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93
제96화
아리에타와의 담소를 나누던 가운데.
약 5시간이 흘렀다.
“……조금 있다가 다시 올게요.”
“예, 아리에타. ……그런데 오늘은 말고 다음으로 하시죠.”
아리에타는 아쉽다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아니, 5시간이다.
5시간이나 대화를 나눴는데도 아직도 할 얘기가 남았단 말인가?
아무리 훈훈한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나는 지금 눈 뜨고 간단한 미음조차도 먹지 못했다.
차마 이 분위기를 깨트리고 싶지 않아서 참았지만 5시간이나 담소를 나눴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시간은 많을 테니까.
“아, 그래도 조금만 더…….”
“……많은 분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아리에타.”
주로 창문 너머에서 이쪽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녀석이 말이지.
아리에타도 창문 밖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루시아의 존재는 눈치챘을 터다.
이게 질투심인지 아쉬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리에타는 그녀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거리끼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반응에 이쪽도 결국 호응해줄 수밖에 없었다는 소리다.
그렇게 아리에타를 겨우겨우 달래서 내보내고 나니 잠시 후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는 수 없이 창문을 열어줬더니 초췌한 표정의 루시아가 들어왔다.
“어장관리 실력이 상당한데 그래. 오즈 왕자. 아주 놀라워.”
들어오자마자 시비다.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밖이 그 정도로 더웠나?”
“응…….”
내 질문에 불평을 내뱉던 루시아는 힘들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이번 일의 활약으로 인해 교황청에서 표창이라도 받는 듯 제국군의 정복을 입고 있었다.
정복은 일반 군복과 달리 쓸데없이 치장이 많은 편이라 더운 것도 이해가 간다.
“테네브리스가 그렇게 대놓고 활동해도 괜찮은 건가?”
“대외적인 업무를 안 할 수도 없으니까. 뭐, 그때는 8군단 소속으로 움직이곤 하지만…….”
“수고가 많네. 그럼 테네브리스의 표면적 위치는 8군단이라는 소리인 건가?”
“나만 그래. 단장님은 표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 자체가 없어야 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인성이나 능력에 문제가 있는 편이라…….”
“그, 그래?”
내 생각에는 루시아를 언젠가 수면 밖으로 완전히 떠나보내기 위해 밑 작업을 치는 걸로 보인다.
그보다 나머지는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무슨 소리일까?
너희 집단 정말 괜찮은 거 맞아?
“그보다 교황청의 일교차는 최악이야. 새벽에는 추웠는데 낮에는 더워.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거지?”
“이보다 더한 곳도 있는데.”
“그거참 최악이로군.”
루시아는 정복의 단추 윗부분을 여며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애가 참 조심성이 없네.
괜히 쳐다보기 힘들어졌다.
“그보다 8군단 소속으로 들어온 거면 왜 창문으로 드나드는 거야? 정식으로 찾아와도 됐을 텐데?”
“하하, 당신 병실의 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숨이 막혀오는지 알아?”
“음……. 그렇군…….”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지금 교황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나와 아리에타일 거다.
비록 현상 유지가 됐다고는 하지만 풍문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아리에타와 내가 대화하고 있는 동안 병실 문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다?
나라면 사람들 시선에 숨 막혀 죽을 자신이 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고양이지 물고기가 아니니까 당신의 어장에 걸려들 생각은 없어. 오즈 왕자.”
“……그건 수인 혐오적인 발언이 아닌 건가?”
어장관리 쪽을 반박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다른 쪽을 물어보기로 했다.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수인 혐오의 기준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 걸까?
“내가 하는 건 자학이니까 괜찮아. 다만 당신이 하는 건 안 돼.”
“그건 조금 치사하지 않나?”
개개인의 감정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인 것 같다.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루시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이 녀석은 의외로 물리적 거리감이 가깝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있길래 내가 눈 뜨자마자 달려와서 피곤하게 만드는 거지?”
“하하, 유감인걸? 오즈 왕자. 아무래도 내가 가져온 소식을 들으면 더 피곤해질 거 같거든.”
“너……. 이제 보니……?”
