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RAW novel - Chapter (68)
EP.68 준비(2)
입탑이 끝나고 맞이한 시요람의 5주차에는 특별한 일은 없었다.
던전공략은 아직 시간이 남았고, 다음 입탑은 한두 달은 지나야 한다.
그나마 1학기 중으로 남은 이벤트라고는 자유학기 막바지에 있을 중간평가 정도일까.
중간평가 후에는 자유학기가 끝나고 정규학기에 들어가 전공 위주로 교육이 개편된다.
그때부터는 드디어 생도가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게 된다.
전체적인 교육 시간도 줄어든다. 양을 줄이고 밀도를 높인다고 보면 된다. 늘어난 잉여 시간에는 동아리 같은 스트레스 해소 일정이 추가된다.
요컨대 지금보다 사정이 널널해진다. 물론 마냥 노는 건 미친 거고, 생도 본인이 상태를 조절해가며 개인 수련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노력하는 생도들에게 따라잡혀 성적이 밑바닥으로 추락해버니까.
원작에서는 정규학기부터 서브스토리가 쏟아져내렸다.
동아리 하나만 가입해도 거기서 파생되는 퀘스트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인물과 엮이며 또 퀘스트가 늘어난다.
그러다가 주연급 인물에게 호감을 쌓으면 그쪽 세력과 엮이기도 한다.
1회차 때는 이런 서브스토리만 쫓아다니느라 시간을 대부분 할애했다. 그래서 망했다.
‘다들 열심히네.’
언제나와 같이 출석한 구식 수련장.
메마른 땅바닥에 누워 멍하니 요즘 교정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열기라고 해야 할까. 생도들의 눈에서 의욕이라는 불이 번뜩이며 수련과 학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기세였다.
물론 평소 생도들이 나태했다는 건 아니다.
강의가 끝난 뒤 수련실이나 도서관에 방문할 때면 언제나 생도가 북적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정확히는 이번 주부터 기세가 남달랐다.
‘효과가 굉장하긴 했어.’
이유야 하나뿐이었다.
입탑을 통한 가호의 증폭으로 성장을 제대로 맛본 것이다. 내가 생각해 봐도 그럴만했다.
입탑 전의 이하율과 지금의 이하율은 상이하게 다른 존재였다. 과장 같아 보여도 사실이었다.
탑에서 맛본 성장의 가호의 성능은 굉장했다.
단순 스펙의 상승도 상승이지만, 기량 부문에서도 큰 진보를 보였다. 아트라 교수의 보증도 있었으니 객관적인 사실일 거다.
직관적인 비교를 하자면, 대련 당시의 에이든이라면 지금은 일격에 압살할 수 있었다.
물론 에이든도 멈추지 않고 성장했겠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다.
탑에서 얻은 성적도 그를 증명했다.
생도를 탈락시키며 얻은 점수, 내부의 몬스터를 토벌해 얻은 점수, 기타 외 등등.
모든 점수를 집계 후 공지한 결과에서 무려 10위 안쪽의 성적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요행이 많았다.
1, 2일차에 나를 쫓은 생도 중에 주연급이 없었다던가, 탈락하기 직전에 엘리아에게 치료받았다던가, 이후 수석과 차석에게 호위? 비슷하게 받으며 탈락하지 않아 점수의 손실이 없었다던가.
…행운이 좀 많았지만 어쨌든 순위가 그랬다.
총합 점수가 대략 1,200점 언저리였나?
내가 직접 획득한 점수가 900점 남짓이고, 백아린을 비롯한 파티원이 적절히 분배 받은 점수가 300점이었다.
나도 슬슬 기원의 알 값을 분배해야 하는데… 아직 부화를 안 해서 곤란했다.
저게 부화하고 나서 값을 측정해야 나눠주고 말고를 할 텐데.
‘일단 내 점수로 까둘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혹시 몰라 나눠줄 점수 300점은 부채로 남겨뒀다.
