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7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75화(176/668)
〈 175화 〉 7장. 히로인의 압박
* * *
※전화 마지막 부분 수정되었습니다.
도지환은 이전에 백설희에게 신발 사이즈를 알려줬습니다.
써놓고 까먹었습니다.
데헷
* * *
도지환은 도깨비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내릴 수는 없다.
백설희는 수능 언어 영역에서 100점을 받을 정도로 이해력이 빠른 여자고, 수리 가형에서도 100점을 받을 만큼 논리적인 여자다.
그러므로 ‘도지환=도깨비’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전, 괜히 함부로 이 가설을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가설이 진실이라고 가정을 하고 생각해보면, 앞뒤가 모두 착착 맞아떨어진다.
그날.
레드 스카프 정공인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 서울을 불태우겠다고 한 그날.
백설희는 도지환과 처음 만나 바이크를 빌려 달렸다.
그때는 얼음 날개 같이 초고속 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바이크를 빌려야만 했다.
그리고 도깨비는 자신이 나타난 방향에서 나타났다.
1.도깨비는 왜 그때 서울 방면에서 나타났는가?
답. 그야 도깨비가 그때 서울에 있었고, 자신에게 바이크를 빼앗겼기 때문에.
11. 그렇다면 도깨비는 왜 굳이 레드스카프를 잡으러 온 걸까?
답. 그야 도깨비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서울이고, 아무리 빌런이라고 해도 자기 집이 다른 악질 빌런에게 파괴되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다음.
도깨비는 생전 나타나지 않던 세종섬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학기가 막 시작하는 때.
이것이 도깨비가 사서라는 직업으로 세종섬에 위장취업을 하면서 세종섬에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맞아떨어진다.
2.도깨비는 왜 세종섬에 나타났는가?
답. 이에 관한 답을 함부로 내릴 수는 없지만, 일단 여자 꼬시려고 온 건 분명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 말고는 없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읽는 건 그저 취미생활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유미르나 백설희같이 S급, 혹은 EX급 이능력자를 자기편으로 만들어서 결사의 사람으로 영입하려고 하는 것일 터.
그게 가장 논리적이고 합당한 이유다.
백설희가 세종섬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도, 세종섬에는 바리데기 태이린이나 학생회장 윤이선 같은 우수한 능력자들이 많으니까.
21. 정말로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답. 어쩌면 두억시니와 그 배후를 처리하러 온 걸 수도 있다.
악마를 양산할 수 있는 두억시니와 그 배경이 세종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세종섬에 직접 들어와 본진 폭파를 시도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두 맞아떨어진다.
거기에 또 다른 것.
강릉에서 자신과 부딪쳤을 때, 도깨비는 왼손으로 자신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 시점은 도깨비와 자신이 울릉도에서 애국의 밤을 보낸 이후였고, 도깨비는 자신을 베는 게 아닌 공격을 받아내는 걸로 대응했다.
만약 도깨비가 도지환이라면, 자신이 도지환으로서 본 면모가 도깨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면.
3. 도깨비가 자신의 공격을 굳이 왼손으로 받아낸 이유는?
답. 친해진 여자를 상대로 상처를 입히기 싫어서.
빌런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나름 스윗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왼손에 상처가 남는데, 굳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것도 깁스까지 하면서?
아내와 애국 행위를 하다가 다쳤다는 그런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까지 빌미를 준 이유가 뭘까?
도깨비의 손에 마력은 남지 않았다.
하지만 도깨비라면 뭔가 마력을 뽑아낼 방법이 있었을 테니, 뼈가 부러진 상처만 남긴 채 세종섬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다.
따라서.
도지환은 도깨비다라고 하는 명제가 참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증거가 필요하다.
끼워맞추기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 과정이 개연성을 갖추게 하기 위한 정보가 필요하다.
원래 경찰들이 용의자를 수배할 때도 보면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파악하지 않는가.
체격.
목소리.
생김새.
그래서 백설희는 그 첫 번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체격 부분부터 하나둘 검증하기로 마음먹었다.
양양에서의 전투.
진도에서의 전투.
하나는 백설희와 직접 싸웠고, 다른 하나는 S급 악마를 상대로 함께 싸웠다.
그 과정에서 도깨비는 컨셉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닥을 크게 발로 디디며 적을 공격했다.
그 족적을 보았다.
일종의 스키드 마크 비슷한 거라고 해야 할까.
발자국이 대놓고 남지는 않았지만, 마력이 발에 실리는 순간 주변에 마나가 퍼지는 농도나 느낌을 통해 그녀는 도깨비의 사이즈를 유추했다.
추정 사이즈, 280
그리고 도지환 본인이 알려준 사이즈도 280.
그리고.
자신이 눈대중으로 도깨비가 사용했던 이능력의 발자국과 구두를 비슷하게 맞춰본 결과, 사이즈는 거의 일치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뭐, 발 사이즈만 두고 어떻게 그 사람인지 확신할 수 있으랴.
그저.
4. 이렇게까지 도지환이 도깨비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답. 이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지만,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여자의 감.
단지, 그뿐.
S급이고 그런 걸 다 떠나서, ‘저 남자가 그 남자다’라는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신발 사이즈부터 하나둘 맞게 들어간다면.
이제부터.
하나둘, 확실하게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면 그만.
