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19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198화(199/668)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 등이 포진되어 학생들에게 ‘쉴 수 있는 날’을 제공하는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날이다.
-감사합니다! 소파 선생!
-감사합니다, 부처님! 그런데 왜 이번에는 일요일에 오셨나요.
-솔직히 어버이날도 스승의 날도 쉬어야 한다. 인정?
ㄴ어린이만 공휴일이냐! 어버이도 스승도 쉬어야 한다!!
ㄴ그냥 쉬고 싶다고 말해!
ㄴ으아아 일은 하지 않아도 월급 꼬박꼬박 통장에 박혔으면 좋겠다!!
아무튼, 5월은 다른 달에 비해 좀 더 쉬는 날이 많은 편.
아카데미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교육방침에 따라, 5월에는 이런저런 행사를 준비했다.
그 행사로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무엇이 있는가 하면, 역시 5월에는 운동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운동회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학부모가 와서 뒤에 돗자리를 펴놓고, 가져온 치킨과 피자를 펼쳐놓으며 먹는 그런 행사?
아이들이 각자 누가 가장 빨리 달리는지 대결을 펼치고, 자기 손등에 스탬프를 찍는 행사?
어디선가 온 레크리에이션 행사 전문가가 수련회 메타로 청팀과 백팀에게 응원점수를 난사하는 행사?
일반 학교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세종 아카데미의 운동회는 사뭇 다른 느낌이 강하다.
-엥? 운동회? 그거 그냥 이능력자들끼리 서열정리 하는 거 아니냐?
-청팀 백팀 나눌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거기서 우승하는 대회 아님?
-운동회? 무슨 운동회야. 그냥 세종제일 무투대회잖아.
그렇다.
-누가 이능력자들 데리고 운동회 함? 이능력자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거야말로 ‘진짜’지.
-아, 높으신 분들이 운동회라고 이름을 붙였잖아. 운동회 아니면 뭐라고 표현할래? 서열정리전이라고 부르면 그게 ‘교육’이냐?
-그렇지? 크으, 세종섬은 교육의 장! 함부로 학생들의 서열을 1위부터 꼴등까지 나눌 수는 없지. 공식적으로는. 흐흐.
-근데 운동회 1등은 내가 할 거임.
-응, 너는 B급 1등 해. 나는 A급이랑 싸워서 A급 전력 풀에 들어갈 거니까~
말이 운동회지, 사실상 3월과 4월 두 달 동안 갈고닦은 이능력을 바탕으로 누가 제일 강한지 서열정리를 하는 게 바로 세종 아카데미의 운동회다.
누가 C급 최강인가.
누가 B급 중에서 A급에 도전하여 이길 수 있는가.
E급이 E급끼리 붙어 순위를 나누고, 또 E급 상위 그룹과 D급 하위 그룹이 붙어서 이긴 자가 D급으로 승격하고.
그리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E급이 급격한 성장을 통해, 단숨에 C급으로 평가가 오를 수도 있는 중요한 대회.
모든 학생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종합 전투력 평가를 높일 수 있는 5월이 되기만을 다들 기다렸다.
-이번 운동회는 연기되었습니다.
-뭐…라고….
원래 운동회가 열리는 날은 5월 4일.
5월 5일, 어린이날이 공휴일인 만큼 그 전날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5월 5일에 푹 쉬라는 의미에서 운동회는 대부분 5월 4일에 많이 이루어졌다.
-하긴, 연기되는 게 정상이지.
-두억시니가 그 난리를 쳤는데 운동회 한다고? 학장 바로 욕먹고 경질될걸?
-세피로트 기사단인가 뭔가가 젠로스 납치했다가 돌려준다는 게 5월 3일인데, 그다음 날 운동회 바로 한다는 것도 좀 그렇긴 해.
하지만 두억시니 사태도 있었고, 5월 3일에 하필이면 세피로트 기사단이 납치한 젠로스와 히어로 요원들을 풀어버리는 바람에 운동회는 뒤로 미루어졌다.
5월 14일.
-그 정도면 인정이지.
-운동회를 안 할 수는 없잖아. 내가 작년 겨울부터 나를 ‘증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준비한 게 있는데.
약 열흘 정도 미루어진 상태로,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아카데미 전체-세종섬 차원에서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운동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자기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두억시니 사태로 강한 전투력과 동시에 강한 의지가 필요해진 이 시점에서, 나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히어로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이번 운동회 이슈메이커는 나다!!
자신이 곧 주인공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모두가 이능력 연구와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으니.
-일본에서 온 S급 둘이 세종섬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른다던데?
일본의 S급.
하야부사, 그리고 나데시코.
-운동회 기간이랑 겹치네? 혹시?
-내빈으로 한 명이라도 보러 오는 거 아니냐? 응? 막 총장 옆에 앉아서 구경하면서 ‘저 사람은 누구예요?’라고 관심 가지는 거지.
-김칫국물을 아주 한 사발째 들이마시고 있구나.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두 미소녀의 등장에, 많은 남정네들의 마음에 불이 붙었다.
-그래도!
-이 몸, 나데시코와 결혼한다면 일본에서 산다!
-S급이랑 하면 그렇게 몸에 좋다고 하는데, 참 뭐라고 말할 방법이 없네. 흐흐흐.
-전복이랑 조개도 S급이면 못 참지. 엄청 쫄-깃 할 텐데
잘만하면.
국제 히어로 결혼이 가능할지도!
-그래도 지금 일본이랑 사이 좀 나쁘지 않나?
-그래. 스사노오가 깽판을 치는 바람에 지금 엄청 사이 안 좋잖아.
-아, 그거라면.
마침.