문뜩 루시아의 얼굴을 확인해 보니 눈 밑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어쩐지 평소보다도 거리감이 가깝다 싶었더니 심신이 지쳐 맛이 가 있었던 거다.
“좋은 소식과 머리가 아파지는 소식, 환장할 것 같은 소식이 있는데 어느 것부터 듣고 싶지?”
“환장할 것 같은 소식.”
“좋은 소식부터 말하지. 뒷부분을 먼저 들으면 좋은 소식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을 거 같거든.”
“…….”
답정너인가?
그럴 거면 애초에 어느 것부터 듣고 싶은지 묻지나 말 것이지.
“우선 좋은 소식.”
루시아는 뻐근한지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자신의 몸을 뒤로 눕혀 그대로 기지개를 켰다.
고양이 수인이라 그런지 상당히 유연하다. 하지만 이것도 말로 하면 수인 혐오라고 시비를 걸 테니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당신의 분투로 인해 교황청 내 피해자는 두 자리 숫자밖에 되지 않는다는군. 경의를 표하지.”
“……충분히 좋은 소식이네, 뭐.”
솔직히 기대한 것보다는 훨씬 더 가슴 뛰는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나는 그 수십 배는 나왔을 거라 생각했다. 게임에서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여러 대비가 겹쳐져서인지 아니면 [신성에 도전하는 자] 덕분인지 피해가 적었다.
“뭐, 이건 어딜 가나 들을 수 있을 테니 딱히 내가 말할 것도 없지만 말이야.”
“그런가?”
“아무렴. 그렇게 눈에 띄는 마법을 사용했는데 모를 사람이 있겠어? 오즈 왕자. 당신은 지금 교황청 내에서도 상당한 유명인이야.”
“딱히 평소랑 다를 것도 없는데.”
“……그것도 그렇군.”
나는 원래부터 유명인이었다.
오히려 아니었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더군다나 평소 나를 훔쳐보는 놈만 해도 눈앞에 고양이를 포함해서 10명이 넘어간다.
“그러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 머리가 아파지는 소식부터 시작하지. 마음의 준비는 어때?”
“안 됐다고 하면 나중에 하나?”
“노아가 교황청을 탈주했어.”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머리가 아파지는 소식이다.
내 말장난이 무시당한 건 아무래도 좋지만 여기서 가만히 있었던 엘레노아가 탈주한 건 예상외다.
도대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상황이 뒤집혔으면 그럴까?
정말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 녀석의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가 없다.
“정확히 탈주는 아니지만 말이야. 교황 성하와의 대화가 끝난 직후 그냥 떠나갔어. 무슨 말이 오간 건지 모르겠지만 떠날 수 있도록 허가라도 받았겠지.”
“음……. 그래, 돌아버리겠군.”
루치아 도미네와의 대화 끝에 아무렇지 않게 교황청을 나갔다.
딱히 문제 될 건 없다.
애초에 이 난리가 터졌는데 학생을 남겨두는 것 자체가 교황청의 스탠스로는 옳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그 대상이 루치아 도미네와 엘레노아라면 조금 다르다.
“이런 뻔뻔한 늙은이가?”
당했다.
역시 그 망할 늙은이는 엘레노아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 같다.
그게 [관조]를 통해 열쇠의 여부를 깨달은 건지, 아니면 과거에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인지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루치아 도미네와 내가 지닌 [관조]는 근본은 같지만 뻗어 나온 방향성이 다를 테니까.
적어도 루치아 도미네의 눈에는 게임의 툴팁 같은 게 보이지는 않을 거다. 게임을 아는 나와 달리 이 세상 출신인 루치아 도미네에게 그건 상당히 이질적일 테니까.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아, 역시 됐어. 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이 이상 일이 늘어나면 감당하지 못할 것 같거든.”
“교황과 엘레노아는 아무래도 서로 아는 사이였던 거 같은데.”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알 게 뭐야. 너도 그랬으니까 나도 그럴 거다. 우리 서로 사이좋게 두통의 늪으로 떨어지면 좀 좋아?
-제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으음……. 그러니까 굉장히 실력 있어 보이는 사람이 온 걸 봤어요.
