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RAW novel - Chapter (38)
EP.38 마?법(1)
마법.
마력을 대가로 하여 섭리를 구현하는 것. 요컨대 마력을 코스트로 다양한 현상을 발현하는 거다.
마법이라는 기술은 대격변과 함께 탄생했다.
당시에는 마력조작술이라는 명칭이 어올리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마법이 대다수였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수십, 수백 가지 분파로 갈라질 만큼 다양한 마법이 창조되고 있다.
최하급 마법, 마력참격.
여기서 ‘최하급’이라는 등급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법사 연합인 ‘마도원회’가 정한 술식의 난이도다.
협회가 정하는 영웅, 헌터의 등급과 동일 표기한 최상, 상, 중상, 중하, 하, 최하의 여섯 등급.
최하급… 즉 가장 쉬운 난이도의 마법.
앞서 말했듯 대격변 시기의 마법은 마력 조작이라 평할 만큼 단순 직관했다.
마력참격도 그랬다. 대격변 당시의 마법사들은 마력참격과 유사한 류의 마법으로 몬스터를 토벌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다. 거진 2세기. 나라 몇 개가 망하는 시간이다.
더불어 온갖 괴력난신들이 날뛰던 200년은 지도가 바뀌기에도 넉넉한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흐르며 마법은 발전했다. 특히나 혼란스러운 시대였던 만큼, 그 혼란을 잠재울 가능성이 있던 마법의 발전은 가팔랐다.
– 차라락
도서관의 내부. 마력 서적을 옆에 쌓아두고 읽고 있자니 저절로 한숨이 고였다.
시요람은 어마어마하게 넓다. 대부분은 던전이 들어선 구역이지만 그 밖의 구역도 많고 넓다.
사람 사는데 필요한 것을 사고파는 상업구역과 그에 종사하는 이들이 머물 주거구역.
생도들이 머물 기숙사가 늘어선 구역과 근방에 마련된 편의시설들, 학년별로 구분된 학습구역 등등.
내가 시요람에서 생활하며 다른 학년을 몇 보지 못한 이유다. 3개월간의 자유학기가 풀린 뒤로는 다른 반과 학년과도 교류가 있겠지만 지금은 딱히 마주치지 않았다.
어찌 됐든, 부지가 워낙 넓다 보니 도서관도 여럿. 이곳은 1학년 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다.
도서관에는 사람이 몇 없었다. 아직도 많은 1학년 생도들이 던전에서 돌아오고 있을 시각이라 그렇다.
도서관 자체가 이리도 큼지막한데 사람은 몇 없으니 인기척도 극히 적었다. 때문에 따듯해 보이는 인테리어는 둘째치고 공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으휴…’
생각이 옆길로 빠졌다. 워낙 책의 내용이 복잡해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한심한 생각을 가까스로 집어넣었다.
읽고 있던 책을 옆으로 빼두고, 미리 가져온 다른 책을 펼쳤다. 또 마법에 관한 서적이다.
홀로그램 기술이 비교적 상용화된 와중에도 왜 종이서적을 고집하는지 의문이었다.
사실 책을 펼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다. 눈이 아닌 공간지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는 그렇다.
굳이 펼치지 않아도 책 내부의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이전에는 조금 버거웠는데, 던전에 입장하면서 성장한 이후에는 비교적 쉽게 가능했다.
하지만 굳이 펼쳤다.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행동도 그렇다.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눈은 보이지 않아도 대화할 때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 봤다.
맛은 느끼지 못해도 건강을 위해 에너지바를 씹었고, 기분은 나빠지더라도 간혹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다.
냄새를 맡지 못해도 풀밭을 굳이 찾아가 향기를 맡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러고 나면 기분이 나빴다. 예전에는 즐기던 것을 즐기지 못했다. 과거와 현재의 대비가 기분을 망친다.
동시에 오기와 갈증이 생겼다. 내가 비록 이런 꼴이지만 언젠가는 저주를 풀 거라고, 저주를 풀었을 때, 그때 가서 눈으로 보는 세상과, 맛과 향기는 얼마나 달콤할까.
일종의 동기부여. 그렇게 해서라도 의지를 조금씩 돋우고 싶었다.
…아 생각이 또 옆으로 샜네. 이런 한심한 놈.
