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9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90화(191/668)
-마나 파우더를 구하려다가 접촉하게 되었습니다.
-그, 제발 부모님께만은…!
-반성하겠습니다! 이능력을 빼앗아 가도 좋습니다! 제발, 그 사실만은 알리지 말아주세요…! 제발!!
홍창식은 무릎까지 꿇으며 애원했다.
자신이 아는 정보를 모두 토해냈고, 정보를 얻은 만큼 더 할 말은 없었다.
-도깨비님! 제발, 제발 자비를!!
-나머지는 요원과 이야기하도록.
나는 결사의 요원에게 홍창식의 처우에 관한 협상을 맡겼다.
“변신 풀어도 돼.”
나는 가면을 벗었다.
도깨비로 변신하고 있지만, 정장 차림이라 가면만 벗으면 그냥 결사의 요원으로 보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얼굴 보여도 돼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궁기 휘하에 있는 사람들이야. 궁기가 한 번 부하들 다 엎어버려서, 믿음직한 사람들이지.”
말뚝이 사태 이후, 궁기는 부하들을 한 번 더 점검하며 추려낼 대로 추려냈다.
그리하여 지금 이곳에 모인 요원들은 전부 궁기가 직접 뽑은 [주모]와 [보부상], [각설이] 등 특급 요원들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결사에 뼈를 묻고, 결사를 배신하지 않을 이들.
“배신하지 않아. 정보를 내뱉지도 않을 거야. 홍창식처럼 행동했어도, 자기가 피해를 입는 거라면 어디 공개해보라고 할 사람들이지.”
“자기?”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인질로 잡혀있을 때는 경우에 따라서 정상참작 가능해. 결사는.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출 요원들이 즉시 움직이지만.”
그 정도의 인정머리도 없이 조직을 운영할 수는 없다는 게 총수의 지론이다.
“유미르. 너라면 예전에 적은 일기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걸 견딜 수 있어?”
“일기장 정도가 뭐 어때서요?”
“너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 너처럼 천사 같은 사람 말고 평범한 사람을 예로 들자. 거기에 온갖 욕설과 비난,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적힌 거라면? 홍창식처럼, 아니 홍창식보다 더한 사람이라면?”
“…뭐, 홍창식처럼 되겠죠? 당장 사회적 죽음을 택할 바에는, 물리적으로 살해당하지 않게 어디 지하 벙커라도 구하려고 할 거예요.”
“그래. 명예를 중요시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서 사회의 안 좋은 시선을 받는다는 건 끝장인 거지.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기 주변을 구성하는 사회에서 유리되고 도태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물론 자기 주변의 모든 걸 버리고, 자기 자신도 파멸하고자 하는 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자는 5명 중에서 1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
대부분은 홍창식처럼 자기 보신을 위해 정보를 토해내기 마련이고, 한 명이라도 정보를 말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결사는 가족이나 지인을 가지고 협박하거나 그러지 않아. 손톱을 뜯어내거나 호흡을 못 하게 막는 등, 신체 고문을 하지 않지. 대신 그들의 과거와 행적, 그들이 살아온 인생으로 공격할 뿐이야. 이른바, ‘흑역사’를 건드리는 거지.”
“흑역사?”
“잼민이 시절의 행동들.”
미국의 한 배우가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머저리, 그러니까 요즘 스타일대로 말하자면 ‘잼민이’였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잼민이인 걸 몰랐다.
그는 잼민이로서의 행동을 방 안에서만 했을 뿐이었기에, 세상 사람들은 그저 그를 배우로 알았을 뿐이다.
그가 왜 이 이야기를 했는가?
그건 그런 잼민이 같은 행동을, 조금 속된 말로 ‘등신’같은 행동들이 현대에는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SNS가 화근이다.
비단 SNS뿐만 아니라, 정보의 세계에 모든 기록과 자료를 남길 수 있는 모든 매체가 화근이다.
자료는 기록으로 남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조사하여 범죄가 드러나는 세상.
범죄자들은 전자자료를 어떻게든 삭제하려고 하고, 범죄를 파헤치는 이들은 전자자료를 어떻게든 복구하려고 하는 세상.
극비 자료는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 수기로 기록하거나 다른 이들의 해킹에 노출되지 않는 보안망에 저장되고는 하지만, 그 보안망마저도 뚫어낼 수 있는 게 결사다.
그리고 나는 그 정보를 통해 배신자 요원, 홍창식으로부터 판데모니엄에 관한 정보를 얻어냈다.
“생각보다 쉽게 정보를 얻어냈네요. 동남아…쪽인가요? 외국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한국 내에서는 천리안이 보고 있으니까. 개인이 VPN 우회접속으로 외국 네트워크에 직접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판데모니엄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거지.”
