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74
제77화
내부를 티아를 무시한 채 멋대로 돌아다닌 탓인지 살렘은 반쯤 연금된 상태였다.
그가 돌아다닐 때는 기본적으로 누군가 붙어서 감시를 했다.
물론 그가 학부모 자격으로 온 이상 시합을 구경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하지만 살렘은 굳이 오즈의 시합을 보러 가지는 않았다.
그저 실시간으로 찍고 있는 시합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듯 살렘은 움직이지 않았다.
살렘은 오즈의 시합을 봤다.
그가 격투기를 활용하며 교수를 몰아붙이고 있는 걸 봤다.
다소 부족하지만…….
“내가 다른 걸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확실히 다르다.
화면 속에 보이는 오즈의 전투 방식은 그가 보아 왔던 어느 것과도 달랐다. 다르다. 아니, 오즈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거다.
그걸 바라기도 했던 살렘이었지만 지금 보이는 광경을 어떻게 판단해야 좋을지는 몰랐다.
그는 그저 오즈가 온전히 마법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원래 살렘은 저런 곁가지를 뻗어 나가는 것 역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 나쁠 이유가 없었다.
마법사는 본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지녀야 한다. 마법의 창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거다.
그렇다면 격투기를 보조로 활용한다는 생각은 자유롭지 못할까?
아니, 다르다.
저건 분명 옳았다.
“하지만 너는…….”
오롯이 마법사로만 살아가야 한다. 다른 누구는 몰라도 너는 그래야 한다. 살렘은 그렇게 생각했다.
“열려라.”
살렘은 자신을 감시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 장소에서 손바닥을 펴고서는 중얼거렸다. 그 손바닥에는 반투명한 열쇠가 떠올라 있었다.
누군가의 반쪽짜리 유산.
살렘은 애처롭다는 듯이 그 열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초 전투술 수업의 친선 시합이 종료되었습니다.
한참 동안 자신의 손바닥에 떠올라 있는 열쇠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살렘은 뒤늦게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봐라, 애송아.”
결국, 졌지 않느냐.
살렘은 경기장 한복판에 쓰러져 있는 오즈를 보며 중얼거렸다.
오즈는 마법사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게 될 거다.
다른 방식을 찾기에는, 신성에 관한 연구에 정신을 할애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비유가 아니었다. 오즈는 스스로도 모르고 있겠지만 상당히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렇기에 살렘은 오즈를 몰아붙여 로 보냈다.
그에게 시간을 주었다.
“멍청한 놈.”
하지만 저건 뭔가? 모처럼 마련해 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살렘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불안전한 형태를 이루고 있던 열쇠가 연기처럼 흩어졌다.
“두 번째 시합은 직접 보고 싶소.”
“그러시죠. 마도왕 전하.”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자에게 말을 건네자 그는 무언가를 전달하러 가려는 듯 자리를 비웠다.
다소 조잡한 감시였지만 살렘은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용제]의 영역 내에 있는 이상 사고를 칠 수는 없는 법이다.
“너무 어렵군.”
감시자가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살렘은 돌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래, 그는 누구보다도 완벽에 가까운 마법사였다.
하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는 줄곧 실패만을 반복하고 있다.
“잘 모르겠어.”
살렘은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방금 전까지 불안전한 형태의 열쇠가 있었던 손이었다.
하지만 살렘이 보고 있는 건 열쇠의 흔적이 아니었다.
살렘은 죽어가던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있던 걸 떠올렸다.
“……당신이 있었으면 괜찮았을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너무나도 따뜻했기에 금세 그 온기를 잃을 수밖에 없던 손.
살렘은 원래 열쇠의 주인이자 자신의 아내, 나아가 오즈의 친모였던 여인의 손이 거기에 있다는 것처럼 부여잡듯 움켜쥐었다.
“나는 결국 독선적인 마법사일 수밖에 없는 거겠지…….”
살렘은 움켜쥐었던 주먹을 다시 펴서 내려다봤다.
“…….”
이제 그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 * *
살렘은 티아의 바로 옆자리에서 경기를 직관했다.
이건 그를 경계해서가 아니라 그가 일국의 왕이기 때문이다.
그런 예우조차 없다면 오히려 다른 학부모들의 위가 쓰렸으리라.
“흠.”
하지만 살렘은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그는 그저 시합장 한가운데에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마법사의 모습을 살폈다.
한 명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오즈.
“상대는…….”
