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6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66화(167/668)
〈 166화 〉 7장. 혼탁의 일주일 (1)
* * *
하루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놀랍게도 이제 실습 2일 차.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이 죽었고, 또 엄청난 존재가 죽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서로 근거 없는 낭설과 소문이 뒤섞이며 공포와 겁에 질렸다.
그러나 한 가지.
새벽에 공표된 정보 하나 덕분에, 사람들은 그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주모, 자고 일어난 사이에 뭐 별일 없었어?”
“별일? 있었지. 회장님께서 직접 TV에 나와서 연설하셨어. 전 세계 해킹으로.”
“…영상 녹화한 거 있지?”
공인된 정보 하나.
결사 이매망량의 도깨비가 두억시니라는 존재를 처형했다.
이 정보는 따로 검증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확실한 정보였다.
사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누구도 아닌 총수가 직접 나서서 말했기 때문.
총수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세계정복을 목표로 하는 자가 거짓을 말하게 되면 그 누구도 자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총수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적어도 본인이 매스컴의 앞에서 이야기할 때는 그렇다.
“직접 정리한다고 하시더니, 그게 진실을 전부 알리는 거였나.”
“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는 건 아니지?”
“없어.”
나는 국밥에 새우젓을 풀며 영상을 다시 확인했다.
“회장님께서 내가 두억시니를 죽였다는 걸 공표한 건 두 가지 이유야. 하나는 백금태양을 향해 화살이 돌아가지 않게 하려는 거고, 또 하나는 두억시니를 죽였다는 것 자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두억시니의 사망을?”
“그래. 정보를 숨기는 걸로 이득을 보는 것보다, 정보를 빨리 퍼뜨려서 세상의 혼란을 잠재우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본 거지. 이거 봐봐.”
나는 태블릿으로 주식 어플을 열었다.
“두억시니가 한국에 악마를 풀고 500명이 죽었다고 나온 시점부터, 정확히는 그 난리가 났는데도 두억시니를 잡지 못했다고 오피셜로 나왔을 때. 미국 장이 열리자마자 나스닥이 바닥을 쳤네.”
한국에서 사고가 났는데 미국 증시가 박살이 난다?
당연한 일이다.
세계의 중심은 한국이고, 한국에서 대응 불가능한 사고가 발생했으니 전 세계가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서킷 브레이크까지 걸렸어. 전체 거래 정지로.”
“그러다가 해제된 게….”
“이매망량에서 오피셜 방송 나오고 30분 뒤.”
미국에 사는 개미들은 지옥을 맛봤을 것이다.
한국에서 대처 불가능한 악마가 나왔다는 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대응할 수 없다는 말이니까.
“내가 두억시니 죽인 자로 알려져서 지금 국제 경제의 붕괴를 막은 거잖아. 총장님께서 그게 중요하다고 판단하셨고, 나도 동의해.”
“뭐, 회장님이 도 과장님 의견까지 물어가면서 할 필요는 없지만….”
“회장님 의견이 내 의견이야. 그리고 회장님은 내가 손해 볼 일은 절대 하지 않아.”
“그게 판데모니엄과의 전면전이라고 해도?”
“오히려 잘된 일이지.”
생각해보면, 지금이 더 기회다.
“지금 전 세계는 두억시니, 그리고 그 배후를 향해 적의를 가지게 되었어. 그 누구도 감히 그놈들의 편을 들지 못하게 되었다고. 이매망량이 그들과의 전면전에 선두에 선 지금,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된다면 세계정복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을 거야.”
이능력자를 악마로 만드는 자를 없앴다.
그리고 그가 배후로 있는, 그가 일곱 명의 별 중 하나인 조직을 소탕했다.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세계의 위협을 이매망량이 지켰다.
그것만으로도 훗날, 이매망량을 향한 지지와 여론을 확보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래. 그걸로 충분해.”
“그런 것 치고는 도 과장님, 영상 보면서 되게 표정이 안 좋은걸.”