도지환이 도깨비라고 판명 나는 그 날.
백설희는….
* * *
‘눈빛이 딱 나를 어디 감금시켜놓고 감정 쏟아내고 그럴 것 같은 기세네.’
유미르가 은근슬쩍 눈치를 준다.
나도 바로 눈치를 챘다.
백설희는 지금 신발을 빌미로 나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은 뒤, 도깨비와 비교하려고 하고 있다.
‘한 번 데어봐서 알겠네.’
유미르가 백설희에게 걸리지 않게 눈짓 발짓 손짓을 다 하며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도 선생님 몸을 바탕으로 도깨비인 거 알았는데, 설희 언니라고 모르겠어요?
…백설희가 그렇게까지 눈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 떡밥을 던진 만큼 눈치를 챌 거라고 생각은 했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왜?
“고마워요, 설희 씨.”
이미 그에 대한 대응책은 전부 다 마련되어있기 때문에.
“지난번에 신발 사이즈 물어보셨을 때부터 혹시나 했는데. 답례품을 준비해놓기를 잘했네요.”
“답례품…?”
“네. 사실은 아내가 이거 보내준 거긴 한데.”
나는 집 안 옷장 안에 숨겨둔 물건 하나를 꺼냈다.
“짜잔.”
“그, 그건…!”
“외국에서 사 온 란제리입니다.”
나는 뻔뻔하게, 검은색 란제리가 든 상자를 백설희에게 건넸다.
“나중에 한 번 입어보세요. 아니면 저기 뭐냐, 이걸 베이스로 해서 옷 위에 마나로 걸친다고 생각하셔도 되고.”
“이, 이런 걸 어떻게 입…아, 아니.”
나를 추궁하려던 백설희는 순식간에 표정이 무너졌다.
“이, 이거, 저 사이즈 안 맞…?”
“아뇨. 딱 맞을 겁니다. 그 사이에 또 뭐 커지거나 그런 게 아니라면.”
“…그런 걸 어떻게 아셨죠?”
“그야 눈대중으로만 봐도 견적 나오는걸요.”
백설희는 침묵했다.
갑작스럽게 들이민 검은 란제리 어택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우와, 선생님! 저는요오?”
“네 건 특수제작해야 하던데.”
“예?”
“기성품으로는 설희 씨 사이즈까지 커버할 수 있는데, 너는 따로 주문 제작 해야 하더라고.”
“…흐흥.”
유미르는 어깨를 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죠. 이런 것도 주문 제작 하기에는 엄청 어려우니까.”
“…….”
백설희가 잠시 가라앉은 눈으로 자기 아래를 바라봤다가 유미르를 올려다봤다.
S급 다운 마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EX급 마력을 가진 유미르의 앞에서는 한 수 정도는 접어줘야만 했다.
물론, 둘 다 EX+급 이능력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하지만.
“신발 고마워요, 설희 씨. 답례, 받아주시겠어요?”
“아, 예. 그…나중에 한 번 입은 거 보여드릴게요.”
“예. 꼭이에요. 그리고 그거 입고 나중에 울릉도 가죠.”
“……!”
백설희가 얼굴을 붉힌다.
내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녀의 앞에 선물을 건네자, 백설희는 머뭇거리다가 란제리 박스를 손에 움켜쥐었다.
“…지환 씨.”
“네.”
“혹시, 저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요?”
“있죠.”
최후통첩으로 날린 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어수룩하게 ‘없어요’라고 했다가 나중에 ‘나한테 숨긴 거 없다면서!’라고 소리 들을 생각은 없다.
그저.
“언젠가, 언젠가 설희 씨에게 제가 가진 정말 중요한 비밀 하나를 말씀드릴 날이 올 거예요.”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백설희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얼굴을 묻는다.
“만약 그때가 오면, 저를 원망하거나 그럴 수도 있어요. 아니, 분명 원망하겠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이건 배신이라고.”
“…….”
“하지만 이것만큼은 이해해줘요. 저는 설희 씨 편이고, 설희 씨에게 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람이….”
“만일. 언젠가, 만일 제가 가진 비밀을 모두 밝히는 날이 온다면.”
목소리를 살짝 떨며.
“그때는, 설희 씨를 이렇게 마주 볼 수 있을까…조금, 두렵네요.”
나는 그저, 백설희를 올려다보며 웃기만 했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만약 백설희가 내 정체를 알게 된다면.
그녀는 히어로로서 나를 추궁할 테지.
그렇다면 그녀가 히어로가 아닌 여자로서 판단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설령 의심하더라도, 그 의심을 스스로 묻게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이기적인 생물이고, 자기중심적인 생물이다.
“제가.”
나는 백설희의 다리를 쓸며, 그녀의 무릎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생각보다, 설희 씨를 더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 같네요.”
도깨비가 자기 정체를 드러내게 만든 계기?
“지환…씨?”
“미안해요, 설희 씨. 조금, 저답지 않긴 한데.”
도깨비도 한 명의 ‘인간’이라는 걸 어필하는 것.
“…저도 남자인지라.”
백설희의 눈이.
내 다리 사이를 스쳤다.
불끈.
아무리 S급, EX급 빌런이라도.
“설희 씨가 나쁜 거예요.”
사랑 앞에서는 흔들리는 게, ‘사람’이니까.
“저를 이렇게 만들어버렸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