인상을 구기며 펜을 내려놨다. 기분 전환 겸 양팔을 위로 쭉 뻗었다.
‘끄그극…’
짜릿한 쾌감이 손끝에서 척추를 타고 내려왔다. 한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뇌리 한구석에서 유혹하는 피로를 내쫓았다.
다음 책을 펼쳤다.
.
.
.
고민해 보자.
던전에 들어가기 전 시험해 본 마력참격.
크기는 내 몸통보다 작았고, 실질적인 사거리는 10m 미만. 위력은 어정쩡해서 땅을 제대로 가르지도 못했다.
던접에 입장하고서 녹귀 부락에서 사용한 마력참격.
크기는 내 신장의 2배. 실질적 사거리는 부락을 가로지를 정도니까 대략 30m 이상. 위력은 땅을 두부 가르듯 자르고, 십여 마리의 8위계 녹귀와 7위계 녹귀의 팔마저 가볍게 잘랐다.
최하급 마법
「마력참격」
– 카가가각!
손끝에서 쏟아지는 참격. 거친 풍압을 일으킨 참격이 표적을 가로질렀다. 파각- 맥없이 반으로 갈라진 표적이 땅을 굴렀다.
도서관을 나와 도착한 훈련시설. 마법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마법실습실이다.
반으로 쪼개진 표적과 바닥에 새겨진 참격의 흔적에 빛무리가 날아들더니, 그 공백을 말끔히 매웠다. 시설에 새겨진 복구 마법이다.
‘음…’
방금의 참격은 녹귀 부락에서 사용했을 때보다 떨어진다. 거점으로 복귀해 시험해 본 그때와 유사한 출력.
하지만 던전 입장 전과는 명백히 차이가 난다.
빼도 박도 못하는 명백한 출력의 상승이다.
최하급 마법은 크게 애용되지 못한다. 마력조작술에 가까운 탓에 술식이 원초적이고 직관적이다.
그렇다고 하급으로 분류되는 마법들처럼 별달리 속성 변화도 없고, 그 이상의 다채로운 구성도 없다.
하급으로 넘어가기 전, 술식을 구성하는 법을 배우는 기초 중의 기초라는 인식.
마법의 출력이 변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 술식 자체를 수정했을 경우.
마법은 시전자가 술식을 자기식으로 수정해 사용할 수 있다.
최하급인 ‘마력참격’을 쓰는 사람은 찾기 힘들어도, 마력참격의 술식을 참고하여 다른 마법에 접목시키거나 따로 활용하는 마법은 많다.
나는 술식을 수정하지 않았다. 서적에서 본 원본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므로 첫 번째 가정은 접어둔다.
둘, 술식에 사용된 마력의 특이성.
술식을 구성한 마력이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경우다.
예시로는 홍연화를 들 수 있다.
홍연화는 마법을 다루지 않지만… 만약 마법을 다룬다고 가정했을 때 홍연화가 빙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겁화로 인해 화(火)의 성질을 지닌 마력으로?
답은 사실상 불가. 시전 중간에 술식이 일그러져 실패한다. 마력에 성질이 담길 경우, 그에 반대되는 현상의 마법은 대부분 실패한다.
하여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마력의 성질에 맞는 한 가지 마법에 파고들거나, 혹은 마력의 성질을 의도적으로 변화시켜 사용한다.
내게도 마력의 성질은 있다.
– 마력이 엄청 깨끗해요.
리아나 교수가 마력 입문을 도와줄 당시.
그녀는 내 코어 속 마력을 확인하며 그렇게 말했다.
마력은 정순할수록 좋다. 이물질이 없으니 부드러우면서 곧게 흐르고 발현되는 출력이 오른다.
마력이 깨끗하다. 기분이 좋을 칭찬이지만, 그걸 성질이랍시고 말하니 의아한 기분이다.
– 음… 뭐라 설명해야 할까요? 이하율 생도의 마력은 이례적으로 깨끗하다 할까? 여타 다른 초인들의 마력과는 좀 다르네요.
초인은 각성한 이후 마력을 끊임없이 수련한다.
코어의 크기를 키우고, 회로를 넓히고 단단하게 구성한다. 마력의 총량을 늘리고, 마력의 조작능력을 꾸준히 기른다.
