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1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12화(213/668)
이능력자는 폭주하는 생물이다.
약간의 정신적 문제만 발생해도 바로 폭주하고, 그 폭주는 이능력자를 악마로 만든다.
하지만 마냥 이능력자의 폭주가 안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갈까?
그건 아니다.
인간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폭주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각성’이 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보다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경지.
뭐, 극단적으로 말해서 내가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상태창에서 마력 등급이 올라가는 경우와 같다.
지금이 그렇다.
윤이선은 지금 트레이닝 첫날에 바로 자신의 한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데이트하자는 말 때문은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그녀의 팬심이 정말 대단한 것일 터.
개인적으로는 내가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잘 알려줬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그건 윤이선의 트레이너로서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결과가 좋고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올-라잇.
[…….]나는 옆에서 윤이선의 변화를 살폈다.
각성이라는 게 꼭 뭔가 엄청난 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머리색이 금발로 변하는 것도 각성이고, 주변에 번개가 파지지직 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각성이고, 머리가 발끝까지 길어지는 것도 각성이다.
윤이선은 어떨까.
나는 그녀에게 도깨비불의 기술을 가르쳐줌과 동시에, 나나 유미르가 변신하는 원리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실체는 나로.
그 겉을 둘러싸는 검은 불꽃이라는 마력은 ‘슈트’로.
직접 알려주지 않은 건 그녀가 깨닫기를 원한 거였지만….
‘이런 식으로 변화할 줄이야.’
파아앗.
분홍색 불꽃이 잦아들자, 윤이선은 천천히 눈을 뜨며 나를 올려다봤다.
이전보다는 좀 더 낮은 각도로.
“……어?”
[정신이 드나?]“이거, 어떻게 된….”
[마력은 이능력자의 열망을 간절히 드러내지. 그게 네 진정한 욕망이고, 열망이다.]“어, 어어….”
윤이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의 몸에 딱 맞게 입고 있던 아카데미 훈련복이 마치 7부 셔츠와 7부바지처럼 줄어들었다.
운동복은 그대로다.
단지 윤이선의 팔다리가 길쭉하게 늘어났을 뿐.
[순식간에 누님이 되었군.]“아, 아으…. 이, 이건 제가, 그러니까…!”
[진정해라. 변신 풀리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다.]“!!”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말에 퍼뜩 정신이 든 건지, 윤이선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적으로 운동복 밖으로 튀어나온 팔다리가 안개처럼 흔들릴 뻔했지만, 그녀는 크게 심호흡하며 자신의 신체를 확실히 유지했다.
마력으로 변한 신체를.
“…어떻게 된 걸까요?”
[네 욕망과, 네 열망과, 네 갈망이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지.]“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네가 원하던 S급의 모습이라는 거다. 잘 봐라.]나는 체육관 벽에 있는 거울을 가리켰다.
[170cm에 이르는 글래머 미녀 누나가 되는 게 네 소원이었던 거지.]“…….”
윤이선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입을 벌리며 놀랐다가, 다시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이게 제가 S급이 되었을 때 바라는 모습이었다고요?”
[그래.]“이게?”
[그렇다. 부정하지 마. 부정하면 변신 풀리는 걸 넘어서, 이상한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부정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게.”
윤이선은 어색한 얼굴로 자신의 손과 발을 훑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게 제 손이랑 발 같은데, 이게 설마 마력으로 이루어진 허상 같은 거라고요?”
[그래. 허상은 아니고, 실체를 갖추고 있는 마나의수와 마나의족 같은 거지.]나는 손을 뻗어 윤이선의 팔목을 잡았다.
[이쪽에 뭔가 특이한 느낌이 없나?]“…….”
[왜 그러지?]“아, 아뇨. 음, 도깨비님 악력만 느껴지는데요….”
그녀의 운동복 소매 부분, 그러니까 원래 손목이었을 부분을 내가 잡았으나 윤이선은 그걸 그냥 촉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좋은 감각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면 마력의 응집이 풀렸을 거야.]“계속 그 말씀하시는 거 보면, 제가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 변신이 풀릴 거라는 거죠?”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마나를 이용한 변신이니까. 마나가 다 떨어지거나, 이 몸을 구성하고 있다는 정신력이 흔들리거나 하면 바로 변신이 풀리겠지.]나는 다른 쪽 팔에 손을 뻗었다.
[지금 운동복 소매 밖으로 나온 부분을 잘 기억해둬라. 이곳이 지금 이 모습으로 변신한 네 약점이다. 내가 잡은 부분을 하나하나 전부 잘 기억해둬.]“으, 네에….”
나는 윤이선의 소매와 바지 끝단 아래를 전부 손으로 꾹꾹 누르며 그녀에게 약점이 어디인지 분명히 알려줬다.
[이곳에 심대한 타격을 입거나 하면 너는 너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몰라. 내가 손목이 부러졌다고? 이건 내 진짜 손목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면, 바로 변신이 풀리게 되겠지.]“…….”
[손가락도 이전보다 더 살짝 길어진 것 같고. 신체 밸런스가 완전히 달라졌으니, 변신을 하고 난 뒤에 적응도 빨리해야 할 거야. 아마도 느낌이 세단이랑 SUV랑 번갈아 타는 기분이 될 텐데….]“그, 거기 말고 달라진 곳은 없나요?”
