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50화(151/668)
〈 150화 〉 6장. 지옥불반도 (6)
* * *
악마는 이성적이다.
적어도 미쳐버리거나 파괴본능만 남기 전까지는 누구보다도 이성적이고 똑똑하다.
당장 이 악마를 보라.
“키히히힛!”
이미 육신에서 살점은 떨어져 나간 채, 5m에 이르는 거대한 해골 덩어리가 된 악마를 보라.
머리가 너무나도 커서 머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해, 머리를 땅에 두고 사지를 거미처럼 움직이며 기어 다니는 악마를 보라.
겉으로 보면 아무런 이성도 없는, 뇌조차 없어 보이는 괴물이지만, 악마에게 남은 유일한 장기는 단단한 두개골로 보호되고 있는 ‘뇌’ 뿐이었다.
쿵!
분골의 악마, 스컬리언이 손과 발로 바닥을 두드리며 난리를 피운다.
어린아이가 마트에서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뼈밖에 없는 손과 발에서 검은 마나가 흘러나와 콘크리트를 두드린다.
쿠구궁!
진도대교가 무너졌다.
중간에 끊어진 바람에 사람들이 지나갈 수 없었던 다리가 갑자기 무너졌다.
“안 돼! 여보!”
“도망가! 어서 섬 밖으로 달려!!”
다리가 실시간으로 무너지면서 가족은 서로 떨어져야만 했다.
“어떻게든 살아! 애들 살릴 수 있는 건 이제 당신뿐이야!”
“여보오!!”
풍덩.
무너지는 다리와 함께 사람들이 휩쓸려 아래로 떠내려갔다.
너무나도 빠른 물살이 굽이치는 곳이라, 아래에 떨어진 사람을 빨리 구해내지 않으면 그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누가, 누가 좀…!”
순식간에 남편을 잃은 부인은 품에 안은 아이를 끌어안고 주변을 살폈다.
다들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너지는 진도대교에서 가족을 잃었고, 민간인으로서는 결국 저 악마를 퇴치하든 사람을 구하든 둘 중 하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적어도 악마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이능력자가.
“키히히히힉!”
사람들이 도망치던 다리를 끊어버리고, 그나마 마저 도망가던 사람들마저도 바다에 빠뜨린 악마는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웃기 시작했다.
하얗고 선명한 치아가 딱딱거릴 때마다, 악마의 입속에서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이 하나둘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람의 흔적이었다.
사람이었던 흔적이었고, 악마는 자기 입에서 살점을 뱉어내고는 바닥에 무언가를 뱉었다.
“크흑, 흐르륵.”
붉은 피가 묻은 하얀색의 뼈.
마치 거대한 포유류의 살점을 모두 해체하고 뼈만 남겨놓듯, 악마는 뼈를 앞에 두고 고개를 묻었다.
“쓰으으으으으읍ㅡㅡㅡㅡㅡ”
머리 앞의 구멍을 통해 마치 무언가를 크게 빨아들이듯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뼈 자체만으로도 마치 그것이 어떤 약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악마는 몸을 뒤틀며 기뻐했다.
“키힉, 히히힉…!”
인간의 뼈가 아니다.
악마가 씹고 뱉은 살점의 흔적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아카데미의 B급 이능력자로, 이제 막 22살이 된 청년이었다.
비단 그뿐이랴.
악마는 진도에 있는 모든 이능력자를 잡아먹었다.
함께 실습을 나온 아카데미 학생들을 비롯하여, 진도에서 지내고 있던 히어로나 해외에서 온 이능력자들까지 모조리 죽였다.
이유는 하나.
마나 파우더.
이능력자를 죽여 그 뼈로 만든 마나파우더를 즉석에서 음용하기 위해서.
크그그극.
악마의 사지가 비틀리기 시작했다.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 두개골 아래 척추가 각각 관절마다 돌아가기 시작하며 몸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괴이한 모습은 너무나도 흉측하고 공포스러웠으나, 가장 공포스러운 건 저 악마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이곳에 없다는 것.
“누가, 좀…!”
덜커덩.
악마가 두개골을 높이 들었다.
뭔가 냄새를 맡는 것처럼 고개를 높이 들고, 코를 킁킁거리듯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그리고.
구구구ㅡㅡㅡ!
바닥에서 바닷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드넓은 원판 같은 것이 떠오르며, 바다에 빠졌던 것들이 바닷물과 함께 통째로 수면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여보!!”
콘크리트 덩어리 위에 엎어진 채 피를 흘리고 있던 남자가 바닷물을 토해내며 기침한다.
그 옆에도 모두 성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죽지는 않은 일부 사람들이 저마다 무너진 다리나 자동차에 달라붙어 콜록거렸다.
쩌적, 쩌저적.
바닷물이 아래로 빠져나오며 드러난 것은 드넓은 얼음의 그물.
바닷물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며, 수면 위에 천천히 그물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파ㅡ앗.
바닷물이 높이 튀어 오르며, 안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아ㅡㅡㅡㅡㅡ!!”
진도대교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악마를 피해 도망가려다 다리에서 악마를 만나, 더는 무리라면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린 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희망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백설공주! 백설공주!”
“스노우화이트가 왔어! 우리는 살았어!”
한국 2위의 영웅이 왔다.
최강에 가까운 히어로가 등장했다.
그녀에게 희망을 걸지 않으면 누구에게 희망을 걸 수 있을까.
