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12화(113/668)
〈 112화 〉 5장.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 (1)
* * *
유미르가 드립을 치는 것, 유미르가 은근한 어필을 하는 것.
그 모든 건 당연히 내가 다 알아채고 있다.
유미르는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고, 저기 아메리카에서 자란 사람답게 유교문화권과는 거리가 먼 관념을 가지고 있다.
나는 빌런이다.
그런 마음가짐마저도 이용할 자신이 있고, 괜히 답답하게 ‘응? 뭐라고?’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유미르 학생. 밥 다 먹었으니까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건데.”
식후.
테이블을 정리하고 거실에서 티타임을 가지며, 나는 유미르와 마주 앉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나랑 그런 쪽으로 하려고 한다면, 진지하게 각오해야 할 거야.”
“각오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평범함과는 달라.”
완전 다르다.
도깨비의 원본이 가진 힘인 건지, 원작에서 최종 보스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나는 도깨비방망이가 가진 위력을 십분 이해하고, 또 완벽하게 다루어내고 있다.
빌런 S등급이라는 명예와는 별개로,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거의 EX 등급에 가깝게 다루고 있다.
거기에 약간의 ‘보정’과 ‘보조’만 더해진다면, 진짜로 무한에 가깝게 달리는 게 가능하다.
“내 아내도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하는 게 나야.”
“……그, 뭐 아내랑 게임을 하는 거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이거.”
탕.
나는 지갑에서 물건 하나를 꺼냈다.
“…!!”
유미르는 표정이 굳었다.
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나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했다.
갑자기 어딘가 좀 그래졌는지 양반 자세로 앉아있다가 무릎을 꿇은 자세로 고쳐 앉았고,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 저기…. 비타민 사탕인가요?”
“보통 비타민 사탕에는 C라고 적혀있지, 0.01이라고 적혀있지는 않지.”
혹자는 이것을 두고 매국실드라고 부른다.
아이를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주장하는 이 세계의 나이 든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물건은 애국에 상당한 방해가 되는 물건이다.
혹자는 이것을 두고 겁쟁이실드라고 부른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 꺼풀 옷을 더 껴입는 것과 마찬가지기에, 자신 없는 이들이 주로 쓰는 거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것을 진정한 사랑을 위한 도구라고 부른다.
준비되어있지 않는 상태에서 애국이 이루어지는 것은 곧 불행의 시작이고, 진정한 애국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을 때 비로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물건은 매국 행위에 악용될 뻔했다.
얼마 전, 강원도 사태만 하더라도 그랬다.
“자신 있으면 들어와. 이거 필요 없다고 해도 상관은 없어. 나랑 끝까지 갈 자신이 있으면 계속 그렇게 행동하고, 아니면 그만둬.”
“…….”
“나를 상대로 그렇게 해주는 건 엄청 고마운데, 나도 언제까지 가만히 참을 수만은 없거든.”
“누가 그랬는데….”
유미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손을 천천히 탁자 위로 올렸다.
“남자는 다 늑대라고 그랬어요.”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늑대는 의외로 순정파야. 한 여자와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다른 여자랑 다시는 결혼하지 않는다고.”
실제로 그렇다.
“늑대왕 로보라고 알아? 저기 아메리카에 있던 늑대였지. 늑대 중에서도 엄청 덩치가 큰 개체인데, 자기보다 덩치가 큰 소나 영양을 잡아먹기도 했어.”
“잡아먹는다….”
“그 어떤 존재에게도 잡히지 않았지. 지능이 엄청나게 뛰어나고 교활해서, 인간이 만든 그 어떤 덫이나 함정에도 걸리지 않았어. 그런데 결국 인간에게 잡혔어. 어떻게 잡혔는지 알아?”
“…여자를 이용해서?”
“맞아. 사냥꾼들은 로보의 아내를 붙잡아 죽였고, 아내가 죽은 걸 안 로보는 미쳐 날뛰었어. 그러다 잡혀서 죽었지.”
늑대는 의외로 지고지순한 순정파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늑대랑은 다르잖아요.”
“…늑대는 무리생활을 하고, 그 무리는 환경에 따라 다른 법이야. 야생에 있는 늑대 무리와 인간에게 사육당한 늑대의 무리가 다른 것처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남자는 다 늑대라는 표현이 항상 옳지는 않다. 하지만 뭐, 순진한 양을 덮치는 늑대의 모습을 생각하면 관용적인 표현이니까 넘어갈 수 있다. 즉….”
나는 잠겨있는 현관문, 그리고 블라인드가 내려온 커튼을 가리켰다.
“유미르 학생은 지금 늑대의 소굴에 스스로 발을 들이고 들어온 순진한 양이라는 거야. 알겠어?”
“…….”
“잡아먹히기 싫으면, 늑대가 자비를 베풀 때 적당히 거리를 벌려.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순간, 양은 영영 늑대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을 테니까.”
경고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유미르 학생이 비유랑 은유를 좋아해서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줄게. 나, 보기보다 더 무서운 남자야. 유미르 학생이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완전히 뒤틀릴 수 있어.”
“그건.”
“도지환이라는 인간이 만약 고블린이나 오니와 같은 악당이라고 할 경우, 그런데 유미르라는 히어로 지망생이 도지환에게 푹 빠져버린 경우. 과연 그때, 너는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어?”
“……!”
히어로로서의 딜레마다.
