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3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34화(135/668)
〈 134화 〉 5장. 도지환의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 * *
“멋지네.”
S급 히어로, [바리데기] 태이린은 울릉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태블릿을 통해 울릉도의 상황을 지켜보며 감탄했다.
“속이 다 시원한 공격이었어.”
[야. 동생. 저게 속이 다 시원했다고…?]“그럼. 저렇게 안 때리고 갔으면 내가 다 속이 뒤집혔을걸? 아, 진짜 시원하다.”
정체불명의 존재, 백금태양에게 한 대 태형으로 얻어맞은 남자는 입에 게거품을 문 채 기절했다.
“곤장이라니. 딱 맞네. 한 대인 건 아쉽지만, 저런 남자에게는 저런 벌이 필요하지. 누구한테도 꼭 필요한 벌인데.”
[지금 나 말하는 거야?]“그럼 누구겠어?”
태이린이 쏘아붙이자, 영상통화의 상대방인 [아머드 태조]태조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네가 S급이 아니었고, 율리아나 그 여자가 잘못한 게 아니었으면 너도 저렇게 태형을 맞아도 싼 거였어.”
[그래도 나는 사람을 악마로 만들지는 않았잖아.]“언니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어서 그런 거지. 이게 어디서 자기가 잘난 줄 알고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만큼 누나가 나를 사랑한다는…야. 뭘 새삼 그렇게 째려봐? 할아버지도, 다른 어르신들도 그랬잖아. 능력 있는 남자는 여러 여자 거느리는 게 전통이며 역사였다. 이는 삼강오륜에도….]“능력만 있으면 하렘을 차려도 된다? 어처구니가 없네.”
여러 여자를 동시에 거느리겠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당연시하는 태조를 보라.
“하여튼 뭘 보고 자란 건지.”
[야, 너도 나랑 같이 자랐거든?]“적어도 나는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니는 바람둥이로 자라지는 않았어.”
[너도 남자였으면 나처럼 되었을걸?]“유감이네. 나는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거라서.”
[옛날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네.]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 어느새 배는 울릉도의 항구에 도착했다.
“야. 나 지금부터 정리하러 가니까, 나중에 연락해. 괜히 또 딴 여자한테 눈 돌려서 언니 화나게 하지 말고.”
[그래서 지금 풀어주고 있잖아. 하 씨, 내가 왜 애교랍시고 이런 분장까지 하고….]“잘못했으면 그에 대한 벌을 받아야지.”
뚝.
태이린은 전화를 끊었다.
“…그래.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음, 여러분? 일단 가서 둘을 구금해요. 남자는 비능력자고, 여자 쪽은…일반인이 된 것 같으니, 여러분이 건드려도 무방할 거예요.”
“””예!”””
태이린의 뒤에 있던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배가 항구에 정박하자마자 바로 배에서 내려 광장으로 향했다.
“아아, 접근 금지! 빌런 대책본부에서 나왔습니다! 더 이상 접근하지 말아 주십시오!”
“뭐야, 왜 인제야 오고 난리야! 늦었잖아!”
“늦은 게 아니라 세종섬에서 최속으로 날아온 겁니다. 현지에 있는 이능력자들에게 지원 요청을 했는데, 설마 못 들으신 겁니까?”
“그, 그건…!”
통제를 시작한 정장 남자들과 구경꾼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태이린은 천천히 광장으로 걸어와 여인의 상태를 살폈다.
“와! 바리데기다!”
“바리데기가 나를 봤어! 꺄악, 너무 귀여워!”
“…….”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한 건지, 광장에 펼쳐진 테이프라인 너머의 사람들은 그저 S급 히어로가 나타났다는 것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긴장감은 없다.
아무래도 금부도사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 때문인지, 이미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뒷수습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쯧.”
태이린은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악마가 날뛰는데 현장에 있던 이능력자들은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B급 수준의 악마가 날뛰었고, 분명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지만, 이능력자들은 뒤에서 멀뚱멀뚱 구경만 하거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세종섬에서 쾌속정을 타고 달려온 자신보다 더 빨리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B급 이상 이능력자들이 이곳에 얼마나 많았는데.
“아아. 여기는 바리데기. 울릉도 입항 기록들 조사 자료 나중에 공문으로 보내주세요. 현장 출동할 수 있었던 B급 이상 이능력자들을 상대로 한 번 긁어야겠네요.”
[알겠습니다. 태극워치 신호 끈 사람들부터 우선 파악하도록 하겠습니다.]“예, 잘 부탁해요. 울릉도에서 애국 휴가 나온 것도 이해는 하지만,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 그거 잠깐 나오는 것도 안 하는 건 문제가 있으니까.”
태이린은 태극워치를 손으로 덮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세종섬을 출발하기 전까지, 계속 시끄럽게 울리던 태극워치의 긴급 알람이 생각났다.
“…쯧. 하여튼.”
태극워치가 울리면 영상 재생도 소리 없이 봐야 하고, 모든 게 긴급 속보로 울리기 시작하고, 심지어 태극워치와 연동되어있는 기기들도 빌런이나 악마 경보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나도 휴가 써야 하나. 설희 언니한테는 그냥 문자만 갔을 텐데.”
정부에 미리 허가받은 너무나도 중요한 휴가라거나, 태극워치가 신경을 긁었을 때 진짜로 화가 나서 악마로 변해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태극워치는 시끄럽게 울리지 않는다.
“빨리 고3 되고 싶다. 고3이라서 수능 공부한다고 하면 알람 다 무음으로만 올 텐데.”
“으아악!!”
잠시 태이린이 사색에 잠겨있는 사이, 정신을 차린 듯한 남자가 다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시, 신고할 거야! 저 여자, 반드시 신고할 거야! 그 여자도 빌런으로 신고해버릴 거라고!!”
