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RAW novel - Chapter (7)
EP.7 신입생 환영회(2)
“우선, 요람에 입장하신 여러분께 축하를 건네며 짧은 훈사를 읊겠습니다.”
공간지각 범위의 확장. 갑작스러운 사태였다. 공간지각을 가지고 끙끙거린 열흘간 범위가 넓어진 적은 있다.
하지만 기껏해야 cm단위로 찔끔찔끔 오른 것에 불과하지, 지금만큼 넓직하게 늘어난 적은 없다.
그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부총장이 먼저 행동했다.
무대 위로 올라선 부총장을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을 한 차례 흝었다. 그녀의 시선을 마주한 이들은 하나같이 긴장하며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은 혼란의 시대였습니다. 사방에서는 던전과 탑이 솟아났고, 방치된 몬스터는 무리를 지어 주변을 휩쓸었습니다.”
마이크 같은 장치가 없었음에도 그녀의 서늘한 목소리는 건물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나는 잠시 고민을 멈추고 부총장의 훈사에 귀를 귀울였다.
“사람이 죽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시대였습니다. 내 옆의 사람이 빵 한조각을 구하지 못해 싸늘한 시신이 되는 것도, 어젯밤에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이 괴물의 식량이 되는 것도, 주변에서 흔히 볼법한 세상이었죠.”
200년 전.
전설에서나 나오던 괴물이 픽션을 찢고 등장했고, 일개 인간의 무력이 상식의 선을 넘나들었다.
그로부터 100년가량이 지나서도 혼란은 잠재워지지 못했다.
몬스터, 던전, 탑.
고유능력, 마력, 각성.
세계에 우후죽순 솟아나는 위협에 대응하기라도 하듯 인간에게는 마력과 고유능력의 힘이 쥐여주었지만, 평화를 가져오기는 무리가 있었다.
혼란과 절망이 가득한 세상은 이를 잠재우고 평화를 열어줄 영웅을 필요로했다.
“요람(搖籃).”
중얼거리듯 작게 속삭이는 부총장이지만, 어느 이유에선지 요람이라는 단어는 귓가에 깊이 파고들었다.
“성장의 탑을 공략하여 탑주의 권한을 얻은 네리엘님께서는 탑을 중심으로 한 인공섬에 교육기관을 건립하셨습니다.”
공간의 탑.
조율의 탑.
관측의 탑.
성장의 탑.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솟아있던 대표적인 네 개의 탑들.
여타의 탑과 같이 몬스터를 쏟아내지 않고, 그저 그 자리를 지키며 도전자를 받아들일 뿐이었던 고고한 체하던 탑.
네리엘은 현재 세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네 개의 탑 중 하나를 최초로 공략한 인물이다.
탑을 정복하기 이전에도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무수히 많은 사람을 구하고.
탑을 공략함으로써 얻은 권리마저 영웅을 길러내기 위해서.
혼란과 절망이 막연하던 시대에 이곳에서라도 영웅들이 태어나기를 기원하며.
그 힘을 자기 자신에게 사용하지 않고 영웅의 육성에 쏟아부었기에 지금의 총장은 위인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전에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구하고, 탑의 힘을 세계에 베풀던 그녀의 노력에 보답하듯, 세계에서 몰려든 인재들은 영웅이 되어 세계 곳곳의 위협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시요람(始搖籃). 영웅들이 그려낼 전설의 궤적이 이곳에서 시작되기를, 그러한 마음에서 이곳은 시요람입니다.”
기어코 40여년 전쯤. 그러니까 홍연화와 백아린의 조부모들이 현역일 시절쯤인가.
시요람에서 쏟아지던 영웅들의 활약에 끝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특급 던전을 클리어 함으로써, 세상은 혼란의 끝을 선언했다.
요컨대 세계관 설명이다.
“……”
힐끔 공간지각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무언가 북받친 듯 감정적으로 격양된 생도들이 무척 많아 보인다.
어깨를 파르르 떨며 울음을 참고 있는 이도 있을 지경이다…
주변에선 대부분이 몰입하고 감동한 분위기인데, 난 잘 모르겠다.
이 세계에 온 지 기껏해야 열흘 남짓 된 이계인이여서도 그렇고, 게임에서 실컷 들어본 대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특례입학이라는 이상한 위치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것도 그렇다.
여기 대부분이 진짜 피땀을 흘려가며 노력해 들어온 이들일 텐데, 나는 그냥 날 먹으로 들어와 버려 좀 그렇다.
