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0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08화(109/668)
〈 108화 〉 5장. 아카데미의 봄날 (1)
* * *
서울로의 휴가.
백금태양 유미르와의 대담.
조연 히로인 율리아나의 폭주.
스노우화이트 백설희와의 결전.
궁기와의 합일.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서울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한 나는 세종섬으로 다시 돌아왔다.
마력의 상태는 양호.
소모된 마력은 서울에서 지내면서 제법 많이 회복했고, 총수가 선물이라고 특송으로 보내준 산삼을 먹고 나름의 양기도 보충했다.
세종섬에서 나갈 때와 돌아왔을 때 생긴 신체적 차이는 오직 왼손의 상처뿐.
어디서 이런 상처를 얻었습니까?
부부싸움 하다가 아내가 리모컨을 던지길래 그걸 손으로 막았다가.
저런…. 이제 반오십인데 벌써 인생의 무덤을….
하, 하하. 그래도 사랑하니까 같이 사는 거죠.
열심히 사시게. 혹시 이혼하려거든, 나중에 가정법원에서 책잡히지 않도록 귀책 사유 최대한 줄이고. 절대 경험담은 아니야. 경험담은. 통과!
도지환이 도깨비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종섬에 다시 들어올 때도 나는 안전하게 들어왔고, 그 누구도 나의 행적에 관해 의심하거나 미행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 저 피하시는 건 아니죠? 네?
진짜로 바빠서 그래.
요즘 빌런들 나오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바쁘실까? 여대생이랑 즐겁게 께임할 수 있는데!
께임이 아니라 게임.
일부러 말한 건데요?
유미르는 이전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내게 접근했다.
내가 아무래도 그녀의 상식을 파괴한 이후, 유미르는 이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 집에 들락날락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이런 미녀가 침대에 누워있는데 관심 없어요?
나는 유미르 학생을 그런 식으로 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걸?
그런 식이 어떤 식인데요? 막 이런 거? 아얏?!
숭하니까 담요를 덮든가 외투를 위에 걸치든가 해라.
어, 방금 되게 도…흠흠. 그 빌런 말투 같았어요. 흐흥, 어느 쪽이 진짜일까나…? 사서? 아니면…하항, 알았어요. 알았어. 그렇게 노려보지 마요.
…….
간과했다.
이 여자가 ‘서양인’이라는 것을.
정확히 따지자면 더욱더 복잡해지지만, 적어도 이 여자가 살아온 환경은 영어 문화권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유미르 학생과 게임할 시간 없어. 책 봐야 해.
같이 봐요, 그러면!
안 돼. 책은 혼자 봐야 하거든.
확 도서관에서 다음 권 빌려버릴까 보다.
그런 악독한 짓을 하면 도깨비가 찾아가서 ‘이놈’ 할 거다.
그게 빌런 짓이에요?
아무리 유미르와의 관계가 이렇게 되었다고 한들, 내게는 도서관 2층에서 빌려온 문학 소설이 더 중요했다.
아니, 어떻게 남자가 20세 미녀가 방에 와서 침대에 누워있는데 그렇게 시선 하나 안 돌리고 책만 볼 수 있어요!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녜요?!
책 읽는 중에 옆에 와서 그렇게 소란 피우는 게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하니?
끄으으…! 흥! 집에 갈래요!
집까지 바래다주지.
와, 이 인간 진짜…!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 있지만, 서로 약점 아닌 약점을 쥐고 대결 아닌 대결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쪽은?
스노우화이트, 백설희는 도지환이 도깨비라는 걸 모른다.
지환 씨, 혹시 울릉도 가실 예정 있으세요? 울릉도 도로에 벚꽃이 되게 예쁘게 피었다던데.
곧 온천에 한 번 갈까 생각 중입니다. 얼마 전에 손을 다쳤거든요.
예? 왜요? …어느 손이요?
왼손입니다. 아내랑 욕실에서 그만.
아, 그, 그렇군요…. 하아.
여전히 세종섬에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는 백설희와 울릉도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날짜 정해지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직접 한 번 왼손 봐 드릴 테니까.
고맙습니다, 설희 씨. 설희 씨도 강원도에서 무리하셨던데, 푹 쉬셔요.
보셨어요?
뉴스에서 나오길래.
은근한 어필을 통해 도지환이 도깨비라는 걸 인지하게끔 만든다면, 분명 나중에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미르.
백설희.
두 히어로를, 두 히로인을 불륜 타락으로 결사의 사람으로 만든다.
그 담대한 계획을 이루기 위해 모처럼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왼손에 붕대를 감고 깁스까지 두르고 왔는데….
“팔은 왜 그래요? 선생님 같은 분이 도깨비 놀이 하다가 다치셨을 리는 없고.”
“뭐?”
일하던 도중에 책을 빌리러 온 핑크, 학생회장 윤이선은 깁스한 내 손을 가리켰다.
“도깨비 놀이요. 요즘 유행하고 있던데.”
“유행…이라고? 그건 또 뭐야?”
“모르세요? 도깨비가 스노우화이트의 공격을 받아내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다가 다들 다치는 거요. 음, 친구들끼리 술 마시다가 혹시 장난치신 건 아니죠?”
“놀리는 거지, 윤이선 학생?”
“놀리는 건 아니고, 그냥 요즘 그렇게 왼손을 다친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요.”
“내가 그런 걸 할 사람으로 보여?”
“그럼 뭐 하다가 다치신 건데요?”
“부부싸움 하다가 맞았어.”
“…….”
“별 건 아니야. 그냥 말이 부부싸움이라는 거지, 그냥 사고 같은 거니까.”