그렇게 남은 1,000점으로 뭘 할 수 있었더라.
시요람에서 보내준 카탈로그를 훑어봤다.
시요람은 생도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학업 성적에 따라 이러한 점수를 부여하고, 점수를 통하여 시요람이 걸어둔 보상과 교환할 수 있다.
‘음…’
1,000점이면 괜찮은 아티팩트를 하나 구하고도 잔돈이 남는 점수였다. 더 타협하면 아티팩트는 아니어도 적절한 무장 몇 개는 구할 수 있을 정도다.
평범한 경로로 쓸만한 아티팩트를 구한 게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한다면 고무적인 성과였다.
당장 내가 주말에 외출하여 찾아낼 히든피스의 대부분이 아티팩트였다.
던전에 들르기 전에 아티팩트나 하나 구비해둘까…
외출.
‘아.’
가기 싫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저절로 한숨이 세어 나왔다.
따지고 보면 문득이라는 말도 우습다. 외부로 외출할 걸 생각했다 하면 가기 싫다는 생각도 함께 떠올랐다.
고백의 목걸이. 침묵의 저주를 우회해 줄 아티팩트.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필요한 아티팩트다. 구하러 가는 것이 옳다. 분명 그렇지만…
‘무섭다.’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원작에서 고백의 목걸이는 던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티팩트다.
던전. 위협이 가득한 장소.
실력은 일장월취하고 있다.
내 수준을 가늠해 봤다. 성장의 탑에서는 나름 상위권의 생도들과도 드잡이질이 가능했고, 오히려 역으로 격퇴할 수도 있었다.
그게 뭐 어쩌라고.
이곳은 요람(搖籃)이다. 아직 자라지 못한 새싹이 성장하도록 마련된 육성기관이다.
여기서 겪은 것은 모두 실전이 아니었다.
던전실습은 부총장이 마련해 준 안전장치가 있었고, 그럼에도 던전공략 내내 바짝 쫄아있었다.
입탑은 고통도 극히 일부만 느꼈다. 애당초 죽어도 죽지 않은 가상현실 비슷한 감각이었다.
‘……’
본래 세계의 나와 현재의 나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과장 없이 내 딱밤 한대면 본래 세계의 나는 머리가 터져 죽을 수도 있다.
그래봤자 나는 나였다.
주변에서 뭐 대단한 거라고 보듯 바라보고 띄어주지만, 결국 그 근본에 자리 잡은 겁쟁이 근성은 어딜 가지 않았다.
몸뚱이의 성능은 바뀌어봤자 썩어빠진 정신은 도무지 바뀌질 않았다.
몸은 바뀌었지만 정신은 그대로였다.
메인스토리를 생각하면… 세상이 어찌될까.
세상이 망할까? 1회차에서는 정말 사람 하나 남기지 못하고 몰살당한 건 아니지만, 암흑기에 비견되는 상황은 왔었는데.
‘하아…’
뭐 하나 대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구식 수련장 중앙에 누워, 아트라 교수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심정을 조금 이해했다.
.
.
.
초인은 코어라는 기관을 통해 마력을 보유한다.
체외, 자연의 마력을 흡수하여 회로를 타고 코어까지 인도해 축적한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불순물이 끼고 만다.
자연의 마력이라고 통칭하지만, 세밀하게 구분하자면 그 성질은 셀 수 없이 나뉘게 된다.
그런 무수히 많은 성질의 마력을 받아들이고 반영구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이다. 잡다한 것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 우우웅…
체내의 마력이 움직인다. 코어에 담겨있는 회로를 타고 전신을 일주한다.
손끌부터 발끝까지, 어디 빠지는 곳 없이 방문하는 마력의 움직임에 머뭇거림은 없었다.
이하율의 등에 손을 대고 마력의 흐름을 감지하던 아트라에게 그런 움직임이 속속히 느껴졌다.
