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RAW novel - Chapter (41)
EP.41 영약(1)
던전실습을 끝낸 날, 아트라 교수와 리아나 교수에게 폐를 끼쳐버린 날.
솔직히 그 두 명을 볼 낯이 없었다. 특히나 아트라 교수는 더더욱 그랬다.
아니, 사람이 인사라도 하러 왔는데 거기다가 구역질에, 토악질을 해버리고는.
도움을 주려는 손길을 짝- 후려갈겨버리다니.
정말 지금 생각해 봐도 얼굴이 하얘지는 행동이고, 인간으로서 못돼먹은 짓거리였다.
때문에 그다음 날 아트라 교수를 만나기가 두려웠다.
당일에는 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넘어갔다거나, 이미 정이 다 떨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니까.
– 몸은 괜찮나?
다음날 만난 아트라 교수는 거북한 기척이 사라진 뒤였다. 또 꾸중은커녕 내 몸 상태를 걱정해 주었다.
지금껏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
그런 민폐를 저지른 내게 걱정을 내비쳐주는 아트라 교수에게 묘한 감동을 받았다.
– 턱!
구식 연무장.
다리로 땅을 밀었다. 몸을 앞으로 밀어내며 손을 뻗었다. 그 뒤를 푸른 강기가 따랐다.
뻗어지는 와중 다른 손이 엮여들었다. 손목을 잡으려는 손을 떨쳐내며 다리를 휘둘렀다.
– 꽝!
거친 소리가 터졌다. 한바탕 흙먼지가 피어오르더니 주변으로 가라앉았다.
다리에 휘감긴 푸른 강기. 이를 막아낸 아트라 교수의 팔뚝에는 옅은 황금색 강기가 둘러져 있었다.
그날 이후… 수요일부터는 대련 방식이 조금 바뀌었다.
던전실습 이후 공간지각은 더욱 정밀해졌다. 때문에 아트라 교수의 움직임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성장 속도의 상승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이 상승하고 있었다.
내 수준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었는지, 아트라 교수는 강기와 강체의 운용법도 전수해 주기 시작했다.
강기를 만드는 법, 설명 자체는 간단하다.
마력을 단단하고 강하게 뭉치면 된다. 요컨대 마력을 많이 퍼부어 압축하면 강기가 된다.
설명만 이럴 뿐, 이 설명 사이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마력 조작능력이 필요하다.
나는 마력친화 덕분에 한 번에 발현했다. 마력에 있어 남에게 어려운 것은 내게 비교적 쉽게 느껴진다.
덕분에 마력을 이용한 신체강화인 강체, 마력으로 갑옷 겸 무기를 구현하는 강기, 마력으로 섭리를 구현하는 마법도 모두 수월하게 익히고 있었다.
손과 손이 엮인다. 그 위를 덮은 강기가 서로를 갉아먹고 물어뜯었다.
잠시간의 접전 끝에 거리가 벌어진 사이 아트라 교수가 한쪽 팔을 뒤로 당겼다. 황금색 강기가 주먹을 휘감았다. 나 또한 주먹에 강기를 더했다.
주먹 간의 거리가 좁혀진다. 이내 충돌.
– 꽝!
짜릿한 통증이 오른팔을 타고 흘렀다.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졌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다리가 바닥에 일자로 자국을 새기며 밀려났다.
충돌 직후 위태롭게 휘청이던 강기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충격으로 구조가 흔들린 것도 있지만, 강기 자체를 유지할 마력이 부족했다.
“그만.”
흩어지는 강기를 보고 아트라 교수가 말했다. 그녀의 팔에 휘감긴 강기도 함께 흩어졌다.
“강기의 발현 속도와 강도는 훌륭하지만, 유지할 마력의 부족인가.”
마력 용량의 부족. 막 초인이 되어 마력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의 고질적인 문제점.
마력 용량은 꾸준히 키우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명상 겸 코어를 운용했다. 성과는 있었다.
에이든과의 대련 때보다 용량이 못해도 몇 배는 늘었다. 여타 일정 때문에 마력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음에도 그 정도다.
하지만 꾸준히 강체와 강기를 사용할 정도로 넉넉한 용량이 아니다.
지금도 고작 몇 분 남짓 될 대련만으로도 마력이 고갈나 버렸다.
