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4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43화(144/668)
〈 143화 〉 6장. 악마는 어디에나 있다. (4)
* * *
“하 씨, 안 넘어오네. 철벽 오지게 치는 거 봐라.”
남두창은 담배를 태우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남자가 담배 좀 태울 수 있지. 그거, 분명 뒤에서는 술담배 다 하고 이상한 짓도 다 할걸.”
숙소에 도착한 네 명을 위한 펜션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지만, 남두창은 그간 대놓고 피우지 못한 담배를 태웠다.
“그러게 말입니다.”
공태범은 실실 웃으며 자신의 담배에도 불을 붙였다.
둘 다 이능력자라서 담배의 유해 물질은 전부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배출되지만, 그 들어왔다가 나가는 순간의 느낌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담배를 유해 물질 없이 순수하게 빨 수 있다.
이능력자가 가진 특권 아닌 특권이라, 남자 이능력자들은 대부분 담배를 태운다.
“제가 말했잖아요. 형, 걔 분명 남자 있다니까요.”
“나도 알지. 그런데 골키퍼 없다고 골 안 들어가냐? 응? E급 따리면 그냥 조신하게 두 팔 벌려야지. 카악.”
“남자가 무능력자라도 이건 좀 되더라고요. 흐흐.”
공태남은 손으로 가볍게 얼굴을 쓸었다.
“너 뭐야? 뒷조사라도 했어?”
“아이고, 뭘요? 실습 메이트 SNS 계정 훑어보는 것 정도는 다 기본 아닙니까.”
“그런가…? 귀찮아서 그런 거 안 했는데.”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형님, 지난번에 그 아이돌….”
“야 씨. 닥쳐.”
남두창은 주먹을 확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곧 다시 손을 내렸다.
나이는 남두창이 한 살 더 많지만, 이능력 등급은 공태남이 더 높았으니까.
“그냥 재미 좀 본 거야. 응? 그 여자도 즐겼다고. 30되기 전에 이능력자 영계남이랑 한순간 뜨겁게 보냈으면 그걸로 된 거지. 내가 오히려 봉사한 거라니까?”
“병원 보내셨다면서요?”
“가진 게 서울에 4층 건물 하나밖에 없는 여자인데 어딜 감히. 부산에 건물 있었으면 몰라도. 야, 그런데 그걸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냐?”
“제가 뭘요? 저만큼 깨끗하게 노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주변에 다른 이가 아무도 없기 때문.
설령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이능력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 시비가 붙는 걸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 젠장. 마나통은 오지게 크던데.”
“그 마나통 벌써 다른 사람이 침 발라놨는데요?”
“뭘 그런 거 가지고. 씻겨낸 다음 다시 침 바르면 되지.”
“하여튼…. 그래서 밤에 어떻게 할 겁니까?”
“그야 당연히 이거지.”
남두창은 손을 은밀한 곳에 집어넣었다.
“흐흐흐.”
“아, 꺼내지 마십쇼. 더럽습니다.”
“너도 좀 있다 같이 빨 거면서 무슨. 야. 나는 캐나다 먹을 거니까, 너는 서울 먹어라.”
“와, 이 형 선 넘네? 미쳤어요?”
“형이니까 봐주는 거야. 2:2. 우리 팀 A급은 그냥 저기 천상계에 계셔서 울릉도 높으신 분들이랑 만나고 다닐 테니, 우리는 그냥 우리끼리 즐겁게 먹고 마시자고. 응?”
“아니, 그래도 서울을 나한테 주는 건 아니죠.”
두 남자가 옥신각신하던 찰나.
“이야,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는구먼?”
“…당신 뭐야?”
펜션 근처로, 쥘부채를 든 개량한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지나가던 선비다.”
아무리 이능력자라고 해도 조심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개량한복을 입은 젊은 청년이 아닐까.
“뭐야. 씹선비야? 거 괜히 다가오지 마시고 볼일 보쇼. 우리는 지금 밤에 술 게임으로 뭐 할지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지?”
“그럼요. 부루마불 이야기입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른이랑 이야기하는데 담배부터 끄고.”
샤삭.
남자가 부채를 가볍게 휘두르자, 둘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순식간에 반으로 잘렸다.
“뭐, 뭣…?!”
“이능력자?!”
“어허. 지나가던 선비라고 말했거늘.”
청년은 품에서 곰방대를 하나 꺼낸 다음, 둘에게 뭔가를 던졌다.
“어딜 울릉도 땅에서 양이의 담배를 피우느냐. 자, 여기 한라산.”
“……?”
“한 개비를 없앴으니, 한 갑으로 주는 게 인지상정. 양담배 말고 국산을 애용하도록.”
“자기는 전담 피우면…메이드 인 코리아?”
“당연…쯧. 아 씨,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나.”
자신을 선비라고 칭한 남자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곰방대의 아래를 손으로 가렸다.
“피워봐. 양담배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을 테니.”
“이런 거지 같은”
“피워.”
“…….”
선비의 말에 남두창과 공태범은 자신도 모르게 담뱃갑에 손을 올렸다.
“불이 필요하나?”
선비의 손가락 끝에서 토치의 불과 같은 불꽃이 흘러나왔고, 남두창과 공태범이 담배를 물자마자 바로 불꽃이 그들의 연초의 끝을 태우기 시작했다.
“…와, 이거 뭐야? 내가 아는 그게 아닌데?”
“이거 담뱃갑만 이렇고, 실제로는”
“환영한다, 쓰레기들.”
짝.
“인간으로서 태우는 마지막 담배란다. 흐흐.”
