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21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217화(218/668)
결사의 요원으로 활동하며 주기적으로 돈을 받기는 하지만, 당연히 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국가의 감시를 받는다.
FBI보다 더 무서운 곳이 미연방 국세청이라는 말이 있듯, 세금은 중대 사안이다.
그리고 국가가 가장 예의주시하는 부분이 바로 검은돈이며, 세금 납부 절차를 받지 않고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돈이다.
-100억은 어디에서 나온 겁니까? 연 수입이 3천만원이신 분이. 증여도 없고, 복권 당첨도 아니고. 어디서 100억이 생겨서 부산에 33평짜리 아파트를 하나 떡하니 구매하셨을까?
-마, 마늘밭에서 주웠습니다!
-그럼 불법 취득하신 거네요? 취득세 내셔야죠.
-그, 그런!
안일하게 검은돈을 건드렸다가는 그 검은돈의 주인도 주인이지만, 그 검은돈을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국세청에서 바로 조사를 나오기 마련이다.
-빌런이 가장 어이없게 잡히는 경우가 언제인지 아느냐? 정체를 숨기고 남의 돈을 도둑질하다가 그 돈으로 부동산을 샀을 때, 연간 수입에 비해 과도한 돈을 사용한 경우다.
결사의 요원이나 사원, 그리고 결사에 협력하는 이들에게 결사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바로 세금이다.
-고작 세금 문제로 각국 정부에 뒷덜미가 잡히지 마라.
페이퍼컴퍼니를 통하든 뭘 하든, 세무 당국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라고 조사를 당할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게 총수의 지침이다.
-에에잇, 결사에서 왜 회계사에 세무사, 경리 직원들을 고용하겠어! 그 많은 돈을 세무적으로 합법 처리하려고 고용하는 거 아니야!
귀찮아지는 일이 없도록.
-하지만 그러면 권력자들을 상대로 금전으로 찌를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때를 위해서 우리가 한 가지 방책을 마련했지. 후후후.
대신 합당한 방법으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세무 당국에서도 ‘큭, 분하다!’라고 말할 방법을 총수는 각국에 퍼져있는 협력자들에게 제안했다.
-미래 예지의 이능력을 통해 떡상 주식을 파악했어. 정확히 43일 뒤에 여기가 폭등한다고 하니, 어서 요원들에게 연락해서 주식 넣으라고 해.
-…그런데 이능력을 써도 되는 겁니까? 미래 예지인데.
-아껴봐야 썩는 법이니, 그걸로 결사의 활동 자금을 버는 게 더 이득이지!
특정 주식을 사들이라고 한다거나.
-세뇌의 이능력을 통해 국토부 장관의 신도시 개발 사업을 확인했어. 이제 이 근방에 있는 부동산을 교묘히 사들이도록!
-여기 허허벌판입니다만.
-그러니까. 나를 믿어라. 이미 조사를 통해 국토부 장관의 친인척이 인근 복덕방을 돌아다니는 걸 확인했으니.
부동산 재개발로 한 3년 묵혀두다가 나중에 크게 털고 나오라거나.
-돈, 돈, 돈. 결사라는 거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합법적’으로 굴려야 해. 가장 쉽게 사람들의 돈을 끌어모을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도 과장?
-…모바일 캐릭터 수집형 가챠 게임?
-오, 거기까지 손을 뻗을 생각은 없었는데. 도 과장, 당장 PPT를 준비하도록!
혹은, 합법의 영역 안에서 막대한 돈을 쓸어모으는 방법을 알려준다거나.
그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복권, 그중 이능력자의 시대에 가장 걸맞은 경기복권인 ‘히어로 토토’가 있다.
예를 들어.
S급 이능력자 도깨비랑 S급 이능력자 스노우화이트랑 붙으면 누가 이길까.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정말 드물지만, 만약 이런 대결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거나 활성화된다면 많은 이들이 이 대결을 시청할 것이다.
