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RAW novel - Chapter (140)
아카데미 특별전형 생도가 되었다 140화(140/140)
정신이 몽롱하다는 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과 같다.
흐느적거리는 이성으로는 신속하고 옳은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만약 위험한 상황이 닥친다면 제대로 된 행동을 취할 수가 없다.
본래라면 빠져나갈 수 있을 위기를, 정신이 몽롱하다는 이유로 빠져나가지 못할 수가 있다.
때문에 항상 정신줄을 유지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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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편안해도 최소한의 경계심을 세웠다.
혹여나 있을 위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태세를 유지했다.
사람은 사람인지라 감정이나 욕구 따위에 이기지 못하는 때가 있었지만, 어지간해서는 그런 태도를 유지했다.
방금은 그렇지 않았다.
안개가 가뜩 낀 듯 몽롱한 정신은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몸은 질척질척 늘어져 갑작스러운 이변에 반응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감정도 떡처럼 말랑말랑해서 냉정하지 않았다.
– 꽈아악!
‘힉…!’
그런 정신이 단번에 깨졌다.
찌릿찌릿한 전류가 등골을 타고 올라 머리를 관통했다.
아찔한 감각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모세혈관을 타고 흐르듯 전신으로 골고루 펴졌다.
저절로 등허리가 꼿꼿하게 펴졌다.
몸이 육지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
터져 나오려는 숨을 반사적으로 억눌렀다. 하도 침묵의 저주에게 시달린 기억이 만들어낸 일종의 습관이었다.
습관 덕분에 목덜미가 뜯기는 고통은 오지 않았지만, 파들파들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야.”
문득 머리 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긴장을 풀게 만든 원흉인 홍연화의 목소리였다.
…익숙하면서도 뭔가 달랐다.
목소리는 변한 것 없이 동일했다.
하지만 뭔가 그 내용물이 변한 것만 같았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기세가 변화했다.
따스함과 온기, 잔불처럼 타닥이던 기세가… 지금은 분화 직전의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가뜩이나 방금 막 각성한 정신이다. 앞의 상황이 제대로 떠오르질 않았다.
내 마지막 기억은 봉화검에 불어넣을 겁화를 일으킨 것이 끝이다.
‘아.’
거기서 왜 이렇게 됐는지 깨달았다.
겁화의 반동은 감정의 고조.
가뜩이나 주변에 주류가 널려있고, 믿음직스러운 홍연화가 곁에 있는 상태였다.
거기다가 봉화검을 물들이기 위해 겁화를 무진장 끌어내버렸다.
그 탓에 정신이 뚝 끊겨버린 것일 터.
거기까지는 기억이 났다.
하지만 어쩌다가 이런 자세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입을 끔뻑였다.
그리고
“서율이가 누구야?”
홍연화의 입에서 들려온 이름에 순간 심장이 철렁였다.
몸이 크게 덜썩이고, 입이 벌어지고 도로 꾹 닫혔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잘못 들은 건 아니다.
‘어떻게…?’
이서율.
그 이름이 왜 홍연화의 입에서 나온 거지.
서율이의 존재는 지금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신분도 만들었지만, 나와 엮여있지는 않았다.
알린 사람도 지금까지는 리아나 교수와 엘리아밖에 없다.
안전을 위해서였다.
내 부족한 머리로 유추하건대, 나와 서율이가 엮여있는 것을 노출하여 좋을 건 조금도 없었다.
7회차에서 요람을 나갔을 때, 특례입학이라는 어그로를 잠깐 끌었다고 날아든 위협을 알았다.
가뜩이나 종족이 인간이 아닌 요정이다.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손에 꼽는 희귀 종족인 만큼, 가능한 정체는 노출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감췄다.
알리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안전하다.
신분도 어쭙잖게 처리하지 않고, 원작에서도 믿을만한 인물인 맥스웰에게 맡겼다. 그에게도 정확한 정체는 알리지 않았다.
홍연화에게도 감출 생각은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가까워진 사이인데 이런 비밀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홍연화가 서율이에게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닌 걸 알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러모로 여유가 없고 정신이 없어 알리지 못했다.
그런데.