“…하여, 시요람에 입장하신 여러분들께서 훗날 미래를 밝힌 영웅으로 탄생하시기를 기원하는 동시에, 저희는 그를 위해 무한한 지원을 아끼지 않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거기까지 말을 끝낸 부총장은 격양된 생도들의 반응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환영회 자리에서 너무 진지한 이야기를 한 듯합니다. 이만 공지와 함께 말을 줄이죠. 제대로 된 학사일정은 이틀 후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맘껏 즐기며 피로를 푸시고, 앞으로 있을 훈련에 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거기까지 말한 부총장이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던 중 한 곳에서 고개가 멈췄다.
비록 눈은 감고 있지만, 이쪽으로 시선을 주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럼 이만.”
부총장이 두 손을 짝 마주치는 동시에, 그녀는 눈 깜빡하는 찰나에 모습을 감췄다.
“저게 공간이동인가? 뚫어져라 봐도 모르겠어.”
“마력 유동도 없었어. 도대체 어떻게 시전하는 거야…”
“뭘, 애당초 공간 쪽은 관련 고유능력 없으면 건드릴 엄두도 못 내잖냐.”
공간계통의 능력은 워낙 사용하기 어렵다 보니 그 악명이 자자하다.
꺼졌던 샹들리에에 불이 들어와 내부를 밝혔다. 대기하고 있던 악단이 연주를 시작한다.
연회관 내부로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그제야 푹 한숨을 내쉰 생도들이 방금의 일을 서로 떠들어대기 바빴다.
화두에 오른 것은 역시 부총장이 나타날 때와 사라질 때, 두 번 보여준 이동 방식이었다.
‘공간이동.’
게임 속 지식을 통해 알고 있다. 부총장의 마스코트 기술인 공간이동.
출발점과 도착점의 좌표를 계산하여, 공간을 잇고 대상을 이동시킨다는 기술.
게이트 터미널과는 다르다. 게이트는 공간의 탑을 통해 발휘하는 힘에 불과하지만, 부총장의 공간이동은 개인이 시전하는 능력이다.
또 게이트는 도착점과 시작점을 고정해두고 높은 유지보수료를 잡아먹는 반면.
부총장의 공간이동은 도착점과 시작점을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고, 언제든지 시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실제 원작에서도 공간이동을 저렇게 남발할 수 있는 인물은 부총장밖에 없었다.
‘음…‘
얼마지나지 않아 초대 악단이 펼치는 음률이 들려왔다. 본격적인 환영회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내 신경은 다른 쪽으로 기울었다.
처음 부총장이 등장했을 때, 공간지각의 범위가 제멋대로 확장되고, 풍덩 돌을 던진 수면처럼 출렁거렸다.
조금 전에 부총장이 사라졌을 때.
공간지각이 크게 일렁였다. 이전의 출렁임이 돌멩이 하나 빠진 거라면, 이번의 출렁임은 거대한 바위 하나가 빠진 정도의 차이였다.
공간이동과 그걸 관측한 공간지각.
범위의 확장. 묘한 감흥
머리 한구석이 간지러웠다. 뭔가 깨달을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영감이 불쑥 솟을 듯 말 듯 한 화나는 감각이다.
조금만… 몇 번만 더 관측하면 뭐라도 얻을 것─
“안녕? 네가 이하율이지? 혹시 일행 없으면 우리랑 같이 놀지 않을래?”
“?”
상념이 끊겼다.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잠깐 멍하니 있던 사이에 몇몇 생도가 몰려들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아.’
신입생 환영회.
제대로 된 수련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을 적당히 긴장과 피로를 풀고, 같은 생도 간에 친분을 나누라는 뜻에서 이어지고 있는 문화.
즉, 요즘 뜨거운 감자인 나는 긍정적, 부정적 관심을 받는 놈이라.
아싸찐따의 자아가 식은땀을 흘렸다.
동시에 홍연화의 권유가 떠올랐다. 같이 있어 주냐고. 만약 홍연화가 곁에 있어 줬다면, 접근을 못 하지 않았을까.
‘…받아들일 걸 그랬나?’
늘 그렇듯, 후회는 늦었다.
* * *
신입생 환영회는 정석적으로 진행됐다. 무대에 올라선 부총장이 축복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또한 영웅들의 태동이 되길 기원하며 시작을 알렸다.
그 후 그저 그런 파티가 이어진다.
시요람 정복 혹은 적당한 옷매무새 차림의 생도들이 친분 있는 이들끼리 모여 떠들었다.
이성간 친분을 쌓기 위해 기웃거리는 부류도 있었다.