내가 숨을 고르는 사이 아트라 교수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수고하셨습니다]그래도 일정 수준은 되어서인지 얻어맞는 횟수가 줄고 있다. 얻어맞아 멍이 생겨도 회복 수련의 성과가 나와서인지 금방 들어가고.
저릿한 손을 풀고 있자 아트라 교수가 성큼 다가와 물병을 내밀었다.
“받아라.”
[감사합니다]홀로그램으로 답해준 뒤 물병을 받아들었다, 표면에서 전해지는 냉기를 느끼며 단번에 들이마셨다.
화끈해진 목구멍에 쏟아지는 냉수 덕분에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차가운 것은 싫지만 시원한 것은 좋다. 이 생각은 변함없었다.
내가 물을 꿀꺽꿀꺽 삼키는 걸 묘한 눈으로 지켜보던 아트라 교수가 팔을 뻗었다. 목적지는 물을 들지 않은 반대 손.
그 팔을 턱- 잡더니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
내 팔을 유심히 살핀 아트라 교수가 말했다.
“…상하지는 않았지만 육체에 피로는 충분히 쌓였다. 주말 동안 신체단련은 자제해라. 이 이상은 일정에 지장이 간다.”
단순한 조언이었다. 나는 물을 모두 마시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트라 교수는 잠시 내 얼굴을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몸을 돌렸다.
직전에 입술이 움찔거리던 게 뭐라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딱히 중요치 않은 이야기라 도로 다문 걸까.
공간지각 범위 밖으로 나가는 아트라 교수를 느끼고는 나 또한 걸음을 옮겼다.
전공 강의도 끝났으니 이제 홍연화를 만날 차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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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화가 문자로 보내준 약속 장소는 상업구역의 한 카페로, 지난번 던전실습 때 조원과 만난 카페와 동일한 브랜드였다.
이 브랜드가 현재 세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 카페였던 걸로 기억한다.
전공 강의가 끝나고 바로 오진 못했다.
대련 때문에 땀에 흠뻑 젖고 그 위로 먼지를 뒤집어썼는데 그 상태로 만날 수는 없었으니까.
“하율아, 여기”
카페의 2층.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는 개인실이었다. 옆에는 창문이 나있었는데, 외부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처리가 되어있다.
문자로 받은 호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시간을 죽이던 홍연화가 손을 흔들었다.
[늦어서 죄송해요]“늦긴 무슨, 나도 방금 왔어. 주문은 미리 해뒀어.“
홍연화의 반대편에 앉자, 그녀는 테이블 위에 잔을 내 쪽으로 밀어주었다. 얼음이 둥둥 떠있는 아이스티였다.
나는 묘한 눈으로 잔 끝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차가운 냉기가 여실히 느껴졌다. 얼음이 조금도 녹지 않은 걸 보면 방금 왔다는 말이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얼음은 그런 증거가 될 수 없었다.
마력친화 덕분에 잔에 새겨진 술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시절에는 그저 ‘마력이 특정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정도로 그쳤다.
지금은 술식을 분석하여 나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건 온도조절 술식이 새겨져있는 잔이었다.
즉, 여기서 몇 시간을 기다리던 마법에 의해 얼음은 녹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법.’
현대판타지라 부를 이 세상에서 전기는 산업 전반에 그다지 사용되지 않는다.
마력이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으며, 기계의 역할은 상당수 마법이 대체한다.
지금 펼쳐진 공간지각의 범위 내로 들어오는 술식의 개수만 몇천을 가볍게 넘긴다.
“며칠 새 잠도 못 잤다면서. 몸은 괜찮아?”
[괜찮아요. 게다가 오늘부터 푹 쉴 생각이에요]“…화요일부터 그렇게 말하고는 지금까지 그런 상태 아니었어?”
[이번엔 진짜예요]홍연화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봤다. 이번 주 내내 비슷한 말을 하고 밤을 새운 것은 맞아서 반박할 말은 없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애당초 이번에는 진짜 쉬지 않으면 성장의 탑 입장에 지장이 가버린다. 내 생각이 어떻든 강제로 쉬어야 하는 입장이다.
“…다음 주에 입탑(入塔)도 있으니까 후딱 끝내고 들어가서 쉬자.”
