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0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04화(205/668)
중고 태블릿은 그 자리에 놔둔 뒤, 나는 몸만 관중석 한쪽에 영체화로들어와 대회장을 살폈다.
“계속 피해보시지! 크하하하! 계속 휘몰아쳐라, 만천화우!!”
마침 도착한 순간은 레이황이 다시금 여봉선의 가슴짝을 열어 방천화극 마탄을 사방으로 뿌리던 때였다.
위험한 거 아닐까.
나 뿐만 아니라 다들 똑같은 생각이었고, 당사자인 윤이선마저도 순간적으로 심판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 또, 여포가 방천화극을 던지는 건 삼국지에도 나오는 항목으로서…. 고증에 문제 없음! 경기 속행!
심판석에 난입한 김석대 총장의 말에 나는 어렸을 때 읽었던 삼국지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거, 방천화극을 던지는 게 아니라 화살로 방천화극을 맞추는 거 아니었나?’
언제 여포가 방천화극을 던지면서 만천화우라고 외쳤던가.
내가 아는 바로는 그런 일은 일절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관중석에 있는 이들 모두 ‘그런가?’라고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파바바밧.
다시 하늘에서 방천화극이 빗발친다.
날카로운 극의 날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맞으면 그대로 몸이 꿰뚫려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강렬한 공격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계속된다.
레이 황이 ‘죽어라’라고 외치고 있지만, 그것은 해석의 여지에 따라 판정이 달라지기 때문.
진짜로 살의를 담아 내지르는 공격인지.
아니면 그냥 ‘기합’으로 판정할 건지.
그건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전투가 펼쳐지는 과정을 보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심판 자리를 꿰찬 총장은 그걸 기합으로 판정하나보다.
아니면 윤이선이 잘 피해서 그런 걸지도.
‘윤이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다행이다.
패배하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것이 조금 걱정되었다.
상대인 레이 황은 편견을 가지려는 건 아니지만 중국인이고,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테니.
편견인가?
편견이라도 상관없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무언가 부정을 저지른다면, 그 부정이 윤이선의 목숨을 위협하는 행위라면 내가 나서야 한다.
빌런 처형인으로서.
“으하하! 쥐새끼처럼 잘도 피해다니는구나! 그럼 좀 더 강하게 나가볼까! 전력을 보여주마! 군신의 힘을!”
“무신이라며!”
“세세한 걸 따지지마라!! 쪼끄만 녀석이!!”
다행히 아직은 거기까지는 아닌 모양이니, 나는 잠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도올. 지금 느껴지는 S급의 수는?] [7명. 보고대로야.] [다행이군.]세종섬, 그것도 지금 이곳 대회장에 있는 S급만 일곱 명이다.
‘스노우화이트, 바리데기, 하야부사.’
겉으로 보이는 S급은 지금 셋.
‘거기에 아머드 태조랑 척준경, 뇌제가 숨어있다.’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현장에 숨어있는 S급이 셋.
아머드 태조가 관종 기질을 보이지 않고 관중석에 조용히 숨어있는 건 상당히 예외지만, 아마도 녀석은 뒤에 있을 메인 이벤트를 기대하느라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 터.
‘놈들은 나를 노리고 있다.’
하야부사를 핑계삼아, 도깨비를 잡으려고 함정을 파고 있다.
[도깨비가 나오면 바로 덮치려고 하는 거겠지? 어떻게 생각해, 도깨비?] [도깨비말고도 혹시나 해서 다들 나온 거라고 생각하지. 도깨비 한 명 잡는데 7명이나 나온 거라면, 진짜 과잉대응 그 자체니까.] [그럼 뭘 잡으려고?] [글쎄. 두억시니 2호기라거나.]어쩌면 도깨비 말고 다른 존재도 함께 잡으려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
‘판데모니엄이 나올까봐 지금 다 나온 거네.’
한반도 쪽에는 투신 한 명을 배치하고, 나머지 S급을 모조리 데려와 세종섬 한복판을 지키고 있다.