홍연화와 백아린은 전자에 해당했다. 평소 친분 있는 이들 소수와 모여 적당히 떠들다가 가끔 진지한 이야기도 좀 하다 마실 것 좀 걸치고…
“그래서, 이하율이랑 어떻게 엮인 거야?”
그저 그런 이야기에서 삐져나온 것은 신서율의 한마디로 시작됐다.
갈색 단발머리를 찰랑이는 신서율. 이 소수 모임에서 백아린과 함께 분위기메이커 노릇을 하고 있다.
“…그냥. 중간에 만난 게 다야.”
“그런 거치고는 반응이 묘하던데? 무슨 공예품 다루는 줄. 우리 집사장이 미술품 만질 때도 그 정돈 아님.”
“혹, 첫눈에 반했다던가? 확실히 엄청 잘생겼더라.”
“미친년.”
특례입학자 이하율과 관련된 서두. 주변에 있던 친구들의 눈에 반짝 빛이 들어왔다.
“솔직히 잘 생겼다 보단 귀엽다 쪽이지. 무슨 인형 같아. 우락부락한 근육몬들 보다가 그런 애 보니까 눈이 다 트이더라.”
“그건 인정. 딱 보니까 지켜줘야 할 느낌.”
거기까지 말한 년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반짝인다.
며칠을 굶은 사자 새끼들처럼 온갖 음해가 물어뜯어 온다. 그를 하나하나 반박해가던 홍연화의 옆. 조용히 음료를 홀짝이던 백아린이 묘한 미소를 띠곤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서 무슨 사고 친 거야?”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냐니까?”
“방금 이하율 씨 옷에 흙먼지 묻어있더라.”
“윽…!”
“아, 나도 봤어. 자세히 살피니까 좀 묻어있더라.”
홍연화가 움츠러들었다.
저년은 쓸데없이 눈은 좋아가지고 그걸 또 봤네. 마력까지 써가며 치워줬는데.
‘뱀 같은 년.’
또 지랄이다.
속에 뱀 수백은 족히 기르는 저년이 또 제 흥미 있는 쪽으로 기운다고 곧장 치고 들어온다.
흥미 없었으면 그냥 넘겨버렸을 텐데.
홍연화는 눈가를 좁히며 백아린을 쏘아봤다.
“…오다가 부딪혔다. 왜? 꼬아?”
“꼽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나는 혹시나~ 네가 무례한 짓을 했을까 싶어서~”
“그윽…”
했다. 존나 무례한 짓을 했다. 시각장애인을 밀어 넘어트린 것도 모자라, 앞이 안 보이냐며 시비를 걸었다…
“우리 연화가 말투랑 행동거지가 거칠긴 해도 나쁜 애는 아니잖아?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지~”
“말투를 보면 아닌 거 같은데? 너 지금 존나 재밌지? 응?”
“어찌 그런 말을. 난 친구를 걱정해주고 있는 거란 말입니다.”
방긋 웃으며 지적을 부드러이 넘겨버리는 백아린과 킥킥 소리죽여 웃은 친구들.
홍연화를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었어?”
“…어떤 사람이긴. 잠깐으로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떤 사람이냐. 누굴 가리키는지는 뻔하다.
이하율. 뜨거운 감자인 최초의 특례입학자.
홍연화는 기억을 되새겼다.
조금 전 이곳에 오면서 발생한 사건. 분명 백보 자신이 잘못한 일임에도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구하던 모습.
소매를 잡고 이곳으로 데려와 준 일.
방금까지만 해도 마음에 상처를 준 말을 쏟아붓던 자기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던 모습.
숙이고 들어오는 모습.
손이 다가오자 몸을 움찔 떨던 모습.
“……”
눈가를 좁힌다.
시비를 건 당사자가 할 말은 아니지만, 딱히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녀는 중등 아카데미에서 클랜 소속으로 외부 활동을 할 적에 그런 모습을 나름대로 본 적이 있다.
수십 년 전 혼란의 종식을 선언한 후 평화를 누리는 세대라고는 하지만 마냥 평화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평화로운 곳이 있으면 혼란스러운 곳이 있는 법이라.
혼란이 가득한 공간. 마경에 먹혀 몬스터의 천국이 된 아프리카가 그렇다.
그런 큼지막한 곳이 아니더라도, 근방의 사회에서도 어둠에 노출된 이들은 많았다.
그리고 어둠에 노출되기 쉬운 이들은 힘없고 약한 이들이다.
어린아이처럼.
“…내 쪽에서 잘못했으니까. 그냥 잘해주는 거지.”
