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4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42화(143/668)
〈 142화 〉 6장. 악마는 어디에나 있다. (3)
* * *
함부로 사람을 이름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는 이 세계를 살아가면서, 이 세계의 법칙을 하나 알게 되었다.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거울이다.
그리고 작가 놈이 신경을 쓰기 귀찮았는지, 아니면 컨셉을 그렇게 정한 건지, 이 세계에서 악마가 될 싹수가 보이는 놈들은 하나같이 죄다 이름이 이상했다.
“셀레스티아. 잠깐 조사해줄 게 있는데.”
“유미르 실습 메이트? 보자. …남두창, 공태범, 은해영. 각각 C, D, E급이네.”
“프로필 사진만 봤는데도 다들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군.”
사람을 얼굴로만 판단하면 안 되지만, 굳이 이들이 악마가 되었을 때를 가정하여 이름을 붙이자면 이런 이름일 것 같다.
근돼문신의 악마.
음습실눈의 악마.
뒷담음해의 악마.
“나, 왠지 관상이라는 걸 깨달은 듯한 기분이야.”
이름, 얼굴, 그리고 가지고 있는 이능력이나 이능력자 위키를 통해 파악한 주변인들의 평판까지.
셀레스티아의 정보력과 내가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자료를 파악한 결과, 이 세 명의 한국인은 조금 좋지 않은 말이지만 ‘어글리 코리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외형이었다.
“외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는데, 뭔가 이게 참…그러네.”
“사람의 얼굴에서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인격이 드러나는 법이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장 사장님?”
“공감합니다.”
우리는 현재, 리무진 차에 올라 펜션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무래도 밖에서는 함부로 나눌 수 없는 이야기인 만큼, 방음장치가 마련된 차 안에서만 조용히 나눌 수 있는 이야기였다.
“울릉도는 그래도 그게 조금 덜하지만, 저기 부산이나 강원도에 가면 그런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껄떡거리는 한국인들을 말이죠.”
“막 일본에 가서 ‘같이 술 마시자’라고 들이대는 사람들처럼?”
“굳이 일본까지 갈 필요도 없이, 강릉이나 포항만 가더라도 그렇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지내는 곳에 가서 ‘두유 노우 막걸리’라고 하면서 하는 사람들이 정말 차고 넘치죠.”
“너무 그런 사람들 욕하지 마요. 주모인 저희로서는 그런 자들이 다 ‘고객’이니까.”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참 꼬아도 짜증 나게 꼬아놓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도 그 정도면 양반 아녜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요.”
“어디 사람보고 헌팅 받아준답니까? 한국인이라는 거, 한국 국적, 그리고 한국에 있는 집을 보고 헌팅 받아주는 거죠. 요즘에는 ‘나 부산에서 왔어’라고 말 한마디만 하면 바로 외국인 여자들 넘어온답니다. 적당히 평균만 하면.”
한국인이면 외국 나가서도 외국인 며느리를 마음대로 데려올 수 있는 시대다.
“얼굴이 좀 안 좋다 싶으면 성형수술 시켜버리면 되고, 자식은 일단 이능력자가 되면 자동으로 미남미녀 보정이 들어가니까요.”
한국 땅에서 자식을 이능력자로 낳을 수 있다는 확률을 높이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여자가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일가족이 한국으로 이민 오는 걸 노리는 게 일반적인 게 되어버린 세계관이다.
“안 그런 경우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나는 유미르의 실습 메이트, B급의 21세 여자 은해영의 사진을 장 사장에게 보여줬다.
“……혹시 그런 능력 아닐까요? 평소에는 막 덩치가 크고 그러지만, 이능력의 원천이 지방이라서 어쩔 수 없이 몸집을 키웠다거나.”
“그건 아니에요. 사장님, 그냥 자기 관리 실패한 거예요. 이능력자라는 신이 내린 몸을 가지고 태어났으면서.”
셀레스티아는 대놓고 짜증을 냈다.
“풀떼기는 하나도 안 먹고 삼시 세끼 떡볶이를 먹고 살아도 살이 안 찌는 게 E급 이능력자예요. 그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말을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엄청나게 먹고, 자기 관리를 실패한 거죠.”
“음….”
“칫, 누구는 몸 관리한다고 하루에 한 끼는 셀러리 씹어먹는데.”
이능력자 특.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찜.
하지만 마나가 감당할 수 없는 만큼의 음식물이 들어온다면, 마나도 결국 백기를 들고 항복하게 되기 마련이다.
“도 과장님.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E급에 금발벽안 외국인 미녀랑 썸탈래, 아니면 자기 관리 안 하는 여자지만 한국인에 B급인 여자랑 썸탈래?”
“그걸 나한테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객관적으로 말이야. 유미르인 거 다 치우고.”
“그러니까 나한테 그걸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이 세계 출신이 아닌 나이기에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
“나는 E급이 아니라 비능력자라고 해도 외국인 금발벽안 미녀를 택하겠어. 장 사장님은요?”
“그 B급 여자가 울릉도를 살 수 있는 재력이 있다고 해도, 저는 미녀를 택하겠습니다.”
“와, 남자들이란.”
셀레스티아는 나와 장 사장의 판단에 헛웃음을 흘렸다.
“여자는 얼굴이랑 몸매가 전부라는 거야?”
