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6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60화(161/668)
〈 160화 〉 6장. 킬 더 두억시니 (3)
* * *
까앙.
마지막 구슬 하나까지 전부 깨뜨렸다.
“휴!”
“만족했어?”
“응. 이제야 좀 속이 다 시원하네.”
도올은 변신을 풀자마자 바로 온천에 몸을 던졌고, 나 또한 바로 온천으로 들어갔다.
“흐아아. 여기 있으니까 좀 나은 것 같네. 도 과장님, 괜찮아? 오늘 마력 엄청 소모한 것 같은데.”
“하루 정도 쉬면 회복돼.”
“그거, 24시간 내내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를 가정한 거잖아. 그렇지?”
“…혹시 자다가 물속에 얼굴 박으면 꺼내줬으면 해.”
나는 어깨까지 모두 물속에 몸을 담갔다.
‘오늘 너무 많이 움직였어.’
인간에게는 내구도라는 게 있고, 정신력으로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조금 더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는데.”
“회장님이 주신 ‘여의주’는?”
“그건 엄밀히 따지면 마력을 회복시켜주는 물건은 아니야. 마나 소모량을 줄여주는 물건이지.”
“그건 몰랐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그건 나한테만 효과가 있는 거니까.”
4간부에게는 여의주가 있어도 효과가 없다.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건 나와의 합일, 내 몸에 깃들어 인간으로서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는 것 뿐이니.
“도 과장님, 진짜 마력낮네. 어떻게 마력 늘리는 방법 없어?”
“그래서 지금 온천에 몸 담그고 있잖아. 최대한 빨리 마력 회복하려고.”
“그렇긴 하지만, 뭔가 다른 방법이 또 있을 거 아냐. 도깨비방망이로 이능력자에게서 마력을 빼앗는다거나.”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겠지.”
마력을 빼앗는 기술은 머릿속에 넘치고 또 넘친다.
하지만 그런 기술 대부분 윤리적인 문제도 있고, 이성적으로 사용하기 꺼려지는 것들이라 함부로 사용하기 곤란하다.
남의 심장을 씹어먹어서 마력과 이능력을 가져오는 능력이라거나.
상대의 혈액을 빨아먹어 혈액 속에 있는 마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라거나.
그 외에도 당장 생각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게 지금까지 가능했다면 내가 지금쯤 이렇게 마력을 회복하겠다면서 온천에 몸을 담그는 일도 없었겠지.
“저기, 도 과장님? 찾았어.”
주모가 나와 도올의 옆에 반듯하게 자른 과일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으며 태블릿을 앞으로 뻗었다.
“도 과장님 말대로 검파랑새 하더라. 과격한 애국찬양론자를 찾다보니, 바로 나왔던데?”
“역시나.”
2000년에 대격변이 이루어진 시대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2025년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SNS는 발달되어 있다.
남들은 뇌를 파먹는 새라고 비판하는 파랑새도 있고, 얼굴책도 있고, 디코나 블래인드 같은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다크웹에서 주로 이용되는 SNS가 하나 존재한다.
테라그렘.
140자 단문 서비스와 SNS 서비스가 이것저것 섞인 이 SNS는 어둠의 세계에 발을 담근 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SNS다.
“고생했어. 주모.”
“뭘. 이런 거 확인하는 게 내 일인데.”
테라그렘을 살피는 건 시궁창에 고개를 처박는 일이지만, 주모는 그 시궁창 속에서 가장 악취나는 쓰레기 악마의 이면을 찾아냈다.
“뭔데? 무슨 이야기야?”
“두억시니의 뒷계정을 찾아냈습니다.”
“…뒷계정? 그게 뭐임?”
“앞에서는 비즈니스맨인 척 하면서, 뒤에서는 호박시까고 온갖 음흉한 멘트를 날리는 계정을 말합니다. 온갖 잡소리, 누군가의 험담이 가득한 계정이죠. 예를 들어….”
주모는 직접 포크로 과일을 찍어 도올의 입에 두 손으로 뻗었다.
“도지환이라는 사서 SNS를 보면 온갖 책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한데, 알고보니 뒤로는 도깨비라는 식으로 SNS를 이용하는 겁니다.”
“그건 좋은 거 아냐?”
“거기다가 막 ‘우리 상사가 나 너무 굴려서 다른 팀으로 옮기고 싶다’라고 말하는 거죠.”