마음이 편치 않다. 급한 성격을 조절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하율의 태도를 보면 겉만 괜찮다고 하고 속으로 상처받은 거라면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착잡하기 그지없는 심정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백아린도 미소를 지우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아직 곱지 않은 시선도 많더라.”
“맞아. 쉬쉬하곤 있지만 대부분 그쪽 이야기야.”
“아닌 척하면서도 눈 이상하게 뜬 놈들도 있고.”
곱지 않은 시선. 지금 당장만 해도 구석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이하율에게 기웃거리는 놈들이 있었다.
단순한 흥미와 호기심 따위로 접근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질시와 같은 칙칙한 생각을 가지고 깝죽거리는 놈들도 있었다.
저럴까 봐 같이 있지 않겠냐고 제안한 건데. 어째선지 그건 또 나름 단호하게 거절했다.
“사실 나도 쪼금 의문이긴 해.”
“뭐?”
“오와. 얘 반응 봐. 무슨 남친인 줄.”
고개를 팩 돌려 노려보자 백아린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도 그럴 게 최초라고 최초. 요람의 주인이 직접 선별한 특례입학생. 지금껏 이런 일이 없었잖아?”
백아린의 말처럼 계속 강조되는 것은 ‘최초’라는 부분이다.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나랑 너도 잠재력 하나는 최고로 쳐주잖아? 그리고 우리 이전에도 재능있는 사람은 수두룩했고.”
현 기수인 121기는 홍연화, 백아린을 포함해서도 능히 역대급이라 불린 인재가 빽빽이 포진해있는 황금세대로 불리고 있다.
현 2학년. 120기엔 태산 쪽 후계자도 있었다.
혼란을 잠재우고 평화의 시대를 연 다섯 영웅도 한명을 제외하곤 요람 출신이다.
또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초인 중엔 시요람 졸업생이 몇이나 있고?
“거의 100년간 재능있는 생도가 없었겠어? 아니, 어마어마하게 많았지.”
신입생이 평균 400에서 500 남짓.
100여년을 넘게 존재해온 시요람 졸업생만 거의 만 단위다.
그들 모두가 나름 천재를 자부하는 초인들이다.
그런 이들마저 눈에 차지 않았는지 외면하던 요람의 주인이 처음으로 눈길을 주었다.
“다들 궁금하지. 도대체 얼마나 재능이 있길래 총장의 눈길을 끌었을까. 그런데 정작 보면… 아직까진 모르겠다~ 이거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무슨.”
“아하하. 그건 그렇지. 지금 모습을 보고 지레짐작하는 건 병신이 맞고. 그런데 난 뭔가 첫 모습만 보고 뭔가 딱! 하고 올 줄 알았지.”
“딱- 하고는 지랄.”
백아린의 의견은 홍연화도 내심 동의하는 바였다. 스스로도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특례입학이 됐는지 호기심은 있다.
‘…근데 좀 그렇네.’
홍연화는 복잡한 심경으로 이하율 쪽을 바라봤다. 아직도 깝죽거리는 연놈이 있다면 몇 대 쥐어박아 주려 했는데 어느새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이하율은 구석에 앉아 고개를 꾸벅꾸벅하며 졸음을 참고 있었다.
저러고 있으니 묘하게 안쓰럽단 감상이 든다.
홍연화도 클랜으로부터 나름의 보고를 받고 있다. 차기 후계자이니만큼 들어오는 정보도 적지 않다.
그중 이하율에 관한 정보도 있다.
보육원 출신. 집과 부모가 화재로 전소되고, 이후 해당 보육원으로 편입됐을 당시부터 시각에 장애가 있었으며 몸도 무척 허약했다는 보육원 원장의 진술이 있었다.
몸 상태는 좋지 못했으나 치료를 해줄 만큼 보육원 사정이 넉넉지 못했고, 기본적인 교육기관에 다니는 것도 힘들었다고.
게다가 고유능력을 각성한 것이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단다.
각성한 지 막 한 달째 됐을 때의 홍연화는 마력 조율은 개뿔 한참 고유능력을 다스리랴 바쁘던 시기였다.
‘데려와 놓고 이리 방치하는 게 맞아?’
눈이 멀고 목이 잠긴 채로 힘겹게 살아오던 애 하나를 각성했단 이유로 덥석 잡아 데려와 놓고는?
그래 놓고 정작 무언가 취해둔 조치가 보이질 않는다.
그냥 휙 던져두고 알아서 성장하라는 생각인가.
‘마음에 안 들어.’
어느새 생각의 초점이 재능이나 잠재력 따위가 아니라 걱정에 치우쳐지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홍연화다.
그리고, 그것을 백아린이 묘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