대련 후 마력을 다스리는 과정이었다.
전투 과정에서 흐트러진 마력의 기세를 추스르고, 비워진 부분을 채워 넣으며 마력을 수련하는 거다.
동시에 아트라 본인도 마력을 운용했다. 잠재워둔 마력을 끌어올려 체내를 일주했다.
감지능력을 통해 마력의 흐름을 쉬이 읽을 수 있는 이하율을 위한 조치였다.
이하율 체내에서 일주하던 마력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변했다.
아트라가 보여주는 마력을 보고는 자신의 방식도 즉석으로 개선한 것이다.
‘이 부분은 지적할게 없군.’
마치 유수처럼 흐르는 마력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마력 제어에 사소한 버벅임이 없다.
마치 당연히 손발을 움직이는 것 같은 운용이다. 손발을 움직이는 법은 누군가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다. 당연하게 할 줄 아는 것이다.
이하율의 마력 운용은 그런 수준에 닿아 있었다.
가르치는 와중에도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마력에 대한 천부적인 자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있다.
그 이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마력의 순도였다.
마력의 축적 과정을 생각하면, 초인의 마력에는 어쩔 수 없는 불순물이 낄 수밖에 없다.
이하율의 마력은 그런 상식을 벗어나있었다.
깨끗하고 순수하다. 그냥 마력의 특성이 그랬다.
마력을 축적하면서도 그런 순수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때문에 출력 자체는 떨어짐에도, 강기와 마법 따위의 위력이 궤를 벗어나있었다.
속으로 세던 시간이 경과했다. 아트라는 이하율의 등에 대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여기까지.”
푸후- 크게 숨을 뱉은 이하율이 몸을 꿈틀거렸다. 자못 상쾌함이 느껴지는 숨결이었다.
마지막으로 마력을 추스른 이하율이 고개를 젖혔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있던 아트라의 시야에 동글동글한 이하율의 얼굴이 담겼다.
아트라의 시선이 이하율의 얼굴을 훑었다. 좀 전의 대련에서 생긴 자잘한 흔적. 그것이 실시간으로 회복되고 있었다.
‘…적응이 빨라.’
아트라가 권유했던 회복 수련.
막 성장하기 시작하는 육체와 성장의 가호가 아니었다면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을 수련법이다.
아트라 본인은 성장의 가호 없이 했지만, 어지간한 초인들은 학을 쓰며 거부하는 방식이다.
시요람 입학 내내 조금씩 몸에 각인시키며 본연의 회복력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는데, 이하율의 몸은 벌써부터 회복력이 일선을 넘고 있었다.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마력의 제어도 그랬다. 마력의 순수함은 더욱 그랬지만, 이 회복력의 원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회복계열의 고유능력… 그것과는 다르다. 아트라의 눈이 판단하기에, 이건 그냥 육체 본연의 능력이다.
[교수님]곤히 감겨있는 눈. 하지만 아트라는 이하율이 자신을 관측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시간이 늦었다.
어느새 지평선 너머로 해가 가라앉고, 주황빛 노을이 비치는 시각이었다.
떠오른 홀로그램에 아트라 교수가 대꾸하며 몸을 일으켰고.
[이번 주 주말 중으로 외부 던전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요번 주말에 던전 함 다녀옵니다~
일순 몸이 굳었다.
* * *
[플레이어 보정 시스템:개척도] [퀘스트 「8위계 몬스터 토벌」 달성] [퀘스트 「8위계 몬스터 다수 토벌」 달성] [퀘스트 「7위계 몬스터 토벌」 달성] [퀘스트 「5위계 알파 몬스터 토벌」 달성]…
[퀘스트 「성장의 탑 입장」 달성]…
[퀘스트 「시요람 학습점수 100점」 달성] [퀘스트 「시요람 학습점수 200점」 달성] [퀘스트 「시요람 학습점수 300점」 달성]…
[퀘스트 「기원의 알」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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