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58화(159/668)
〈 158화 〉 6장. 킬 더 두억시니 (1)
* * *
[계약을 하지.]딱히 거래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나는 윤이선에게 계약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대가 장소만 제공해준다면 나는 두억시니를 없애버리겠다. 곧 섬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올 거고, 내게는 시간이 없다.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내가 따로 네게 찾아가마.]“……!”
[어떤가. 계약을 하겠나?]이게 말이 들리는 게 마치 악마가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서 그렇지, 실상은 두억시니를 없애버리겠다는 제안이다.
“그렇게하면 두억시니라는 그 악당을…쓰러뜨릴 수 있나요?”
[확실하게 없애버릴 거다. 이런 난리를 일으키고 자기 혼자서 한 달 뒤에 나타나느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는 놈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지.]어느 단체나 조직에서 판데모니엄과 유착관계가 있다고 해도, 이 정도로 사고를 쳤으면 두억시니 한 명 정도는 손절하려고 할 터.
[나와 계약을 맺었을 때, 네가 지켜줄 건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나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함구하는 것. 그리고….]“백금태양에 관해서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대화가 잘 통하는군.]나는 윤이선에게 한쪽 주먹을 뻗었고, 윤이선은 조심스럽게 나와 주먹을 맞댔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내일, 저녁 10시에 네 방에 찾아가마.]“제, 제 방에요…?”
[창문을 열어두고 있어라. 그럼 내가 찾아갈테니.]“위, 위험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이미 이 세종섬이라는 곳에서 나를 눈치챌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설령 눈치를 챈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서는 모른척 넘어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중에 보지.]나는 바이크에 올라 자리를 이탈했다.
중간에 백발의 젠로스 둘은 그냥 가볍게 무시하며, 나는 바이크를 세종섬 방향으로 돌린 채 바다로 향했다.
“어, 거긴!”
부ㅡ웅!
절벽 아래로 바이크를 몰고 그대로 떨어진다.
관성에 따라 앞으로 쭉 나아가 절벽에는 부딪치지 않지만, 파도가 일렁거리는 바다 위에 떨어지기 일보직전.
부와앙ㅡㅡ!
나는 바이크를 조작해 아래로 남은 마력을 모두 분사했다.
방향을 서쪽으로 꺾으며 스텔스모드영체화로 바이크와 함께 통째로 다른 이들의 시야에서 이탈했다.
‘진짜 굉장하긴 굉장하네.’
나 뿐만 아니라 바이크까지 영체화로 실체를 숨길 수 있다니.
총수가 개발에 직접 참여한 것이긴 하지만, 내 생각보다도 대단하고 멋진 바이크다.
심지어 이전에 S급 악마를 상대로 마나를 두르고 육탄돌격을 했는데도 멀쩡하니, 라이더에게 있어 너무나도 훌륭하고 완벽한 바이크라고 할 수 있다.
만.
나는 방향을 다시 육지 쪽으로 꺾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10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바로 다시 섬 방향으로 돌아온 뒤, 바이크의 아래로 마력을 분사하며 익숙한 펜션의 위로 올라가 천천히 하강했다.
부우웅.
헬기가 착륙하는 것처럼 바닥에 바람이 일었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애초에 이 펜션은 지금 내가 예약한 상태고, 나 말고는 다른 이들이
“전여친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말 그대로지. 내가 전여친. 뭐,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니까 사실상 여자친구라고 봐도 무방한 거 아닌가?”
“흐응. 그렇구나. 그런데 도깨비한테 아내가 있는 건 아시죠?”
“…….”
“아내한테 도깨비를 빼앗겨서 전여친이라고 하는 건가?”
“너, 건방지네?”
안에서 들려오는 기싸움 소리에 나는 다시 바이크에 손을 올렸다.
왠지 모르게 지금 들어가면 귀찮아질 것 같았지만, 부엌에서 혼자 컵을 들고 있는 주모가 보였다.
후루룩.
여유롭게 뭔가 식혜같은 걸 마시고 있지만, 컵을 움켜쥔 손가락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다.
아마 누군가가 당장 들어와서 이 사태를 정리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듯했고,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뿐이다.
[변신해제.]나는 변신을 해제했다.
졸지에 밖에서 알몸인 채로 나타난 남자가 되겠지만, 딱히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펜션 안에서 뭐하는 거야?”