홍연화에게 알리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서 먼저 서율이의 이름이 거론됐다.
순간 충격에 머리가 띵 울렸다. 어디서 정보가 유출됐나? 왜 나한테 서율이의 정체를 묻지? 나와 엮여있다는 것도 알려졌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아직 매끄럽지 못한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그래. 말 안 한다 이거지?”
[으?]그때였다.
뒤죽박죽한 머리를 정리하던 찰나, 홍연화가 돌연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품에 안겨있던 나도 자연스레 함께였다.
그 반동에 화들짝 놀라 홍연화를 껴안은 손을 더욱 꾹 당겼다.
홍연화는 나를 묘한 눈으로 힐끗 내려다보더니 나를 안아든 채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사람이 북적하다 못해 어수선한 연회장이 멀어졌다. 걸음이 무척 빨랐다. 멀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불어오는 밤바람은 제법 거샜다.
몸을 덮고 있는 겉옷과, 뜨끈뜨끈한 홍연화 덕에 춥지는 않았다.
어느새 본가의 저택에 근접했다.
그 정문 양옆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이들이 홍연화를 알아보고 꾸벅 인사를 건네던 도중, 품에 안겨있는 나를 보고는 움찔 몸을 떨었다.
홍연화는 별말 하지 않고 고개를 까닥였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알아들었을까. 그들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정문을 열었다.
정문으로 들어선 홍연화는 엘리베이터를 놔두고 계단을 재빨리 타고 올라 상층으로 향했다.
나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뛰었다. 도착한 층에는 요 며칠간 익숙해진 방.. 내게 배정된 방이었다.
‘여길 왜…’
고개를 기울임과 동시에 방을 지나쳤다.
내 방이 아니었다. 그 옆… 에리얼이 말하기를 홍연화의 방이었다.
– 덜컥
방문을 연 홍연화가 망설임 없이 방으로 들어섰다.
도로 문을 쾅 닫아버리고는 쿵쿵 발걸음 소리를 내며 침대로 다가섰다.
이내 침대맡에 엉덩이를 풀석 붙이고 앉았다.
“하아아…”
목을 이리저리 꺾던 홍연화가 한숨을 토했다. 무언가 답답함과 복잡함이 잔뜩 섞인 숨결이었다.
“하율아.”
[네…]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내가 움츠러들며 대답했다.
“내가 다시 물어볼 거야.”
스윽… 홍연화는 제 어깨에 걸쳐져있던 겉옷을 벗었다.
화려한 붉은색 겉옷이 어깨선을 따라 내려왔다. 그를 잡아채더니 겉옷을 근처 옷걸이에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제대로… 대답해.”
그러고서도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을까. 홍연화는 앞섬을 풀어내고는 손으로 잡아 펄럭거렸다.
새하얀 살결과 골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 속에 열이 가득 차 있었는지 살결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지경이었다.
무척 남사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심상찮은 분위기에 침묵을 유지했다.
“서율이가 누구야?”
홍연화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봤다.
평소에는 아름다운 루비 혹은 따스한 불꽃을 닮았다고 생각되던 눈망울.
지금은 뭔가 감상이 달랐다. 아름다움보다는 섬뜩함이 앞섰다. 따스함보다도 뭔지 모를 질척함이 가득했다.
그런 눈망울로 나를 내려다보며 뱉은 질문은 아까와 같았다.
이서율이 누구냐.
그것에 나는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아까 짧은 시간 동안 이곳에 오면서도 생각해 봤지만, 서두가 정리되지 않은 탓이다.
현재 서율이의 상태가 워낙 복잡하다.
뭐부터 설명해야 할까. 사실 성장의 탑에서 얻은 알이 부화해서 서율이가 태어났다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아니, 그전에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 할 것이다.
사정이 조금은 있다고 해도, 홍연화는 뒤늦게 들었다는 사실에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잠시 정리했다. 중간에 말이 엉키거나 이상하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잠깐의 시간.
평소라면 충분히 기다려줄법한 짧은 시간이었다.
“왜 또 말을 안 해.”
하지만 어째서일까. 지금의 홍연화는 인내심이 진작에 바닥나있었다.
