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0화(11/668)
[도 과장님. 다음 주면 아카데미 들어갈텐데 필요한 거 더 있어요?]“양복 여러 벌이요. 같은 디자인으로 양복 여러 개 사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변신하면 분명 다 찢어질테니.”
[단벌신사인 척 하시겠다? 후후, 역시 도 과장님이셔. 양복 일곱 벌 똑같게 해서 보낼테니까, 월화수목금토일로 갈아입고 다니셔요.]“주말에도 입고 다니라는 건 주말에도 일하라는 겁니까?”
[앗.]“회장님? 회장님!!”
뚜, 뚜, 뚜.
전화가 끊어졌다.
물론 이렇게 전화가 끊어졌다고 해서 회장이 나를 미친듯이 업무에 몰아넣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다.
단지 나보고 ‘주말에 돌아다니면서 이능력 뛰어난 여자들 꼬시고 다니세요!’라는 의미일 터.
그걸 직접 말하지 않는 건 총수의 자존심이고, 그걸 내가 알아서 캐치하는 건 나의 눈치와 능력이다.
삐빅.
스마트폰에 주요 타깃의 사진이 도착했다.
“최우선 목표는 스노우 화이트인가.”
나와 이미 접점이 있는 여자이며, 동시에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꼬셔야-아니 회유해야 하는 히로인.
‘이 여자가 강사로 뛰는 거 아니었으면 나도 못 들어갔겠지?’
이번에 내가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는 배경은 전부 스노우 화이트 덕분이다.
‘얘 때문에 사직서 던진 놈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스노우 화이트가 목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노우 화이트가 강사가 되는 덕분에 아카데미의 일자리가 많이 비었기 때문.
주로 뒤가 구린 자들이 바로 그만두었다.
빌런이라기보다는 비리가 많은 자들.
흔히들 스노우 화이트라는 히어로가 아카데미에 들어간다면 한 번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남을 법도 하지만,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싶지는 않을 터.
-조사해보니 당신,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납품 대금을 횡령했더군요!
-크윽, 들켰군!
-놓치지 않겠습니다! 빙령지옥!
-끄아악!! 내 하반신이!!
스노우 화이트의 얼음채찍에 맞고 싶은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나도 별로 맞고 싶지 않다.
스노우 화이트의 ‘빙결마법’은 단순히 몸을 둔화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마나의 흐름까지 둔화시키니까.
스노우 화이트에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
-으하하! 불꽃은 얼음을 녹이지!
-제 얼음은 그보다 더 온도가 낮은데요.
-…앗!
스노우 화이트의 빙결마법에 상성인 화염마법 능력자, 통칭 ‘파이로키네시스’ 같은 자이거나.
-왜 얼지 않는 거야…! 당신, 도대체 뭐야?! 무슨 힘인데?!
-그걸 알려주는 빌런이 세상에 어디있나?
아니면 나처럼 특별한 이능력으로 스노우 화이트의 빙결마법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
“빙결무효.”
예를 들어, 도깨비 방망이의 힘으로 ‘마나방한복’의 성질을 슈트에 불어넣는다거나.
대 스노우 화이트 전용 스킬이라 다른 빙결마법에는 쥐약이지만, 마나가 엄청 닳게 되지만 덕분에 나는 스노우 화이트로부터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다.
‘스펙은 B급, 아니 잘 봐줘도 A급이지만 워낙 S급들한테서 잘 도망가니까.”
그래서 내 빌런 등급이 S급일지도 모른다.
스노우 화이트를 비롯하여 이 나라에서 나를 잡을 수 있는 자는 거의 없고, 이 나라에 들어온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히로인들이랑 주변에 따라올 보디가드들인데.’
하지만 이제 곧 들어 ‘올’ 외국인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삐빅.
스마트폰 V튜브를 열어, 나는 이 국뽕세계에도 존재하는 국뽕 V튜브 하나를 틀었다.
각지에서 몰려드는 유명인들.
영국 공주, 독일 기업체 회장 손녀, 미국 유력 가문의 후계자, 아랍 왕녀.
[하나 같이 다 아름다운 미인으로 소문난 이들인데요, 이 사람들이 왜 한국으로 올까요? 현지 소식에 따르면 김치를 좋아해서-]이 외에도 정말 많은 여자들이 있는데, 이들을 두고 원작 세계관에서는 ‘히로인’이라고 불렀다.
-이 소설은 한국이 일본, 중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아랍 등 다양한 나라를 자기 걸로 만드는 소설입니다.
-내 생각에 작가는 그냥 국까에 외뽕인 듯. 한국계 히로인은 한 명도 없고 죄다 외국인이잖아.
-김치는 많이 먹었으니까 소시지도 먹고 민트초코도 먹고 파인애플 피자도 먹고 그런 거지….
-작가는 혹시 외국인 패티시가 있는 거 아닐까?
라고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계 히로인들이 많다.
실제로 지금 한국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는 유력자들 중 대부분이 히로인이다.
‘특별입학’이라는 이름으로 입학을 강행하려고 하는 자들.
히로인이 아닌, 히로인 외에 엑스트라 캐릭터들까지 포함하면 이번 특별입학 신청자는 수십 명이 넘는다.
양이 적다고 하기에는 그들의 질이 너무 높다.