예전 에서 [명왕]의 침공을 막고 마리를 구해낸 뒤.
아리에타가 위독하다는 말에 엘레노아가 그렇게 말했었다.
-의사?
-글쎄요? 성직자일 수도 있겠죠.
의사는 아니고 실력 있는 성직자.
엘레노아는 그때 감이라며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그 단어 선정은 상당히 노골적인 편이었다.
그렇다면 둘은 아는 사이일까?
처음 교황청에 도착했을 때는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굴었다.
그래, ‘서로’다.
루치아 도미네가 엘레노아를 못 알아본다고 해도 엘레노아가 루치아를 못 알아보는 건 이상하다.
뭐라도 반응이 있었어야 했건만 둘은 마치 초면처럼 행동했다.
아니, 어쩌면 엘레노아가 이송당해온 정황이 어처구니없어서 그런 느낌을 못 받은 걸지도 모른다.
무려 ‘상냥할 것 같은 여자’ 부문에서 조작으로 아리에타를 제치고 1위를 해 처먹었으니까 말이다.
서로 친밀한 관계였다고 해도 아는 척하기 싫었을 거 같다.
“교황이 노아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따로 확인을 해봐야겠네.”
“그 부분은 오즈 왕자에게 맡겨도 되겠지……?”
루시아가 흐릿한 눈빛으로 내게 호소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루시아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거 같다. 미쳤나 이게?
“정신 차려, 루시아. 나는 너희 조직원이 아니야. 내가 얻을 정보를 원하면 정당한 값을 치러.”
“오즈 왕자는 우리 정보를 수시로 이용하면서.”
“그럼 너도 유명해지던가.”
그보다 나한테 후원받고 싶어?
내가 얻는 정보는 제국에서 내게 보내는 후원금이나 다름없다. 이게 다 마음의 빚이라는 소리다.
“그럼 곧바로 움직일까…….”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루시아가 정복까지 갖춰 입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혼란이 수습됐다는 소리일 거다.
그렇다면 엘레노아가 교황청을 빠져나간 지도 최소 3일은 됐을 터.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아니, 오즈 왕자. 잠시 기다려.”
“구질구질하게 왜 이래? 나중에 정보 줄 테니까 그만 좀 하지?”
“……나를 귀찮은 여자 취급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다를 게 있나?
정 그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남의 침대를 차지한 채로 내 옷자락을 애처롭게 붙잡고 늘어지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들러붙는다고 내가 너를 돌봐줄 거 같아? 나는 길고양이는 들이지 않는 주의다.
“그 눈빛이 짜증 나지만 일단 할 말부터 하지.”
루시아는 썩어들어가는 표정을 감추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아직 환장할 것 같은 소식이 남아 있어.”
“그건 방금…….”
“엘레노아의 건은 머리가 아파지는 소식이지.”
“…….”
아니야. 그러지 마.
이보다 더한 사태가 더 있다고? 있을 수 없다. 있어서도 안 된다.
“그럼 환장할 것 같은 소식.”
내가 허탈한 표정으로 침대 위를 점령하기 시작한 루시아를 내려다보자 그녀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거지?
“용사가 노아와 접촉했어.”
“…….”
“아까 당신이 그랬던가? 교황과 노아와 아는 사이인 것 같다고.”
그녀는 피로가 가득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이쪽도 그래. 아무래도 용사와 노아가 아는 사이인 것 같아.”
어지럽다.
이걸 어디서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엘레노아는 관종이다.
용사 역시 비슷한 성격이다.
“환장하겠네…….”
아무래도 내가 아는 한 최악의 듀오가 뭉친 것 같다.
도대체 그 둘이 어떻게 뭉쳤지?
* * *
아직 오즈가 여명을 밝히기 전.
모두가 그렇듯이 엘레노아 역시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크윽……!”
“과연, 아직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힘은 아니라는 건가?”
두 사람의 실력차가 다른 이들의 싸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는 점이다.
힘, 기교, 체격, 속도, 경험.
그 모든 면에서 엘레노아는 스카를 이길 수 없었다.