홍창식도 그렇고 다른 이들도 그렇고, 다들 인터넷을 통해 음지를 돌아다니다가 판데모니엄과 계약을 맺었다.
누군가는 강해지고 싶어서.
누군가는 복수하고 싶어서.
또 누군가는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
“대부분 마나 파우더를 얻으려다가 판데모니엄과 엮인 경우가 많지. 판데모니엄을 위해 일하면 마나 파우더도 정기적으로 얻을 수 있고, 악마 연구를 통해 힘도 강화시켜준다고 하잖아. 부작용 없이.”
“부작용…. 악마의 힘만을 자신이 가지는?”
“그래. 판데모니엄도 그렇고, 여러 연구기관이 유미르 너를 찾는 이유기도 하지.”
나는 결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크웹 쪽의 정보를 하나 찾아서 그녀에게 보여줬다.
“스사노오와 천마는 그냥 어그로일 뿐이야. 실제로는 전국 각지, 그리고 해저에서도 전투가 일어났어.”
“…러시아?”
“잠수함을 끌고 내려왔다가 스노우화이트에게 걸렸지. 남쪽으로는 제주도 방면에서 인도가 잠수함 끌고 올라왔다가 척준경에게 걸렸고.”
세상에는 보이는 것 이외에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
결사는 다크웹을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세간에 공개되지 않는 곳에서 조용한 총성이 오갔을 뿐이다.
“이 사람들이 멈춘 계기는…어둠의 카리스마?”
“그래. 아무리 뒷세계 사람들이라도, 이런 미친놈이 튀어나오면 일단 몸 사리는 법이거든.”
두억시니가 악마 72명을 만들어 한반도에 풀었던 때처럼, 이번에도 각국은 세종섬으로 들어가는 죄수들을 구출하거나 그들과 접촉하려다가 물러나게 되었다.
“그럼…슬슬 책임자를 건드리러 가볼까.”
[변신?] [변신.]나는 다시 도깨비의 가면을 눌러쓴 뒤, 마지막 요원이 있는 문을 열었다.
“…흐응. 재미있네. 누가 오나 했더니.”
[박은정. 21세. B급. 강원도 강릉 출신. 집에-]“아아, 너희들이 내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건 됐어. 원하는 것부터 말해.”
배신자들의 대장이자 담배를 피우러 왔던 요원을 직접 칼로 찌른 자, 박은정은 취조실 책상 위에 다리까지 떡하니 올리며 의자를 뒤로 젖혔다.
“어떻게 할 거야? 고문할 거야? 아니면 뭐, 사회적 말살?”
[들었나?]“나 B급이야. 외국 쪽에서 일하다가 들어온 사람이고, 국정원과 협업하기도 했다고. 결사에서 어떻게 사람들 다루는지 잘 알고 있다고.”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나는 박은정과 마주 앉았다.
유미르는 아무래도 사람을 죽이려고 한 자를 두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고, 가면 너머로도 그 기색이 느껴지는지 박은정이 실실 웃기 시작했다.
“왜? 백금태양님, 살인자는 인간도 아니라는 건가?”
[안 죽었어요. 유감이네요. 내가 살렸거든.]“와. 굉장하네. 심장 안쪽까지 비틀어 찔렀는데. 그걸 살려? 대박.”
[당신…!]“다음에는 아예 목을 잘라놓을게. 아예 되살릴 수 없게. 히힛.”
[사람을 죽인 적이 있는 모양이군.]도깨비방망이를 만들어 꺼내자, 박은정의 웃음에 금이 갔다.
[긴말 하지 않겠다. 묻는 말에 대답하면, 순순히 죽여주마.]“어머. 백금태양 앞에서는 안 죽이는 거 아니었어?”
[내보내면 그만이지.]“백금태양. 도깨비가 사람 죽이겠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유미르는 침묵했다.
설마 저런 식으로 자신을 조롱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살짝 주먹을 말아쥐며 분노를 흘렸다.
“왜? 화나셨어요? 우리 백금태양 나으리, 속은 완전 어린애네. 어린애.”
그리고 박은정은 그런 부분에 있어, 상대의 감정을 읽어내는데 전문가다.
“결사도 저런 어린애를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이야. 능력이 특별하면 뭐 해? 생각이 아직 어린애인걸.”
[자기가 어른인 줄 알고 나대는 인간이 그런 말 해봤자지. 백금태양. 신경 쓰지 마라. 곧 죽을 사람의 말이니.]“흐흥. 죽일 거야? 죽이든가. 뭐, 일격에 안 죽여도 상관없어. 어차피 잡힌 순간 죽는다고 생각했으니. 어디 한 번…뭘 하는 거야?”
