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4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47화(148/668)
〈 147화 〉 6장. 지옥불반도 (3)
* * *
적은 유미르를 노리고 있다.
유미르에게는 괜히 부담을 줄까 봐 이런 사태를 직접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당신의 예상대로 되어버렸네요.] [이 정도로 마구 악마를 양산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아마…백금태양으로 추정되는 자가 실습을 나간 도시에 악마를 퍼뜨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시차 방송을 통해 대역을 앞세워 사신이 동경에 있다는 걸 알아챈 명탐정처럼, 분명 판데모니엄은 유미르가 있는 곳부터 먼저 악마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내가 워낙 커버를 잘 쳐서 그런지, 아니면 저기 판데모니엄이 멍청해서 그런지 그들은 백금태양이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떡밥을 마구 뿌려놓은 거다.
백금태양이 나타난 장소의 조원을 찾는다거나, 갑자기 태극워치의 반응이 사라진 사람을 찾는다거나, 이 난리가 발생했는데 태극워치가 한 장소에 계속 머물러있던 사람을 찾는다거나.
그런 식으로 찾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악마를 뿌리는 거다.
그게 72명인 건 그냥 두억시니가 변태라서 그런 것일 터.
[유미르한테는 어떻게 할 거예요? 그 사람, 지금 분명 자기가 나서려고 할 건데.] [아직 백금태양이 나타났다는 말은 없습니까?] [없어요.] [그럼…답은 하나입니다. 지금, 변신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아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어서, 변신 자체를 하기 힘든 상황.]누군가 바로 옆에 붙어있다거나 그러겠지.
[그럼 어떻게 할까요? 지금이라도 울릉도로 달려갈래요?] [제가 지금 가면 의심받을 겁니다. 대신.]나는 잠시 GPS 지도를 살폈다.
[유미르에게 백금태양으로 변신할 수 있는 짬을 만들어줄 사람을 유미르에게 보냈으니 괜찮습니다.] [제가 보낸 건데요.] […사랑합니다, 총수님.] [저도요. 마음껏 고마워하세요. 다른 건 몰라도.]총수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결사 최고의 히트걸이 당신을 지원하러 한반도로 향하고 있으니까.]* * *
“미안해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지금 상황이 실습을 진행할 상황이 아녜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울릉 1조에 합류한 윤이선을 만난 유미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실습은 끝났다.
첫날, 점심을 먹을 시점부터 실습을 나간 조에서 악마가 나타난 순간 이미 전역에서의 실습은 끝났다.
“원래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실습에서 악마가 되는 경우는…최소 3건 정도였어요. 그것도 공식적으로는 1건 정도만 대외적으로 알려졌을 뿐. 이렇게 대규모로 악마들이 늘어난 건 처음이에요.”
윤이선은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어째서 악마들이 늘어났는지 그 이유라도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일단, 우리는 계속 함께 있도록 하죠. 울릉도의 다른 조원들도 이곳에 모이도록 했으니까, 곧 4팀까지 다 여기로 모일 거예요.”
“그, 학생회장?”
“예, 유미르 씨.”
“저, 잠깐 화장실 좀….”
“…혼자 가는 건 안 돼요.”
화장실에 혼자 가는 것도 안 되냐고 따지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급박했다.
70명.
언제 어디서 누가 악마가 될지 모르는 이 상황에 혼자서 화장실에 간다?
그랬다가는 변기의 악마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걱정을 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알기에, 유미르는 혼자 갈 수 없다는 말에 차마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은해영 선배님? 같이 가주시겠어요?”
“쳇, 내가 왜…?”
“제가 갈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보시다시피….”
윤이선은 자신의 옆에 있는 두 남자를 가리켰다.
“…억누르고 있으니까, 빨리 다녀오세요.”
윤이선의 옆, 남두창과 공태범은 윤이선의 등 뒤에서 흘러나온 분홍빛의 꼬리 같은 무언가에 몸이 둘둘 말려있었다.
“실습, 실습은 계속되어야…!”
“히어로 활동을 막으려고 하다니, 이럴 수는 없어…! 어서, 어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두 남자는 누가 봐도 미쳐있었다.