“…그건 다른 이유야.”
나는 검은 실루엣을 가리켰다.
“아니, 총수님은 왜 이 모습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한 거야?”
“…그냥 그러고 싶으셨나 보지.”
“아니, 하아. 너는 이거 보고도 모…를 수 있겠네.”
자세히 보니, 하복부 위에 올려놓은 거북이가 괜히 올라간 게 아니다.
실제로는 거북이가 아니지만, 일단 실루엣으로만 보이니 그냥 모른 척 넘어가자.
“나중에 따져봐야겠어. 왜 지금 모습으로 나왔는지. 사람들 지금 난리 났을 거 아냐. 총수의 모습이 변했다고.”
“특정 세력들은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 특정 세력들, 혹시 FBI가 필요한 사람들 아닌가?”
총수의 변화도 이슈가 되었다.
총수님 어려지셨다! 역시 이게 진리다!
경찰 아저씨, 여기예요!
사실은 저게 원래 모습 아님?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총수는 거다이총수였던 것임ㄷㄷ
뭐야 그럼 뽕이야?
물론 두억시니라는 존재가 소멸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덕분에 총수의 모습 변화에 대한 떡밥을 굴릴 수 있는 것.
아무튼 도깨비가 두억시니를 죽였다고 총수가 직접 나와서 이야기했으니, 두억시니는 확실하게 죽은 거겠네.
두억시니가 죽어서 모두가 안도할 수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지금쯤 두억시니를 붙잡지 못한 한국 히어로들을 규탄했을 것이다.
그 유탄은 백설희에게도, 백금태양에게도 퍼졌겠지.
“덕분에 이 나라는 계 탔네. 회장님께서 나서주신 덕분에, 새벽까지 헛짓거리하면서 회의 한 게 다 쓸모가 없어졌을 테니.”
“…아마도.”
두억시니를 찾아 죽여야 한다고 온갖 계획을 세워놓았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 계획은 전부 쓰레기가 되었다.
아마도 지금쯤 기껏 인쇄한 보도자료들을 파쇄기에 집어넣고 돌리느라 자원 낭비를 하고 있을 테지.
쓸데없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또 쓸데없이 행동하다가.
“그럼 우리가 이제 신경 써야 할 건…어머, 일어나셨어요?”
“우응….”
도올은 비틀거리며 식탁에 앉았다.
그녀는 식탁에 앉자마자 고개를 식탁에 처박았고, 주모는 조금 난감한 얼굴로 인덕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침은….”
“주모. 우유 가져와.”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은 뒤, 미리 펜션 사장에게 요청한 그릇을 찬장에서 꺼냈다.
“저기…? 그건 좀 심한 거 아니야?”
“괜찮아.”
얼핏 보면 개밥그릇처럼 보이지만, 맞다.
“우유 부어줘.”
“……사람을 무슨.”
“사람 아니야아아.”
도올은 식탁에 볼을 비비적거리다가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귀신이다아아.”
“…귀신이라고 해도 개밥그릇에 우유 드시는 건.”
“이게 내 밥인데?”
나는 주모로부터 우유를 건네받아 밥그릇에 부었고, 도올은 밥그릇에 고개를 처박고 혀만 앞으로 내민 채 우유를 핥아 먹기 시작했다.
할짝, 할짝.
그 모습에 주모는 살짝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왜? 이매망량 간부가 이렇게 밥 먹는 거 보니까 좀 그래?”‘
“……궁기 님은, 아, 아니야. 말하지 마.”
“걔는 쪼아먹는데.”
“…….”
주모는 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렸다.
“남들은 지금 결사를 세계의 위기를 막은 다크히어로로 알고 있는데, 그 결사의 쌍두마차가 지금 이 모습으로 아침 먹고 있다니.”
주모는 한탄하며 나와 도올을 가리켰다.
“세상 참.”
“원래 세상이 그런 거지. 항상 정장 차려입고 머리 세우고 그럴 수는 없잖아.”
