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0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09화(110/668)
〈 109화 〉 5장. 아카데미의 봄날 (2)
* * *
지방 실습은 4박 5일, 월요일에 세종섬에서 출발하여 금요일 저녁에 세종섬으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울릉도, 제주도, 강화도와 같은 섬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서울이나 경기 외곽으로 파견되는 경우도 있다.
야, 이거 농어촌실습 아니냐?
므아! 써울이랑 경기도가 농어촌이가!
말이 그렇다는 거지!
몇몇 불편한 이들의 요구에 따라 ‘지역실습’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정리된 이 현장실습은 히어로의 임무 중 하나인 대민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해가 일어난 지역에 이능력을 활용하여 복구에 나선다거나.
야간 순찰업무를 통해 지방의 열악한 환경을 확인한다거나.
지방에 있는 B급 이상 히어로로부터 여러 가지 어드바이스를 듣는다거나.
혹은, 실습 기간에 나타난 빌런을 상대로 실전을 들어간다거나.
다양한 목적이 있지만, 대부분은 연애하러 나간다.
내 실습메이트는 누구냐!
합법적으로 썸 탈 기회…! 펜션에 숙박 중일 때 밤에 몰래 불러내서 같이 산책하자고 하면 될 거야…!
지난번에는 2인 1조였고 하루였지만, 이번에는 4박 5일 동안 같이 지내는 거니까 분명 커플이 될 확률이 높아!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에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히어로 지망생이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혀를 차고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이들은 어려서부터 대부분 세종섬에서 자랐고, 세종섬에서 긴 기간 학교에 다녔다.
아무리 주말마다 나올 수 있다고는 한들 그 과정이 입출국하는 것만큼 귀찮고, 나올 기회도 마땅찮은 게 학생들의 현실이다.
세종섬 바깥, 반도 내에서의 생활로부터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게 누군가는 꼭 군대와도 같다고 비유하더라.
학생은 아니고 아마 교직원 중에 누가 했던 말이었던 것 같은데, 몇 년을 세종섬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학생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학생들도 숨 좀 돌릴 틈이 있어야지. 봄 소풍 나간다고 생각하고, 4박 5일로 지방 한 번 쭉 돌아보세요. 산도 올라가고, 자연 구경도 하면서 맑은 정신도 유지하고.
4월의 지역실습은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하는 시간이다.
배움의 기회.
연애의 기회.
정신 수양의 기회.
여러 가지 번지르르한 말은 다 갖다 붙였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이능력자들의 폭주를 막기 위한 힐링캠프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한 번 아카데미 차원에서 외유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이능력자들이 갇혀있다는 느낌 없이 폭주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이능력자들의 올바른 성숙, 그러니까 사회적인 관점에서 ‘폭주하지 않고’, ‘영웅적 마음가짐을 기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하지만 항상 어린아이들이란 밖으로 나가면 꼭 사고를 치는 법.
사고를 안 치는 아이들만 있으면 참 좋으련만, 밖에 나갔다가 절제력 없이 행동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1주일간의 현장실습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지키지 않는 자.
기본적인 커리큘럼을 따르지 않고 몰래 밖으로 나가서 유해한 행위를 하는 자.
그런 자들이 일으키는 사건·사고가 많기에 매년 현장실습을 없애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은 나오지만, 아카데미는 현장실습을 매번 실시하고 있다.
이 또한 솎아내기일지니.
모든 것은 나라를 위해 충성하고, 국민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애국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
이 또한.
영웅을 기르기 위한 과정이니라.
설령.
그 과정에서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친다고 해도.
* * *
원작 1권그러니까 3월의 메인 스토리가 율리아나와 명절의 대악마 조카디엘의 습격이라면, 원작 2권은 세종섬을 벗어나 지방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세종섬으로부터 멀어진 만큼, 섬이라는 환경에서 벗어난 만큼, 히어로 지망생들을 향해 사방에서 온갖 유혹의 손길이 다가오게 된다.
“주모. 아카데미 학생들을 상대로 현혹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나는 주모의 집에 들어와, 주모와 지역 견학에 대비한 자료를 정리했다.
“나이에 따라 다르지 않겠어? 현장실습, 중2부터 대학생까지 다 가는 거잖아.”
초등학생과 중학교 1학년, 14살 이하는 세종섬 내에서 보물찾기와 같은 커리큘럼이 한 번 더 반복된다.
“내가 말하는 건 성인부 학생들 말이야.”
“대학생들?”
“그래. 중고딩들 수학여행 가는 건 내 관심 밖이고, 내가 관심 있는 건 성인부야.”
“중고딩 쪽은 교직원이나 선배 이능력자들의 감시가 강하니까?”
“그래. 아직은 학생이니까, 사회적 시선이 많으니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하겠지.”
아무리 이능력자라고 해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능력자들을 향한 사회의 감시망은 철두철미하게 펼쳐져 있다.
“걔들이 치는 사고는 그냥 ‘에휴, 저 나이 때는 저럴 수 있지’라고 생각할 정도야.”
특히 아직 성년에 이르지 못한 나이의 중고등학생 같은 경우, 경찰이나 군인, 성인이 되어 이미 히어로로 활동하고 있는 이능력자까지 동원되어 관리 감독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아니, 청소년들이 더 위험한 거 아닌가요? 질풍노도의 시기에? 사춘기 몰라요, 사춘기?! 이능력자는 사춘기도 없어요?!
청소년기가 위험하지 않겠냐.