여기에 도박까지 걸린다?
-도박은 못 참지!
현실의 돈을 건다고 해도 그게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스포츠 복권이라면, 수수료나 배당금을 세금으로 많이 떼어간다고 해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느그’도’ 언제 데려갈 거임? 선발출전도 못 하는 퇴물ww
-토토 가즈아아아! 으오오! 도느님! 역시 최고야!!
-…한 골만 덜 넣지 그러셨습니까. 교체 출전으로 해트트릭을 해버리시면.
일반 스포츠만 하더라도 스포츠 토토는 막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이능력자 간 배틀이다?
-이거 참으면 사람 아니다!
-시시한 공놀이는 전면 금지한다! 이제는 히어로 배틀의 시대다!
-테니프리는…초현실주의 만화다!
영화나 만화 속에서나 보던 초능력 배틀을 실시간으로 구경할 수 있는데, 그걸로 도박까지 할 수 있다?
인기가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돈이 되는 거라면 대동강 물도 팔아치우는데, 심지어 죽은 이능력자의 뼛가루도 팔아치우는데, 이능력자라는 존재를 두고 도박판을 열어 배당금을 챙기는 시장을 그냥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정부 공인 ‘합법’적 시장을?
“히어로 토토? 그거 5년 전부터 합법 된 거 얘기하는 거야?”
“그거 말고 다른 히어로 토토가 있나?”
“있지. 많지. 이전에는 불법적으로 암암리에 횡행하다가, 5년 전에 정부 공인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잖아.”
주모는 히어로 토토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2020년에 정식으로 히어로 협회에서 히어로 토토를 열면서 공식적으로 승인되었다. 본격적인 시행은 2021년부터 시작되었고, 현재 2025년에 이르러서는 성황리에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위키 낭독 끝.”
“2021년인 건….”
“히어로 토토라고 해도 애들보고 싸우라고 할 수는 없잖아. 미성년자들 대결을 두고 어른들이 돈놀이하는 건 조금 그러니까, 최소한 성인인 이능력자의 대결만 판을 벌이는 거지.”
아무리 돈놀이라고는 해도 미성년자인 이능력자를 서로 싸우게 하여 돈을 벌기는 민망했는지, 나름 성인이 된 이능력자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는 2020년이 되어서야 히어로 토토는 본격적으로 양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즉, 그전에는 음지에서만 유행했다는 것.
양지에 나오자마자 시스템은 갖춰져 있었다고 한다.
“가만 보면 도 과장님은 옛날 일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니까.”
“내가 관심 있는 옛날 일은 옛날이야기뿐이다. 아니면 결사와 관련되는 내용이거나.”
“그래, 그래. 그런데 도 과장님, 히어로 토토 해봤어?”
“몇 번 해보기는 했다. 그냥 한두 번, 어떻게 하는지 체험만 해봤지.”
현실에서도 로또 복권을 사거나 몇 번 그런 적은 있어도, 스포츠 토토를 해본 적은 없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소설이었지, 현실의 스포츠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럼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된 것도 자세하게는 모르겠네?”
“최근 이슈라고 해봐야 대운동회 아닌가?”
“그래. 그때…세상이 뒤집혔지만, 히어로 토토 쪽 세상도 뒤집혔지.”
주모는 올해 이루어진 온갖 히어로 토토의 역사를 화면에 띄웠다.
“대운동회, 윤이선이 우승하면서 1,200억 원이 증발한 거 알아?”
“뭔가 구체적인 수치 같은데, 1,200억 원이 날아갔다고?”
“레이 황에게 건 사람들이 전부 돈을 잃었거든. 레이 황,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었어. 그에게 걸린 돈이 자그마치 1,200억 원이었지.”
“…당일치기 대회였는데 히어로 토토가 열렸나?”
