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RAW novel - Chapter (61)
EP.61 뒤풀이(2)
시요람 부지 내에서 ‘연회관’이라 통칭되는 건물은 많다.
연회관(宴會館)이란 이름처럼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놀기 위해 지어진 시설로, 목적 자체가 그렇다 보니 연회관은 즐길 거리 위주의 시설이다.
도착한 제3연회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산속에 있을법한 고풍스러우면서도 대저택 같은 외형이다.
울창하게 자라 담장을 덮은 덤불은 관리되고 있는지 지저분하기는커녕 고풍스러운 인상을 더해주었고.
담장 안쪽에 펼쳐진 푸르른 녹색의 정원과 연하면서도 알록달록한 물을 뿜어내는 분수가 어둑해진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시설 좋네…’
공간지각을 조율했다. 적당히 펼친 범위로 연회관의 모습이 들어왔다. 거대한 크기에 혀를 내둘렀다.
이전에 신입생 환영회가 열렸던 제1연회관보다는 전체적으로 작았다.
제1연회관은 긁직한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특별히 신경 써서 건축되었다.
신입생 환영회가 그랬고, 나중에 외부의 인물들이 다수 찾아오는 행사도 제1연회관에서 치르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 연회관은 따로 생도들이 신청하면 검토 후 개방해 주는 시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설이 별로라는 뜻이 아니다. 내 입장에서는 둘 다 터무니없이 고급스러운 시설이다.
제1연회관은 공간지각이 레이더일 때 확인했던 터라 제대로 외형을 알진 못했지만, 아마 이것과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정원을 가로질러 활짝 열려있는 정문으로 들어섰다.
확 트여있는 내부.
한쪽 벽면에 마련된 널찍한 무대에는 몇몇 생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음식과 술이 잔뜩 준비된 테이블이 곳곳에 있었다.
채팅방으로 뒤풀이가 대충 어떻게 흘러갈지는 들었다.
별거 없다. 그냥 맛있는 거 먹고 술 마시며 노는 거란다.
테이블마다 사이좋은 친구끼리 앉아서 먹고 마시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끼리 모여 앉아서 먹고 마시고…
간혹 이벤트로 무대에 나가 여러 개인기 같은 거라도 선보이면서 놀고먹고 마시고…
상상만 해도 피곤해지는 일정이었다.
‘제법 많네.’
일찍 도착했음에도 내부는 꽤나 부산스러웠다.
미리 도착해 주변인과 떠들고 있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복장은 사전에 공지 받았듯 자유로워 보였다.
나처럼 생도복을 입고 있는 이들은 별로 없고 가벼운 사복 차림이 대부분이었다.
공간지각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자니 떠뜰썩한 말소리가 귀에 담겼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불필요한 잡음은 들리지 않았다.
손으로 귀를 매만지며 상태를 살폈다.
‘아직 더 다듬어냐 하나?’
공간지각을 복구하고도 감각은 버리지 않았다.
하고자 한다면 청각과 촉각 닫아버릴 수 있다. 극단적으로 가지 않아도 일반인 비슷한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탑에 들어가면서 제대로 얻어맞은 뒤통수가 그렇게 얼얼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해결책을 제때 마련하지 못했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끝날 뻔했다.
이것마저 탑 내부니까 이번 시련은 조졌구나 한탄하며 끝낼 수 있는 거지, 실전이었다면 거기서 명줄이 끊어질 뻔한 대참사였다.
그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간지각이 고장 난 이유를 분석하고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설령 또 고장 날지라도 내가 무력화되지는 않도록 보험 들어둘 필요성을 느꼈다.
공간지각이 복구된 건 고작해야 하루지만, 그동안 감각도 꾸준히 조율했다.
민감해진 청각과 촉각을 통해 이젠 정보를 제법 선별하여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정보는 증폭된 감각으로, 필요 없는 것은 아예 걸러버리는 형식으로.
공간지각으로 배운 기술을 접목한 결과다.
귓가에 숨결이 닿았다고 움츠러들고, 조금 쓰다듬어졌다고 물고기처럼 팔딱이던 이하율은 이제 없다.
다시 그때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어… 아마 버틸 거다.
“야, 다음 입탑이 언제지?”
“이 새끼 뽕맛에 제대로 취했네. 꿈 깨라, 못해도 두세 달은 남았다.”
“어제 중하급 근력 조건치 뚫었다.”
“와 미친 고릴라, 그걸 벌써 뚫었네… 근데 탑에서는 발렸죠?”
“시발…”
그렇게 들려오는 말을 듣고 있자니 대화 내용은 대부분 입탑에 관한 내용이었다.
애당초 이번 모임은 입탑의 뒤풀이였으니 대화 주제는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자못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 때와 비교하면 사이가 가까워진 이들이 많은 모양.
그중에서도 특히나 친근해 보이는 사이는 입구 근처에서 대화를 나누던 두 남자 생도였다.
척 봐도 근골이 두터워 보이는 생도와 날렵한 근육질의 생도였다.
“아니, 내가 첫날에 광탈만 안 했어도…”
“그건 네 업보고. 그러게 누가 첫날부터 특례입학생한테 덤비…”
라고… 했, 냐?
한심하다는 양 맞장구치던 생도의 말이 늘어졌다. 종래에 말끝이 뚝뚝 끊겼다.