“하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걸까.
아니, 애초에 정신을 차릴 사람이었으면 저런 일도 벌이지 않았겠지.
결혼한 여자의 배에 아이가 있는데도 그 언니와 놀아나는 그런 짓은.
그것도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을 꿈꾸며 울릉도에 왔는데, 그걸 알게 된 여인이 얼마나 슬플까.
…그 바람에, 태이린은 금부도사에 대해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말았다.
현장에서 보인 사람들의 추태가 너무 짜증이 나고 더러워서, 자신이 가장 신경 쓰이던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실례합니다. 잠시 악마…였던 사람, ‘젠로스’를 확인하겠습니다.”
태이린은 인간이 된 여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직접 피부에 손을 뻗어 마력을 흘렸고, 태이린은 그녀의 안에 더 이상 마력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바리데기. 젠로스 확인. 검증 완료. 이능력자가 아닙니다. 이제…일반인입니다. 금부도사, 백금태양은 악마를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부작용으로 이능력을 전부 소실하는 것 같지만.”
삐빅.
“…예, 대통령님.”
[이린아. 자료 확인했다. 혹시…그 가능성은 없더냐?]태이린을 향해 가감 없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남자.
당연히, 이 나라의 대통령이자 할아버지인 태채진이다.
“조사하는 중입니다만, 흔적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럼 그 금빛 원을 그리면서 사라진 건? 막 옛날 소설 같은 거 보니까, 거기에 막 뭔가 흔적이 남아있어서 조사하고 그러던데.]“…그래요? 음, 이쯤인가.”
태이린은 금부도사가 원을 그린 곳으로 다가갔으나, 유감스럽게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없어요. 전무합니다. 완전히 흔적을 지우고 떠났어요.”
[…과연. 알겠다. 그 정도 실력자라는 것만으로도 S+급이라고 판정하기에는 충분하군. 고생했다. 밤에 공부하는데 불러내서.]“아닙니다. 바닷바람 쐬고 머리 식힌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괜찮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구나. 이린아, 언제 한 번 부산에 오면…..]“야아아아!!”
남자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태이린은 인상을 찌푸렸고, 스피커 너머에서도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저. 뭘 잘났다고 저렇게 난리를 치는지. 이능력자라도 되면 몰라.]“꼭 그런 건 아닌데 말이죠.”
[응? 아, 으, 이린아. 그게.]“괜찮습니다. 잠시 이쪽 상황 정리하고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럼.”
뚝.
태이린은 손목을 덮었다.
“하여튼 핏줄은 못 속여. 어휴.”
이능력자이기 전에, 불륜을 저지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이능력자라고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고 다닌다는 게 이상한 거잖아.
태이린은 그 말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삼켰다.
그 욕을 하는 게 결국 제 얼굴, 아니 자기 가족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이봐요. 거기.”
“바, 바리데기…!”
“그거 알아요?”
퍼ㅡ억.
“으아악?!”
“S급이면 사람 하나 빌런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는 거.”
태이린은 남자의 배를 걷어찼다.
“…어머. 이거 좀 단단하네.”
“바, 방금 나를 발로 찼어?!”
“아프지도 않았으면서. 흐응, 이거 설마. 헤에. 밧줄처럼 생긴 방패 같은 건가? 아니면 방패 정도로 단단한 물건? 굉장하네요. 연구자료로 가치가 있어요.”
퍼억.
태이린은 한 번 더 남자를 걷어찼지만, 남자는 혼란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훑었다.
“멍석이 생각보다 꽤 단단한 것 같은데, 이대로 밟아도 별로 아프거나 그러지 않겠다.”
“자, 잠깐만…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을…!”
“이능력자의 멘탈을 흔들어 악마로 만들어버린 죄.”
태이린은 남자의 앞에 쪼그려 앉아, 남자를 향해 태극워치를 겨눴다.
“악마에게 습격당했다고 해서, 당신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천만에. 당신은 선량한 이능력자를 악마로 타락시킨 ‘타락가해자’에 불과해.”
“아, 아니야…! 그건 그 여자가 멋대로…!”
“당신을 체포합니다. 그리고….”
태이린은 남자의 머리 근처, 밧줄의 끝부분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금부도사가 남긴 이 오랏줄에 관한 연구를 위해, 당신을 이대로 끌고 가겠어요.”
“자, 잠깐만! 나를 끌고 간, 으아악!!”
구구구.
태이린은 밧줄을 붙잡은 채, 그대로 남자를 바닥에 질질 끌며 배 위로 향했다.
* * *
그 시각.
“저기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설희 씨는 어디 있어요?”
“……그게.”
소파에 앉아있던 나는 소파의 등받이로 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고생했어.”
“별로 힘든 것도 아니긴 한데, 음, 설희 씨가 어디 갔을 리는 없고.”
변신을 해제한 상태로 천천히 걸어온 유미르는 소파의 등받이, 내 팔 위에 가슴을 올리며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여깄었구나?”
“…….”
“와, 무릎베개. 엄청 과감하시네요. 그런데….”
유미르는 손가락을 앞으로 뻗어, 내 허벅지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백설희의 허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뭘 그렇게 숨죽이고 계셔요? 뭐 저 없는 사이에 혼자서 맛있는 꿀이라도 빠셨나?”
“…….”
“저기요.”
유미르는 계속 백설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아무리 울릉도라고 하지만, 히어로 고생하는 사이에 자기는 혼자서 꿀 빨면서 울릉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백설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입에 번들거리던 침을 혀로 삼키며 옅게 웃었다.
“…유미르 씨도 한 입 할래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