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54화(155/668)
〈 154화 〉 6장. 라이딩 도올, 엑셀러레이션 (2)
* * *
항상 히어로물을 보면 히어로는 늦게 도착하더라.
그건 이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였고, 히어로는 대부분 현장에 제때 오지 않았다.
왜 항상 히어로라는 자들은 늦을까.
그냥 뭉그적거리다가 늦게 온 걸까, 아니면 빨리 와봐야 어차피 사고는 터졌으니 느긋하게 커피라도 한잔하고 오던 걸까.
그런 자들도 있지만, 백설희와 같이 정말로 정의감 투철한 자들이 늦게 나타나는 걸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히어로가 느린 게 아니다.
빌런이 히어로가 느리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 어떤 히어로도 현장에 늦게 도착하고 싶어서 도착하는 자는 없고, 빌런이 히어로의 위치를 대략 파악하든 뭘 하든 히어로가 오기 힘든 위치에서 사고를 치는 것이다.
지금이 그렇다.
나는 울릉도에 전력으로 달려왔지만, 결국 약간 늦어버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윤이선이 악마가 될 뻔했어.’
내가 만약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면.
백설희가 나를 잡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면.
도중에 지나가다가 나타난 악마를 잡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면.
어쩌면 나는 S급 악마, 요호 구미호를 상대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간신히 구해냈다.
비록 두억시니의 손길이 몸에 닿았지만, 일단 윤이선을 구해냈다.
‘고생했다.’
윤이선도, 유미르도.
유미르가 백금태양으로 제 힘을 드러내면 쉽게 끝나는 일 아니냐? 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그녀에게 너무나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왜 변신 안 함?’이라고 하는 건 억까다.
우리 결사가 도올이라는 존재를 보내서 그렇지, 만약 도올이 없었다면 그녀는 바로 변신해서 악마를 퇴치하고 윤이선을 구해냈을 것이다.
어쩌면 활약할 기회를 빼앗은 것 같기도 하다.
유미르가 윤이선을 멋지게 구해내고, 금부도사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며 악마를 퇴치하는 그런 미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미래는 없다.
그건 두억시니가 바라는 미래고, 금부도사 백금태양이 모습을 드러내는 거니까.
금부도사가 나서야 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곳 울릉도는 아니다.
그러므로.
[늦었으니 그만큼 빨리 끝내주지.] [Tempest, On!]도올과 바로 합일을 이루어낸다.
내 몸속으로 깃든 도올의 마력이 바로 내 전신을 충만하게 가득 채우며, 나는 도올에게 내 몸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
[아아, 이 기분…. 최고야…! 살아있다는, 이 감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따라와라. 내 템포에 맞춰.]나는 마력을 가다듬은 뒤, 모든 의식을 전방에 집중했다.
율리아나 슈테른페르트가 폭주했을 때와 같이, 녀석은 분명
[온다.]“도깨비이이이이!!”
초고속으로 내게로 달려왔다.
그 속도는 단순히 번개처럼 뛴다는 정도를 넘어, 가속된 시간의 세계에서 달리는 것과 같이 빨랐다.
순간, 세상이 멈췄다.
내 몸도 멈췄고, 나는 정확히 나를 향해 슬로우모션처럼 날아오는 두억시니를 눈으로 확인했다.
공격은, 정면.
퍼ㅡㅡ억!
나는 앞으로 마력이 실린 주먹을 뻗었다.
두억시니는 내 주먹을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크, 크으으…!”
[지난번에도 똑같이 발리더니, 어떻게 발전이 없는 건지.]백금태양이 율리아나를 상대하던 때, 나와 두억시니는 거의 30분 가까이 싸웠다.
[그때도 똑같이 패배해놓고 내빼더니, 이번에는 어떻게 할 거지?]그리고 그때, 나는 당연히 승리했다.
[말했을 텐데. 세상에 그런 능력을 갖춘 건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이, 개…!”
[그저 상대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게 전부인 전투만 해온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나는 도올의 힘이 깃든 방망이를 앞으로 꺼낸 뒤, 도올의 전투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무기로 방망이를 바꿨다.
[스피드의 세계에서, 너는 그저 평범한 신체 강화형 이능력자일 뿐이다.]위이잉.
길쭉하게 창대처럼 뻗은 방망이의 위로 날카로운 칼날이 솟아난다.
그 칼날은 도올의 색인 녹색을 담고 있었고, 그 모양이 마치 호랑이의 발톱과도 같았다.
그 모습을 비유하자면, 할버드.
무언가를 베는 데 최적화되어있는 도올의 능력에 딱 어울리는 무기이며, 내가 다루기 정말 쉬운 무기기도 했다.
[나는 너와 달리, 이 가속된 시간 속에서도 얼마든지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크윽, 너…!”
[지금까지 그 능력을 이용해서 미꾸라지처럼 살아왔겠지.]위잉.
도올의 마력이 깃든 할버드의 창날이 반짝인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은 겉으로 보면 그저 단단한 유리처럼 형태를 갖춘 듯하지만, 실제로는 나조차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떨리고 있다.
“그, 그것은…월도!”
[……아아. 그렇다.]나는 월도의 장대를 움켜쥔 뒤, 앞으로 크게 뛰어 두억시니를 향해 휘둘렀다.