잡담은 길지 않았다.
흔히 나눌법한 가벼운 내용이었다. 어제는 뭘 먹었고 나는 어제 기분이 이랬다, 등등…
홍연화는 시간과 내 얼굴을 한 번씩 보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주먹보다 작은 사각형 상자를 꺼냈다.
척 봐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었다. 짙은 묵색 나무 재질에 매끈한 표면, 마치 각인처럼 파여있는 문양은 얼마나 세심한 공정이 필요했는지 공간지각으로 여실히 느껴졌다.
그것 이상으로, 상자의 내부에선 막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상자에는 마력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기 위한 술식 또한 느껴지는데도 이 정도다.
“저번에 말했던 보상 있잖아. 고민하다 보니까 딱 떠오르는 게 있더라고.”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 홍연화가 테이블 위로 상자를 내려놨다. 그리고 상자를 내 쪽으로 밀어내며 뚜껑을 열었다.
동시에 공간지각이 반짝였다. 막대한 마력의 와류가 방의 내부를 휘감았다.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상자 내부에 곱게 깔린 쿠션에는 영롱한 푸른색의 단약이 놓여있었다.
“요정목(妖精木)의 뿌리에다가 여러 약재를 배합한 영약이야.”
요정목. 극도의 희귀 개체인 요정이 오랜 기간 머무르며 격변한 나무. 농밀한 마력 농도를 지닌 숲에서도 찾는 게 하늘에 별 따기인 수준의 나무.
꺼내들기 전 운운한 보상, 내밀어져 개봉된 상자, 이쪽을 두근거리는 기색으로 바라보는 시선…
모두가 한 가지 사실을 가리켰다. 파르르 떨리는 눈꼬리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나는 바들거리는 손을 들어, 상자를 밀어냈다.
“어?”
홍연화가 당혹스러운 소리를 흘렸다. 이런 행동은 예상 못 했는지 동공 지진까지 일으켰다.
“하율아?”
시선이 내게 똑바로 향했다. 왜 받지 않느냐는 물음이 시선으로도 전해졌다.
나는 애타는 속을 아이스티 한 모금으로 중화한 뒤, 조심스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저 이런 거 못 받아요]“어… 왜…?”
[이걸 어떻게 받아요]이 세상에서 영약을 먹는다고들 하면 절대다수는 인공 영약을 떠올린다.
마력을 머금어 자라고 만들어진 다양한 재료들을 엮고 섞어 영약의 수준까지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
본래는 영약의 급이 아니지만, 재료 간의 시너지와 연금술사의 기술을 통해 억지로 끌어올리는 거다.
여기에 당연하게도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 정성이 들어간다.
일반적인 인공 영약은 그렇다. 하나에 돈 몇억 따위는 가뿐히 깨진다.
하지만 날 때부터 영약의 급에 도달해있는 천연 영약은 수준이 다르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영약보다, 자연지기를 듬뿍 퍼먹고 탄생한 영약의 격이 압도적으로 높다.
저건 천연 영약이다. 인공 영약과 다르게 자연에서 난 영약이고, 감히 돈으로 구할 수 없는 영약이다.
저쯤부터는 돈이 아니라 다른 것이 필요하다.
즉, 내가 갚기 어려운 물건이다.
사탕까지는 어떻게 갚을 수 있다. 몬스터 몇 잡으면 생각보다 쉽게 벌리는 돈이다.
저건 아니다. 저건 내가 갚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받으면 안 된다. 저걸 미안해서 어떻게 받으라고.
홍연화는 저것을 보상이랍시고 내밀었다.
보상? 무엇의.
신입생 환영회날 나를 밀쳐 넘어트린 것? 앞을 안 보고 다니냐며 말한 것? 대련 중 실수로 나를 기절 시킨 것?
겨우 그까짓 걸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교환비의 성립이 불가능하다. 같은 비교선상에 오를 수 없는 가치의 차이가 있다.
내 생각을 들은 홍연화는 침음을 흘리더니, 조심스레 설득해왔다.
“이건 보상의 의미도 있지만, 투자의 성격도 많아.”
홍연화는 겁화 가문의 후계자다.
겁화 가문. 가문의 시조가 태어난 한반도 서남부에 자리 잡아 창해, 태산과 함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대세력.
