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21화(122/668)
〈 121화 〉 5장. 증명의 전장, 울릉 (6)
* * *
오빠랑 울릉하러 갈래?
싫음 말고.
유미르와 백설희가 어떤 생각을 하든, 나는 떡밥을 던졌다.
나머지는 이제 물기만 하면 끝.
나는 일정대로 울릉도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고, 별다른 큰 문제 없이 울릉도에 도착했다.
“또 오셨군요, 과장님. 모시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이번에도 펜션 사장은 직접 항구까지 나와서 나를 맞이했고, 나는 그의 차 뒤에 앉아 느긋하게 차에 몸을 맡겼다.
“과장님. 매국박스는 몇 개나 필요하십니까?”
“안 써도 됩니다.”
“역시. 과장님은 애국자시군요.”
울릉도는 이게 참 그렇다.
“그럼 이번에도 지난번에 깜짝 초대를 했던 그분과…?”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올 수도 있고, 그냥 저 혼자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허어. 알겠습니다. 일단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겠습니다. 애국가 열창하시는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게 잘 관리하겠습니다.”
애국에 관한 이야기라거나, 펌프킨 베이비 메이킹 필름에 관한 이야기가 대놓고 나오는 곳이다.
“어르신.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노인네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뿐이지만, 그게 도 과장님께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말씀드려야지요.”
“양다리 걸쳐보신 적 있습니까?”
“허어.”
펜션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허탈하게 웃었다.
“양다리는 해본 적 없습니다.”
“그래요? 죄송합니다.”
“세 다리를 걸쳤거든요.”
“와우.”
역시.
“혹시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요?”
“허허. 조언이라. 저희 때와 도 과장님의 시대는 완전히 다른 시대인만큼, 참고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녀관계가 다 거기서 거기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음…. 일단 배에 칼침 맞을 각오는 하셔야 합니다.”
“준비되어있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 정도면 뭐,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최악을 가정하면 차악이 되더라도 대비가 되는 편이니. 허허.”
아무리 이능력자가 세상을 선도한다고 해도, 역시 어른의 지혜는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도 저 때는 한 명을 선택해야만 하는 시대였습니다. 결국 다른 둘에게 얻어터지고, 처가와는 상종도 못 할 정도로 사이가 나빠졌지만, 결국 제 아내와 결혼하게 되었지요.”
“…처가는 무슨 이야기입니까?”
“3자매였습니다. 차녀와 결혼했죠.”
“카사노바가 울고 가겠군요.”
“제가 젊었을 때 좀 날렸습니다. 하하. 그래도 가끔 보면 지금 이 시대에 그때처럼 행동했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노인의 얼굴에 어딘가 기대감이 가득하다.
“지금 이 시대는 이능력자에게는 기존의 상식과 이성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니까요. S급 이능력자, 특히 남자는 여자를 여럿 데리고 있어도 남들이 ‘그럴 수 있지’라고 바라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머드 태조와 같이?”
“예. 약혼녀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거 아니겠습니까? 외국인이라서 그랬지, 만약 한국 여자에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약혼녀도 그렇게 날뛰지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그래서 더 무섭네요.”
현대인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나와 이 시대의 관념은 조금 많이 다르다.
“도 과장님은 그런 생각 해보신 적 없습니까? 방마다 아내가 가득한 그런 상상.”
“아내보다는 여자친구가 더 낫지 않을까요?”
“흐하하! 맞습니다. 방마다 아내가 있는 건 지옥이지요. 뭐…그런 걸 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는 남자라면 얘기는 또 다르지만.”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시대를 오랫동안 향유했던 이 노인과는 은근히 대화가 잘 통했다.
“시대는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한국도 능력 있는 남자면 여러 여자를 거느려도 되지 않냐는 그런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능력자와 이능력자가 결혼해서 이능력자를 낳는 게 시대의 부름이 되었다, 이거죠.”
“시대의 부름이라….”
“괜히 애국이라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국방 예산 100조를 투입해서 탄도 미사일을 만들면 뭐 합니까? S급 이능력자 둘이 서로 울릉도에서 하룻밤만 함께 보내고 10개월만 시간이 지나면 개발비용 100조는 우습게 알 탄도 미사일이 만들어지는걸요.”
“표현이 좀 그래서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죠.”
“예. 어디, 세상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S급 아기가 저 빨갱…크흠, 저기 이북 땅을 멸망시켜버릴 줄은.”
“…….”
항상.
한국의 현대 판타지를 보면 일단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요소가 하나 있다.
작가가 글을 쓰기 편하게 만들려고 그러는 건지, 아니면 정치적인 문제를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건지.
그냥 없는 존재로 치면 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은 곳이 한 곳 있다.
북한.