도깨비는 딱히 놓쳐도 상관없지만, 제 2의 두억시니가 나타나 모두를 악마로 만드는 사태가 또다시 일어난다면 그 때는 진짜로 국제망신을 넘어 세계의 위협이 될테니.
나는 관중석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VIP 관중석, 다른 이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여우같은 인상의 여인이 관중석에 앉아있다.
나데시코.
내가 그녀를 본 순간, 그녀의 시선이 정확히 내 쪽을 향했다.
보이는 건가?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를 옮기려던 순간.
안녕하세요.
[!]그녀는 내가 숨어있는 곳을 정확히 인지하며, 나를 향해 인지했다.
그리고는 아주 작게 검지를 입술에 붙이며 눈으로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이가 뭔가 묻자, 그녀는 검지로 아랫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네. 역시 눈치가 좋아.]도올이 안에서 싱글벙글 웃는다.
[적어도 당장은 모른척 눈감아주겠다는 것 같은데?] […하지만 안 만나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는 것 같군. 일단 당장은 괜찮을 것 같으니, 일단 계획대로 움직이면 되겠어.]나데시코가 우리를 눈치챘는데도 조용히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니 좋기는 한데, 문제는 도올이 좋아하는 방향이 다른 방향이라는 것.
[나중에 수틀려서 도망칠 때는 나데시코 납치하면서 도망치는 건 어때?] [지금 너희 팀원이라고 챙기는 건가?] [나데시코라면 순순히 잡혀줄 걸?] [잡히는 게 내가 아니라 쟤 아니냐.]무엇을 숨기랴.
나데시코는 ‘결사’다.
결사의 협력자 정도가 아니라, S급이면서 동시에 결사에 소속되어있는, 도올의 아래에 편성되어있는 사원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그녀는 도올과 마찬가지로 나를 노리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지금 찍은 남자가 나라는 것.
[여자는 나이를 먹어서 아이를 낳을수록 아이가 안 좋은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더라.] [그런 이야기는 왜 해?] [그야 본인이 직접 한 말이니까. 이능력자들이야 노산으로 기형아가 나올 확률이 적어졌지만, 그래도 사회 분위기가 그렇잖아. 지금 25살 여자 이능력자들 중에 아이 안 낳은 사람이 거의 없는 걸. 낳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거나 S급들 빼고.]나데시코는 임신을 원한다.
자신의 몸이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육체적인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젊은 나이에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남자의 아이를 가지기를 원한다.
…그게 하필이면 지금 내가 찍힌 상황이고.
[그냥 속 시원하게 한 번 파종해버리는 건 어때?] [올해는 아니야.] [올해가 아니라면 내년에는 괜찮다는 뜻?] [어쩌면.]졸지에 윤이선의 결승전을 보려고 왔다가 예상치 못한 S급들의 포진에 당황해서 잠시 다른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되는 상황이다.
윤이선은 아주 훌륭하게 레이 황의 만천화우…를 피하고 있으니까.
[이제 완전히 구미호가 다 됐네.]화륵!
분홍빛 불꽃을 흩날리며, 윤이선은 여우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화극을 완벽하게 피해냈다.
그녀의 꼬리는 어느새 아홉 개로 늘어났고, 완전히 구미호 컨셉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딱히 노리고 쏘는 게 아니라 그냥 흩뿌리는 거니까, 사각이 생길 수밖에 없지. 설령 사각이 없더라도ㅡ]찰싹!
꼬리 하나가 위로 움직여 방천화극 하나를 옆으로 때렸다.
모습은 화극이더라도 근본은 마력의 덩어리이므로, 마력과 마력이 서로 부딪치면 강한 쪽이 이긴다.
무작정 쏘아대는 방천화극에 비해, 윤이선의 꼬리는 마력을 응집한 칼날과도 같은 것이니.