드르륵.
내가 베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서로 한 발자국 가까이 거리를 좁힌 유미르와 도올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푸웁!”
주모는 마시던 식혜를 뿜으며 콜록거리고, 나는 방 안으로 들어와 베란다 문을 닫은 뒤 그대로 옷장으로 향했다.
“왜 만나자마자 싸우고 그래.”
“그, 선생님?”
“왜.”
“어, 음, 갑자기 그런 상태로 나타나시면?”
“좋아?”
“……눈 호강은 하는데, 조금 당황스럽네요.”
유미르는 헛기침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한창 날을 세우고 있던 도올은….
“어흙.”
이상한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지며 소파에 그대로 쓰러졌다.
쿵!
소파에 쓰러진 도올의 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옷장에서 임시로 입을 하얀 가운을 꺼내 둘렀고, 유미르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 이 무슨 만화같은…!”
“자주 저러니까 신경 쓰지 마. 너무 좋은 거 봐서 실신한 거니까. 유미르 너야 자주 봐서 별 감흥도 없겠지만.”
“가, 감흥이 없는 건 아니고요….”
유미르는 입맛을 다시며 내 가운 안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 지금 땀에 절어서 오셔서 그런가…. 확실히 조금 느낌이….”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긴 했지.”
“대놓고 말씀하시네요.”
“백설희가 없으니까.”
이곳에 있는 사람은 결사의 사람 둘, 그리고 백금태양 뿐.
당연히 내가 도깨비인 걸 숨길 이유는 없다.
이미 내 모든 걸 보여줬고, 여기에서 또 유미르와 농담따먹기로 도지환과 도깨비 드립을 칠 상황도 아니다.
“유미르. 일단 너는 지금 다시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해.”
“숙소요?”
“그래. 금방 사람들이 나타날 거고, 윤이선과는 내가 이야기를 나눴어. 그녀가 네 정체를 숨기는데 협조해줄 거야.”
“아, 다행이다….”
“문제는 다른 한 명.”
나는 탁자에 놓여있던 태블릿 PC를 꺼낸 다음, 한 사람의 얼굴을 보여줬다.
“은해영, 이 여자를 조심해.”
“…정체를 들켰을 가능성은”
“없어. 내가 오기 전에 한 번 확인하고 왔거든.”
“정말요?”
“그럼. 내가 그렇게 허술한 사람은 아니지.”
5명의 조원 중 한 명이 없으니, 나는 당연히 그 남은 한 명이 어디에서 뭘 하는지 확인했다.
“아직도 여자화장실에 처박혀있을 거니까, 그냥 윤이선이랑 말만 잘 맞추면 돼.”
“알겠어요. 그럼….”
“그리고 하나 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미르에게 다가간 뒤, 그녀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지금부터 너는 모든 생각을 ‘유미르’로서 해야 해. 백금태양으로서의 생각은 모두 내려놔. 너는 최선을 다했고,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어.”
“…선생님?”
“세상이 백금태양을 향해 이런저런 말을 할 거야. 호의를 가진 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너를 향해 악담을 퍼붓겠지. 그게 시기든, 분노든, 음해든, 공갈이든.”
“…….”
아직 유미르는 모른다.
인터넷에서의 마녀사냥을.
한 번 이슈가 시작되면 그 사람의 신상까지 털어내는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당해본 적은 없다.
그 편린을 내가 이전에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앞으로 백금태양을 향한 비난의 화살과 비교하면 약과에 불과하다.
“유미르. 만약 풀어내고 싶은 게 있다면, 쌓이는 게 있다면 내게로 와. 내가 네 고민 다 들어주고, 네게 쌓인 거 다 풀어줄테니까.”
“…그런 식으로 설득하는 건가요?”
“결사의 사람이기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결사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것도 좀 있긴 하지.”
유미르 앞에서는 뭐라고 돌려 말하지를 못하겠다.
“후우. 알았어요. 명심할게요. 선생님 말씀대로 다른 사람들이 백금태양에게 무슨 억까를 하든, 그거 한 귀로 흘리다가 쌓이게 되면 선생님한테 푸념하러 올게요.”
“그래. 무조건 와. 다른 사람이랑 상담하던 중이라도 네 이야기 들어줄테니까.”
“상담이 그 상담이 아닌 것 같은데.”
