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28화(129/668)
〈 128화 〉 5장. 도지환의 야심만만 프로젝트 (4) ☆
* * *
뒤에서 유미르가 쿡쿡 손으로 찌른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지금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두 명?]“응. 두 명. 지금 두 명 정도, 가능할 것 같아.”
시간은 3분.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가슴에 붉은빛이 반짝이는 빛의 거인이 된 기분으로, 나는 나의 아내총수가 지금 상황을 모면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두 명이라. 흐응.]대리모. 둘. 사실상 단어는 둘 뿐이지만, 총수는 나의 상황을 대략 다 알고 있다.
내가 아는 총수라면 내게 동아줄을 내려주는 동시에, 더 큰 이득을 가져오게 할 사람이다.
[두 명으로 되겠어?]역시.
[두 명보다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축구팀 만들려면.]총수는 정확히 내 의도를 파악했다.
[지금 그 둘이랑 같이 있어?]“응. 지금 바로 옆에서 스피커폰으로 듣고 있는 중.”
[그래? 음…난감하네. 그, 감사하긴 한데. 저기요?]총수가 조심스럽게 둘에게 입을 열었다.
[혹시 둘이서 감당 안 될 것 같으면, 중간에 그만두셔도 돼요.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들으셨나요?]“아, 알겠습니다.”
백설희가 존대를 하며 눈치를 봤고, 유미르는 표정 없이 계속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좋은 소식 기대할게. 아참, 당신.]“응?”
[그거 해줘. 나 지금 일 들어가야 해서.]“…여보.”
여자 둘 앞에서 이런 걸 하는 건 조금 부끄럽지만, 아니 부끄럽기 이전에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총수의 부탁을 따르기로 했다.
“사랑해.”
쪽.
스마트폰에 대고 키스했다.
둘은 그런 나를 보며 입을 떡 벌리며 놀랐으나
쪽.
[나도 사랑해. 내가 제일 사랑하는 당신. 힘내라고 전해줘.]“응.”
뚝.
전화는 끊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속이 다 후련해졌다.
“…이런 관계야.”
나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내 아내는 이런 사람이라서.”
마치 끙끙 앓던 이가 다 빠진 것처럼 속이 다 시원했고, 나는 침대에서 다리까지 꼬며 그대로 누워버렸다.
“그, 생각했던 것만큼 막…그렇지는 않네요?”
“설희 씨,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막 아침드라마에서 ‘야아아아! 어딜 감히 내 남자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해!!’라고 소리 지르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은 아니야.”
확신이 있으니까.
그녀에게는 내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고, 나 또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결사, 이매망량, 빌런 도깨비의 턴이다.
“설희 씨.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할게요. 음…. 대리모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꼭 그런 걸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설희 씨든 유미르 학생이든 둘 다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들이고, 세상에 더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니까. 도지환이랑 비교하면.”
유미르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이라는 눈빛을 보내길래, 굳이 도지환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도지환이라는 무능력자가, 가진 능력이라는 소설 좀 좋아하고 이능력에 관해서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뿐인 남자가,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 이능력자인 스노우화이트, 그리고 정체불명이기는 하지만 S급 악마를 제압한 백금태양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세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
도지환으로서는.
“그렇잖아. 가진 게 몸뚱어리뿐인 내가 세계 굴지의 이능력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조금 자뻑이기는 하지만 그걸로 멘탈이 케어가 된다거나 정신적으로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줄 거야.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비능력자가 이능력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인간 대 인간이거나 남자 대 여자로서 해야 할 역할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약간이나마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면…내 아내를 위한 약간의 도움 정도는 양해를 구하고자 해.”
“…….”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싫다고는 한 적 없어요.”
유미르가 먼저 나섰다.
“그, 복잡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머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유미르는 그대로 내게로 다가와, 내 옆에 엉덩이를 붙이며 그대로 나처럼 누워버렸다.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선생님이랑 지금처럼 계속 지내면 된다는 거죠?”
“…그렇겠지?”
“그러면 답은 간단하네요.”
유미르는 다리를 높이 들었다.
“생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 않아?”
“S급 히어로와 달리, 저는 E급 이능력자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유미르는 나처럼 다리를 꼬며, 아직 그대로 서 있는 백설희를 향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외국인 E급 이능력자랑 한국인 비능력자랑 아이를 낳는다고 하면, 적어도 서로서로 윈윈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바라볼 거니까.”
유미르의 말대로다.
“결혼이 아닌 건 일단 차치하더라도, 한국인 아이를 낳았다고 확실하게 선생님이 공증만 해주신다면 저 한국인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일단은 그렇긴 하지.”
