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95
제98화
루시아와의 협상 결과로 얻은 에너지 바를 그 자리에서 해치운 직후. 조금이나마 공복을 채운 상태로 루치아 도미네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이 빌어먹을 늙……!”
집무실 한구석에 무릎 꿇고 손들고 있는 아리에타의 모습이었다.
왜 여기 있지?
아니, 있을 수는 있다. 아리에타는 성녀니까 교황인 루치아 도미네와 교류하는 건 오히려 당연하나도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건 뭘까? 왜 저러고 있는 걸까? 벌을 받는 건가?
“계속하시죠. 빌어먹을 뭡니까?”
아니, 그보다 일단 이 상황을 먼저 수습해야 한다.
아리에타 앞에서 그녀의 부모나 다름없는 루치아 도미네를 욕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빌어먹을 타나토스 녀석……. 아주 나쁜 녀석 같으니. 많이도 부쉈구나.”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겁니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차라리 침묵하시지 그랬습니까?”
“…….”
진짜로 죽고 싶은 기분이다.
이렇게 처참한 기분을 느낀 게 처음은 아니라지만 그게 아리에타의 앞에서라고 생각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뭐, 됐습니다. 슬슬 올 거라고 생각했지요. 평소 성실하던 아리에타가 드물게 일도 팽개친 채 5시간을 날려버렸으니까요.”
“죄, 죄송합니다…….”
아리에타는 손을 든 자세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는 걸 보니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게 분명하다.
뭐, 그래 그럴 수도 있다. 그만큼 감개무량했다는 거겠지.
나도 이해는 한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
“그건…….”
엘레노아와 관련된 일이다.
이걸 아리에타가 있는 장소에서 말해도 괜찮을까?
정황상 루치아 도미네는 엘레노아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아리에타 같은 경우는 다르다. 그녀는 아마 모를 터다.
가급적이면 그녀에게 비밀을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이건 엘레노아 개인이 품은 비밀이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떠벌리고 다녀도 좋을 얘기가 아니라는 거다.
“아리에타.”
“네, 교황님.”
“이제 손은 그만 들고 나가서 신도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세요.”
“넵!”
내가 머뭇거리고 있자 루치아 도미네가 그걸 눈치챘는지 아리에타를 밖으로 내보냈다.
아리에타는 그런 루치아 도미네의 말에 의심을 품기는커녕 더 이상 손을 들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함만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다.
“자, 그러면…… 당신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먼저 들어보죠. 묻고 싶은 게 뭡니까?”
“엘레노아 폰 크리소스.”
“역시, 당신도 알고 있으셨군요.”
루치아 도미네는 품에서 파이프를 꺼내더니 짙은 담배 연기를 피워대기 시작했다.
이 망할 늙은이는 유독 내 앞에서만 격식이 없다.
“망할 애송이 앞에서 굳이 격식까지 차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때때론 표정이 입보다 더 많은 걸 얘기해주는 법이지요.”
말은 잘한다.
[관조]까지 활성화한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주제에.“그럼……. 어디서부터 얘기하면 좋을까요.”
“처음부터.”
“처음부터라면 제가 그 아이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부터입니까?”
“예.”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하시고 있는 것 맞습니까. 당신은 지금 엘레노아 공주의 일에 간섭하겠다는 뜻입니다.”
“예, 그럴 생각입니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 발언에 대한 책임은?”
“그러니까 아까부터 그러겠다고 말하고…….”
“아뇨.”
루치아 도미네는 내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가당찮다는 듯이 단언했다.
그 묘한 압박감 때문인지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모르겠습니까?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를 기만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그 아이가 떠나기 전, 참담한 표정으로 말하더군요.”
탁!
루치아 도미네는 파이프를 내리쳐 담뱃재를 털어냈다.
그건 마치 미련을 털어내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 이상 당신들을 속이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
그건 내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걷잡을 수 없는 실수.
“당신은 그 아이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했겠지요.”
“노아가 숨기고자 한 거니까 그야 당연한…….”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 역시 기만이라는 걸 모르시는 겁니까?”
“…….”
그래, 나는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일로 인해 상처받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품고 있는지, 어째서 그렇게까지 사람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건지.
나는 전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척했다. 엘레노아가 그러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녀가 안심해버려서, 그래서 그녀의 성장에 저해될까 두려워서였다.
“당신은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그건…….”
항변할 수 없었다.
숨기려는 걸 캐묻지 않는다, 알면서도 아는 척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 그건 선의로 작용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그녀는 원해서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그럴 수밖에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걸 이용했다.
모르는 척하는 게 그녀에게 접근하기 쉬울 거라 생각했다. 사전에 내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들킨다면 분명 경계했을 테니까.
그런 계산이 깔려있었던 거다.
“그런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타인의 영역에 발을 내딛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루치아 도미네는 이제 노골적으로 표정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했다.
혐오였다.
