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20화(121/668)
〈 120화 〉 5장. 증명의 전장, 울릉 (5)
* * *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백설희는 조사를 시작했다.
유미르.
20세.
“쳇.”
이능력자. E급. 신체 강화.
“흥.”
프로필 사진.
“……쯧.”
나이가 어리다는 것에 화가 나고, 이능력이 더 높다는 것에 안심하고, 위키에 등재된 사진을 보니 뭔가 화가 나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는 미묘한 상황.
“그래. 하긴. 순진하게 생각한 내가 바보지.”
지금까지 일부러 말을 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중간에 갑자기 생긴 건지는 모른다.
도지환은 유부남이고, 문어발이다.
심지어 아내의 허락과 지시를 따르고 있는 처지니, 작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무나 만나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20세 여대생이라니.
아무리 여자를 만나는 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유로울 수 있나?
백설희라는 사람이 있
“……9일 21시간 34분?”
백설희는 잠깐 스마트폰을 켠 다음, 어플 하나를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 시점으로부터 스톱워치를 켜놓았던 어플로, 어느 시점인지는 굳이 입 밖으로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시점으로부터 제법 시간이 지난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전의 시간과 간격을 따져보면, 거의 10일이나 2주에 한 번꼴로 기록이 되어있을 뿐.
최초의 만남은 일단 그렇다 치고.
울릉도에 멘탈케어를 위해 직접 상담하러 갔던 이후, 스탑워치를 통해 카운트가 걸린 횟수는 고작 3번뿐이었다.
“…음.”
백설희는 생각했다.
과연 그런 아내가 열흘에 한 번 그러는 걸로 만족할까?
어쩌면 왜 더 만나지 않냐고, 당장 사진을 만들어오라고 하는 게 아닐까?
저, 손을 다쳤거든요. 아내랑…하하하.
이전에 통화를 했을 때가 기억났다.
자신이 강원도에서 한창 싸우고 있을 때, 도지환 또한 아내와 싸우고 있었다.
내가! 몇 번이고 말했지!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최대한 많이 찍어오라고!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다고!
아, 알았어. 여보, 진정해. 응?
이번에 세종섬 돌아가면 최소한 하루에 하나 정도는 반찬을 가져와! 알겠어?! 안 가져오면 이혼이야!
여, 여보! 잘못했어! 내가 잘할게! 응?!
“…그런 건 아니겠지?”
어제 본 드라마가 생각났다.
남자가 여자에게 절절매는 내용의 드라마였고, 일부 남자들에게 욕은 먹었지만 설정상 남자가 비능력자에 여자가 A급 이능력자라는 설정이 붙어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이야기였다.
이능력자랑 비능력자랑 결혼하면 당연히 이능력자가 갑이지.
어쩌면 도지환의 아내는 이능력자일지도 모른다.
도지환 같은 사람이 아내의 부탁이라고는 하지만, 그간 백설희가 봐온 성품은 그렇게 외간 여자와 놀아나는 사람은 아니다.
도지환이 저지르는 불륜의 근간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깔려있다.
조금 말도 안 되는 말 같지만, 실제로 백설희가 느끼는 도지환이라는 남자는 그런 남자였다.
지환 씨. 저 좋다고 했잖아요. 아내랑 헤어지고 저랑 결혼할래요?
예? 설희 씨. 그건 제 아내가 그걸 좋아해서 그런 거죠. 착각하지 말아 줄래요?
아, 으, 네….
아직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아직 아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찾지 못했지만, 백설희는 도지환이 밝힌 충격적인 진실을 들은 이후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도지환의 해방.
도지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아내로부터 도지환을 해방한다.
그래.
그렇다면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
“…불쌍한 지환 씨. 내가 자주 만나지 못해서.”
결론이 나왔다.
백설희는 지금까지의 간격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도지환의 왼손을 부러뜨린 ‘그 미친 여자’는 그것마저도 부족하다고 도지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왈패와도 같은 여자다.
그런 여자라도 사랑하기 때문에, 도지환은 유미르라는 새로운 여자와 만남을 추구한 것일 터.
“…싫네.”
백설희는 몸을 일으켰다.
태극워치를 두드려, 스마트폰 화면에 바로 일정표를 띄웠다.
내일은 세종섬으로 돌아가는 날.
정부 공식 행사에 동원되어 돌아가는 당일은 다행히 행사나 강의가 따로 없었고, 히어로 협회 쪽 행사 말고는 별다른 일정도 없었다.
그렇다면.
삐비빅.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협회장님? 저, 내일 집에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왜? 갑자기 무슨 일 있어?]“…그냥, 쉬는 날이에요.”
[…! 아, 알았어. 이것 참. 그래, 푹 쉬어. 설희 씨 찾는 사람은 내가 다 알아서 커버할 테니까. 푹 쉬라고. 알겠지?]“고마워요.”
백설희는 태극워치를 손으로 덮었다.
“…아, 아아….”
그리고는 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렸다.
“이렇게까지 해버리다니….”
백설희의 마음속.
삼각형의 모서리가 바닥에 닿는 순간, 양심의 부스러기가 바닥에 흩날렸다.
* * *
충격과 공포의 연속이다.
유미르는 저녁부터 자정까지 있었던 일을 곱씹어보고 돌이켜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
“쓰레기네.”