애초에 스카를 조종하는 딜레이드는 4장의 보스. 그게 [명왕]의 힘까지 받아들여 더욱 강해졌으니 엘레노아가 이길 방도가 없었다.
“후욱……!”
엘레노아는 숨을 거칠게 들이키며 다시금 대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 검 위로는 미약하게나마 황금의 빛이 머물러 있었지만…….
“하하! 그 이상한 특징을 제외하고서는 대단할 게 없는 힘이군.”
캉!
두 사람의 대검이 부딪치자 물러난 건 엘레노아 쪽이었다. 분명 스카의 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나도, 사기도, 신성력도, 요기도. 그 무엇도 실리지 않은 공격이었기에 엘레노아의 열쇠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엘레노아가 쓸 수 있는 건 자신의 육신에 깃들어 있는 마나뿐.
그마저도 아직 R등급 수준의 힘을 지닌 엘레노아였기에 두 사람의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당신을……. 당신을 쓰러트린다면……. 모두가…….”
“재미없는 녀석이군. 더 궁금한 점이 있을 텐데 말이야!”
스카는 다시금 일어나서 자신에게 덤벼드는 엘레노아를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상대는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힘을 다루는 자. 그렇기에 대화를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싶었다. 하지만 이게 뭔가? 상대는 그저 같은 말을 내뱉고 있을 뿐이다.
고장 난 태엽처럼 같은 말만을 내뱉는 상대에게서 정보를 파헤치는 건 이젠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스카는 멀리 날아간 엘레노아를 향해 다가갔다.
상대는 수준 미달이다.
기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 나머지 모든 게 부족했다.
가진 건 근성뿐. 힘도, 속도도, 근력도, 기교도, 기술마저도.
그 모든 게 부족했다.
“아까도 말했지 않나? 이미 다 죽어버렸다고.”
“…….”
“왕도, 왕비도, 한낱 정원사부터 빈민가의 거지들까지.”
하지만 스카는 그녀를 내버려 둘 생각 역시 없었다.
상대는 분명 약했지만…….
“모조리 집어삼켰다.”
“……그렇다면 당신을 쓰러트리는 게 모두를 위한 복수가 되겠지!”
그런 상태로도 길을 잃지 않았으니까. 상대는 현실 앞에 포기하기는커녕 그 현실마저 순응한 채 새로운 목표를 품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성가셨다, 섬뜩했다.
“짜증 나는군. 역시 너는 이 자리에서 죽여둬야겠어.”
스카는 정보 수집이 아닌 사살로 방침을 바꿨다.
그렇게 엘레노아를 짓밟은 채 검을 들어 올린 순간.
“짠~ 짜자잔~ 나는야 약자와 포기하지 않는 자를 위해 검을 들어 올리기로 한 자!”
“정말 돌아버리겠군…….”
스카는 그 어처구니없는 자기소개에 인상을 찌푸리며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그가 있었던 자리로 황금색 검기가 지나갔다.
그리고 나타난 건 밝게 빛나는 금발의 여인.
“가지가지 하는 세상이군. 이쪽 세상의 사람들은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웨이브 진 밝게 빛나는 금발과 깊은 푸른색 눈동자.
엘레노아와 마찬가지로 ‘바깥의 존재’의 재생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의 힘을 지닌…….
[SSR 황금의 용사]유스티티아 헤로스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가 교황청 에 나타났다.
“저를 모르시는 거 같으니 어쩔 수 없군요. 제가 바로──”
아름다운 용사님 유스티티아!
그녀가 자신의 정체에 자부심을 느끼며 화려한 자기소개를 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디센트라……?”
“음?”
돌연 엘레노아가 흐릿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반짝이는 머리카락도, 눈동자도, 성격까지도.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모습은…….
과거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했던, 그녀가 닮고 싶었던 사람.
디센트라 헤로스의 모습을 연상시키게 했다.
그런 엘레노아의 처량한 목소리에 유스티티아는 한차례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배시시 웃으며 원래 하려던 자기소개를 수정했다.
“──의 언니랍니다~.”
한 명 더.
망국이 되어버린 크리소스 왕국의 생존자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