“왜?”
– 꽈악…!
‘……!’
돌연 눈앞에서 폭죽이 터졌다. 어두컴컴한 시야임에도 반짝임이 아른거렸다.
아까와 비슷했다. 등허리를 타고 찌르르 전해지는 아득한 감촉에 몸이 진동기처럼 부르르 떨렸다.
– 프흐…
입에서 채 삼키지 못한 바람이 터졌다.
[폭죽] [불빛] [화끈거림] [창피함] [엉덩이] [잠깐] [깐만잠깐]“어? 왜 말을 못 하는 건데?”
화끈거리는 엉덩이로 손이 얹어졌다. 홍연화의 손이었다. 그곳에 손을 얹고는 상처를 달래주듯 문질러주었다.
그 감각이 형용하기 어려웠다.
따끔따끔하면서도, 뭔가 이상했다.
아프진 않았다. 화끈거리기는 했지만 마냥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뭐라 반응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부르르 떨고만 있자, 홍연화가 다시금 손을 올렸다.
“말 못 할 이유라도 있어? 응?”
[잠깐─]– 꽈아악…!
[─만…! 아아아안…]“왜. 지금 기다려 주잖아. 빨리 말해.”
충격이 울렸다. 진동이 엉덩이부터 시작해 몸 곳곳을 해집었다. 거기서 전해지는 감각이 너무 격정적이었다.
‘그으응…’
몸이 반사적으로 바둥거렸다. 의도하지 않은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어느 누가 꼬리 살랑살랑 흔드는 거, 도의니 들먹이면서 꾹꾹 참았는데…!”
‘……!’
하지만 홍연화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또다시 손을 움직였다.
감각을 채 해소하기도 전에 또 충격이 들어왔다.
남아있는 감각의 잔재에 새로 들어온 감각이 휘감겼다.
눈앞이 알록달록 물들었다. 실체가 아니었다. 내 머리가 그런 기분을 느끼듯 엉망진창으로 뒤섞였다.
‘으힉…’
평소라면 그래도 금방 떨쳐냈을 텐데, 지금 내 상태가 멀쩡하지 않다.
미약한 취기, 홍연화의 열기에 녹아버린 경계심, 겁화로 인한 감정의 고조…
여러 요소가 겹치고 겹쳐, 의도하여 닫아두었던 감각이 도로 날카롭게 돋아났다.
홍연화도 비슷한 상황일 터.
연회 내내 술 냄새를 맡고, 봉화검에 겁화를 잔뜩 쏟아부은 건 홍연화도 마찬가지니까.
버티기가 어려웠다.
눈매가 저절로 파르르 떨렸다.
얼굴이 저절로 녹아버릴 것 같다. 그를 숨기고자 코앞에 있는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평소 느끼던 감촉과는 달랐다.
옷감의 감촉이 아니라, 매끈한 살결의 감촉과 축축하고 따스한 체온이 전해졌다.
“또 멋대로 도망치려고?”
얼마 느끼지 못했다. 파고든 손이 내 볼을 한 움큼 쥐어 가슴에서 얼굴을 꺼내들었다.
홍연화가 숨을 내뱉었다. 그 소리가 마치 짐승이 먹잇감을 앞둔 듯 거칠었다.
실제로 지금 홍연화의 눈에는 핏발이 돋아있어 자못 섬뜩함이 느껴졌다.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관측으로 느껴지는 홍연화는 불타고 있었다. 끈적한 불이 다른 감정을 집어삼키며 그 몸집을 급격히 부풀렸다.
마치 스스로를 설득하듯 뇌까린 홍연화가 손을 움직였다.
한 손은 내 허리를 덥석 감싸고, 다른 손은 내 뒷머리를 잡아 뒤로 젖히게 만들었다.
홍연화의 눈동자가 돌연 파르르 떨렸다. 그 시선이 내 입술을 응시하나 싶더니, 눈을 질끔 감으며 서서히 고개를 내렸다.
‘아.’
본능적… 직감적이라 해도 됐다.
홍연화의 행동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깨달았다.
그 순간 이루 말하기 어려운 다급함이 차올랐다.