확실한 것은, 세계의 기준에서도 겁화 가문은 터무니없는 대세력이다. 겁화 가문의 위상은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알고 있다.
“이 영약이 비록 내게 권한이 있는 분량이라고는 하지만, 가문의 총괄주總括主… 우리 어머니가 선뜻 영약을 보내준 건 이유가 있다는 거야.”
총괄주… 가주로부터 가문의 대소사에 관한 권한을 대리 받은 자리라는 설정이었나. 무척 중요한 자리인 만큼 보통 현 가주의 친인척 중 능력 있고 신뢰받는 인물을 앉힌다… 라고 원작에서 창해 가문을 털 때 들었다.
이 시점에서 겁화 가문의 총괄주는 홍연화의 어머니란다.
‘투자…’
확실히 투자로 엮인다며 이해가 간다.
성장의 탑주가 특례랍시고 데려온 생도.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겉보기로는 하자가 있어 보이는 놈.
때문에 흔한 내 인식은 당첨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의심이 드는 복권이다. 물론 그 시선도 지난번의 대련 이후로 아주 조금 잦아들었다.
어찌 됐든, 가공한 천연 영약 정도는 충분히 구할 여력이 되는 겁화 가문에서 특례입학생에게 영약 하나 주어 투자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야기다.
‘음…’
투자라는 말에 거부감이 낮아졌다. 투자라면 겁화 가문에서도 단순히 호의 때문이 아니라는 거니까.
하지만 부담감이 완전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이 투자는 뭐라고 하던 빚과 비슷한 형태로 남아버린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나는 꼭 받아줬으면 해.”
고민에 잠긴 나를 응시하던 홍연화가 돌연 두 팔을 뻗어 내 손을 붙잡았다.
“이건, 여러 잘못에 관한 내 사과의 표시이기도 하고, 가문에서 투자하는 값이기도 해. 그리고…”
꼬옥 맞잡은 손이 미약하게 떨려왔다. 팔토시에 감싸인 내 손을 쓰다듬은 홍연화가 잠시 입술을 짓씹더니 말을 이었다.
“아직… 자세히 알아내진 못했지만, 너에게 더 미안한 일이 있어. 정말… 뭐라 말하기 힘들 만큼 미안한 일이야.”
나한테 더 미안한 일?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홍연화는 이유 모를 간절한 태도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받아줬으면 해. 물론 이걸 빌미로 너에게 무언가 요구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할게.”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솔깃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머리 한쪽에서는 그냥 받으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홍연화의 안색이 단번에 밝아졌다. 얼굴만 보면 내가 아니라 홍연화가 선물 받은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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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화에게 기숙사 앞까지 배웅 밭은 끝에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콩닥거리는 심장의 소리를 느끼며 다급하게 방으로 들어왔다.
– 덜컥
삐걱임 없이 닫힌 방문. 원래부터 쳐져 있던 커튼. 공간지각을 동원해 주변을 잠시 살핀 뒤, 방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서 잠시간의 심호흡. 흥분하는 정신을 진정시키고서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냈다.
고급스러운 외형의 작은 상자. 떨리는 손으로 개봉하자, 청량한 마력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마력의 향연. 이 정도면 마력친화가 없어도 간단히 체감될 법한 마력의 기세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영약을 들어 올렸다. 맞닿은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마력에 전율이 일 지경이었다.
마력 용량에 관한 문제. 다른 건 몰라도, 이 영약 하나면 그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거다.
당장 마법 수백 발을 갈기고도 멀쩡한 마력을 바라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전투가 성립되도록 하는 기초적인 마력의 기반은 마련해 줄 거란 직감적인 확신이 들었다.
지금은 금요일의 저녁.
성장의 탑 입장은 월요일의 아침은 되어야 한다.
지금 영약을 복용하고, 그때까지 몸의 피로를 풀면서 영약으로 얻은 마력을 조율하면 딱 알맞을 시간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홍연화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며 영약을 입에 넣었다.
혀에 올려진 영약은 마치 주인을 알아보듯 끈적하게 녹아들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잠시 후.
“우욱…?”
목구멍으로 무언가 역류하는 듯하더니, 입꼬리에서 검은 피가 새어 나왔다.
어라 시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