[그럼 다행이네. 걱정되어서 온 거 아니었어? 굳이 나올 필요 없었던 거 아니야?] [윤이선이 걱정되는 것도 맞지만, 내가 걱정되는 건 저 놈이거든.]레이 황, 마탄의 사수.
A급 이능력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원작에서 나왔었나싶은 사람인데, 문제는 지금 저 남자가 자신의 마력을 한계보다도 깊은 곳까지 긁어내면서 싸우고 있다는 것.
[내 예상이 맞다면…역시나.]“크아아아!!”
점차, 레이 황의 몸에서 보라색 안개가 붉은 빛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렇지.] [다른 곳에서 마나를 끌어왔다싶더니, 마나 파우더를 이용해서 마나를 보충했구나.]다른 이들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보인다.
레이 황은 약물을 복용했다.
A급 결승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저 신령소환이라는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이기기 위해 그는 아마 정제된 마나 파우더를 사용했을 터.
마나 파우더는 쾌락도 쾌락이지만, 근본적으로 복용한 사람의 마나를 늘려주는 물질이다.
당연히 대련에서 사용한다면, 크게 효과를 볼 수 있겠지.
“죽어라ㅡㅡㅡ!”
레이 황이 든 총이 정확히 윤이선을 향하게 된 순간.
나는-
“헨신ㅡㅡ!”
어디선가 들린 오리지널리티 가득한 목소리.
콰ㅡㅡㅡ앙!
“위험행동은 용납할 수 없지.”
레이 황이 만든 무신 여봉선의 머리통에 정확히 바람구멍을 만들며, 동시에 레이 황의 등을 발로 걷어차며 바닥에 착지하는 정체불명의 습격자.
“이 몸, 등장.”
날렵한 슈트 차림으로 등장한 녀석은.
“그 이름, 하야부사.”
라이더가 아닌.
“The, Great Hurricane.”
히어로였다.
쩌적!
전장 한 가운데.
녹색 빛으로 반짝이는 원형의 고리 10개가 코일처럼 반짝였다.
그리고.
“도, 도깨비다!!”
[비겁한.]나는 도올폼으로, 레이 황의 등을 밟고 있는 하야부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신성한 결투를 방해할 생각인가?]“…신성한 결투라. 이미 이 남자가 이상한 물건을 쓴 시점부터 경기의 승패는 결정났는데?”
하야부사의 표정은 헬멧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녀석은 웃고 있었다.
“이야. 이능력자가 마나 파우더를 쓴 걸 알아채자마자 바로 나타나다니. 대단하네. 왜 갑자기 나타난 거지?”
[그야.]나는 내 뒤에 나타난 윤이선을 향해 슬쩍 고개를 돌린 뒤, 앞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아직 결승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결승전을 끝내버린 성급한 자를 내쫓기 위함이지. 나는 지금 관중으로 온 사람이라서 말이야.]주먹을 펼치며 하야부사에게 보인 건 ‘티켓’.
당연히 가짜다.
“설마…관중이라고…?”
[모처럼 느긋하게 경기를 보러왔는데, S급이 A급들의 경기에 훼방을 놓는 건 두고볼 수 없으니 말이야.]까닥까닥.
나는 하야부사를 향해 검지만 가볍게 움직였다.
[나는 저 여자가 이길 거라고 기대했는데, 너는 그 기대를 무참히 난입한 걸로 짓밟아버렸어.]“…이길 수 있었다고? 약물 복용자를 상대로?”
[물론. 상대가 어떤 부정을 저지르든,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너는 그 승리의 경험을 저 여자로부터 빼앗은 거다.]상대가 부정을 저질러도 이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
하야부사는 윤이선으로부터 그 승리를 강탈했다.
[지금부터, 신성한 결투에 난입한 훌리건을 처형하지.]나는 약물을 쓰는 빌런을 처형하러 나온 게 아니라, 하야부사를 쫓아내러 나온 것이다.
[알려주마.]한 번 더, 까닥까닥.
[패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