윤이선의 말에 나는 바로 도깨비 놀이라는 걸 찾아봤다.
“도깨비 놀이…. 찾았다. 이거야?”
“네. 이거 맞아요. 워낙 지금 인기라서 아무거나 봐도 다 도깨비 놀이지만.”
그리고 인터넷에서 금방 왜 이게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도깨비 펀치! 도깨비 킥!
백설공주 펀치! 도깨비 잡기!
도깨비 합체! 도깨비 로맨스!
설녀메이킹 챌린지!
“하.”
이 무슨 잼민이 파티.
“스노우화이트랑 도깨비랑 싸웠던 거, 새로 오피셜로 떴어요. 아머드 태조의 태극워치 쪽 카메라로 보이던 영상인데, 말소리는 안 들려도 전투는 다 보이고 있죠. 그 전투를 따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도깨비 펀치라거나 이런 건 다 뭐야?”
“다들 도깨비의 기술을 따라 하는 거죠. 원래 어떤 기술이든 유행 타면 애들끼리 서로 따라 하거나 그걸로 막 괴롭히기 마련이잖아요.”
“허.”
아무리 이 세상 능력자 대부분이 잼민이라고는 하지만, 이능력자의 전투를 가지고 설마 잼민이들처럼 따라 할 줄은 몰랐다.
물론 반년 동안 여기서 살았으니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을 때가 많다.
도지라이더 때도 그랬지만, 이 세상 사람들은 겉멋만 좀 난다 싶으면 다 따라 하는 건가?
‘절대 지건이나 철괴 같은 건 쓰면 안 되겠다.’
누군가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줄 수 있는 기술은 되도록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이렇게 퍼지는 걸 막을 방법도 그걸 따라 하지 말라고 할 방법도 없다.
“영상 앞에 그런 거 나와야 하는 거 아냐? 절대 따라 하지 말라고. 돈 트라이 디스 엣 홈.”
“막는다고 안 하나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다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거라고?”
“따라 하고 싶게 만든 도깨비 잘못이죠.”
“아니.”
억울하다.
“그게 말이나 돼?”
“네. 아머드 태조나 다른 애들 싸우는 거랑 도깨비가 전투하는 건 완전 느낌이 다르거든요. 당연히 말이 되죠.”
“이거 보실래요?”
“아니, 안 봐. 그거 뭔지 알아. 상모 풍차돌리기 어택이잖아.”
“그런 거랑 도깨비 싸우는 거 보면 당연히 도깨비 쪽을 따라 하고 싶겠죠?”
도지환은 도깨비가 아니지만, 몹시 억울하다.
“그래서 이선 학생은 저런 거 안 따라 하지?”
“따라 하고 싶어져요.”
“뭐라고?”
“스노우화이트 쪽이요. 저 도깨비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TV 켜서 봤거든요? 하아. 스노우화이트 쪽이 부러웠어요.”
“뭐?”
윤이선은 발그레 얼굴을 붉히며 두 손으로 얼굴을 토닥였다.
“도깨비가 저런 식으로 공격을 받아내고 난 뒤에 허리를 휘감아주다니. 아아, 너무 멋져요. 제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저 분명 너무 기뻐서 혼절했을 거예요.”
“…….”
도깨비의 열성팬인 윤이선은 백설희를 질투했다.
“보세요. 검을 휘두르려다가 베일까 봐 일부러 검을 밀어내는 모습을. 아래로 넘어질 때 땅에 부딪칠까 봐 발등으로 등허리를 받치는 모습을. 그리고는 칼을 목에 겨누는데, 일부러 칼끝이 목에 안 닿게 살짝 거리를 두려고 어깨를 뒤로 넘기는 모습을. 하, 진짜 스노우화이트는 계 탔지….”
“혹시 애들이 이런 것도 따라 하니?”
“네. 여자애들 뒤통수 깨지고 막 난리예요. 커플끼리 따라 하다가 그대로 넘어져서 서로 싸우는 경우도 많고. 이 자세 따라 하는 게 지금 ‘챌린지’라면서 인증 영상 찍는 게 유행이기도 하고요.”
“세상에.”
아무리 이 세상이 하나 이슈가 되면 그걸로 엄청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사이버 렉카들이 그걸로 조회 수와 돈을 버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을까.
“이름이 설녀메이킹 챌린지가 뭐야, 대체.”
“그거야 도깨비랑 얼음공주랑 결혼하면 당연히 태어나는 건 설녀….”
“너는 도깨비 팬이라며. 도깨비랑 스노우화이트랑 이어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안 되죠. 도깨비는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왜 자꾸 엮으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불만이에요. 도깨비는 만인의 것인데.”
윤이선은 입꼬리를 비틀며 짜증을 냈다.
저게 팬심인 건지 연심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윤이선이 도깨비라는 존재의 커플링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있다는 건 알겠다.
“만일 도깨비가 막 연인이 되거나 결혼을 한다고 하면 어쩔 거야?”
“……도깨비가, 결혼을?”
윤이선의 눈동자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그러면…. 정말, 충격적이긴 한데….”
주먹까지 부들부들 떨며, 생각만으로도 울컥한다는 듯 눈물까지 글썽이던 윤이선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해, 행복하다면 오케이….”
“…왠지 미안하네.”
여러모로.
“책 빌려줄게. 이번에는 무슨 책이야?”
“아. 그, 울릉도에 관한 책이요. 정확히는…울릉도의 땅에 관한 거.”
윤이선이 꺼낸 책을 보자, 나는 메인 스토리가 생각났다.
4월.
지방 실습.
원작, 2권에 해당하는 내용.
히로인 납치.
범인.
도깨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