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8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81화(182/668)
이능력자가 이능력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에서 도시 전설처럼 들리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폭탄마가 더 이상 폭탄마가 아니게 되었다.
폭발을 일으키는 이능력자가 폭발 능력을 상실하고 일반인이 되었다는 말에 대해, A급 이능력자’였던’ 세종아카데미 학부생이자 중국인인 ‘왕후안’은 그 소식을 그저 우스갯소리로 취급했다.
하지만 백금태양이라는 존재가 나타나고, 그 뒤로 자신이 한 번 악마가 되었다가 이능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그는 폭탄마가 일으켰다는 자살소동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죽고 싶다.
넘쳐나던 힘이 사라지니 죽을 것 같다.
호화로운 1인실 객실처럼 꾸며져 있지만, 이 방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자신을 괴롭게 하고 아프게 하는 고통스러운 물건들밖에 없다.
이능력자였을 때, 그는 침대 끄트머리에 새끼발가락을 찧어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공복을 쉽게 느끼지도 않았고, 음식을 먹을 때도 더부룩하지 않았다.
플라스틱으로 된 식판에 담긴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식판으로 머리를 크게 때려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보다도 더한 고통도 아프지 않았는데, 이제는 고통이 엄습한다.
평범한 인간으로 전락했다는 것 자체가 두렵고, 괴롭고, 고통스럽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 중에는 스스로 이런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자해하다가 정신병동에 갇힌 것처럼 구속된 사람도 있었겠지.
그나마 다행인 거라면, 왕후안 본인은 당의 비호를 받던 이능력자라는 점.
아버지가 당의 높은 사람인 만큼, 분명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다.
다른 이들이 그랬다.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는 없지만 모니터 패널을 통해 다른 젠로스들과 통화할 수 있는 채널 속에서, 그는 다른 이가 했던 말을 통해 희망을 품었다.
-당에서 우리를 구하러 올 것이다.
왜냐하면, 세종섬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더 이상 나오지 못할 테니까.
본인들이 세종섬에서 살아봤기에 세종섬이 얼마나 감옥 같은 곳인지 잘 알고 있고, 귀동냥으로 들은 것도 있기에 세종섬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왕 형. 세종섬 지하에는 이능력자를 인체 실험하는 연구소가 있다고 하더군.
-그건 음모론일 뿐이야. 설마 실제로 그런 게 존재하겠나?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를 왜 세종섬으로 데려가려고 할까?
-그야 세종섬이 한국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철옹성이니까.
-그 철옹성 지하에서 인체실험이 이루어진다면 정말 볼만하겠군.
그 말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정말로 세종섬에서 소위 코렁탕을 먹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옛날 영화를 보니까 막 물속에 대가리를 처박게 하고, 전기의자에 강제로 앉혀놓고 전기구이로 지지고 그러던데.
그런 걸 실제로 당한다면, 이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호흡 참기 대회나 전기마사지일 테지만, 지금의 신체로는 그저 고문에 지나지 않는다.
“젠장….”
왕후안은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다시 악마라도 되어 이곳을 탈출하고 싶었다.
악마였을 때는 이능력자였을 때보다도 더 충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이루어낼 수 있었으니까.
충동이 일어나도, 이능력자가 아닌 인간은 나약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일 뿐이다.
특히 왕후안처럼 사람을 죽이고 갇힌 경우라면 더더욱.
띵동.
벨 소리가 울렸다.
곧 밖에서 카트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플라스틱 카트에 음식을 담아온 여인이 식탁 위에 음식을 올렸다.
“식사 시간은 1시간. 드시지 않으면 그대로 수거할 예정입니다.”
“……젓가락도 없이?”
“포카락 있습니다.”
여인, 협회의 직원은 담담한 얼굴로 식판 옆에 놓인 분홍색 플라스틱 숟가락을 가리켰다.
둥근 숟가락 스푼 끝부분이 뭉툭하게 뻗어, 뭔가를 찔러도 꾹 눌린 자국만 남을 것 같은 형태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다른 방에서는 포카락으로 자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발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흥, 자해를 왜 해.”
왕후안은 식탁에 올려진 음식을 내려다봤다.
음식은 대부분 부드럽거나 말랑한 것들 뿐이었고, 조개껍데기 같은 딱딱한 것은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이거, 치킨인가?”
“순살치킨입니다.”
“…….”
심지어 뼛조각조차 나오지 않게 해놓았으니, 그로서는 정말 지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슨 죄수 다루는 것도 아니고.”
“…….”
“왜? 내가 진짜 죄수 같아?”
왕후안은 포카락으로 순살치킨을 찍었다.
“내가 지금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고 우습게 보여? 내가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너 같은 E급 요원 같은 건….”
딸칵.
요원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무선이어폰이었고, 요원은 이어폰을 착용한 채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젠장.”
왕후안은 얌전히 치킨을 씹었다.
불쾌하지만 불쾌하다고 강짜를 부릴 수도 없다.
자신은 그저 무능력자고, 저 E급 요원은 손가락 하나만으로 자신을 죽여 없앨 수 있으니까.
콰득.
“…….”
입에서 육즙이 터진다.
그리고 뭔가 씹혀선 안 될 게 씹힌 느낌이었고, 왕후안은 얌전히 치킨을 씹으며 혀를 움직였다.
으적, 으적.
왕후안은 식사를 마쳤고, 요원은 카트를 들고 그대로 나갔다.
요원이 문을 닫고 나가자, 왕후안은 잠을 자는 척 이불을 덮고 입 안으로 손을 넣었다.
스륵.
입안에서 나온 것은 붉은색 비닐이었다.