“뭐야, 너 진짜 그렇게 적었었어?”
도올이 날카롭게 눈을 뜨며 나를 노려보고, 나는 아무 말 없이 배를 씹어먹었다.
“주모가 생각보다 더 많은 걸 알고있네.”
“진짜야?”
“SNS로 뒤에서 욕한 적은 없어.”
“그럼?”
“앞에서 대놓고 얘기했지.”
“…….”
나, 도지환.
자기 소설 속 세계에 빙의시키는 자를 상대로 5700자 리뷰를 박는 사나이다.
“구질구질하게 뒷담을 왜 해. 할 거면 앞에서 당당하게 비판을 해야지. 그래야 그 비판을 듣는 이능력자들도 멘탈에 손상이 안 갈 거 아냐.”
익명성의 뒤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좋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는 그랬다가는 이능력자를 악마로 만들기 딱 좋으니, 제발 이 세계에서는 이능력자를 상대로 이상한 소리를 해서 멘탈을 긁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당장 백금태양만 하더라도 그렇잖아. 백금태양 아니었으면 악마들 정화 없이 빨리 죽여서 피해가 생기지 않았을 거라느니….”
“그렇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내 뒤.
공간을 열고 나타난 유미르가 방글거리며 서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두억시니 처리하려고 한다면서요? 이선이랑 이야기하다 알았어요.”
“…윤이선이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함부로 이야기할 사람은 아닌데.”
“살짝만 떠봐도 바로 반응이 오던 걸요.”
유미르는 너무 눈치가 빠르다.
“저기, 도올 씨?”
“왜?”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두억시니를 처리하고 싶은데, 지금 이 사람이 마력이 없어서 처리하지 못하는 거 맞죠?”
“……결사 외인에게 함부로 도깨비에 관해 말할 수는 없어.”
도올은 배를 한 입 베어물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결사의 인턴이라면 얘기는 다르지.”
“인턴…?”
“백금태양 말고, 뭐 다른 컨셉을 잡으라는 거야. 마력색도 바꿀 수 있으면 금색이 아니라 뭐 갈색이든 뭐든 바꿔서.”
도올은 유미르에게 손짓을 하며, 나를 가리켰다.
“도 과장 밑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결사에 대해 배운다면, 나중에 결사에 들어올지 말지 확실히 정할 수 있지 않겠어? 결사는 능력있는 사람은 누구든 환영해.”
“…그건 재미있겠네요. 백금태양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결사에 협력한다.”
“인턴이 스파이라거나 뭐 그런 건 하루이틀도 아니니까.”
“저기. 도올 이사님? 그런 거 함부로 했다가는….”
“뭐 어때. 도 과장님이 책임지면 되지.”
“하.”
어처구니가 없다.
“…두억시니를 처리하려고 하는데, 네 말대로 지금 마력이 모자라. 이번에 확실하게 처리하려면 마력을 최대한 회복해야 해.”
“지금 바로 회복시켜드릴게요.”
“…응?”
“도 과장님. 그 속설 아세요?”
유미르는 도올을 향해 눈빛을 보내더니, 나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으며 내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애국하면 낫는데요.”
“…너 지금 무슨.”
“제가 가진 이능력 중에는 ‘마력공급’의 이능력도 있거든요?”
“…….”
안 돼.
머릿속에, 한 가지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그, 그걸로 마력공급을 할 수 있다고?”
“그럼요. 이 위대한 나라에서, 설마 안 되겠어요? 그것도 울릉도인데.”
유미르는 내 옆으로 다리를 뻗으며, 온천 속으로 들어왔다.
“호국영령께서 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두억시니를 처리하기 위해, 저희들에게 힘을 보태어주실 거예요. 그렇죠?”
“……그런 말을 하면서 왜 맨다리로”
“어허. 눈치없게 자꾸 그럴래요?”
유미르는 손으로 내 입을 막아버렸다.
“지금 제일 급한 건 두억시니를 처리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도올 씨, 저 좀 도와주실래요?”
“도올이라고 부르지 말고, 현세린이라고 불러. 나이는…일단은 언니니까, 편하게 불러도 되지?”
“…? 뭐, 네. 알겠어요. 그럼.”
참방.
유미르가 물속으로 들어와, 내 옆으로 다가왔다.