뭔가 괴수가 나타나서 괴수로부터 마석 같은 걸 채취하는 소위 ‘헌터’물 세계관이라면, 대부분 괴수를 감당하지 못해 몰락하고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어떠한가?
국뽕 라노벨 소설에서, 이능력자만이 나오는 세상에서 과연 작가는 어떤 식으로 북한을 ‘처리’했을까.
어느 현대 판타지에서는 국제 정세와 시기에 맞춰 화합의 무드를 그리기도 하고, 어떤 현대 판타지에서는 1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설정상 평양이 폭발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세계는 후자다.
“하여튼 도 과장님, 조심하십시오. 아무렴 도 과장님이야 그러시지는 않겠지만, 아이를 낳는 데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할 건 아이들의 감정입니다.”
“…예. 당연히 알지요.”
“아기들은 부모의 감정을 잘 압니다. 특히 어머니의 감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차려요. 그냥 울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표현을 못 해서 그렇지 분명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니.”
펜션 사장은 치가 떨린다는 듯 불쾌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저 북괴들이 이능력자를 만들어보겠다고 여인들을 상대로 강제로 그런 짓을 했다가 결국 폭주로 인해 멸망한 것처럼, 무분별한 행동은 안 됩니다.”
당연하다는 말은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이 세계관 속에서 북한은 멸망했다.
핵미사일을 다루다가 자폭을 일으킨 건 아니고, 이능력자 아이들을 핵미사일처럼 다루려다가 아이들이 폭주하여 평양이 사라졌다.
굳이 그 멸망을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어차피 지금 아카데미에서도 세줄 요약으로 정리하고 있으니까.
2018년, 평양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평양 안의 모든 이들이 사망했다.
수뇌부를 잃은 북한의 체제는 붕괴했다.
멸망의 원인.
이능력자를 낳은 아이의 어머니가 총살당한 뒤, 아이가 폭주한 것으로 추정.
“하여튼…아이를 낳을 때는 항상 조심하십시오. 수정부터 출산까지 10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건 단순히 아이가 자랄 시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겁니다. 자식을 키울 환경을 만들기 위한, 남녀가 ‘부모’로서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도 하죠. 낳고 난 뒤에 부모를 준비하기에는 이미 느리니까.”
“부모, 입니까.”
“예.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한들, 아니, 시대가 변했다고 하니까 하는 말입니다. 이건 그냥 이 노인네의 짧은 식견이지만….”
펜션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이를 전쟁 병기로 써먹는, 아이를 살아있는 핵미사일로 취급하는 그런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은 하늘이 벌을 내리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나는 그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걸 막기 위해, 결사가 있는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결사를 돕고 있는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자랑스럽습니다.”
이 망가진 세계를 바르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이.
* * *
차를 타고 숙소로 들어온 뒤, 나는 미리 준비된 도구들을 이용해 몸단장을 마쳤다.
이곳은 전장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른다.
변수가 워낙 많기에, 어떤 식으로 상황이 흘러갈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
그런 건 있을 수 없다.
대비한다고 해도 어차피 터질 악재는 터지는 만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에 맞춰 준비하면 된다.
띵동.
수화기가 울렸다.
[실례합니다, 손님. 식사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지금 올리겠습니다.]“예. 가져와 주세요.”
펜션에 설치된 전화기로 밥 준비가 다 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나는 가운을 챙겨입고 부엌으로 향했다.
“반갑습니다, 손님.”
딩동 소리와 함께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소형 엘리베이터에서 한복을 입은 펜션 종업원 소피아가 카트를 몰고 나타났다.
“그, 실례지만.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뭐죠?”
“…그, 이번에도 혼자 오신 겁니까?”
“…….”
이 여자는 그냥 평범한 종업원이다.
결사의 사람은 아니고, 애초에 결사가 지원하는 건 펜션 사장 한 명뿐이다.
그래서 이 여자는 지난번에 내가 여기 왔을 때, 누군가와 긴 밤을 지새웠다는 걸 전혀 모른다.
그 다음 날, 청소를 한 건 이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혼자 왔습니다.”
“그렇군요…. 그,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도와드릴…?”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죠.”
나는 소피아의 배려 아닌 배려를 사양한 뒤, 식탁에 앉았다.
덜컹, 덜컹.
카트에서 식탁으로 옮겨지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하는 음식들이었다.
전복죽.
굴이 들어간 부추전.
장어구이.
“그, 손님. 와인은….”
“와인 말고.”
나는 카트 아래에 실린 동그란 유리병을 가리켰다.
“한국 땅에서 와인을 마실 수는 없는 법. 대신 한국식 와인을 마셔야지.”
복분자.
“…울릉도 애국 기원 풀코스 정식 1인으로 모시겠습니다.”
히어로 둘을 상대하기 위한 빌런의 치트키.
도핑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