그 과정에서 불순물이 끼어든다.
자신을 제외한 외부의 마력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이며 정순함이 떨어진다.
때문에 마력의 정순함을 유지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마력의 정순함이 출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던전 밖에서 사용했을 때와 안에서 사용했을 때의 차이점은 설명하기 어렵다.
“씁…”
술식의 수정과 마력의 성질. 두 가지 이유로는 답을 내기 어려웠다.
‘가능하면 이유를 알고 싶은데…’
마법의 출력이 상승한 것. 당시에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렇지, 가만히 생각하면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할 사안이다. 문제는 이유를 몰라서 떨떠름한 것뿐이다.
‘…공간지각?’
마지막 가능성. 던전에 입장하면서 변화한 것은 공간지각밖에 없다.
이전보다 범위도 확장되었고 정밀함도 배는 늘었다.
지금으로써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던전에서는 공간지각이 뭔가 이상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공간지각이 마법에 영향을 끼칠 껀덕지가 있을까?
마력친화나 팔방미인도 아니고, 공간지각이?
‘복잡하네…’
한숨을 내쉬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직 다른 생도에 비하면 미약한 마력이 등 뒤에서 술식으로 변했다.
하급 마법
「화염구」
– 화르륵!
등 뒤에서 떠오른 화염구. 크기는 내 머리보다도 작았다.
붉은 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염구가 표적에 때려박혔다.
– 쾅!
작은 폭음과 함께 화염구에 얻어맞은 표적은 흔적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파괴됐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파편 따위가 증거였다.
오늘은 하급 마법까지 건드려봤다.
마력 조작 수준이 오른 것도 그렇고, 나름 던전에서 마법을 사용해 본 탓에 숙련도가 올랐는지 기초적인 하급 마법까지는 건드릴 만했다.
물론 마법의 종류는 워낙 다양해 전투와 관련된 부분만 아주 조금 건드린 것에 불과하다.
약간 고양감이 들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확인해 보니 무술의 수준도 벌써 생도의 발끝까지 올라왔고, 고유능력들도 차차 성능을 밝혀내고 있었다.
마력도 입문했고, 강체와 강기도 마력량만 괜찮아지면 장시간 사용할 수 있을 거다.
또 마법까지 건드리고 있다. 지금은 몇 번 쓰면 마력이 고갈 나지만, 마력만 충분하다면 괜찮은 패가 될 거다.
모두 적당한 궤도에 오른다면, 어디 애먼 곳에서 돌연사당할 일은 적어질 터.
성장의 탑. 거기서 목표치만 채운다면, 고백의 목걸이를 챙기러 가는 과정에서 곤욕을 치를 일은 없겠다.
‘하아…’
마력량을 생각하자 저절로 한숨이 쏟아졌다.
마력만 넉넉하면, 강체와 강기, 마법을 모두 여유롭게 쓸 수 있다.
그 마력량을 늘리는 게 가장 큰 문제일 뿐이다…
5회차였나? 그때가 마법을 중점으로 루트를 짜는 바람에 마력량이 극심하게 부족한 회차였다.
그래서 초반에 영약을 수급하려고 온갖 꼼수를 쓰고 히든피스를 털어먹었는데…
지금은 히든피스고 뭐고 얻을 수가 없으니 이런 꼴이다.
‘영약 하나만 먹었으면 좋겠다…’
마력친화도 있으니 더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텐데.
아쉬움에 고개를 휘휘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다. 애당초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영약이라 불리지 않겠지…
한숨을 내쉬며 마법실습실을 나섰다. 집중을 위해 좁혀둔 공간지각을 펼쳤다.
활짝 넓어진 공간지각의 범위…
일자 복도에 나란히 서있는 건물 내부.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던 여성.
허리춤에 닿은 만큼 기른 물빛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맑은 바다를 연상케하는 눈동자가 깜빡이더니 곱게 휘어졌다.
보는 사람의 긴장을 절로 풀어헤치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백아린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1회차에서 자주 보고 듣던 미소와 목소리였다.
8회차에선 다른 표정과 말을 보고 들었다.
– 미안해요. 대신 죽어줘요.
딱딱하게 얼어붙은 무표정. 고저 없이 차가운 목소리…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