“아이라. 아이라 멀린. 이번에 원로급 마법사가 됐으니까 원로원에 이름 올려놔라.”
“…….”
살렘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용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좋을 게 없었을뿐더러 그녀가 적어도 거짓말을 할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흠.”
그렇게 서로의 볼일이 끝나자 살렘은 티아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오즈의 시합을 지켜봤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오즈는 약해졌다. 그것도 상상도 하지 못한 방면으로 약해졌다.
마치 젓가락질하는 법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모양새였다.
“역시 약해졌군.”
무식한 방법이다.
오즈는 짧은 수읽기가 끝나자마자 동시에 그걸 포기한 채 힘으로 찍어 누르고 있었다.
“멍청한 판단이야.”
“거, 옆에서 꼰대처럼 하나하나 나불거리지 좀 말지?”
“크흠…….”
오즈가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못마땅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살렘의 모습에 티아가 짜증을 냈다.
그녀도 가만히 있는데 훈수가 너무 많았다.
“조용히 보자. 애들 재롱잔치에 와서 뭐 하는 짓이야?”
“오즈는 단순한 애가…….”
“여기서는 내 학생이야.”
살렘은 티아를 조용히 노려봤다.
티아 역시 싸늘한 눈으로 살렘을 내려다봤다.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그런 눈빛이었다.
살렘은 추가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다른 관중들은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살렘이 티아를 적대할 리가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대는 다름 아닌 [마도왕]이다.
티아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그녀를 ‘싸움’의 영역까지 이끌어 낼 역량이 있는 괴물이다.
그리고 분위기가 극적으로 치닫게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
“죽고 싶지 않으면 지팡이 내려놔라. 살렘.”
살렘은 싸늘한 눈빛으로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에 맞서듯 티아는 살렘의 목에 자신의 손톱을 들이밀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살렘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게 뭘 의미하는지 알지 않소.”
“내려놓으라고 말했어.”
타오르는 용의 눈과 싸늘한 마법사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친다.
일촉즉발의 상황.
“조금 진정하는 게 어때?”
“진정. 진정이라……. 그 시대를 살아온 내게 저걸 보고도 진정하라고 하는 건가?”
“말이 짧다?”
“지금까지 나는 그대에게 존중을 보였다. 좋든 싫든 그대가 세상의 수호자를 자칭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그대의 행동은 존경받아 마땅한가?”
“…….”
티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살렘을 노려봤다. 한 치의 흔들림조차 없다. 살렘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건 티아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자신의 영역 내의 사람이 죽는 걸 내버려 둘 수 없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에서 물러설 수 있는 최저한의 선에서 부딪치고 있는 거다.
“만약 아이라를 건드린다면 나는 스펠러지를 불태울 거다.”
“그래도 좋겠지. 하지만 저자를 살려 둔다면 세계가 불탈 거다.”
살렘의 지팡이는 이미 마나를 머금고 있었고 티아의 손톱은 그런 살렘의 목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푸른 마나와 붉은 피.
결코 섞일 수 없다는 것처럼 두 색은 관중석을 물들인다.
“……일단 얘기라도 해 보지?”
“…….”
결국, 물러난 건 티아였다.
언뜻 대등해 보였지만 불리한 건 그녀일 수밖에 없었다.
살렘을 죽이는 건 쉽다.
하지만 살렘 역시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있는 이상 아이라를 죽이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리라.
더군다나 살렘을 죽여도 문제다. 그 행동은 지금까지 티아가 쌓아온 이미지를 무너뜨릴 거다.
한 나라의 왕을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죽이는 거다.
그 행위에 경각심을 품을 나라들이 한둘이 아닐 터다.
“내가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일단 진정 좀 해 봐.”
“그대가 어떻게,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살렘은 티아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불신을 품었지만 일단 그녀의 말을 듣기로 했다.
애초에 폭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던 [용제]가 먼저 대화하자고 나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유의미한 가치가 있을 터.
살렘은 티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일단 이 일이 있었다는 것부터 밝혀지기 전에 덮자.”
“……못 보던 사이에 상당히 인간 같은 면모가 늘었군.”
살렘은 지금 상황도 잊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티아의 말에 혀를 찼다. 저건 성장했다고 해야 할까?
살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저건 성장이 아니라 물든 거다.
“조건이 있소.”
“말해 봐.”
살렘의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온 걸 본 티아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경계는 풀지 않았다.
“저자를 직접 만나 봐야겠소.”
