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3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32화(133/668)
〈 132화 〉 5장. 도지환의 야심만만 프로젝트 (8)
* * *
꺄아아악!!
경보가, 비명이, 괴성이 또 울려 퍼진다.
장소가 울릉도의 항구라서 그렇지, 전 세계에 빌런이나 악마가 나타나 난동을 부리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죽어, 이 나쁜 자식아!!”
보통 악마는 어떤 부정한 감정이 강렬하게 차오를 때 생기기 마련.
“끄아악! 사, 살려줘! 누가, 누가 제발 나를 도와줘!”
특히 이능력자가 악마가 된다면, 그 부정한 감각이 폭발할 만큼 무언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제발, 저 여자를 어떻게 좀!!”
“죽어ㅡㅡㅡ!!”
악마는 포효를 내질렀다.
하얀 웨딩 드레스에 붉은 핏자국이 가득하고, 웨딩 드레스 만큼이나 희었을 피부는 어느새 악마 특유의 보라색 피부로 변질되었다.
누가 봐도 울릉도에 신부로 온 여자였다.
결혼식 이후, 컨셉 샷이든 뭐든 드레스를 입고 울릉도에 왔다는 것은 그녀가 결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어쩌면, 오늘 막 결혼하여 울릉도에 배를 타고 저녁에 도착한 걸지도 모른다.
“이 나쁜 자식! 너 같은 놈을 내가 남편이라고!! 으으, 으아아!!”
여자 악마는 자기 왼손에 걸린 반지를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보여서, 지금 악마에게 공격당해 어깨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남자보다도 더 괴로워 보였다.
“누, 누가 구급차! 나, 나 좀 살려줘! 아파, 아파…!!”
아프겠지.
아플 것이다.
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파였으니, 마력의 칼날이 이능력자가 아닌 일반인 남자의 어깨를 스쳤으니 당연히 아플 것이다.
“아아아…! 내가, 내가…!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를 배신할 수 있어!!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내가, 내가 너 공시 합격할 때까지 기다려줬는데!”
하지만 주변인들의 눈에는 그런 물리적 아픔보다, 악마가 되어 피눈물과도 같은 붉은 액체를 눈에서 흘리는 여자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는 뭘까.
“어떻게 내 언니랑 자냐고!!!”
악마의 절규에 항구 주변에 있던 이들은 차마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자, 자기야! 그건 실수야! 진짜, 딱 한 번, 그만…!”
“아아아아악!!!”
이능력자도 있고, 악마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자도 있고, 악마의 난동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사람들도 있지만.
“쯧쯧, 저건 남자 잘못이지.”
“와. 진짜 심하다. 어떻게 비능력자가 이능력자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울 생각을 하는 거지. 반대라면 모를까.”
“뭐래. 능력자고 뭐고 다 떠나서 결혼하는데 바람피운 사람이 쓰레기인 거지. 에휴, 저런 거 구해줘 봐야 뭐하나. 피해자는 저 여자인데.”
이능력자를 낳는 것도 로또지만, 이능력자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 또한 모두의 선망이 되는 시대.
그런데도 남자는 이능력자 여인을 두고 그 언니와 바람을 피웠다.
남자를 구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히어로는 있어도, 남자를 구하고자 나서는 이들은 선뜻 나서고 싶지 않았다.
“하여튼 남자는 세 끝 조심해야 해. 이능력자랑 결혼해놓고 그 언니랑 놀아나다니. 아이고, 얼마나 빡쳤으면 악마가 되었을까.”
“일단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렇게 그냥 놔뒀다가는 저 남자 죽겠는데.”
“죽든가 말든가. 나는 저런 놈을 위해서 내 목숨 걸고 싸우고 싶지 않아.”
결국 이능력자의 힘은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
울릉도에 온 이능력자들은 모두 사랑을 나누러 왔는데, 바람을 피운 당사자를 위해 나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머뭇거리더라도, 저 남자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악마가 사람을 죽이려 한다’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이기 직전이다’라고 상황만 악화할 뿐.
“죽어! 너 죽고, 나도 죽어버릴 거야!!”
“으, 으아아! 누가, 누가 제발ㅡ!”
파ㅡ앗!
악마가 손에 만든 마탄이 남자를 향해 쇄도하려는 순간.
번쩍!
남자의 앞에 금빛의 원이 만들어지고, 그 원 안에서 한 여인이 또각또각 굽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설마!!”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금빛의 원이 나타난 것도 놀랍고, 안에서 사람이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하물며 거기서 나타난 사람은 전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금부도사!!”
[백금태양이 왔습니다.]검은 후드에 검은 복면을 쓴 금부도사, 백금태양은 손에 쥔 붉은 오라의 손잡이를 채찍처럼 잡고 고개를 들었다.
[악마를 정화하러 왔습니다. 당신을 지금부터 정화하겠습니다.]“비켜! 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자식을 죽여버려야 한다고!!”
[사람을 죽여서는 안 돼요.]백금태양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오라를 옆으로 놓았다.
“너는 지금 그 쓰레기를 구해주겠다는 거야?!”