“2시간 안에 마력 가득 채워드릴테니까, 바로 두억시니 처리하러 가죠?”
“…주모. 태블릿 좀.”
나는 주모에게 태블릿을 빌린 다음, 간단한 지시사항을 적었다.
“윤이선 학생 스마트폰에 연락 넣어서 계획을 전한 다음 협력을 구해. 그리고 준비 끝나는대로 두억시니에게 ‘선전포고’를 날려.”
“2시간 뒤?”
“…2시간보다 더 빨리 끝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렇게 된 거.
“급속충전으로 끝내자고.”
두억시니를 처리하기 위해서.
* * *
그 시각.
세종섬 모 처.
우당탕!
청년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듯, 맥없이 계단을 구른 청년은 목이 꺾인 자세 그대로 가만히 계단 아래에 처박혔다.
“…끙.”
목이 꺾였음에도 청년은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몸은 비틀거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즉사했어야 할만큼 굴렀는데도 그는 살아있었다.
“끄으으.”
청년은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소파테이블 위에 올려진 리모컨에 손을 뻗어 TV를 켰다.
두억시니는 어떤 빌런인가?
“쯧!”
뉴스 헤드라인을 보자마자 청년은 혀를 찼다.
냉장고에서 꺼내온 것 같은 양갱을 씹으며, 청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 뉴스 속 패널들을 째려보기만 했다.
“두억시니라는 이름에 빌런이라고 붙이지 말라고….”
청년, 두억시니는 옆에 놓인 태블릿을 꺼냈다.
뉴스 속 패널들이 자신을 향해 온갖 성토와 비난을 하는 걸 한 귀로 흘리며, 그는 인터넷에 바로 접속하여 자신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아아, 세상에 두억시니에 대한 욕이 가득해. 그래. 인간들에게 욕을 먹는 건 기쁜 일이지. 후후.”
두억시니는 사람들의 불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그 불쾌감이 단순한 불쾌가 아닌 혐오와 증오가 뒤섞여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는 그 감정을 더욱더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두억시니는 커뮤니티 속 다른 반응들을 보며 바로 표정을 굳혔다.
“이 쓰레기 놈들이 감히 성스러운 백금태양을 욕해…?”
응당 칭송받아야 할 영웅이 욕을 먹고 있다.
두억시니가 난동을 부리기 이전에, 백금태양이라는 존재를 욕하고 있었다.
“이 미친 놈들! 백금태양이 악마를 정화해줬으면 칭송하고 찬양해야지, 그걸 가지고 뭐라고? 더 피해가 늘어나? 쓰레기같은 놈들, 어떻게든 까고 싶어서 안달난 놈들!”
두억시니는 소파에서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갈았다.
“이 놈들 전자주소 찾아서 반드시 거기다가 악마를 떨어뜨리겠어…! 감히 금부도사 백금태양을 욕해? 울릉도에서 대전까지 공간이동으로 날아가서 악마들을 정화해준 이 나라의 새로운 영웅에게! 그것도…!”
두억시니는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 등받이 뒤로 넘어갔다.
“외국인인데! 크으, 외국인마저도 혼에 우리의 얼이 깃들게 하는 이 나라…! 너무 멋지다! 훌륭하다!”
두억시니는 발로 박수를 치다가 표정을 굳혔다.
“그런 나라에 영웅을 억지로 까는 쓰레기들은 있어서는 안 되지. 암. 그렇고 말고. 그런 놈들이 매국노에 나라를 팔아먹을 자들…응?”
삐빅.
알람이 울렸다.
와서는 안 될 알람이.
‘다크웹’을 통해서 들어온, 뒷계정 알람에 트윗 하나가 달렸다.
“와, 미친 놈이. 선넘네?”
두억시니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죽이지 않고는 놔둘 수 없겠군. 야, 너 어디사냐?”
두억시니는 바로 엄지를 움직여, 소위 키보드 배틀을 벌였다.
“…세종섬? 어쭈, 학생 주제에 감히.”
두억시니는 눈이 돌아갔다.
두억시니가 일으킨 사고가 사실은 중국이 갓한민국 공격한 거라는 게 참트루? 그러면 두억시니 사실은 두완용일듯. 중국 사주받고 한국 망하게 하려고 하는듯.
“이완용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자다, 이 역사 공부도 제대로 못한 잼민이 놈아!”
두억시니는 바로 가면을 쓰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