“그렇게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도록 행동하고 있으면서 뭐? 책임을 지겠다고요? 웃기지도 않는군요. 벌써부터 책임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주제에.”
“…….”
“당신은 그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나는 엘레노아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 그녀가 게임의 주인공이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도 그녀의 곁에서도 많은 걸 봐왔다.
하지만…….
“그럼 반대로 그녀는 당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겠습니까?”
엘레노아는 나에 대해 모른다.
아니, 굳이 엘레노아만이 아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건 말할 수 없는 것들이기도 했지만, 내가 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보여도 될 부분까지도 감추고 있었다.
내가 주변에 보여준 모습은 오즈의 모습뿐이지 내 모습은 없었다.
“당신의 그 무책임한 행동거지에 상처 입게 되는 건 당신이 아니라 그녀가 될 겁니다.”
“그렇겠군요…….”
“이해하셨다니 다행이군요.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마도왕의 후계자. 당신은 엘레노아 공주에 대해 어디서부터 듣고 싶습니까?”
“…….”
* * *
나는 루치아 도미네의 일방적인 팩트 폭력에 별다른 반박 한 번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아니, 쫓겨났다기보다는 내 발로 직접 나왔다.
구구절절 그녀의 말이 옳았다.
내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하아…….”
누가 했던 말이더라?
거짓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건 오래 갈 수 없다고 했던가?
아니, 애초에 내가 들었던 말이기는 한 걸까? 잘 모르겠다.
이게 내 기억이 아닌 오즈의 기억일지도 모르고 이도 저도 아닌 내가 품은 진심일지도 모르니까.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루시아에게 상담……. 하기에는 당분간 보기 힘들겠지.”
너무 괴롭혔다.
당분간 일이 없으면 내 근처에는 다가올 생각도 하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아리에타인가……?”
그녀는 성녀이다 보니 내 고민에 답을 내려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 일을 묻는 것도 지금은 저어된다.
내가 스스로에 대해 숨기고 있는 건 엘레노아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내가 관계를 그렇게 만들었다.
물론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설명을 상대가 받아들여 줄지도 모르겠고 아직 뭐 하나 확실해진 것도 없는데 이런 사실을 전해봤자 혼란만 줄 뿐이다.
나조차도 아직 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데 타인을 끌어들인다?
앞으로 있을 일들을 생각해보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이걸 누구한테…….”
기간테스가 건물을 부숴 만들어낸 수많은 돌무더기 중 하나에 걸터앉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문뜩 내 시야에 잡히는 사람이 있었다. 아리에타는 아니다. 루시아도 아니고 하물며 다른 들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별다른 일면식조차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분명 기억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나를 크게 바꾼 계기가 된 사람이니까.
“안녕하세요. 저번에는 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드디어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됐네요.”
기간테스의 공격에서부터 내가 구하기로 했던 어린 사제.
그때는 작위적이기까지도 한 상황에 운명을 저주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게 좋아졌으니 다행이다.
“그래, 너도 살아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네. 이제 그만 해도 돼.”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이는 아이를 만류하자 아이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직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요? 성자님.”
“그래, 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아니, 잠깐만. 성자님?”
“네, 다들 그렇게 부르는걸요? 저도 그렇게 믿어요.”
“통탄할 노릇이군.”
무신론자를 성자라고 부르다니 교황청도 갈 데까지 갔다.
하긴 어떻게 보면 그렇게 불리는 것도 이해는 간다. 나는 모든 마력을 쏟아 신성 마법을 펼쳤으니까.
교황청 에 있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 빛을 봤을 거다.
그리고 그 빛이 신술을 웃도는 치유 효과를 부여했다는 것 역시 전투 중이었으니 수많은 사람이 직접 경험해봤을 거다.
“……아쉽게도 성자님이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한참이나 모자란 거 같은데 말이야.”
“그런가요?”
“그래, 후유증들이 남았다며?”
[신성에 도전하는 자]는 신술보다도 뛰어난 치유 능력을 보였다.하지만 신성력은 애초에 유일신 ‘아인’이 만든 능력이다.
상처를 완전히 재생시키는 게 아니라 정화와 촉진을 통해 사람의 자체적인 회복 능력을 끌어올린 건 이유가 있었던 거다.
[신성에 도전하는 자]를 통해 회복된 사람 중, 중상을 입었던 사람들 대부분이 환상통을 앓고 있다고 들었다.신술을 통한 치료에서는 보인 적 없던 반응이다. 치료가 너무 급격했기에 오히려 몸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걸 거다.
“으음……. 그래도 다들 고마워하고 있었어요.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요.”
“기회라…….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내 신성 마법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는 충분했다.
지금은 그 정도면 될 거다.
“그래, 그럼 사제님. 제 고민을 들어주시렵니까?”
“네, 아직 견습이지만 저도 들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죠.”
“……너, 엄청 어른스럽네.”
“자주 들어요.”
