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27화(128/668)
〈 127화 〉 5장. 도지환의 야심만만 프로젝트 (3)
* * *
대리모.
많은 나라에서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고, 설령 법으로 인정되더라도 여러 가지 제약과 까다로운 조건이 걸려있으며, 진짜로 그런 행위를 하더라도 이후의 상황이 여러모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행위다.
정말로 안타까운 사정이 있어서 대리모를 찾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세상은 어떨까.
이능력자들이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시대.
태어난 아기가 이능력자가 아니라면 외면받는 시대.
이능력자를 낳으면 인생이 활짝 피는 만큼, 인간들은 한 가지 추악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이능력자면 되는 거지, 내 아이일 필요는 없지 않냐?
아아.
이능력자에게만 악마가 깃드는 건 아니었나 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인간은 무엇이든 방법을 찾아내고 만들어내려고 했다.
이능력자의 유전자를 이용해서 아이를 낳으면, 이능력자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거네?
S급 자식은 거의 무조건 이능력자라고 봐야겠지?
그러면 S급한테 대신 자식 낳아달라고 하면 진짜 대단한 이능력자가 태어나는 거 아닌가?
어찌 보면 추악할 수 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욕망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이기도 했다.
어차피 태어날 아기라면, 이능력자로 태어나게 하는 게 좋다.
설령 절반은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그걸 모른 채로 살아가면서 훗날 나를 봉양하기만 하면 되는 일 아닌가.
대리부든 대리모든, 결국 이능력자 아이와 부모가 마음으로 이어진 가족이 된다면 되는 일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인류는 한 가지 방법을 만들었다.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능력자를 특별히 대하며, 이능력자가 ‘원한다면’ 그런 행위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능력자의 유전자를 빼내어 그걸로 아이를 가지는 건 위법.
하지만 이능력자가 직접 그 대상이 되는 건 가능.
남자는 씨를 뿌리고, 여자는 밭을 빌려주고. 그리하여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100년 뒤에는 이능력자가 되는 게지. 끌끌. 뭐? 유전적 문제? 이능력자에게 인간의 유전적 문제에 대한 잣대를 들이미는 게 말이나 되는가?
라고 하는 명목으로, 인류는 2020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이능력자의 ‘양산’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명의 이능력자 남자와 한 명의 이능력자 여자가 서로 만나 결혼하여 아이를 가진다면 한 명의 이능력자가 생긴다.
여러분. 경마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경마장의 말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아십니까?
누군가, 듣기 거북하거나 불편한 이들을 위해 비유를 들었다.
교배를 합니다.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수말을 이용해, 또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암말에게 새끼를 가지게 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오직 달리는 것만을 위해, 경주만을 위해 태어날 때부터 준비된 몸으로 태어나는 거죠.
종마(?馬)로서의 활용.
말은 대략 11개월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지금부터 교배를 시작해도 거의 1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새끼 한 마리가 태어나는 거죠. 간혹 쌍둥이 같은 게 태어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제가 하고 싶은 말 다 아시죠? 쌍둥이가 태어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고.
우수한 유전자의 결합.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수컷은 당연히 그 유전자를 여러 암컷에게 퍼뜨릴 의무가 있습니다. 단 한 마리에게 유전자를 계승시킨다? 어우, 그러면 그건 전 인류의…아니 경마계의 크나큰 손실이죠. 그러니 종마를 최대한 많은 암컷과 만나게 해야 하는 겁니다. 수컷은 그냥 하룻밤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나머지는 암컷이 11개월 동안 새끼를 뱃속에서 기르고 낳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당연히 번식이라는 점에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횟수’를 보장할 수 있는 건 수컷이다.
여러분.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인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왔고,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대상이 다른 존재가 되었을 뿐입니다. 여러분, 내 자식은 이능력자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들 다 초능력을 쓰는 시대에, 내 자식만 이능력 없는 존재로 살게 할 겁니까?
인륜과 보편타당한 윤리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결코 이건 잘못된 게 아닙니다. 예. 내 피를 이어받을 새끼를 낳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능력자가 아니라고 뭐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건, 당신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이기적인 욕심 앞에 정당하다고 생각한 논리마저도 뒤틀어 생각하기 마련.
모두, 이런 생각을 해보십시오. 어려서부터 한국어 가르치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내 자식, 어려서 한국어 공부 안 시킬 겁니까? 이제 우리도 한글을 배워야 합니다. 영어만으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통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어를 공부해야 합니다!
다시금 말하자면.
한국인 이능력자의 유전자를 퍼뜨려, 이 나라의 모든 신생아를 이능력자로 만드는, 으읍! 당신 누구야!!
이 세상은 국뽕라노벨 소설이다.
한국인! 이능력자! 남자! S급! 이런 자가 있다면, 그 우수한 유전자를 전 세계에 퍼뜨리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류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사명, 으으읍!!