피하고자 몸을 바둥거렸다.
꽈악… 허리에 감긴 손이 몸을 결박했다. 비틀리려는 고개가 뒷머리를 움켜쥔 손에 저지당했다.
막혔다. 그냥 움직임으로는 안된다. 힘을 주어야 한다.
전신에 힘을 끌어다가, 마력까지 퍼부어서…
‘…그러면…’
…그러면 홍연화가 다친다.
큰 상처는 아닐지라도 부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그 밖의 수단도 마찬가지. 홍연화를 상처 없이 떨쳐낼 수단이 없다. 공간의 권능으로 탈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몸에 힘이 저절로 쭉 빠졌다. 몸이 축 늘어졌다. 얼굴이 다가왔다.
[잠깐] [안 돼요…] [잠시만…]행동으로 떨치지 못했다. 마지막 수단으로 고백의 목걸이가 딸깍이며 애처로운 저항을 뱉어냈다.
겁화가 주는 감정의 고조에 먹혀버린 홍연화는… 움직임을 멈췄다.
“…나 싫어?”
닿을락 말락한 거리에서 멈춰 선 홍연화가 물었다.
눈동자가 불안감에 애처로이 떨렸다.
“혹시 내가 싫어졌어? 이젠 무서워…?”
– 까득─!
거친 쇳소리와 함께 고백의 목걸이가 덜컥거렸다.
[좋아해요]필터링을 거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음성이 묻히지 않을까 염려될 만큼 거친 소리.
하지만 홍연화는 알아들었다는 듯 안도의 미소를 흘렸다.
목이 젖혀지고, 홍연화의 얼굴이… 입술이 내려왔다.
– 쪽
마주쳤다.
말캉한 감촉이 입술에 문대졌다.
감정이 전해졌다.
‘아.’
애정의 종류는 다양할 것이다.
이성 간의 사랑이 있고, 친구 간의 사랑도 있을 것이고,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도 있을 것이다.
그 표현 방식도 무척 다양하여, 온갖 행동과 언어로 자신의 애정을 타인에게 드러내고는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랑을 못 받아먹어서인지, 그런 걸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뭔가 나를 배려해 주는 건가 싶다가도… 이게 맞는 건가, 정말 나를 아껴주는 건가, 내가 멋대로 착각한 게 아닌가, 혹시 반대로 생각했나 등등.
간접적이고 흐리멍덩한 표현방식은 알아먹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직접적이고 원초적인 방식이 알아듣기 편했다.
쓰다듬어주고, 토닥여주고, 안아주고…
가장 무방비할 품을 내어주고, 서로의 심장 소리를 공유해 주고, 살을 맞대며 체온을 공유하고.
이런 표현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손길에서 전해지는 감정만큼은 알아먹을 수 있었다.
그런 내게 있어, 아주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알아먹을 수 있는 애정표현이 있었다.
입맞춤.
사랑의 표현.
“…어?”
얼굴을 사과처럼 붉힌 홍연화의 입에서 멍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 띠링!
요즘은 뜸하던 정체불명의 알람이 귓가에 담겼다.
전신으로 말랑한 감촉이 눌려왔다.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입속으로 달짝지근한 액체가 스며들어왔다.
흐리멍덩한 시야의 가운데로, 부릅뜬 붉은색 눈망울이 보였다.
.
.
.
[플레이어 보정 시스템:호감도]이하율→홍연화
●●●●●●●●○○(86/100)
「?」 「부채감」 「고마움」 「따듯함」 「안정감」
▼극적인 변화▼
이하율→홍연화
♥♥♥♥♥♥♥♥♥♡(86▷90/100)
「애정」 「부채감」 「고마움」 「따듯함」 「안정감」
…
[플레이어 보정 시스템:개척도] [퀘스트 「애정」 달성] [퀘스트 「홍연화」 달성] [대량의 포인트가 누적됩니다]…
[「침묵의 저주」의 해주 조건을 일부 만족합니다] [「침묵의 저주」가 조건부(홍연화)로 약화됩니다]…
[「고독의 저주」의 해주 조건을 일부 만족합니다] [「고독의 저주」가 조건부(홍연화)로 약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