이제 보니 나이에 안 맞게 상당히 성숙한 꼬맹이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도 성숙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흠, 흠……. 사제님. 그러면 고민입니다만, 제가 친한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면 사과하셔야 해요.”
“아니, 그런 간단한 결론은 나도 알고 있는데…….”
“그럼 그 간단한 걸 알고 있으신데 왜 안 하고 계신 건가요?”
“……아픈 일침이네.”
거짓말은 나쁘다.
순수한 아이이기에 오히려 이렇게까지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걸까? 아니, 틀린 말은 없다.
궁극적으로 내 고민은 그쪽으로 도달하게 될 거다.
“사실은 그 거짓말에 대해 밝히면 상대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 지금까지 쌓아온 이 얕은 관계마저도 완전히 파탄 날까 두렵다.
“음……. 하지만 그건 성자님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들키면 더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러니까 나는 사과를 하거나 이 거짓말을 평생 감춰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여 있는 거야.”
“양자택일이 뭔가요?”
“둘 중 하나 선택해야 하는 거.”
“그럼 사과를 하셔야겠네요.”
“…….”
그래, 결국 그거다.
아무리 말을 돌려보고 상황을 가정해본다고 해도 결국 그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나를 미워하면 어쩌지?”
엘레노아가 나를 원망한다면?
어째서 자신을 속이고 있었냐고 나를 규탄한다면? 나는 그 비수 같은 말들을 견딜 수 있을까?
그런 비수가 꽂힌 채로도 그녀의 곁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럼 성자님이 그분을 더 사랑해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하하……. 말은 쉽네.”
“하지만 저는 그게 사과라고 배웠는걸요? 상대가 저를 미워한다면 저는 그만큼 상대를 사랑해줘야 해요. 그게 용서를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배웠어요.”
“멋진 말이네. 너한테 그거 가르쳐준 사람은 누구니?”
“성녀님이요!”
“내 그럴 줄 알았지.”
이렇게 또 아리에타에게 도움을 받는다. 결국, 완전한 타인이라는 건 없었다는 거다.
나는 내 주변 사람이 아닌 이 어린 사제에게 고민을 풀어놓았지만 결국 아이도 엮여 있지 않은가?
내 관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이런 엮인 관계도 넓어질 거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까지 거짓된 모습으로 일관할 수 있겠는가?
평생을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순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나는 고립감 속에서 홀로 좌초된 배처럼 가라앉을 거다.
“사과하러 가야겠네. 아무래도 관계가 파탄 나더라도……. 아니, 파탄을 내서라도 이 거짓말은 바로 잡아야 할 거 같거든.”
그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이다.
쌓아 올린 게 무너질까 두려워한다면 내가 쌓아 올릴 수 있는 탑은 결국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기울어진 결과물일 뿐이다.
“역시 성자님다운 선택이시네요.”
“언제는 간단한 일이라더니?”
“말로는 뭐든 간단하지 않겠어요?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게 힘든 법이라고 배웠어요.”
“너는 진짜 어른스럽구나.”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야.
“성자님.”
“응?”
몸을 털고 일어나 떠나려던 시점 아이가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신께서는 늘 저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
“도움을 주지도 않고 그저 저희를 시험에 들게 한다고 하죠.”
“그래?”
“예, 더군다나 저희를 시험에 들게 하지만 딱히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저 빛줄기를 내려 방향을 가르쳐 줄 뿐이죠.”
기이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아이.
“신을 신앙하는 사람들은 힘이 들때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요. 신의 시련이라고, 이 시련을 견뎌내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요.”
아니, 아이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내게 말했다.
“하지만 이런 측면도 있겠죠. 일방적으로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며 그 대가라고는 작은 빛줄기 하나.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글쎄…….”
일방적으로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한다면 그야말로 폭군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나?
“그 시험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생각하기가 다른 법이겠지.”
그건 나를 시험에 들게 했나?
“그게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을 테니까.”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나 채점은 하지 않는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채점하는 건 자기 자신일 테니까.
아이는 내 대답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이번 시험의 결과는 어떠신가요?”
그렇다면 나는 이번 시험에서 나는 몇 점을 받을 수 있었을까?
“100점.”
나는 그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수많은 후회를 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아니, 거기에 작은 빛줄기까지 합친다면 5점 정도는 더 추가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니까 105점.”
“하하, 그 빛은 당신이 가야 할 길을 알려줄 수 있었던 걸까요?”
“그래……. 덕분에 말이야.”
아이는, 아니.
‘아인’은 그 말을 끝으로 빛의 조각이 되어 흩어졌다.
그리고 그 빛무리의 끝에는.
『Continue?』
작은 질문만이 남았다.
“그래, 우스운 일이지……. 애초에 그런 혼잡한 전장에서 ‘마침 위험에 빠진 어린 사제’를 발견한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인데 말이야.”
시험의 대가는 수많은 결실.
작은 대답.
『Continue!』
그리고 소심한 응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