도깨비는 쓰레기다.
마법소녀 백금태양을 영입하기 위해, 일부러 백금태양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걸 지적하지 않았다.
나름의 훈수 아닌 훈수는 해줬지만, 그 훈수를 바탕으로 도깨비는 백금태양이 자기편에 설 수 있도록 상황을 유도하려고 했다.
일단, 도깨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금태양을 영입하려고 한다.
그건 오케이.
빌런이니까.
하지만….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유미르는 히어로 위키에 들어간 뒤, 바로 ‘백설희’ 항목을 찾아보고 또 찾아봤다.
찌라시는 많다.
누가 백설희를 상대로 고백했다더라, 어느 연예인이 이상형이라고 밝혔다더라, 다른 나라 S급 히어로가 한국에 가면 스노우화이트와 한 번 대련했으면 좋겠다더라.
아예 ‘백설희/논란/구애’라는 항목으로 따로 페이지가 개설되어 있을 정도로 백설희를 향한 남자들의심지어 여자들의 구애 또한 많았다.
이런 백설희의 이름이 적힌 자료 아래, ‘도지환’이라는 이름은 아무것도 없었다.
없는 게 정상이다.
만약 있었다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폭발했을 것이다.
이능력자 S급 백 모 씨, 도서관 사서 D씨와 열애 중?!
하물며 애국했다거나 울릉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라도 퍼지는 순간, 전 세계의 온갖 구애자들이 나타나서 도지환을 족치려고 할 것이다.
도지환이 도깨비라는 걸 모르는 상황에서만 두고 본다면.
도지환이라는 남자는 그저 세종 아카데미의 사서에 불과하니까.
하물며
“앗…!”
도지환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다 보니, 이상한 사이트로 넘어가 버렸다.
“아니, 미친?”
그리고 유미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서관 낙하산 개꿀ㅋㅋㅋ
ㄴ이야. 낙하산으로 들어와서 이능력자 꼬시는 데 성공했네.
ㄴ외국인이니까 인정. 한국인이었으면 당장 신고했을 것.
ㄴ외국인을 한국 며느리 만든 거면 능력자 아니냐? 하라는 책 정리는 안 하고!
자신과 도지환이 방금 기숙사로 같이 오는 사진이 찍혀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은 대체…!”
유미르는 진심으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실시간에 가깝게, 그것도 유언비어가 섞인 채로 퍼져나간다니.
백금태양의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유미르 개인에 대한 정보가 퍼지는 것도 눈으로 직접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래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건가.”
유미르는 도지환의 의도와 생각을 대략 눈치챘다.
그가 했던 말이 사실이라는 점, 그가 자신보다도 더 어둠의 세계에 익숙하다는 점,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더 다양하게 알고 있다는 점 등을 통해, 유미르는 도지환이 자신에게 진실을 드러낸 목적을 알아차렸다.
아예 유미르 학생과의 관계는 접고 백금태양으로서만 접근한다거나.
혹은 백설희가 S급 히어로든 뭐든, 자신 있으면 같이 들어와 보라거나.
그래.
딱 그거다.
“자기 혼자서 S급 이상 둘을 감당할 수 있다.”
그것이 어떤 의미든, 실제로 싸우는 것이든 아니면 다른 의미로 싸우는 것이든 일단 투쟁은 예정되어 있다.
도지환을 걸고 싸우든.
도깨비를 걸고 싸우든.
“…흐흥.”
유미르는 웃음을 흘리며 옷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가 더 유리한 건 맞네.”
옷장 안.
형광등의 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능력자의 눈에는 미미하게 빛나는 금색의 빛무리가 벽에 흐르고 있었다.
유미르가 옷장 안에 손을 넣자, 벽이 허물어지며 벽 안쪽에 새로운 옷 한 벌이 나타났다.
검은색 두루마기.
유미르의 금빛 마력이 비닐 포장처럼 겉에 펼쳐져 있었고, 유미르는 검은 두루마기를 꺼낸 다음 그걸 이불처럼 자기 위로 덮었다.
스읍, 하아, 스읍 하아.
유미르는 두루마기에 얼굴 아래를 대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한 번 호흡을 코로 크게 들이마실 때마다 그녀의 눈은 몽롱해졌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마나 파우더를 흡입하는 것 같은 자들보다 더 나른해지고 행복해 보이는 눈빛을 보였다.
내가 이긴다.
그리고 그녀는 두루마기 아래에서, 입 모양으로만 작게 중얼거렸다.
스노우화이트는 도지환이랑 했지만.
히죽.
나는, 도깨비랑 했으니까.
눈을 감은 채, 두루마기를 손으로 꽉 붙잡으며 다리를 비틀던 유미르는
“아!”
몸이 튕겨 올라오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울릉도 가는 건 지환 오빠인데.”
도깨비가 아니네.
유미르는 뭔가 억울한 느낌에 괜히 두루마기를 쥐락펴락하며 이를 갈았다.
“으으으…. 그렇다면.”
유미르는 책상에 놓인 달력과 자신의 강의 시간표만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여자들만 가능한 치트키, 한 번 써야 하나…?”
그날 아침.
두 명의 여인이 모종의 사유로 일정을 쉬었다.
병가와 병결.
구체적 사유는, 개인정보로 알 수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