다.
예전과 같은 모습의 를 원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
“프루덴스 로아 교수는 결국 혁명에 실패했다고 보면 되나?”
-글쎄……. 그것보다는 불완전 연소했다고 하는 게 맞겠지. 혁명의 중간 단계에서 스펠러지의 체제가 바뀌게 됐으니까.
“……그래, 이해했어.”
불완전 연소.
아마 프루덴스 로아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는 지금의 가 싫은 게 아니었다. 지금의 의 모습은 관계가 없었다.
그가 싫었던 건 자신의 모든 노력과 역사를 한순간에 무의미하게 만든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존재.
[마도왕]살렘 수드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법사.
프루덴스 로아는 수십 년을 쌓아 온 노력을 하루아침 사이에 무가치하게 만들어 버린 개인을 증오하고 있는 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