이미 C급, B급인 사람도 있고, 심지어 A급인 존재도 있다.
이들이 세종 아카데미로 온 배경은 무엇인가?
주인공이 입학하기 때문에?
자칭 ‘S급은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하는 남자에 대한 정보가 이미 전 세계에 돌았기 때문에?
아니다.
전부 ‘스노우 화이트’ 때문이다.
-님. 그거 아셈? 저 공주님들이 왜 올해 갑자기 특별입학했는지?
-잘 모르는데…. 그냥 배움의 터전이라서 그런 거 아냐?
-후훙, 그런 거 없으심. 전부 저기 강사님으로 오신 백설공주, ‘스노우 화이트’ 님을 만나러 온 거임!
이라는 원작 대사가 떠올랐다.
옆에서 설명충 캐릭터로 안경돼지 캐릭터를 하나 넣어놨고, 그 캐릭터가 ‘뭐? 이것도 모르냐능?!’이라면서 다 설명해주더라.
일부러 설명충 캐릭터라고 옆에 만들어놓은 게 작가가 대충 대화문으로 용량 뻥튀기를 하려고 만들어놓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었다.
하여튼 그 캐릭터의 말에 따르면.
-스노우 화이트 님의 추종자들이라 한국으로 온 거라능! 백설공주의 또다른 이명이 뭔지 아셈?
“백합공주.”
백합(百合)이라고도 하고, 백합(白蛤)이라고도 한다.
물론 라노벨답게, 서브컬쳐적인 의미에서도 백합공주다.
무슨 의미냐고?
레즈다.
정확히는 스노우 화이트 본인은 레즈가 아닌데,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언니 타입이라서 레즈가 주변에 들끓게 되는 캐릭터다.
히로인들 대부분이 이 백합공주와 어떻게 만남을 추구해보려다가 주인공과 엮이게 되고, 결국 주인공이 하나둘 히로인들을 공략해나가다가 백설공주까지 공략하게 되는 게 스토리의 주요 골자.
라고 보여지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랑 같은 의도려나.”
스노우 화이트의 영입.
20세 이상 히로인 중 가장 포텐셜이 높은 빙결법사로서, 그녀는 주인공 다음으로 가장 강해지는 존재다.
그런 존재를 차지하기 위해, 혹은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또는 자국의 잘생긴 남자와 결혼시켜서 결혼이민을 유도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세종 아카데미에 사람을 파견하는 셈이다.
‘한국법이 적용되었으면 바로 국외추방일텐데, 세종섬은 그게 아니니까.’
세종섬이라는 곳은 한국의 영토지만, 국제법의 기준을 가장 먼저 따르는 곳이다.
-세종섬은 한국의 영토요!
-라고 질러버리기는 했는데, 갑자기 국제연합 전체가 압박하는데 어떻게 하지?
-에잇, 젠장…! 다른 건 몰라도, 여기 ‘동해’라고 못 박아! 분명히 우리 나라 땅이라고 국제연합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아주 심각한 일이 일어날 것이야!
아무리 한국이라도 전 세계적인 압박에는 이길 수 없었고, 세종 아카데미에는 국제연합에서 나온 사람들과 강대국의 대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세종섬에서 영어 쓰지 마! 세종섬의 공용어는 한국어다! 꼬우면 한글 배워오든가! 나랏말싸미 세계와 달리 문자와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그리하여, 이 세종섬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되었다.
물론 섬 자체가 아카데미와 함께 다른 일부 시설만 있는 곳이라 외국인의 수가 몹시 적은 편.
인구 5만명 정도 되는 섬에 외국인의 수는 1천명이 채 되지 않지만, 그 1천명이 대부분 이능력자거나 이능력 관련 종사자, 정부 기관의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내가 마주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도서관에 사서로 짱박혀있으면 아무도 안 올테니까!’
허구한날 마나 쌓기 바쁠텐데, 누가 과연 도서관에 올까.
‘제발 사람 없어라. 그래야 내가 거기서 만화랑 소설 보면서 시간 보내지.’
아무리 임무차 가는 거라고 해도, 아무리 빌런이라고 해도 ‘근무시간’이 있는 법.
‘나는 9 to 6를 지키는 직장인이라고.’
초과근무 잔업 수당을 주는 게 아니라면, 6시 이후부터 아침 9시까지는 온전히 나의 시간이다.
때로는.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다.
“이야.”
나는 TV 채널 속에 나오는 영상을 보며 짜릿함에 소름이 돋았다.
“이게 여기서 이렇게 나오네.”
이 세상.
2000년 이후에 나온 모든 컨텐츠가 다 내게는 ‘새로운 것들’이다.
만화도.
영화도.
소설도.
한 가지 안타까운 건 2000년 이후에 나온 것들 중, 일부 작품들은 현실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
누구처럼 이능력자로 각성해서 마력을 생명력으로 전환하며 만화를 찍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만화나 소설들은 작가가 ‘죽어서’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있더라.
혹은, 현실에 나왔던 것보다 훨씬 늦게, 다른 배우와 감독으로 작품이 나오거나.
“슬슬 영화 시작 시간이….”
나는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공룡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 밀어내는 영화는 못 참지.”
“……스노우 화이트?”
“아, 반포쟈이 바이크?!”
우연찮게, 나는 그녀를 영화관 옆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