잠시 끔뻑이는 눈이 한 방향을 응시했다. 내가 서있는 장소였다. 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특례입학생… 나한테 덤볐다는 생도도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보고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우리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이럴 줄 알고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 이렇게 마주쳐버렸다.
둘은 잠시 침묵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어색하기 그지없는 인사에 나도 떨떠름함을 감추고 고개를 숙였다.
공간지각으로 둘을 자세히 살폈다. 익숙한 이들은 아니다. 둘 다 다른 반 소속의 생도였다.
‘그 사람들인가.’
하지만 만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긴가민가 했는데 잠시 고민해 보니 기억이 떠올랐다.
기억이 맞다면 성장의 탑에서 한창 쫓기고 있을 무렵에 이 둘을 만났다.
거한은 첫날에 만났다.
거대한 방패와 둔기를 쥐고서 달려들길래, 은밀히 발현한 마력참격으로 발목을 자르고 둔기를 빼앗아 머리를 부셨다.
날렵한 생도는 그다음 날이었다.
창을 가지고서 견제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때문에 작정하고 달라붙은 뒤 팔꿈치로 명치를 내려찍어 함몰시켰다. 이쪽은 아쉽게도 탈락시키지 못했다.
…어색할 만하네.
어물쩍한 태도가 납득이 됐다. 아무리 탑에서 겪은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경험을 겪었는데 마냥 웃으며 인사하기는 뭣하겠지.
인사를 마치고서 걸음을 옮겼다. 저 둘도 내심 불편했는지 얌전히 길을 터주었다.
그렇게 걷고 있자니 탑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제압하기 뭣하여 면상에다가 마력참격을 퍼부어 마구잡이로 잘라버린 기억.
무장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라 맨손으로 눈을 찌르고 목을 찢어버린 기억.
그 외의 여러 기억…
당시에는 여러모로 몰려있어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뭔가뭔가다.
너무 난폭했다 해야 하나? 물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발버둥 친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슬쩍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주변으로부터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입구로 들어왔을 때부터 조금씩 달라붙더니, 지금은 꽤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선이 쏠리는 건 평소와 같지만, 깃들어있는 감정이 달라진 듯하다…
그를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했다.
신입생 환영회 날에는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물론 당장 피하고 싶은 심정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 된 게 어디인가.
구석진 곳의 테이블로 향하려는 순간.
서늘한 시선이 얼굴을 훑었다.
얼음을 얼굴에 비비적거리는 듯한 감각이다. 움찔 몸이 떨렸다.
“어? 하율 씨?”
요즘 들어 익숙해진 시선. 그를 증명하듯 특유의 기척이 귀에 익었다.
기척의 주인은 백아린이었다.
무대에서 한창 바쁘게 뭔가를 준비 중이던 그녀는 나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인 듯한 반응이다.
그녀는 근처 생도들에게 뭐라 말을 전하고는 내게 총총 다가왔다.
“몸은 괜찮으세요? 주말 동안 푹 쉬시지…”
푸른 눈망울이 깜빡이며 자못 걱정스럽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시선이 내 몸 곳곳을 살폈다.
아마 탑에 나온 직후 사공분혈한 것을 백아린은 직관했으니 걱정하는 거겠지. 내게 가장 먼저 치유를 쏟아부은 사람이 백아린과 엘리아였으니까.
오랜만에 스마트워치를 두드리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고 있자니 속이 다 편했다.
고백의 목걸이를 얻고서는 더 편하겠지.
[괜찮습니다. 자고 일어나니까 말끔해졌어요]진찰해 준 교수도 심각한 건 아니고 미약한 출혈이라고 했다.
나도 잠깐 머리가 띵했을 뿐, 공간지각의 부담도 금방 추스를 수 있었다.
“그러시다면 다행이지만, 혹시 이상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셔야 해요?”
[조심하겠습니다. 조용히 있다가 갈게요]주변에 쌓인 술을 보아하니 밤늦게까지 달리는 생도들의 모습이 저절로 상상됐다.
새벽까지 술을 퍼먹으며 노는 것…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
미치지 않았기에 거기까지 따라갈 생각은 추호도 없고, 막 시작했을 때 잠깐만 끼어있다가 자연스레 나가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백아린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조용히…? 음…”
“?”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반응이 왜 저러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하자, 백아린은 답을 얼버무리며 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공간지각으로 자세히 살피니 입꼬리가 씰룩이는 게 느껴졌다.
“아차, 벌써 시간이… 저는 마저 준비하러 가봅니당. 조금 있다 봬요?”
재차 이유를 물어보기도 전에 백아린이 몸을 돌렸다. 하나로 묶어내린 하늘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멀어졌다.
‘뭐야.’
아까 표정은 뭐지.
뭔가 불안한데.
.
.
.
백아린이 지은 표정의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피부 뭔데… 혹시 선생님께서 사용하시는 화장품의 존함을 여쭈어봐도 될까요?”
‘?’
“보드게임 좋아하면 우리 테이블에 놀러 올래요? 입춘반 애들도 몇몇 모여있는데…”
‘?’
“실시간 술게임 참가인원 모집 중! 술 좋아하면 이쪽으로도 놀러 와. 사람 부족해서 언제든 환영함!”
‘시발 그건 싫어요.’
어느 이유에선지 긍정적인 관심이 늘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관심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