[흑역사 파헤치기.]나는 도깨비방망이를 들어 벽을 겨눴다.
곧 벽에 화상이 떠올랐고, 밖에 있던 요원이 박은정과 관련된 사진을 쭉 돌리기 시작했다.
“흐, 흐흥. 그런 걸 찾아봤자….”
[재미있는 소설을 하나 썼군.]나는 보자마자 불쾌감이 드는 걸 하나 발견하고 방망이를 가리켰다.
[척준공x투신수? 나 참. 뒤에서 이런 떡밥 굴리는데 한국 S급들 참 멘탈도 좋…호오.]“…킥. 왜? 자기는 대상이 아닐까 봐?”
이제는 도깨비까지.
[도깨비. 그냥 죽일까요? 어떻게 광익공공에 도깨비수라는 저런…!] [뭔지 아나?] [알기야…알죠. 불쾌한 거지만.] [그래. 불쾌하지. 유명한 이능력자라면 다 견뎌내야 할 것들이고.]딥페이크라거나, 합성이라거나.
영상매체에 비하면 이런 알페스는 그냥 약과다.
[참고로 네 밑에 있던 사람들은 다 불었다. 이제 남은 건 너 하나고, 마지막 확인을 하러 온 거다.]“…죽일 거라면 죽여. 나는 말하지 않을 거야.”
[쯧. 어리석은. 국정원과 협업까지 한 정보 요원이 이렇게 생각이 짧아서야.]나는 도깨비방망이를 박은정의 머리 위로 뻗었다.
[왜 강제로 실토하게 만드는 이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자백제도 있는 세상인데.]“자, 잠깐. 뭘 하려는…!”
[흐음.]박은정이라는 인간의 역사를.
독자의 관점에서 훑는다면.
살아온 역사와 경험 속에서.
과거를 읽어낸다면.
[푸켓이구나.]찾을 수 있다.
“!! 서, 설마 생각을…!”
[꼭 그런 건 아니고.]마지막 정보를 손에 넣었다.
[5월 3일날, 너는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견될 거다. 걱정하지 마라. 그때까지 너를 죽이지는 않아. 고문을 하지도 않을 거고. 단.]나는 박은정을 향해 마저 도깨비방망이를 겨눴다.
[반성하고 갱생의 여지가 있는 이들은 평생 죄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고 해도, 갱생의 여지가 없는 악당 박은정은 여기에서 죽어야겠지?]“뭐, 뭘 하려는…!”
[흑역사를 지우는 거지. 뭐, 기억상실이라도 해도 좋고. 어디 보자. 박은정 씨는, 한 3년 정도만 기억을 없애면 되겠군.]“뭐, 뭐…?”
마나 파우더에 찌들고 온갖 범죄에 익숙해지고, 판데모니엄과 결탁한 인간은 살려둘 수는 없다.
[악인으로서의 박은정 씨는 사라지고, 세종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면서 정의로운 요원이 되고자 했던 박은정 씨로 돌아가는 거야.]“무, 무슨 소리야! 그건, 내 기억을 지워서 나를 죽여버리겠다는…!”
[죽인다니. 박은정은 살아있다. 그저 지금의 박은정과는 조금 다른 박은정일 뿐.]“그, 그만둬…! 아, 안 돼…! 내 인생을, 너희들 멋대로…!”
[웃기는군.]나는 도깨비방망이를 치켜들었다.
[마나파우더 빨면서 사람을 인체실험에 팔아버리는 21세 박은정 씨보다, 히어로의 꿈을 간직한 채 히어로 협회의 요원이 된 21세 박은정 씨가 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인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당연한 일이다.
[진짜로 안 죽이고 살려주면 고마워해야지. 안 그래? 내가 지금 라이더킥이나 세피로트의 거신병을 소환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이능력을 쓰는 건데.]“아, 안ㅡ”
[몽둥이질 한 방에 흑역사를 전부 지워주지. 말끔히.]퍼ㅡ억.
[백금태양. 네가 보기에 이건 사람을 죽인 건가?] [……인격이 살해당했다고 봐야 하는 건지, 아니면 기억이 선택적 제거당했다고 봐야 하는 건지 모호하네요. 그, 도깨비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코믹스 주인공이 누군지 아세요?] [음…슈퍼맨인가?] [예전에는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유미르는 도깨비방망이를 머리에 맞고 쓰러진 박은정을 향해 다가갔다.
[배트맨이요.]퍼ㅡ억.
[…안 죽었죠?] [죽진 않았지.] [그럼 됐어요.]유미르는 박은정의 머리를 크게 때린 뒤,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날.
악당 박은정은 처형되었다.
남은 것은 기억이 군데군데 구멍이 난 이능력자뿐.
* * *
5월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