“시스템은 구축되어있으니, 대회 라운드마다 각각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배팅 올리고 그랬던 거지. 대운동회 토토는 사실상 즉석에서 바로바로 배팅하고 그랬으니까.”
주모가 보여준 히어로 토토 커뮤니티의 반응은 그야말로 대폭발.
-매국코인 빨려고 한 놈들ㅋㅋㅋ 꺼ㅡ억!
-우리나라 사람이 결승전 올라갔는데, 애국 배팅 안 한 흑우없제?! 설마 국적 세 번 바꾼 국적초즌한테 배팅한 사람 있냐?!
-이거 사기임ㅡㅡ 아카데미 학장 놈이 윤이선한테 돈 걸어서 우승 시켜준 거임. 하야부사 때문에 중간에 나가리 되었는데 무슨 우승?
윤이선의 우승을 축하하는 자들은 당연히 돈을 번 자들이고, 윤이선의 우승을 부정하는 자들은 전부 돈을 잃은 자들이다.
“그래서 더 말 많았어. 레이 황에게 건 사람들이 자기 돈을 잃었으니, 윤이선이 우승한 거 무효라면서.”
“그렇겠지. 찜찜한 승리인데 돈까지 잃었으니. 그런데 주모. 혹시 주모도 여기 배팅하고 그랬나?”
“확실한 정배만 걸었지. 유미르. 윤이선. 덕분에 1장 벌었어. 후후후.”
“배당은 역배인데?”
“나한테는 정배야. 두 사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도 과장님이 노리는 사람들이었으니까. 후후후.”
“……나중에 한턱 쏴라.”
E급에서 D급으로 올라가는 것도 배팅이 이루어지고, A+급으로 공인받는 우승자를 가리는 것도 배팅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주모. 그러면 지금 아머드 태조가 도전장을 받아줬잖아. 그러면 히어로 토토, 열리는 건가?”
“당연하지. 그냥 히어로 토토도 아니고 윤이선이 이기면 ‘8번째 S급’이 탄생하는 순간이야. 판독기의 승리냐, 아니면 새로운 S급의 탄생이냐. 국가 공인 도박판만 해도 지금 판돈이 실시간으로 올라가는데, 불법 사이트는 지금 대결이 일주일이나 남았는데도 2천억이나 판돈이 올라갔는걸?”
“…확실히 대 이능력 시대 답기는 답군.”
이런 게 이 세상의 엔터테인먼트라고 한다면.
나는 이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해, ‘도지환의 계좌’에 있는 돈을 복사하겠다.
“주모. 지금 내 계좌에 있는 돈, 10억을 걸게. 하는 것 좀 도와줘.”
“누구한테 걸 거야?”
“당연히 윤이선이지.”
삐비비빅.
나는 전화를 걸었다.
[네, 선생님. 윤이선입니다.]“오늘 저녁 10시에 시간 돼?”
[…밖에 나가지는 못해요.]“괜찮아. 시간 괜찮지?”
[네.]“그럼, 그때 다시 전화할게.”
나는 윤이선을 호출했다.
“주모. 아머드 태조 관련 자료를 싹 다 모아줘.”
“……도 과장님, 설마?”
“예습해야지.”
나는 멀리 떨어진 주방, 탁자 위 숟가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찰칵.
숟가락은 허공을 날아와 내 손에 달라붙었고, 나는 숟가락을 움켜쥐고 가볍게 흔들었다.
“재주는 도깨비가 부리고 돈은 도지환이 타 먹는다.”
완벽한 계획이다.
“내가 아머드 태조가 되어, 윤이선을 상대로 스파링을 하겠어.”
모든 것은.
윤이선의 승리를 위하여.
그리고 내 통장을 위하여.
“치사하네. 자기가 키워놓고 자기가 돈 타 먹는다니.”
“치사하다니? 전략적인 투자인 거지.”
일체의 부정은 없다.
“나는 그냥 야수의 심장으로 역배에 10억을 거는 것뿐이라고.”
투자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니까.