그리고 비닐을 쭉 펼치니, 길쭉한 투명 테이프 같은 것의 안에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그래.”
해저로월(海底捞月).
사자성어였지만, 그 짧은 단어가 의미하는 건 명확했다.
“와야지. 난데. 흐흐흐….”
기다리면.
분명 구하러 올 것이다.
그래.
바다에서 달을 건지는 것처럼, 세종섬으로 젠로스를 수용하겠다는 건 전부 헛수고에 불과하다.
설령 한국인을 죽이고 피해를 입혔다고 한들.
재판은 한국의 재판이 아닌, 본국의 재판을 받아야 하니까.
“…흐흐.”
본국으로 돌아가면, 당의 지원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비로소 이능력을 되찾을 것이다.
어떻게, 라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이능력은 반드시 되찾을 것이며, 그 힘을 바탕으로 그 쾌감을 다시금 맛봐야 하니까.
“…크흐흐.”
왕후안은 베개를 손으로 가볍게 움켜쥐었다.
지금은 솜을 손안에 넣고 움켜쥐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후.
이능력을 되찾는다면, 오히려 악마였을 때의 힘을 되찾는다면.
“……구겨버리고 싶다.”
한 번 맛본 이상, 참을 수 없었다.
* * *
울릉도에서 한창 컨셉을 정하는 사이.
“예, 도지환입니다.”
[저기, 지금 짧게 통화 가능…해요?]백설희는 지금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목소리로 내게 전화했다.
“네, 네. 가능합니다. 이번에는 무슨 고민이 있으시죠?”
[아, 다행이다. 상담할 일이 있어서요.]“제가 알아도 되는 일이라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크게는.
[이번에 젠로스들 세종섬 가는 거 있잖아요. 도깨비가 나타날까요?]“도깨비?”
[예. 도깨비요. 도깨비는 그, 빌런이면 다 죽이는 사람이니까.]“굳이 나서겠습니까?”
저걸 묻고 싶었던 걸까.
도깨비가 나서는 건지.
“제가 도깨비의 심정에 대해서는 확실히 이렇다라고 말은 하지는 못하겠지만, 제가 만약 도깨비라면.”
[……도깨비라면?]“백금태양에 의해 젠로스되어 일반인이 되었는데, 굳이 자기 손을 더럽히면서까지 젠로스를 찾아서 죽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왜요?]“음, 귀찮으니까? 아니면 뭐 도깨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죠. 좋아하는 사람이랑 애국하느라 바쁘다든가.”
[아.]백설희는 뭔가 깨달은 듯한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거라면….]“답이 되었습니까?”
[…네. 그런데 조금 그래요. 뭔가, 오지랖을 부릴 것처럼 나타나는 게 또 도깨비니까.]묻고 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정작 또 나타날 거 아니냐고.
“오지랖을 부린다면 빌런처형인이 아니라, 젠로스를 통해 뭔가 악의적인 이득을 보려는 자들을 막으려고 나서지 않을까요?”
[악의적인 이득?]“항간에 그런 소문이 돌더라고요. 악마가 되었다가 인간으로 돌아온 사람의 유전자는 어떨까? 그들이 자식을 낳을 수 있다면, 그 자식은 인간일까 악마일까?”
[…그런 실험은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데요.]“왜, 영화 같은 곳 보면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범죄자를 빼돌려서 인체실험에 이용하는. 역사에서는 범죄자가 아니라 일반인도 막 동원하고 그랬잖아요.”
[…….]공감의 침묵이다.
백설희와 실제로 이전에 그런 영화를 본 적이 있는 만큼, 그녀는 내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설희 씨. 인간은 악의와 욕망을 위해서라면 악마보다도 더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꼭 이능력으로 악마가 되는 자들만 악마인 게 아녜요. 단지.”
[단지?]“도깨비가 도깨비로 나설까 하는 그런 의문. 후후후.”
[…뭔지 알 것 같네요.]백설희는 어딘가 시원해진 목소리로 답했다.
[저기요. 마지막 질문.]“네. 얼마든지.”
[국가에서 ‘빌런’으로 정의하는 자들이 항상 악당일까요?]“그거라면 이렇게 답해드리겠습니다.”
내가 빌런으로 분류되면서 가졌던 의문에 대한 해답.
“일제강점기, 일제의 입장에서 보면 독립운동하신 분들도 그들에게는 악당이나 다름없지 않았을까요?”
[…그건 조금 복잡한 문제네요.]“뭐, 도깨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자신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빌런이라고 규정하는 자들이 악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잊지 마세요. 도깨비는 내로남불의 화신 같은 사람입니다. 자기 편할 때 자기중심적인 소리를 하고, 법의 잣대가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이기적인 쓰레기라는 걸.”
사회가 도깨비를 빌런으로 규정하든, 내가 하는 행동이 빌런 행위라는 건 나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가끔,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악당이라도 때로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대의를 위해서라면 빌런으로서 행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걸. 오히려 히어로가 하지 못 하는 행동을 과감히 저지를 수 있다는 걸.”
[흐음…. 그래요?]“예. 예전에 그 영화 기억나십니까? 영웅 티라노와 메카 티라노.”
백설희와 내가 둘이서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봤던 영화다.
“히어로와 빌런이 서로 싸우더라도, 외계에서 적이 나타나면 함께 싸우는 게 지구인입니다.”
이 지구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 도깨비가 아니라…뭐 각시탈이라도 쓰고 나타난다거나?]“후후, 설희 씨.”
나는 유미르와 도올이 한창 준비하고 있는 컨셉을 슬쩍 본 뒤, 최대한 웃음을 참으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상상도 못한 모습으로 튀어나오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