상황이 상황인데도 실습을 계속하자는 말을 내뱉었고, 그러다가 윤이선을 공격하면서 윤이선에게 그대로 제압당하고 말았다.
“아니면 은해영 선배님께서 둘을 억누르고 있을 거예요?”
“어, 억누르는 거 없이 실습하면 되잖아! 울릉도는 지금 악마 아무도 안 나타났다며!”
“나라에서 NSC가 소집되고 준 전시상태에 가깝게 군인과 경찰들이 움직이고 있는데, 지금 실습을 계속하자고요? 선배님, 제정신이세요?”
“큭…!”
윤이선의 독설에 은해영은 고개를 돌리며 펜션 안으로 발을 옮겼다.
“뭐 해!”
“아, 저, 저기.”
“나는 펜션에 있을 거야!”
“은해영!!”
“나이도 어린 게 함부로 이름 부르지 마! 나는, ‘마음 가는 대로’할 거니까!”
은해영은 기어이 몸을 돌려 펜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아, 진짜…!”
윤이선은 짜증 난다는 듯 욕지기를 내뱉으려다 참는 것 같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유미르는 속으로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저, 선배. 만약 저 둘이 악마가 된다면….”
“일단 제압한 상태로 계속 잡고 있어 봐야죠.”
“왜, 왜요? 악마는 죽여야 한다고 아카데미에서….”
“이제는 달라요. 백금태양이 있으니까.”
너무나도 확신에 찬 윤이선의 말에 유미르는 가슴이 쿡쿡 쑤셔왔다.
“이들의 인성이 어떻든, 악마로 죽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게 같은 이능력자로서, 히어로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이미 지금 반쯤 악마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윤이선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크아아악! 실습!! 실습!!”
“이런 건 타의 모범이 아니야아아!!”
“…아직 이성이 남아있으니까, 분명 그녀는 나타날 거예요. 순서의 차이가 있든, 악마가 이렇게 날뛰고 있으니까…!”
미쳐있는 두 남자를 분홍빛 마력의 꼬리로 어떻게든 억누르며, 윤이선은 힘든 와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미소로 유미르에게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악마를 죽이지 않아도 되니까…!”
“정말 바른 마음가짐입니다. 아가씨.”
“!!”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오니?!”
“오니 아니야!!”
유미르의 말에 오니라고 불린 남자는 빽 소리를 지르며 발광했다.
“오니, 오니! 그놈의 오니!! 나에게는 두억시니라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훌륭한 순우리말이 있다고!! 왜국의 요괴 따위로 취급하지 말란 말이다!”
아무래도 미친 사람은 한둘이 아닌 것 같았다.
“당신, 분명 그때 특허침해의 악마를 만들어냈던…!”
“아, 그 실패작 말씀이십니까? 기억하시는군요. 그래요. 그때 그 악마가 된 학생을 설득하려고 했던…학생회장, 윤이선. 맞지요?”
“크윽, 알고 접근한 건가…!”
“예. 모처럼 울릉도에 온 김에, 심심풀이로 한 번 지켜보려고 합니다. 어디.”
“두억시니, 당신!!”
짝!
“제 이름을 그대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기 금발 외국인은 상당히 저를 불쾌하게 만들었지만,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준 의미에서, 윤이선 학생회장에게 시련을 내려주도록 하죠!”
두억시니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마치 거친 가죽을 북 커버로 만든 것 같은 서양식 마법서였다.
“깨어나라, 마지막 악마들이여! 이 반도를 지옥 불이 들끓는 세상으로 만드는 거다! 자, 깨어나라!”
두억시니가 마도서 같은 걸 하늘로 높이 치켜들자, 윤이선에게 붙잡힌 두 남자의 몸이 세차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찢어발겨라, 말파스! 먹어 치워라, 보티스!”
“아, 아아아…!”
“나는, 공태…보티스…!”
두 남자의 전신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관절이 비틀리고 몸이 부서져, 윤이선이 만들어낸 꼬리의 구속에서 단숨에 빠져나와 바닥을 거미처럼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윽…!”