“히어로로서의 유미르인가, 아니면 남자에게 푹 빠진 유미르인가. 히어로의 길을 관철한다면 그건 정의로운 길로 나아가는 거고, 악당인데도 남자를 택한다면 그건 유미르 학생이 서서히 어둠에 물드는 셈이지. 자신 있어?”
그냥 단순히 남녀 관계만 말하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빌런이 많아. 특히 갓 성년이 된 히어로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타락시키고자 하는 빌런들이 정말 많지.”
돈, 권력, 마나 파우더, 악마의 힘 등.
“권력욕, 지배욕, 재물욕…. 집단을 살아가는 인간이 가진 욕망을 자극하는 빌런들은 수도 없이 많아. 유미르 학생은 그런 빌런들을 상대로 정말 자신만의 ‘정의’를 관철할 수 있어?”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히어로가 될 수 있냐고요?”
“그래. 나는 그런 히어로들을 정말 많이 봐왔지. 유미르 학생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나는 2개의 지구에서, 25년 동안 펼쳐진 문화를 누리고 있는 인간이다.
그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영웅을 보아왔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면서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는 히어로를 봤었고, 그 히어로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빌런으로 타락하는 것도 보았다.
이 세계보다도 더 많은 빌런의 타락을.
“유미르 학생이 어려서부터 즐겁게 봤던 건 뭐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뭐든 좋아. 그런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히어로가 타락하는 걸 본 적이 있어? 없지? 당연한 거야. 어린아이들에게 히어로는 멋진 존재여야 하고, 빌런으로 타락해서는 안 되는 존재니까.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만’ 보여줬던 거지.”
이 세계에서 빌런으로의 타락은 진짜 위험한 내용이니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악마와 결탁해 악마가 된 빌런이 될 수도 있고.”
이제 난 완전해졌다거나.
“권력자에게 버려진 나머지 악마에게 붙잡혀 악마의 여왕이 되는 빌런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바로 악마 여왕이라거나.
“서툴지만 정의감만큼은 투철했던 존재가 정신적인 세뇌를 통해 세상 그 어떤 악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악마왕이 되는 경우도 있지.”
악마왕의 자리를 계승하는 중이라거나.
“혹은 그런 악마들로부터 고통받고 세뇌당해 타락했으나, 결국에는 스스로 악마가 되어 히어로도 인간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렸다거나.”
…어째 어떤 곳만 자꾸 떠오르는 것 같지만, 유미르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전부 새로운 자극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있을 수도 있지. 있었거나,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이야기로 만들어졌지만 세상에 나올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거나.”
이 세계에, ‘빛의 타락’과 같은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니까.
“유미르 학생이 살아온 구체적인 궤적에 대해서는 나도 몰라. 하지만 유미르 학생이 살면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아, 물론 인터넷 이야기야. 그렇게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악마들을 만나왔던 경험이 있다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솔라 플라티나로서.
지금은 마법소녀 금부도사 백금태양으로서.
“주변에서 다가오는 온갖 유혹이라는 이름의 악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어?”
“…도깨비는.”
유미르는 바른 자세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도깨비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빌런이지. 타락하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악’이었던 존재였으며,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서 자기 목표를 이루려는 존재.”
“그 목표는 뭐죠?”
“세계정복.”
이 썩어빠진 세계를 하나로 통일하여, 총수의 지배하에 분쟁과 타락을 극한까지 낮추겠다.
“도깨비는 아주 단순한 존재야. 자기 조직이 세계를 정복하는 게 세계를 가장 안정화한다고 확신하고 살아가는 녀석이거든.”
“설령 빌런이 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기에는 이 세상에 악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도깨비의 방식에 ‘구제’는 없나요?”
“없어. 하지만 만약 그런 방법이 있다면, 그런 방법을 가지고 있는 ‘히어로’가 있다면.”
나는 유미르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렸다.
“도깨비라면 자기네 조직으로 들어오기를 바라겠지만, 인간 도지환은 그런 히어로를 개인적으로는 응원하고 싶네.”
“……선생님은 정말 이기적이고 치사한 분이네요.”
유미르는 입술을 삐죽이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좋아요. 그럼…그런 히어로가 정말로 남들과는 다른 히어로라는 걸 증명한다면 어떻겠어요?”
유미르는 탁자에 놓인 비타민 사탕을 들었다.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모두를 구제하는 히어로의 길을 계속 관철할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악마가 된다면?”
“간단하죠. 도깨비는 그 히어로가 악마가 된다면 바로 잘라내려고 하겠지만, 저는 달라요.”
유미르는 비타민 사탕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더니.
“저는 도깨비가 악마가 된다고 하면, 그 악마 도깨비마저 구원하는 히어로가 되고 싶네요.”
툭.
손가락을 튕기며, 비타민 사탕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정확히 집어넣었다.
그런가.
유미르는 굳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기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면 나도 그 의지에 배신해서는 안 된다.
“선생님, 저 오늘….”
삐비비비비비!!
유미르와 내 태극워치에서 ‘빌런 출현’ 경보가 울렸다.
그것도 악마의 등장을 알리는 긴급경보가.
“아, 씨바.”
“…….”
“……흠흠.”
유미르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태극워치를 벗었다.
“선생님, 저 잠깐 밖에 다녀올게요.”
“…….”
누구 하나 죽는 건 아니겠지.
아마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