“앞으로 평생 함께 살 여자인데 당연히 그걸 따져봐야 하지 않겠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볼 게 천장이 아니라 마누라 맨얼굴인데, 당연히 생각해봐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셀레스티아 씨는 그런 걱정의 대상이 전혀 아니지만, 저런 여자는 그런 걸 고려해봐야 해요.”
“…흥.”
와.
저게 연륜인가.
은해영이라는 여자에 대해 논평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셀레스티아를 추켜세우다니.
“그럼 남자들은 어때? 여기 이 두 남자.”
“굳이 말하자면, 내 여동생이 이 남자랑 사귄다고 치면 무조건 뜯어말릴 것 같은 그런 남자.”
“친구로 지내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그런 남자들이죠. 관상만 봤을 때는.”
“가차 없는 평가네.”
“주변인들의 평가를 봤을 때는 사실이니까.”
아무래도 셀레스티아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
“셀레스티아. 세종섬에 있는 인간 중, 악질로 유명한 사람들에 관한 정보가 모이는 곳이 있어. 어디게?”
“어글리 코리안 모음소?”
“비슷해. 정확히는…여기지.”
나는 커뮤니티 하나를 띄웠고, 셀레스티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여기…?”
“부산에 있는 산부인과, 거기 일하는 간호사들 커뮤니티.”
“이런 곳까지 확인하는 거야?”
“확인해서 낚일 정보가 있으니까. 너는 아무래도 이런 곳까지 들어와서 확인하지는 않으니까, 여기까지 보는 게 느린 건 당연해. 일단 이거 봐.”
내가 찾은 자료를 셀레스티아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대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왓 더 ㅍ….”
“역겹지?”
“진짜야?”
“진짜일걸. 기록에는 남지 않았지만, 이런 사이트에서야말로 진짜 역겨운 걸 눈으로 볼 수 있지.”
혐오로 점철된 사이트.
혐오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이트가 아니라,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경우를 많이 봤기에 자연스레 혐오감이 생긴 사이트다.
언니들 또 피해자 왔어. ㄴㄷㅊ 또 먹버한 것 같아.
진짜 쓰레기 같은 놈이네. 올해만 벌써 3명 아님?
자기는 낳을 거라고 막 울고불고 그러는데, 이능력자 아니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미혼모 혼자서 살 수 있겠냐고.
“이능력을 가졌다고 책임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책임없는 쾌락을 누리라고 신이 이능력을 준 건 아닐 텐데 말이지.”
이능력자라는 우월적인 지위로.
한국인이라는 김치 프리미엄으로.
“일반인만 골라서 먹고 버리는 쓰레기들이네.”
이 남자들은 악질적인, 역겨운 남자들의 온상이었다.
* * *
그 시각, 서울역.
“걱정되네.”
짐을 챙겨 기차역에서 내린 백설희는 태블릿을 통해 지역 실습의 각 조원 명단을 확인하며 한탄했다.
“괜찮겠지?”
그녀는 여러 조원을 확인하며, 유미르가 있는 조를 확인했다.
그녀가 직접 강의에 들어가서 본 학생도 있고, 다른 이를 통해 소문을 들은 학생도 있다.
아무렴 다들 20살이 넘는 성인이기도 하고, 각자의 인생에 각자 책임을 진다고는 해도, 소문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되는 교육자의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소문이 아니라 ‘사실’을 두고 판단하자면, 이들은 유미르에게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그런 자들이다.
“잘 해내겠지만, 괜히 그것 때문에….”
백설희는 짧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선생님. 저 실습 메이트랑 사귀게 되었어요. 죄송해요.
아, 그래? 그럼 나는 설희랑 매일 놀면 되겠다. 설희 씨. 앞으로 밤마다 찾아와요. 이제 유미르는 안 오니까.
아, 정말요…? 걱정하지 마세요. 바람 난 유미르 대신에, 제가 유미르만큼 지환 씨랑 상담할 테니까.
라는, 그런 경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잠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유미르가 제정신이 아니라거나 최면 세뇌를 당하는 게 아니라면 도지환을 두고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백설희가 고민하는 경우는 하나.
와, 선생님. 남자들 씹극혐. 역시 선생님밖에 없어요.
너 실습 중 아니었어? 그래도 말은 좀 조심하자.
진짜로 그런 걸 어떡해요. 담배 피우고 믹스커피 마시고, 양치도 안하고 차에 타고, 막 번호 내놓으라고 껄떡거리고, 뒷계정으로 음습하게 저 조사하고, 자꾸 가슴을 보려고 눈을 흘기는데. 자기들이 잘난 줄 알고 막 저 꼬신 다음, 꽐라 만들어서 이상한 짓 하려고 할걸요?
걱정스러운 것.
그건 유미르가 실습 메이트를 보고, 역시 남자는 도지환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경우.
이능력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그저 남자로서 도지환을 더욱더 좋아하게 되는 그런 경우가 걱정될 뿐.
“안 되는데….”
“설희야!!”
“…….”
함부로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남자에, 백설희는 잠시 짜증이 일었다.
“함부로 부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크레이터].”
“와, 까탈스럽네. 역시 얼음공주님.”
“…….”
“너무한 거 아니야? 같은 0세대끼리. 나, 그래도 A급이라고.”
능글맞은 얼굴로 다가오는 구릿빛 피부의 남자.
“…나도 다를 바가 없네.”
“응? 뭐야. 뭐가 다를 바가 없다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를 보고, 백설희는 생각했다.
‘역시 지환 씨가 더.’
이능력의 유무를 따지기 이전에, 인간인 이상 근본적인 문제부터 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