만약 스노우화이트마저 쓰러진다면, 그건 저 악마를 그 어떤 이능력자도 감히 상대할 수 없다는 뜻이겠지.
“키히히히힛! S급! 여자아…! 빨게 해줘! 당신의 냄새!!”
스컬리언이 이를 딱딱거리며 스노우화이트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곧.
푸슈슈슛!!
스컬리언의 척추에서, 두툼한 뼈가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입에서 쏘아지는 게 아닌 척추, 두개골로 잠시 가려진 척추에서 쏘아진 뼈가시는 금방 스노우화이트에게
“이게…!”
닿지 않고, 스노우화이트의 뒤에 있는 ‘민간인들’에게로 향했다.
촤륵!
스노우화이트가 등 뒤로 손을 뻗자,거대한 얼음의 벽이 위로 뻗어나았다.
강철과도 같이 두꺼운 얼음의 벽에 뼈가시가 박혔고, 얼음벽 뒤에 있던 이들은 벽에 박힌 뼈가시의 궤적을 보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 아으아…!”
얼음벽이 없었다면, 저 뼈가시는 분명 자신들을 향했을 테니까.
“어서 도망쳐요!”
백설희의 외침에 진도 밖에 있던 이들은 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
설령 내가 등을 돌려 도망치더라도, 스노우화이트는 악마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테니까.
하지만.
저 악마는 스노우화이트가 어떻게 하면 곤경에 빠질지 잘 알고 있다.
“민간인…키히힛, 히어로는, 민간인을 지켜야지! 그래!”
악마는 턱을 바닥에 질질 끌며, 사지를 뒤로 움직여 거꾸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진도를 벗어나기 위해 진도대교로 도망쳐왔던 이들은 졸지에 다시 악마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허공에 뜬 채 얼음벽과 그물망을 유지하던 백설희는 이를 악물고 다리를 향해 뛰었다.
“어딜…크윽?!”
백설희가 다리에 착지하는 순간, 그녀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인천에서부터 진도까지, 무려 400km에 이르는 거리를 날아서 이동하며 악마들을 제압했다.
중간에 쉬지도 않고 날아와 무너진 다리를 수습하고 거대한 얼음벽을 세웠기 때문일까.
백설희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어 자세가 무너졌고, 악마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S급!! 빤다!!!”
몸을 최대한 낮춘 스컬리언은 마치 지금까지 사지로 기어 다니던 게 장난이라는 듯, 두 팔로 바닥을 때리며 높이 뛰었다.
“백설공주 뼛가루! 내가 빤다아아아!”
악마의 눈은 정확히 백설희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악마가 뻗은 손과 발의 끝은 정확히 백설희의 뒤, 아직 대피하기는커녕 죽어가고 있는 민간인을 향하고 있었다.
“크읏…!”
앞으로 마력을 쏘아 보낸다.
거대한 질량을 밀어내는 대신, 백설희 자신은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뒤로 날아가는 뼈가시를 막을 수 없을 테고, 민간인들은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믿는 수밖에…!”
몸에 두른 마력의 보호막을,
평범한 정장처럼 보이게 만들어놓은 마력 보호막의 강도를 믿고,
설령 저 악마가 자기 허리를 씹으려고 해도.
히어로는 민간인을 지키는 것이 사명이니까.
백설희는 당연히, 등 뒤로 손을 뻗었다.
투두두두!
멀리뛰기를 하듯 앞으로 뻗은 스컬리언의 손발로부터 쏘아진 골탄이 대교 주변에서 도망치던 민간인을 향한다.
하지만 백설희가 뒤로 뻗은 얼음의 날개가 대교 전체를 좌우로 보호하고, 뼈가시는 날개에 박힐 뿐이었다.
“잡았다!”
마력을 다시 갈무리할 새도 없이, 스컬리언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백설희에게 다가온다.
이제 백설희는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해서 문제라니까.]위에서 들려온 목소리.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담긴 감정에서, 백설희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ㅎ”
[유성낙하.] [Meteor Strikeㅡㅡㅡㅡ!]콰ㅡㅡㅡ앙!
무언가 운석처럼 떨어진 물체가 스컬리언의 몸통을 후려쳤다.
붉은 불꽃과도 같은 유성은 스컬리언을 때리는 걸로도 모자라, 스컬리언을 그대로 뒤로 밀어내며 대교의 입구로 처박았다.
콰ㅡㅡㅡㅡ앙!
흙먼지가 인다.
백설희는 아스팔트와 먼지가 섞인 흙바람의 너머, 바이크를 비스듬히 비튼 채 나타난 남자를 보고 한 번 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랜만이군. 스노우화이트.]“……도깨비?”
백설희는 안도감이 들면서, 한 편으로는 자신이 느낀 감각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히어로는 사람을 구하는 게 일이지. 나는…빌런을 처형하는 게 일이고.]펄럭.
바이크에서 내린 도깨비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길쭉한 방망이를 꺼낸 순간, 백설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받았다.
방금.
도깨비가 자신을 걱정하는 듯이 했던 그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분명….
키아아아아악ㅡㅡㅡㅡ!!
생각할 틈은 없었다.
“…악마는, 당신에게 맡깁니다!”
백설희는 자기 허벅지를 손으로 크게 때린 뒤, 뒤로 몸을 던졌다.
민간인을 구하기 위해.
[물론.]도깨비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악마를 죽이기 위해 여기에 온 거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