[…이 남자가 어떤 쓰레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나랑 오늘 결혼식 올렸는데, 저놈은 어제 내 언니랑 모텔을 갔다고!!”
[…….]백금태양이 고개를 홱 뒤로 돌렸다.
복면 위에 반짝이는 금빛 눈동자가 싸늘하게 굳었고, 남자는 왠지 모르게 붉은 채찍이 자신을 향할 것만 같았다.
“사, 살려줘! 바, 반성은 할게! 죽고 싶지 않아! 다, 당신 히어로지! 히어로는 사람 구해주는 게 의무잖아! 저, 저기 빌런!! 아니, 악마가 있어!!”
[쯧.]백금태양은 밧줄을 뒤로 휘둘렀다.
뱀처럼 길게 늘어진 밧줄은 순식간에 남자를 칭칭 휘감았고, 오라로 남자를 묶어버린 백금태양은 손에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제가 구하고자 하는 건 저 남자가 아녜요.]백금태양의 손에 금빛으로 빛나는 접부채가 펼쳐졌다.
[저런 쓰레기 때문에 악마가 되어버린, 당신을 구하는 거예요.]“……!”
[지금부터.]펄럭.
백금태양이 부채를 펼치며 크게 휘두르자, 백금태양을 중심으로 황금빛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가련한 악마에게, 빛의 구원을.]* * *
새삼스럽지만, 이 세계에서 이능력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이능력을 각성한 자,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만 가능한 얘기.
‘마나도 없는 사람이 이능력을 쓸 수는 없지.’
이능력이 없는데도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거나, 2000년 이전 출생자가 마력이나 이능력을 사용하는 경우는 공식적으로는 ‘없다’.
‘대신 마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이능력이야.’
그에 비해, 이능력자는 실력만 된다면 어떠한 이능력이든 창조해낼 수 있다.
‘도깨비방망이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마나가 있고 이능력만 있으면 불가능한 건 없어.’
당연히 그만큼 마력도 많이 필요하고, 현실에 새로운 자연법칙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니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경우에 가깝다.
이능력이 코딩이라고 한다면, 기존의 이능력을 필요할 때 바로바로 쓸 수 있게 하는 게 알고리즘이다.
사람들이 외치는 기술명이 이 알고리즘을 빠르게 처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능력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나만의 코드를 짜내는 것?
아니다.
그것은 ‘코딩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코딩 언어가 아니라 현실 이론으로 비유하자면, 저명한 학계의 수학 이론이나 과학 이론을 발견하여 정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미르는 주인공이며, 이능력을 다루는 데 있어 천재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정말로 필요하다면, 반드시 이 능력을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만들어내지 못할 이능력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
단지 본인이 이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게 없으면 정말 불편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만 이능력을 만들어낼 의지의 힘이 생긴다.
월급의 5배가 넘는 물건을 신용카드 6개월 무이자할부까지 해가면서 꼭 사야겠다 싶을 정도로 필요하다고 느껴야 할 정도.
그런 의지로 만들어낸 ‘공간 이동’의 힘은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저렇게 넘어가면 다들 울릉도에서 울릉도로 넘어온 줄은 모르겠죠?”
“네. 저라면…아마 세종섬에서 울릉도로 넘어갔다고 생각할 거예요.”
나와 백설희는 노천탕에서 나온 뒤, 거실의 소파에 앉아 80인치 TV를 통해 유미르를 지켜봤다.
현재 파악된 정보에 따르면, 악마 ‘시르밀라’는 오늘 아침 강릉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바로 울릉도로 향한 신혼부부였으며, 남편 강 모씨는 시르밀라의 언니 천 모씨와 불륜을….
“…….”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무래도 악마가 발생한 사고의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나도 백설희도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설희 씨.”
“네.”
“우리는 허락 받았으니까 괜찮아요.”
“…괜찮은 건가요?”
“네. 저쪽은 조금 안타까운 경우지만, 우리는 다 사전에 이야기가 되고 서로 합의를 본 거니까 괜찮아요.”
불륜이되 불륜은 아니다.
모르고 저지르는 건 바람을 피우는 거지만, 알려주고 하는 건 ‘플레이’가 되니까.
“그보다 유미르, 역시 다들 인기가 장난 아니네요. 아, 설희 씨. 그, 설희 씨 태극워치에 지금 연락 가고 막 그러지 않을까요?”
“오늘은 안 와요. 마법의 날이라고 해서.”
“……생리 휴가 썼어요? 설희 씨, 그거 오려면 지금 일주일 뒤”
“……제 주기를 또 어떻게 알고 계신 거죠?”
백설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어떻게 아셨을까.”
“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죠. 그런데 설희 씨, 제가 유미르랑 공간 이동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면….”
“그건 나중에 듣기로 하고.”
백설희는 리모컨으로 TV 볼륨을 높이며, 내 어깨를 한 손으로 꽉 붙잡았다.
“지금, 저랑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 좀 나눌까요?”
“아니, 지금 그 이야기하자고”
“도지환.”
백설희는 내 입술에 검지를 올리며, 내게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나, 쮸쮸바 먹고 싶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