[저, 저는 말이죠…!! 우호아아아아악!] [겨우, 겨우 히어로가 되었단 말입니다! 친구가 그렇게 되었는데,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 [제가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 흐아아아아악!!] [죄송했습니다ㅡㅡㅡㅡ!!]사고를 일으킨 당사자가 모두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사과했으니, 다들 그냥 헛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뭔가 이런 일로 화를 내는 게 시시해졌다.
-인명피해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다들 잘 돌아왔으니까.
-스사노오 발리는 것도 한 번 확인했으니, 나는 이제 딱히 신경 안 쓰련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얼굴을 붉힐 수도 있는 사고가, 당사자가 기자회견장에서 오열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잘 마무리되기도 했으니.
-에잇, 스사노오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17세 여고생 하야부사, 그리고 일본 최고 미녀 나데시코랑 ‘애국’하는 일뿐이다!
-일본인인데 어떻게 애국함?
-그럼 ‘세계평화’!!
이제, 남은 것은 두 S급 미소녀의 환심을 사는 일뿐이리라.
-으아아아! S급 미소녀랑 울릉도에서 야스하고 싶다!!
-큰 소리로 말하지 마, 이 멍청아!
-…좀 돌려서 말해주시겠어요?
-으아아아! S급 미소녀 둘이랑 같이 셋이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싶다아아아!
-잘했어요.
라고, 지금 세종섬의 남자들은 김치 프리미엄의 어필을 위해 전력으로 이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탕 속의 고기 가즈아아아아아!!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은.
혹시나.
S급 미소녀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은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게 되었고.
-학생회 뭐 함?
학생 모두의 마음을 대변해야 할 학생회를 향해, 다들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야부사와 나데시코를 운동회에 내빈으로 부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광기어린 협박과 함께.
* * *
“다들 여자에 환장한 것 같단 말이죠.”
“…책 빌리러 온 거 아니었어?”
“오늘은 잠깐 숨으러 온 거예요.”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던 중, 나는 갑작스럽게 대출 데스크 안으로 들이닥친 윤이선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거기에 숨는 거야.”
“여기 말고는 숨을 곳이 없어서 그래요.”
윤이선은 지금 내 책상 아래에 숨어있다.
“여기는 아무도 안 오잖아요.”
“너무하네. 그래도 다들 책 빌리러 오는데.”
“한 시간에 몇 명?”
“…한두 명은 오지.”
“그럼 됐네요. 사람 올 때 신호 보내줘요. 입 꾹 다물고 있게.”
내 다리 사이에 몸을 구겨 넣듯이 숨은 채,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그대로 숨어버렸다.
“태극워치는?”
“방에 있어요.”
“학생이 태극워치 함부로 벗고 다녀도 되는 건가?”
“학생이기 이전에, 학생회장이기 이전에, 저도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에요.”
윤이선은 구시렁거리며 내 아래에서 뭔가 마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죄다 하야부사랑 나데시코가 대운동회에 특별 게스트로 참가하니 마니 묻지를 않나, 남자애들은 둘을 부르지 않으면 학생회장 탄핵할 거라고 하지를 않나. 짜증 나게.”
“죄다 선을 넘고 있기는 하지. 아, 사람 온다.”
나는 아래로 가볍게 발을 두드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거 대출해주세요.”
“대출 다 됐습니다.”
“아 참. 그리고 하나 여쭤볼 게 있는데요.”
안경을 쓴 남학생은 나를 위아래로 슬쩍 보더니, 뭔가 머뭇거리다가 주먹을 불끈 쥐며 내게 물었다.
“혹시 헤어 세팅 어디서 하시나요?”
“집에서 셀프로 합니다.”
“약은 뭐로 쓰시는 거죠?”
“그냥 드라이기로….”
“…예. 감사합니다.”
남학생은 어딘가 우울해진 얼굴로 책을 들고 떠났다.
대출된 책의 제목을 보니, 하나같이 건강이나 체형, 그리고 몸 관리에 관한 책 뿐이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저 남학생이 저런 책을 빌려 간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하면 조금 불순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무슨 책 빌려 갔어요?”
“신체 관리의 비법. 근육 만드는 법. 뭐 그런 거지.”
“다 하야부사랑 나데시코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거겠죠?”
“아마도.”
S급이 온다고 하니 남자들이 다들 겉모습에 더욱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나름 다들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전보다 더욱더 자기관리에 신경을 쓰며 어떻게든 수컷으로서의 남성성을 어필하고 싶어 했다.
“만약에 둘의 눈에 들기라도 한다면, 이 나라를 떠나서 옆 나라로 갈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걸로 외국으로 가버리면 욕먹지 않을까?”
“외국의 S급이 자기랑 결혼하자면서 데려가는 건데, 욕을 먹는다면 부러워서 욕을 먹는 거겠죠? 오히려 ‘어른’들은 기뻐할걸요. 외국에 나가서 우리 한민족의 씨를 널리 뿌린다고.”
“…실제로 그렇게 기뻐할 사람들이라서 뭐라고 쉽게 말을 못 하겠네.”
외국 S급을 임신시킨 한국 C급이 있다?
국뽕 TV가 순식간에 그 이슈로 도배가 되고, 전 세계가 뒤집힐 것이다.
“선생님?”
“왜.”
“그, 혹시 주머니에 뭐 들었어요?”
“아니.”
“…….”
잠시 윤이선은 말이 없었다.
“그, 선생님.”
잠시 뜸을 들인 윤이선은.
“이번 운동회에 도깨비가 올까요?”
책상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질문했다.
“그건 왜?”
“그.”
윤이선은 너무나도 복잡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야부사도 나데시코도, 도깨비가 나오면 운동회를 보러 나오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