한국 국적이 아닌 유미르는 나와의 결혼을, 아니 내 아이를 낳는 것만으로도 유미르는 귀화 심사에서 큰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단순히 한국인의 아이를 낳은 걸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이능력자인지, 집안이 어떠한지, 가족의 직업은 무엇인지, 경제력은 어떠한지, 이 사람을 한국인으로 받아들였을 때 한국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다 따지게 된다.
한국에 이민을 신청하는 사람은 매년 수백만 명에 이르고, 이민에 이어 귀화를 통한 국적 취득까지 하려면 능력이든 배경이든 아주 좋아야 하니까.
“…유미르 씨. 지금 당신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이 EX등급을 부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막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폭주 기관차처럼 직진하는 유미르를 견제하기 위함일까.
백설희는 현실적인 문제, 그것도 지금 당장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제가요?”
“그래. 악마를 무능력자로 만드는 능력.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지금 전 세계가 당신을 찾고 있어요.”
“그래서요?”
“…단순히 그래서요라고 말할 게 아니잖아요.”
백설희는 손으로 머리를 누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의 능력을 활용하면, 악마가 된 사람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다들….”
“백설희 씨는 되게 순수하고 착하시네요. 도지환 선생님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 걱정하시던데.”
“다른 문제?”
“네.”
유미르가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말해도 되죠?’라고 하는 듯한 기색이었고, 나는 괜히 그녀가 이상한 말을 할까 걱정스러웠다.
“유미르. 일단 말은….”
“제 이능력을 통해서 뭔가 다른 이능력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적 없는데.
“여태까지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께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어른의 세계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어, 어른의 세계?”
“네. 아주 끔찍하고 잔혹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저는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조언해주셨죠.”
유미르는 마치 나를 엄청난 조언을 해준 사람처럼 바라보며, 명강에 감동을 한 사람처럼 말을 이었다.
“제 이능력은 특이한 이능력이니까, 분명 너를 강제로 잡아서 이능력을 연구하려고 하는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능력을 그대로 이용을 하든, 아니면 새로운 이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낳게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 말은….”
“백설희 씨가 가진 고민과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이능력자를 낳는 것. 제 배에 강제로 이능력자의 유전자를 밀어 넣어서…새로운 이능력자를 낳게 하는 것. 저는 죽을 때까지 어딘 가에 갇힌 채, 이능력자를 양산하는 씨암말로 사용되겠죠. 저는”
“유미르 씨. 결코 그럴 일은 없어요.”
백설희는 다급한 목소리로 유미르의 말을 끊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지환 씨가 그런 자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실제로 그런 경우, 인터넷에 찾아보면 더러 있기 마련이죠?”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제가 두고 보지 않겠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고마워요, 백설희 씨. 하지만 그거보다 더 쉽게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분이 여기 있잖아요.”
유미르는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선생님. 제가 여기 오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응.”
“세상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라고 막 그럴 때, 가장 좋은 대처법이 무엇일 것 같아요?”
“…글쎄.”
짐작은 하지만, 일부러 말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말을 하는 것보다 유미르가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니까.
“그건 바로 이미 아이를 가진 상태가 되는….”
꽈아악.
유미르는 뒷말을 흘리며 내 어깨를 잠시 움켜쥐었다.
“……유미르 학생?”
“…후.”
유미르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예약…방…. 아아, 그런…. 하하. 하하하. 정말. 후.”
잠시 제대로 빡친 것 같았고, 혹시나 유미르가 내 변명을 눈치챈 게 아닐까 싶었다.
분명 눈치를 챘다.
“정말, 선생님은 저 같은 여자랑 만나서 다행인 줄 아세요. 정말.”
“나도 그렇게 생각해.”
“후. 아무튼, 정답을 말하자면 아이를 가지는 거예요. 설희 씨.”
하지만 일부러 말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제로 아이를 가지는 게 걱정된다면, 미리 아이를 가지는 거.”
“…….”
“남이 강제로 낳게 하는 그런 것보다, 국가에 의해 가축 취급받으며 갑자기 데려온 남자랑 사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적어도.”
유미르는 내 손을 잡으며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적어도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될 사람은, 내가 스스로 정하고 싶으니까.”
“유미르 씨.”
백설희는 진지한 얼굴로 침대로 다가왔다.
“그런 생각은, 저도 진작에 했었거든요?”
백설희는.
“애초에 그럴 각오가 아니었으면, 이 남자에게 허락하지도 않았어.”
유미르처럼 내 옆이 아닌, 내 위로 올라왔다.
“각오해요, 지환 씨.”
딸칵.
백설희가 손가락을 튕기자, 백설희의 손에서 흘러나온 하얀 마력이 방 내부의 콘솔을 조작했다.
블라인드가 내려가고, 불이 꺼지고.
“오늘, 저 휴가니까요.”
“저도요, 선생님.”
“……여기 휴일 아닌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나는 백설희와 유미르를 향해 손을 뻗으며,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다른 거 다 생각 안 나게 해드리겠습니다.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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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