“…….”
“분명 그대라면 덮을 수 있겠지. 이 스키엔티아 내에서라면 마나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건 일도 아닐 테니.”
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녀에게 있어서 그 정도 일은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번 일에 해당하는 문제. 나는 스펠러지의 대표로서 저 마법사가 어떤 인간인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소.”
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라 역시 스펠러지에 이름이 등록된 마법사기에 이것만큼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게 아니더라도 티아는 아이라를 믿고 있다. 저런 대화의 장이라면 오히려 그녀의 성정을 이해시키기 더 편할 터.
“좋다. 인정하지.”
대답과 동시에 티아는 동시에 시합의 화상을 내보내고 있던 수정구를 모조리 분쇄했다.
복잡한 과정은 필요 없었다.
내부에 있는 마나라면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으니까.
그녀는 추가적으로 를 가로막고 있던 결계의 성질을 변화시켜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통신조차 불가능한 완벽한 밀실.
이제 남은 건 이 시합을 본 개개인에게 함구령을 내리는 것뿐이다.
“가서 아이라 불러와.”
명령을 내리던 티아는 살렘의 무표정한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오즈도.”
약 반 학기간의 경험이었지만.
티아는 이번 일에도 오즈가 엮여 있을 거라고 100% 확신했다.
‘이렇게 또 뒤를 치네? 개새끼.’
사고를 치지 말라고 했더니 다른 사람을 사고 치게 만들었다.
티아는 그 경이로울 정도의 트롤링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 * *
살렘과 티아, 아이라와 오즈.
네 명의 불편한 회담이 시작됐다.
솔직히 오즈로서는 이 자리에 끼어 있는 게 억울했으나 옆자리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라를 보고서는 고개를 떨어트렸다.
‘저거 이대로 내버려 두면 큰일 나겠는데…….’
오즈조차 그랬다. 살렘과 동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
그럼 문제의 당사자인 아이라는 어떨까? 아마 토악질이 나올 듯한 기분이리라.
오즈는 살렘을 살폈다.
반면 살렘은 오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철저한 무관심.
오즈는 그게 짜증 났다.
“우선.”
살렘은 와 측에서 준비한 아이라 멀린에 관한 상세 정보를 교차 검증하는 과정에 입을 열었다.
“용제에게 묻고 싶소.”
“뭔데.”
“저자의 스승이 ‘그’ 군단의 마법사라는 걸 사전에 알고 있었소?”
티아는 자신을 향한 의심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순순히 시인했다.
“일단 그놈도 말년에는 정상인처럼 행동했거든?”
[군단의 마법사]. 그는 에서도 악명 높은 마법사였다.반쯤 미치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군용 마법에 집착하던 자다.
“지금 이 사달이 났는데도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소?”
“그건……. 그래, 뭐. 솔직히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 그래도 아이라는 아르주나에 비해 정상인이거든? 애가 참 순한데…….”
“그건 대답이 되지 않소.”
“…….”
살렘은 티아의 말을 받아넘겼다.
티아는 그 대답에 한순간 욱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 냈다.
이것도 최대한 배려를 이끌어 낸 거다. 여기서 자신이 날뛰었다가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
가 됐든 세상이 됐든 불타 사라지게 될 거다.
“그렇다면 이제 당사자에게 묻겠소. 원로급 마법사 아이라 멀린.”
“아, 앗 네……. 워, 원로급 마법사 아이라 멀린입니다.”
살렘은 티아의 대답에서 무슨 결론을 내렸는지 아이라에게 그 화살을 돌렸다.
“그대에게 묻고 싶군. 이 마법을 만든 이유가 뭔지.”
“그건…….”
아이라는 망설였다.
그녀는 이번 일에 대한 변명거리를 사전에 들어 둔 상태였다.
그대로 말한다면…….
그렇게 한다면 어떻게든 이 사건을 무마시킬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건…….’
사람들은 그녀의 스승을 악인으로 규정짓고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아는 아르주나라는 마법사는 분명 상냥한 스승이었다.
애초에 마법사가 되길 바란 것도 아이라 그녀 자신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걸 긍정한다면?
자신도 아르주나에게 속은 피해자이며 이번 실험의 결과는 우연일 뿐이라고 변명한다면 그녀의 인연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 분명 잠깐의 위기는 넘길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삶은 빛을 잃을 거다.
그렇기에 아이라는 대답했다.
“모두를 위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마법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죄라면 받아들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