부ㅡ웅!
수평으로 그은 칼날에서 칼바람이 뿜어져 나간다.
도올의 색과 같은 녹색으로 반짝이는 칼날에 두억시니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피하려고 했지만
[어리석은.]“!!”
파사삭!
두억시니를 향해 날아간 참격은 두억시니의 바로 앞에서 폭발하며 흩어졌다.
“크아아악!!!”
초승달과도 같았던 참격이 폭발하며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되어 위아래로 터졌다.
당연히 바로 아래에 있던 두억시니는 전신에 도올의 칼날이 박혔고,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다시금 월도를 휘둘렀다.
“크, 흐흐흐! 네놈의 약점…. 알았다!”
두억시니는 전면이 난자당한 채, 나를 향해 피 흘리는 손으로 삿대질하며 웃었다.
“넌, 지금 그 상태에서 뛰지 못해!”
[…….]“거만한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뛰지 못하는 거다! 크하하! 지난번에는 몰랐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알았어!”
두억시니의 몸에서 거품이 올라오자, 곧 녀석의 상처가 바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반쯤 악마가 된 건가.]“흐흐흐! 반쯤? 하하하, 모르는구나! 뭔가를 알아보려고 떠보는 것 같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두억시니는 붉은 안광을 터뜨리며 멀리서 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너는 내 속도를 따라오는 게 아니야! 내 속도를 ‘인지’하는 거다!”
[…….]“도올처럼 말이지! 크하하!”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도올이 가만히 자신에게 카운터를 날렸던 것처럼, 나도 지금 최대한 집중한 상태로 녀석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의 나는 도올과 하나가 되었으니까.
…부정은 할 수 없다.
‘도올, 어떻게 안 되겠나?’
‘몰라! 으으, 이런 걸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야…?’
도올이 나의 공상을 쫓아오지 못하고 있으니까.
‘마나를 특수한 입자로 변환하여 그걸로 자신의 시간을 가속한다니, 그걸 어떻게 하는 건데!’
‘잘.’
‘이능력자들이나 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어떻게 잘해보라는 소리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군.’
나 혼자서는 두억시니의 속도를 쫓아갈 수 있다.
두억시니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도올과 하나가 되었기에, 도올의 많은 마력을 사용할 수는 있어도 그만큼 제약이 걸려있는 셈.
‘오는데 내 마력을 너무 많이 썼어.’
진도에서 울릉도까지 바이크를 달리느라 마력을 너무나 많이 썼다.
하지만 합일을 풀어낼 수는 없다.
합일을 해제하면 두억시니를 죽일 수 없으니까.
[뭐, 내가 지금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나는 월도를 다시 움켜쥐고 두억시니에게 겨눴다.
[그렇다고 네가 나보다 지금 더 빨라진 건, 아니지 않나.]“……!”
[사정없이 베어주마. 네 재생속도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부웅.
월도에 다시 녹색의 마력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죽을 때까지 베어버리면 언젠가 죽겠지.]나는 다시 두억시니를 향해 참격을 날렸다.
* * *
눈으로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지난번보다는 낫다.
중간중간, 마치 프레임이 끊기는 영상처럼 잠깐 둘의 모습이 스치듯 보였다.
“…….”
유미르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콜록거리는 윤이선을 부축하며, 그녀는 도올과 하나가 된 도깨비가 두억시니를 상대로 선전하는 걸 뒤에서 지켜보며 이를 갈았다.
“유미르….”
“회장님? 아, 안 돼요. 가만히 계셔요. 잘못하면….”
“당신, 정말 백금태양을 부를 수 있어…?”
윤이선의 손이 유미르의 손을 붙잡았다.
“그럼, 미안하지만, 불러줘….”
윤이선은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두억시니에게 꼬리가 잘린 순간부터 그녀는 막대한 마력을 잃었고, 거친 숨을 토해내다가 간신히 의식을 바로잡았다.
“백금태양은, 하악, 도깨비랑…파트너라고 들었어. 그게 맞다면, 지금 저….”
“파트너는 아닐 거예요. 아, 아마도….”
“그래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도깨비를 도와줘. 그리고….”
윤이선의 손가락은 저 멀리, 둘의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 뒤를 가리켰다.
“저 악마들…. 학생들, 부디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풀썩.
윤이선은 바이크에 엎어지듯 쓰러졌다.
바이크는 아슬아슬하게 앞으로 쓰러진 윤이선을 지탱했고, 유미르는 윤이선을 천천히 바이크에서 부축하여 바닥에 반듯하게 눕혔다.
“…….”
유미르는 태극워치를 벗은 다음, 윤이선에게 올렸다.
“…배려, 고마워요.”
윤이선은 눈치를 챘을까.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유미르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이 사태가 벌어진 순간부터 기다리고 있던 ‘틈’이었다.
“…시간은, 상대적.”
유미르는 잠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나는….”
유미르는 자신에게 되뇌었다.
“할 수 있어.”
정정.
“도깨비의 속도를…도깨비의 템포에 따라간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해.”
유미르는 잠시 눈을 감은 뒤, 손에서 마력을 일으켰다.
“…질풍신뢰(?風?雪).”
유미르의 몸에서, 금빛의 전격이 튀어 올랐다.
Blitz Actionㅡ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