실제로 지금까지 나타난 빌런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내가 세종섬에 와서 처음 만났던 악마 릴리스도 그렇고, 태조의 유전자를 훔친 율리아나도 그렇고, 다른 경우를 둘러봐도 청소년 시기가 더 위험하다.
위험한 건 맞다.
하지만 그게 ‘도깨비가 나설 위험’이라고 생각해보면, 그건 조금 어폐가 있다.
“히어로들이 케어할 수 있는 건 놔두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마수를 뻗치는 걸 조사해야 해.”
성인은 위험하다.
특히 유미르의 나이, 20살과 같이 이제 막 성년이 된 나이는 더더욱 위험하다.
“위정척사나 활빈당, 온갖 빌런 조직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접근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특히…위정척사-판데모니엄 놈들은 위험해.”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방 실습은 빌런이나 외부 조직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영입 시즌’이다.
그리고 국가에서 실시하는 또다른 ‘시험’이기도 하다.
“주모. 그거 알아? 지방 실습 때 국정원 요원들이랑 정부의 개들이 하는 일.”
“외교관이나 스카우터, 빌런 조직원으로 위장해서 유혹하는 거?”
“그래.”
세종섬 밖으로 나왔으니 이런저런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테고, 그 가운데에는 이능력자를 향해 소위 오퍼를 넣는 이들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공중화장실에 잠깐 들렀는데 옆 칸에서 명함 하나가 날아온다거나.
외부 통신 기기를 이용했는데 거기로 외국에서 이민 제안이 들어온다거나.
힘이 부족한 자들에게 밤에 몰래 찾아가서는 ‘힘이 필요한가’라면서 악마가 되기를 유혹한다거나.
“아카데미에서 주도하는 것도 있고, 실제로 외국이나 빌런들이 유혹하는 것도 있지. 그런데도 이런 실습을 하는 이유가 뭘까? 그런 게 뻔히 발생한다는 걸 알면서도 하는 이유는?”
“그야 당연히 충성심을 검증하는 과정 아니겠어.”
“그래.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자만이 이 나라에서 애국자로 남을 수 있는 거지.”
중학생 때까지는 뭐 그렇다 치더라도.
고등학생 때 슬슬 다가오는 유혹의 마수를 뿌리치고.
지금, 20세가 된 시점에서 다가오는 진정한 악마의 손길을 뿌리치고 나서야 진정한 이 나라의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이 또한 솎아내기일지니.”
“그건 무슨 말이야?”
“총장이 자주 한다고 하는 말. 되게 그럴듯하게 환경을 만들어놓고, 국가에 애국하지 못하는 자들을 잘라내 버리면서 하는 말이 그거야.”
원작에서 총장이 총장실에서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유혹당해서 가지치기 당한 애들이 불쌍하네. 그런 애들은 자기가 시험당한 줄도 모르고 평생 낙인찍힐 거 아냐.”
“그러다가 진짜로 이민 가는 거지. 평생 ‘위 사람은 C 국가의 브로커로부터 대량의 마나 파우더와 600억 연봉을 받는 데 동의함’이라는 낙인이 찍혀있다면. 그거 띄워봐. 전국지도.”
나는 주모가 띄워둔 지도의 붉은 점들을 가리켰다.
“분명 일박에 200만 원 가까이하는 펜션이나 콘도, 혹은 저기 국가 연수원 같은 곳을 숙소로 잡았을 거야. 거기 위주로 조사해줘. 근처의 지형, 숨을 만한 곳, 그리고 갑자기 근처에 자주 나타나는 차량들이라거나…응?”
띠링.
주모와 함께 지방 실습을 위해 준비된 숙소 인근을 조사하던 중,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렸다.
“이거….”
“누구야? 백? 유?”‘
“유미르. 아무런 말도 없이 사진을 보냈네.”
나는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을 열었고, 곧바로 닫아버렸다.
“뭐야. 뭐 이상한 거라도 보냈어?”
“…이런 거 보내면 곤란한데.”
“곤란하다는 거 봐서는 야한 거야?”
“야한…. 야한가? 잘 모르겠군.”
어떻게 보면 건전하고, 저기 방송사에서도 9시 아침 건강 프로그램을 틀면 나올 것 같은 모습이기도 하니까.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정도의 사진?”
“그렇기는 한데, 굳이 올릴 필요는 없지.”
나만 보라고 보낸 사진일 테니.
“주모. 미안하지만 조사는 맡겨야겠어. 아무래도 우리 금부도사께서 또 한바탕하고 싶은 모양이야.”
“미안할 게 뭐 있어? 기반 자료 조사하는 건 내 역할이고, 과장님 역할은 여자들 홀리는 건데. 화이팅. 아, 이거 필요해?”
주모는 침대 옆 협탁 안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매국박스.”
“……별로 쓸모는 없, 아니지.”
나는 주모에게로 다가간 뒤, 매국박스에서 비타민 사탕 하나를 꺼냈다.
“어그로 끄는 용도로 하나는 필요하겠어.”
“…안 쓸 거라는 얘기 아니야?”
“주모.”
나는 지갑에 비타민사탕을 넣은 뒤, 주모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잘 아네.”
이 섬에.
이 나라에.
“매국노가 될 수는 없잖아.”
“그런데 왜 챙겨가?”
“협박용.”
나는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현관으로 나섰다.
“매국할래, 애국할래. 애국자라면 당연히 애국해야 하지 않겠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