* * *
미친 소리.
대리모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희 씨? 지금, 뭐라고?”
“대리모가 되어드리겠다고요. 제가.”
침대에 앉아있던 백설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제법 키가 큰 유미르보다는 작았지만, 뭔가 분위기는 백두산과도 같은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지환 씨의 아내분이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지금, 지환 씨가 아이를 낳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잖아요? 다른 여자를 통해서 아이를 낳는 거.”
논리적으로 오류는 없다.
논리적으로만 문제가 없어서 그렇지,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설희 씨. 지금 설희 씨가 하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아십니까?”
“당연히 알죠. 제가 바보도 아니고. 저도 성인이고, 이능력자 0세대예요. 다른 이들과 비교해도 제일 빨리 이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나 마찬가지죠. 그런 사람이 설마 이런 이야기를 아무런 생각 없이 했겠어요?”
백설희는 너무나도 당당했다.
“히어로로서, 그리고 한 명의 여자로서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우려고 해요. 그게 제 개인, 저 스스로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거고.”
“대리모가 된다는 게 어떻게 백설희 씨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죠?”
내가 잠시 생각을 가다듬기도 전에, 유미르가 나섰다.
“S급 히어로가 뭔가 특별히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비능력자’랑 아이를 가지는 건데?”
유미르는 내가 도깨비라는 걸 철저히 숨겼다.
물론 백금태양과 도깨비의 관계를 유추하여 ‘도지환=도깨비설’로 추론을 해낼 수야 있겠지만, 그런 걸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은 어지간하면 없다고 보는 게 무방하다.
“한국 최강의 여성 히어로가 갑자기 덜컥 아이를 뱄다고 발표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요? 남자를 찾아내느라 세상이 뒤집히지 않을까요?”
“책임질 수 있어요.”
“책임? 정말로? 도지환 선생님의 인생을 전부 가로막게 될 텐데?”
“그 또한, 제가 책임질 수 있으니까 하는 이야기예요.”
안 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저 돈 많아요. S급 히어로로서 받은 돈도 그렇고, 재무 설계사를 통해 나름 재테크도 많이 해서 모아둔 자산도 꽤 돼요.”
“그걸로 지금 도지환 선생님을 따로 어디 인적 드문 별장에 숨기시겠다?”
“돈이 있으면 불가능한 것도 없죠. 더군다나 나라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면.”
“국가의 힘까지 동원하시겠다?”
“그럼요. 정부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원하는 남자랑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아쉽겠지만, 어쨌든 그들이 원하는 건 백설희가 이능력자인 아이를 낳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제게도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지금 백설희는 머릿속으로 ‘도지환 부부를 어느 아파트로 데리고 가야 사람들의 이목에서 최대한 떨어진 곳에서 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능력자로 태어난 아이가 나중에 정부에게 목줄이 채워질 수 있는데?”
“그러면 제가 나서서 도울 거예요. 아이의 자유를 두고 정부와 거래하면 되죠.”
“이능력자가 태어나지 않으면요?”
“꼭 이능력자인 아이가 아니라고 해도, 지환 씨의 아이라는 게 중요하죠. 제가 낳는 거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능력자겠지만, 이능력자가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피의 절반은 지환 씨니까.”
“그, 설희 씨?”
나는 둘의 대화를 끊고 백설희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금 머리에 열이 올라서 그런 것 같은데, 조금은 냉정하게….”
“저는 지금 어떤 때보다도 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큰일 났다.
이 여자, 지금 진심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유미르의 경우와는 다르다.
유미르는 나를 시험하고, 은근히 떠보며 정보를 캐내고, 눈치껏 행동하며 내게서 야금야금 자신에게 득이 되는 걸 가져간다.
백설희는 다르다.
딱히 시험을 한다거나,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떠본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히어로답게.
“대리모가 싫은 건가요, 아니면 제가 싫은 건가요? 만약 후자라면 깔끔하게 마음을 접을게요. 하지만 만약 전자라고 한다면.”
‘진심’으로, 그녀는 내게 들이대는 거다.
“아내가 허락만 한다면, 괜찮은 거 아니겠어요? 전화해봐요. 지금 당장.”
“설희 씨. 그러니까.”
“자, 어서 전화해봐요. 아내분한테. 제가 대리모로 대신 아이를 가져도 괜찮은지.”
“…그건 저도 궁금한데요.”
앞의 백설희.
“대리모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뒤의 유미르.
그리고 둘 사이에 끼인 나.
“예.”
삐리리.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여보. 나야.”
[…응, 여보.]어디.
“지금 잠깐 통화 돼?”
[…일하는 중이라 3분 정도만. 왜?]“있잖아.”
내가 못 할 줄 알고.
“지금 세종섬에서 만나는 여자…’둘’, 이야기하니까 대리모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괜찮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