나는 들깻가루를 한 스푼 떠서 국밥 안에 넣었다.
“그만큼 주모가 편하다는 거지. 편하게 생각해.”
할짝, 할짝, 할짝.
“이제 진짜로 고민해야 하는 건….”
“백금태양?”‘
“아니.”
백금태양 문제는 일부 사람들의 사소한 문제일 뿐.
“진짜는 따로 있지. 마침 저기 이야기 나오네.”
백금태양으로부터 파생된 문제기도 하지만.
“젠로스들,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악마가 되었다가 정화된 자들.
“인간들 하는 짓 뻔하지.”
그들에 대한 두려움, 혐오감, 증오.
“드러누워서 난리칠 거 아냐. 어딜 악마놈이 내가 사는 동네 들어오냐고.”
인간은.
인간이다.
* * *
속보입니다. 정부는 ‘이능력소실자’에 대하여, 백신 투약과 적응이 완료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여….
“…….”
경부고속도로,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
백설희는 리무진 차에 뒤에 앉은 채, 뉴스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선배님.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젠로스들에 대해서.”
“글쎄.”
함께 리무진에 탄 A급 히어로, ‘블래스트 걸’의 질문에 백설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조사부터 마저 끝내야겠지.”
“정말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아니, 판결이 제대로 이루어질까요?”
“김은정, 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게.”
블래스트 걸, 김은정은 심각한 얼굴로 태극워치로 명단을 하나 꺼냈다.
“젠로스 중에 전직 장관 아들, 법조계 인사 친척도 있대요.”
“…그러니까 판사들이랑 친인척이라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처벌을 받더라도 솜방망이? 뭐, 골치가 아프겠죠. 사람 몇 명 죽였으면 몇 년, 재산피해만 입혔으면 몇 년…. 어휴. 이럴 때 보면 도깨비가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너까지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그렇잖아요. 선배. 선배가 도깨비랑 같이 S급 악마랑 싸워서 느꼈을 거 아녜요.”
김은정은 뭔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백설희에게 다가왔다.
“도깨비가 나서준다면, 저희가 굳이 손에 피 안 묻히고”
“도깨비는 망나니가 아니야. 그런 걸로 그를 이용해서는 안 돼.”
“역시, 도깨비랑”
“헛소리하지 마.”
백설희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런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나 화낼….”
끼이익.
차가 멈췄다.
백설희가 탄 리무진 차를 비롯하여, 뒤를 따르던 차들도 하나둘 멈췄다.
“뭐예요? 도로 망가지기라도 했어요?”
“그, 그게.”
앞에서 운전을 하던 운전기사는 심각해진 얼굴로 앞을 가리켰다.
“저 앞에, 지금 사람들이 도로를 점거한 채로 누워있는데요.”
“……예?”
“빨간 머리띠를 쓰고, 지금 도로 위에 누워있어요.”
백설희는 바로 리무진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펄럭.
좌우로 뻗은 깃대 위로 현수막이 펄럭거린다.
하얀 천에 급하게 휘갈긴 붉은 글자의 내용에, 백설희는 자신도 모르게 그걸 넋 놓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악마는 영원한 악마, 부산에 들어오는 걸 반대한다…?”
“이야. 선배. 저게 교과서에서 보던 그 님비인가요?”
“…….”
쨍재쟁쨍쨍!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며, 누군가가 확성기를 들고 외치기 시작했다.
“악마를 부산에 들이는 게 웬 말이냐! 웬 말이냐!”
“””웬 말이냐! 웬 말이냐!”””
“히어로 협회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악마는 지옥으로! 범죄자는 형장으로!”
“””형장으로! 형장으로!”””
“빌런을 처형하라! 도깨비를 불러와라!”
“””불러와라! 불러와라!”””
“하.”
백설희는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젠로스한 악마들 싹 다 도깨비보고 죽여버리라고 시위하는 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