선비가 손뼉을 치기 무섭게, 두 남자는 멍하니 선비를 바라보며 담배를 태웠다.
그리고.
스르륵.
담배의 안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둘의 목구멍 안으로 쑥 들어갔다.
파삭.
선비가 사라지고 난 뒤.
담배를 모두 태운 두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집어 들고는 담뱃갑에 넣어 쓰레기통에 넣은 채 사라졌다.
* * *
“너, 한국인 남자한테 꼬리 쳐서 결혼하려고 아카데미 들어왔지?”
“…….”
은해영와 방에서 나눈 첫 마디부터 유미르는 살짝, 아니 대놓고 기분이 나빠졌다.
“뭐라고요?”
“한국 남자한테 꼬리 치려고 온 거잖아.”
“무슨 그런 말을….”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뭐, 인격모독으로 신고라도 하든가. 녹음해서.”
“…….”
유미르는 생각했다.
그냥 비밀이고 나발이고, E급이라는 이름 뒤에 X를 붙여 다닐까.
아니면 지금 나라에서 말하고 있는 S+등급을 붙여놓을까.
“저는 공부하러 왔는데요.”
“공부를 할 거면 멕시코에서 하지 왜 한국에 기어들어 와서 공부하겠다고 난리야?”
“저는 캐나다인인데요.”
“캐나다나 멕시코나.”
세종섬에서 공식적으로 지내려면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신분이 필요했을 뿐.
아카데미 학생으로서 나름 공부하려고 하긴 했지만,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다.
“제가 한국 남자랑 어떻게 해보려고 아카데미 다닌다고요?”
“도서관 낙하산 사서랑 그렇고 그런 관계라며?”
“네.”
이건 인정.
“그게 뭐 잘못됐어요?”
“…저렇게 당당하니까 내가 할 말이 없네. 외국인들은 원래 그렇게 얼굴에 철판 깔고 그러니?”
“남자 사귀려고 들어온 게 아니라, 이야기하다 보니 마음 맞아서 사귀게 된 거거든요?”
“하. 제정신이 아니네.”
“남자랑 사귀는 게 뭐요?”
“무능력자잖아. ‘무’능력자.”
왜 ‘무’라는 단어를 굳이 강조하는가.
공식 명칭인 비능력자도 아니고, 굳이 ‘없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붙이는 걸 보면 어떤 사람인지 바로 알 것 같았다.
“이능력 우월주의자세요?”
“우월주의냐고? 아니. 우월주의가 아니라, 신인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야. 왜 열등한 자들과 유전자를 섞으려고 하는 거지?”
“…….”
갑자기 사람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그냥 남의 연애질에 간섭하면서 한국 남자에게 꼬리치는 걸 경멸하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그냥 저기 KKK나 나치에 준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능력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하지. 이능력은 신이 새로운 인류에게 내려준 축복이야. 그런 축복을 후세에 넘겨주는 걸 구인류도 아니고, 태어나면서부터 도태된 자들과 함께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제가 한국인 비능력자랑 사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아니면 정말로 생각하시는 방식이 그런 거예요?”
“…….”
은해영은 답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도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 있다는 걸 모르는 건지, 은해영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제가 잘생긴 남자랑 사귀는 게 싫어서 그런 거 아녜요?”
“닥쳐.”
정곡을 찔렀다.
예상되는 반응이 바로 튀어나왔고, 유미르는 더 이상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됐어요. 저는 제 삶에 만족하고, 제 마음 가는 대로 살 거예요. 건드리지 마세요.”
“너…!”
“아무리 B급이라고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죠?”
마음 가는 대로.
마법의 문장이다.
이능력자가 자기를 더 건드리지 말라는 말인 동시에, 여기서 더 건드리면 ‘흑화’할 수도 있다는, 아직 이성이 남아있을 때 다른 이들에게 하는 협박이다.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질 뿐이니까,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랑 만날 뿐이니까, 서로 그 부분에 있어서는 터치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선배님?”
“…흥.”
은해영은 인상을 팍 찡그렸다.
“그런 년이 차에 타자마자 남자 둘에게 꼬리나 치고.”
“제가 꼬리 친 거 아닌데요. 저 싫은 티 팍팍 냈는데요.”
“개소리. 아예 대놓고 거절한 것도 아니면서.”
“실습 첫날부터 분위기 조질 일 있어요? 선배는 저한테 지금 분위기 조지고 있지만, 저는 그래도 이렇게 울릉도까지 왔으니까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하는 거예요.”
당신들이 괜히 열폭해서 악마가 되지 않게 하려고.
라는 뒷말을 삼키기는 했지만, 유미르는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좋게 좋게? 좋게 좋게 하자는 여자가”
“실례.”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제 실습 출발 시간인데, 준비가 다 됐나?”
“…남두창?”
은해영이 놀란다.
마치 그 눈빛이, ‘남두창이 저런 목소리를?’이라는 눈빛이었다.
그건 유미르도 마찬가지.
“잠시만요.”
유미르가 문을 열자, 문밖에는 남두창이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악취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양치질을 하고 난 뒤에 치약 냄새가 풍겼다.
“준비…끝나셨어요?”
“아아.”
차에 타고 있던 때와 달리,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유미르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준비 끝났으면 바로 나와. 곧 실습 조장이 올 테니까.”
“뭐? 실습 조장은 얘한테 넘기기로”
“A급이 실습 조장하기로 했다.”
남두창은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태극워치를 두드렸다.
“학생회장, 윤이선이 조장한다고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