그리고.
푸화아악!
두 남자의 등으로부터, 무언가 길쭉한 기둥이 솟아났다.
살짝 휘어진 것 같기도 하고, 중간중간 마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후후후. 지금부터 천천히 지켜보시길. 인간이 악마로 변하는 것을.”
그것은 마치, 악마의 척추와도 같았다.
“이제, 백금태양이 와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유미르는 느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백금태양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백금태양이 악마를 퇴치하러 나타나기를 바라는 건가요?”
“……우하하하!”
두억시니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뒤로 넘어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광소를 터뜨렸다.
“그럼요! 물론이지요! 백금태양! 아아,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서, 어서 나오세요! 정체를 밝히는 겁니다! 모처럼 당신을 위해 마련한 무대인데, 설마 다른 히어로들이 제압하는 걸 두고 볼 겁니까?!”
“고작 백금태양을 불러내기 위해…이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건가요?!”
“저런. 고작이라뇨?”
두억시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답했다.
“특급…어, 그러니까 당신들이 말하는 에스플러스급의 능력을 갖춘 존재 한 명을 위해서라면, 저는 저기 열도 하나 정도는 얼마든지 바칠 수 있습니다. 백금태양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뭐라고요…?”
“설마 당신, 백금태양보다 1억 5천 정도의 일반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두억시니는 너무나도 당연한 걸 말하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히 백금태양의 가치가 더 높은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캬아아악!!
척추로부터, 무언가 살점 같은 게 돋아나기 시작했다.
“자, 어서 오세요! 백금태양! 당신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만일 늦으면…!”
두억시니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주인공의 자리는, 다른 이들에게 빼앗기고 말 것입니다!”
유미르는 그 모습을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주인공이고 뭐고.
사람을 강제로 악마로 만드는 저 남자는.
반드시 없애야 하는 악인이다.
그러므로
“……내가”
“악마 발견!!”
하늘에서 들려온 경쾌한 소리.
바람이 살짝 불었다 싶은 순간, 유미르와 윤이선의 앞에 검은 정장을 입은 여인이 고양이처럼 낮춘 자세로 착지했다.
“주인공, 등장!”
“…당신을 부른 적은 없는데. 아니, 당신이 왜 여기
…!”
“냐하하. 왜 여기 있기는. 일이니까 왔지.”
고양이와도 같은 얼굴에 실눈을 뜬 여인은 하얀색 헝클어진 단발 아래, 옆으로 살짝 빠져나온 검은색 브릿지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애국의 성지, 울릉도를 지키라고.”
“크으윽…! 이 더러운 결사 놈들이…!”
“아 참. 그 친구가 전하라고 하더라.”
여인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회색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두억시니를 향해 삿대질했다.
“??死?.”
“…뭐? 잠깐. 한 번만 더.”
“??死?.”
두억시니는 손목에 찬 기계를 두드렸고, 곧 기계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넌 이미 죽어있다.]“……중국어를 나한테 왜 해!!”
“아. 그야.”
여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중국 요괴니까. 중국 사람에게 중국말 한 게 뭐 잘못있어?”
“…이, 중국의 사흉 주제에에에!!”
“나름 매너 챙긴 건데 슬프네. 그런데 말이야, 나는 중국 사람 아니거든?”
여인은 뒤를 슬쩍 흘긴 뒤, 손을 옆으로 뻗었다.
“자기들이 멋대로 멀쩡한 이름 있는 사람들한테 궁기니 도올이니 뭐니 이름 붙였으면서.”
“죽어라, 도올ㅡㅡㅡ!”
“도올 아닌데. 뭐, ‘빌런’ 이름으로 쓰는 거니까 인정.”
울릉도.
“그리고 말이야.”
판데모니엄.
S급 빌런, [두억시니] 출현.
“미안하지만 나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이라서.”
그리고.
“진짜 주인공 등장하기 전까지, 내가 상대해주지.”
결사, 이매망량.
“니취팔러마.”
“이 거지 같은 빌런 놈들이!!”
S+급 빌런, [도올] 출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