윤이선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자신을 가리켰다.
“저는 육안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이 여자.
지금 혹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 촉이 정확하다면, 아니 가정할 필요도 없다.
[글쎄. 허벅지가 좀 줄어들었나?]나는 무릎 위, 운동복 위를 과감히 손으로 잡았다.
[아무래도 좀 더 균형 잡힌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 건지, 확실히 허벅지가 줄어든 것 같군. 이전에도 보기 좋았지만, 지금은 밸런스 있게 더 줄어들었다.]“눈으로 보고도 그런 걸 다 아시나요?”
[전문 헬스 트레이너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헬스 트레이너들이 전부 이런 식으로 스킨십을 했다가는 성추행으로 전부 고소당하겠지만, 여자 쪽에서 허락을 했다면 흑심 없이 다가가면 된다.
흑심은 없다.
오히려 흑심이 있다면, 윤이선 쪽이지.
[골반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우웃….”
[원래도 골반의 라인이 보기 좋게 떨어지는 만큼, 골반은 따로 교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허리는 좀 더 길어진 것 같고. 척추 사이 사이에 마나가 깃들어 관절이 살짝씩 늘어났거나 그런 거겠지.]“그,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아아. 외부 요인으로 강제로 신체가 변화하는 경우가 아니라,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변한 거니까.]키가 순식간에 20cm 이상 커졌으나, 지금의 윤이선은 그냥 S급 이능력자 그 자체다.
[왜. 악마가 된 것 같나?]“……그, 그런 건 아닌데요.”
[아예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은 눈치군.]“어, 음. 말씀하시니까 조금 걱정되는데, 이거 악마가 된 건 아니겠죠?”
[악마가 되었다면 피부색부터 달라지고, 뒤로 촉수 같은 꼬리가 돋아나겠지.]“으으…!”
윤이선은 기겁을 하며 질색했으나, 그녀의 등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라?”
[이능력으로 꼬리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그건 인체라고 보기 어렵잖나. 아직은 네 인식이 꼬리는 네가 직접 꺼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누나 윤이선이 되었지만, 수인 윤이선이 되는 건 스위치를 켜듯 ON/OFF가 가능한 셈.
[한 번 꺼내 보겠나.]“…잠시만요. 그럼.”
화륵.
“와아.”
마치 연꽃이 피어오르듯 분홍색의 꼬리가 뒤로 퍼져 나왔다.
몸 전체를 뒤덮을 만큼 넓은 꼬리는 그녀를 완연한 구미호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이건 부작용인가.]“앗?!”
머리 위로 여우귀까지 돋아났다.
제법 길쭉한 여우귀로, 귀 안쪽에 털까지 살짝 튀어나온 모습에 윤이선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이건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아홉 개의 꼬리를 꺼내면서, 좀 더 ‘구미호다워지는 모습’에 따른 본능 같은 거지. 어쩔 수 없다. 이건 어떻게 바꿀 수 없어.]여우귀에 여우꼬리를 단 구미호 누님.
그것도 마력 주머니가 각각 머리보다 큰.
‘주인공이 원래 여자여서 별로 신경 안 쓴 거지, 원작에서 남자들 다 넘어온 게 이유가 있었네.’
원래는 원작 주인공과의 대담을 나누고 난 뒤에 위기 속에서 S급으로 각성하며 이 모습을 갖추지만, 지금은 위기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럼 변신하는 형태로 각성한 김에, 데이트나 마저 할까.]“…마저?”
[그래.]나는 윤이선으로부터 거리를 크게 벌린 뒤, 두 손을 합장하듯 모았다.
펄럭.
[이렇게 하면 조금 비슷한가?]나는 내 등 뒤로 마력으로 이루어진 형태를 만들어냈다.
윤이선처럼 아름다운 형태는 아니지만, 검은색으로 각진 나뭇가지는 꼭 기계로 이루어진 팔과 같았다.
각져있지만 문어의 다리처럼 흐느적거리는 검은 나뭇가지는 네 개.
[이능력으로 변신을 했으면 그에 걸맞은 전투 방식을 새롭게 익혀야지. 그 전에, 먼저 그 몸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겠어.]“…….”
[뭐. 왜. 뭐.]트레이너와의 데이트가 훈련인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제 기대감이-”
[농담이다.]짝.
나는 손뼉을 치며 내 등 뒤의 나뭇가지를 길게 뻗어 체육관의 불을 껐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나뭇가지는 길쭉하게 이어지며 물리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걸음마를 하지도 않았는데 달리기부터 시킬 생각은 없어.]“…그럼요?”
[지금은 그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만 생각해라. 중간에 변신 풀리지 않게 최대한 유지하면서.]나는 체육관 밖을 가리켰다.
[가볍게 드라이브나 가지.]삐빅.
밖에는 내가 대기시켜놓은 차가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조수석을 열어 안쪽을 가리켰다.
[타.]“…실례할게요.”
윤이선은 조수석에 앉았고, 나는 운전석에 앉아 바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저희 어디 가요?”
[24시간 열려있는 아울렛.]“…왜요?”
[그야.]나는 윤이선을 위아래로 가볍게 눈으로 쓱 가리켰다.
[옷부터 전부 맞춰 입어야지. 살짝, 답답할텐데?]“…….”
윤이선은 안전벨트를 매려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창쪽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