유미르는 도올을 슬쩍 바라보더니,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선생님. 아내분 말고는 다 똑같은 거죠?”
“…일단은.”
“그럼 됐어요. 난 또 뭐 아내가 여러 사람 되는 줄 알았네. 흥.”
유미르는 웃으며 자기 어깨에 올라간 내 손을 두드렸고, 나는 그녀로부터 물러났다.
“금방 다녀올게요. 실습 파토난 뒤에 울릉도에 체류하게 되면, 학생회장이랑 잘 이야기해서 여기로 바로 넘어오든가 할게요.”
“공간이동 할 때”
“공간이동 장소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나타난 다음 상황을 보고 이동할게요. 그러면 됐죠?”
“그래. 그거면 돼.”
유미르는 베란다 창문을 연 뒤,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것 같지만, 나는 안도감과 탈력감에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다.
“주모.”
“음료로 줄까?”
“뭐든지, 찬 거.”
주모는 내게 아이스티를 가져왔고, 나는 그걸 그대로 들이켰다.
“…크으. 나, 진짜 오늘 더럽게 많이 왔다갔다했네.”
움직인 거리만 거의 1000km는 족히 넘을지도 모른다.
바이크로 움직였다고는 해도, 중간중간 전투가 잦게 일어났으니까.
“도올. 일어나.”
“…….”
“…일어나라, 현세린.”
“히히.”
도올, 현세린은 스리슬쩍 눈을 떴다.
“어땠어?”
“만화를 너무 많이봤군.”
“그래도 적당히 물러났잖아. 진짜 아주 제대로 구워삶으셨던데? 뭘로 그렇게 푹 빠지게 만든 거야?”
“이거, 이거, 이거.”
검지로는 얼굴을.
엄지로는 가슴을.
그리고 그 손을 아래로.
“인정.”
현세린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면 말해봐. 두억시니, 그 자식 뭔데?”
“판데모니엄의 칠죄종.”
“……그 건방진 놈들 중 하나라고? 그 자식이? 아니, 그렇게 미친 놈은 없었잖아? 우리가 다 박살냈는 걸.”
“새롭게 나타난 칠죄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인체실험.
DNA조작.
“놈은 자신을 악마로 만든 존재다. 악마가 되고도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는 건…그걸 국뽕으로 유지하는 거지.”
“악에 물들지 않으려고 그보다 더한 미친 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또라이네.”
“한국인 이외의 모든 것들을 악마로 만들어, 한국 이외의 모든 것을 없애려고 하는 거지.”
“…생각보다도 더 미친 놈이었네.”
“악마를 연구해서 자기 몸에 심는 놈이니까.”
싸우면서 알았다.
놈은 수도 없이 죽었다.
“난 말이야, 지금까지 그냥 말단인데 미친 놈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번에 72악마를 만들어낸 걸 보고 깨달았어.”
단지 죽은 게 자기 몸에 심어둔 악마의 씨앗이었을 뿐, 두억시니는 죽지 않았다.
“그냥 국뽕에 미친 또라이인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생각보다 더 거물인 것 같아.”
두억시니.
“결사의 정보력에 들어오지 않는 게 그 증거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그 놈들일 가능성밖에 없잖아? 인간을 초월한, 인간을 그만둔, 인간이 아니게 된 칠죄종 악마들.”
원작 작가가 작품 진행 중 살짝 언급만 하면서 2부에서 써먹으려고 했던, 하지만 운석충돌로 제대로 얼굴도 비추지 못한 채 등장조차 하지 못했던 비운의 간부들.
“두억시니는 인간이 아니야.”
국가 내부에서 이루어지던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이 좀 더 넓은 차원으로 스케일이 확장되고, 이능력의 기원과 주인공의 진실, 그리고 다양한 떡밥들이 해소되었을 2부의 메인 빌런 중 하나.
“놈은, 외계인일지도 몰라.”
“…….”
세종섬 지하.
“외계에서 온 악마가 한국을 연구하다가, 그만 몸에 피대신 김칫국물이 흐르게 된 거지. 아니면 한국인 몸을 차지했든가.”
떨어진 운석에서 파생된 괴물.
“즉, 외계인이 국뽕에 피폭된 거지.”
다시 한 번.
“우리는 그걸, 악마라고 부르는 거고.”
이 세상은, 국뽕 라노벨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